떡볶이는 언제부터 빨간 음식이 됐을까

우리가 아는 떡볶이는 붉지만 오래된 조리법의 떡은 간장과 소고기 사이에서 갈색을 띠었다. 고추장 국물, 밀떡, 어묵이 한판에 모인 풍경은 훨씬 뒤에 나타났다.

검은 냄비에 치즈와 함께 담긴 매운 국물 떡볶이
사진 요즘한장 편집부 · AI generated

분식집 철판에서는 붉은 양념이 보글거리고, 그 안에서 떡과 어묵이 천천히 부푼다. 너무 익기 전의 떡은 가운데가 단단하고, 오래 졸인 어묵에서는 맵고 짠 국물이 배어 나온다. 지금은 너무 익숙한 장면이지만 떡볶이가 처음부터 이런 음식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래된 조리법에는 고추장도, 어묵 국물도 없었다. 흰 가래떡에 소고기와 채소를 넣고 간장으로 볶던 음식은 전쟁 이후의 거리에서 붉고 달고 뜨거운 간식으로 크게 달라졌다.

떡볶이는 처음부터 빨갛지 않았다

오래된 떡볶이를 지금의 분식집 철판에서 찾으면 모습이 잘 맞지 않는다. 흰 가래떡을 짧게 자르고 네 갈래로 얇게 나눈 뒤, 양념한 소고기와 표고버섯, 숙주, 양파, 당근 같은 채소를 함께 볶았다. 붉은 고추장 대신 간장이 색과 간을 냈다.

가래떡을 가늘게 가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굵은 떡은 겉에만 간이 묻기 쉽다. 단면을 늘리면 소고기에서 나온 기름과 간장이 안쪽까지 닿는다. 갓 볶은 떡은 겉이 미끄럽고 속은 단단했으며, 채소에서 나온 수분이 마른 표면을 부드럽게 했다.

오늘날 흔히 ‘궁중떡볶이’라고 부르는 형태가 이 계열이다. 소고기의 고소한 기름, 표고의 짙은 향, 간장의 짠맛과 채소의 단맛이 중심에 놓인다. 맵고 달고 걸쭉한 현재의 떡볶이와는 색뿐 아니라 냄새와 식감도 달랐다.

떡을 양념에 익혀 먹는 방식은 이어졌지만 한 그릇을 구성하는 재료는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고기와 버섯이 있던 자리에 어묵과 양배추가 들어왔고, 간장 볶음은 고추장 국물로 변했다.

굵은 가래떡에 붉은 양념이 묻은 떡볶이
굵은 쌀떡은 붉은 양념을 표면에 두껍게 묻힌다. 한입 베어 물면 매운 겉과 희고 담백한 속의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진다.사진 Kimseoeun2023079825 · CC0

고추장 떡볶이는 언제 퍼졌을까

붉은 떡볶이가 거리의 음식으로 자리 잡은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와 겹친다. 서울시와 한식 관련 공공자료에는 1950년대 신당동에서 고추장 떡볶이를 팔기 시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복림 씨가 1953년 장사를 시작했다는 기록도 이 흐름에 들어 있다.

당시의 조리법을 한 사람이 완성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고추장에 떡을 버무리거나 끓여 먹는 방식은 여러 시장과 노점에서 퍼졌고, 가게마다 설탕과 간장, 춘장, 육수의 비율이 달랐다. 분명한 변화는 떡볶이의 색이 붉어지고 맛의 중심에 단맛과 매운맛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전쟁 뒤 들어온 원조 밀가루와 혼분식 장려 정책도 떡의 재료를 바꿨다. 쌀이 귀한 시절에는 밀가루로 만든 길고 가는 떡이 분식점 철판에 올랐다. 밀떡은 쌀떡보다 부드럽게 휘고, 오래 끓이면 양념과 함께 말랑하게 늘어진다.

고추장에는 설탕이 더해졌다. 달고 짠 양념은 매운맛의 첫 자극을 늦추고, 떡의 담백한 맛을 선명하게 만든다. 먹을 때는 단맛이 먼저 닿지만 몇 번 씹고 나면 입술과 혀 가장자리에 열감이 남는다.

신당동에서는 왜 냄비째 끓였을까

신당동 떡볶이는 완성된 떡을 접시에 담아 내는 방식과 다르다. 낮은 냄비에 떡, 어묵, 양배추, 대파, 달걀을 담고 라면이나 쫄면을 얹은 뒤 손님상에서 끓인다. 처음에는 국물이 묽고 재료가 따로 보이지만 불이 이어지는 동안 상태가 계속 바뀐다.

라면은 가장 먼저 부드러워지고 쫄면은 조금 더 오래 탄력을 남긴다. 어묵 가장자리는 국물을 빨아들여 축 처지고, 양배추는 숨이 죽으며 단맛을 낸다. 떡과 면에서 나온 전분은 바닥의 양념을 걸쭉하게 만든다.

1970년대 후반 신당동에 떡볶이 가게가 늘면서 골목은 즉석떡볶이로 알려졌다. 일부 가게에는 DJ박스가 들어섰고, 음악을 들으며 냄비를 끓이는 장소가 됐다. 떡볶이는 길에서 잠깐 먹는 간식인 동시에 여러 사람이 오래 앉아 먹는 메뉴가 됐다.

불을 언제 줄이느냐에 따라 마지막 맛도 달라진다. 센 불을 오래 유지하면 면이 국물을 빠르게 흡수해 짠맛이 진해진다. 낮은 불에서는 양배추와 대파가 더 부드러워지고, 냄비 바닥에는 고추장과 전분이 섞인 진한 양념이 남는다.

붉은 소스에 떡과 어묵, 채소를 넣고 끓인 떡볶이
처음에는 떡 사이로 흐르던 국물이 시간이 지나면 전분과 섞여 걸쭉해진다. 얇은 어묵에는 붉은 양념이 안쪽까지 배고, 양배추는 부드러워지며 단맛을 낸다.사진 Teemeah · CC BY-SA 4.0

밀떡과 쌀떡은 어떻게 다를까

밀떡은 가늘고 유연하다. 젓가락으로 집으면 가운데가 자연스럽게 휘고, 앞니로 자를 때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양념과 함께 씹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소스의 단맛과 매운맛이 먼저 느껴진다.

쌀떡은 조직이 더 조밀하다. 굵은 가래떡을 쓰면 겉에는 붉은 양념이 진하게 붙지만 안쪽은 흰색을 유지한다. 씹을수록 탄력이 커지고, 매운 양념 뒤에서 쌀의 은근한 단맛이 나온다. 식으면서 단단해지는 속도도 빠르다.

어느 떡을 쓰느냐에 따라 양념의 농도도 달라진다. 밀떡을 오래 끓이면 표면이 부드러워지며 전분이 풀리고, 쌀떡은 겉이 말랑해진 뒤에도 중심의 탄력을 남긴다. 같은 냄비에서도 조리 시간이 조금만 달라지면 씹는 감각이 달라진다.

떡의 굵기도 중요하다. 가는 떡은 양념과 닿는 면적이 넓어 한입 전체가 맵고 짜다. 굵은 떡은 양념이 묻은 겉과 담백한 속이 번갈아 씹힌다. 떡볶이집마다 기억에 남는 맛이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양념은 식는 동안에도 달라진다

막 끓인 떡볶이에서는 고추장 냄새와 뜨거운 수증기가 먼저 올라온다. 설탕의 단내, 어묵 국물의 짠 향, 익은 대파와 양배추 냄새가 뒤섞인다. 첫 떡을 집으면 묽은 소스가 접시로 빠르게 흘러내린다.

몇 분이 지나면 떡과 면에서 나온 전분이 양념에 섞인다. 소스는 윤기가 더 나고 어묵 표면에 두껍게 붙는다. 온도는 내려가지만 단맛과 짠맛은 오히려 또렷해진다. 국물이 줄어든 만큼 한 숟가락에 들어오는 양념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떡은 양념을 어묵처럼 깊게 흡수하지 않는다. 잘라 보면 가운데가 여전히 희다. 반면 얇은 어묵은 작은 구멍과 겹 사이에 국물을 머금어 베어 물 때 뜨거운 소스가 나온다. 같은 냄비에서 어묵이 떡보다 더 맵고 짜게 느껴지는 이유다.

양배추 줄기는 아삭하게 끊기며 맑은 수분을 낸다. 푹 익은 잎은 양념과 거의 같은 질감으로 부드러워지고 단맛이 강해진다. 대파는 매운 향을 잃는 대신 익은 파의 단내를 더한다.

어묵과 튀김은 왜 함께 놓일까

떡볶이와 어묵은 한 철판에서 익지만 식감은 정반대에 가깝다. 떡은 매끈하고 탄력이 있으며, 어묵은 부드럽고 작은 구멍이 많다. 떡을 씹은 다음 접힌 어묵을 베어 물면 안쪽에서 짭짤한 국물이 나온다.

튀김은 소스를 흡수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마른 튀김옷의 틈으로 국물이 들어가면 바깥의 바삭함은 줄고 안쪽의 기름진 고소함이 살아난다. 김말이는 김 향과 당면의 미끄러운 질감이 남고, 오징어튀김은 두꺼운 살의 탄력이 떡과 다르게 끊긴다.

순대의 당면은 고추장 양념을 얇게 묻혔을 때 후추와 마늘 향이 더 분명해진다. 삶은 달걀의 노른자는 소스와 섞이면 퍽퍽함이 줄고, 노른자 가루가 양념을 한층 되직하게 만든다. 분식집 한 접시에서 소스를 공유하면서도 재료마다 전혀 다른 한입이 나온다.

통인시장에는 국물 없는 떡볶이가 있다

서울 통인시장의 기름떡볶이는 국물이 거의 없다. 넓게 달군 판에 가는 떡을 올리고 기름과 간장 또는 고추장 양념으로 볶는다. 떡 표면은 군데군데 갈색으로 눌고, 양념은 얇게 말라붙는다.

국물떡볶이처럼 입안에 소스가 가득 차지 않는다. 먼저 닿는 것은 볶은 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살짝 단단해진 떡의 겉면이다. 안쪽은 말랑하고, 씹을수록 간장이나 고추장의 짠맛이 천천히 나온다.

간장 기름떡볶이는 떡의 구운 향과 담백한 단맛이 잘 드러난다. 고추장 기름떡볶이는 붉지만 국물형보다 맛이 건조하고 선명하다. 같은 떡과 장을 사용해도 물의 양과 익히는 도구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떡볶이 한 접시를 고른다면

가늘고 부드러운 떡과 걸쭉한 양념을 좋아하면 밀떡을 쓴 판떡볶이에서 익숙한 식감을 만날 수 있다. 굵은 쌀떡은 씹는 힘이 더 들고, 양념이 묻은 겉과 담백한 속의 대비가 크다.

즉석떡볶이는 면과 채소가 익으며 국물 농도가 바뀌는 과정을 함께 먹는다. 통인시장식 기름떡볶이는 국물 없이 볶은 떡의 구운 표면과 기름 향이 중심에 놓인다.

한 접시에서 한 끼까지

떡볶이는 작은 접시에 떡 몇 개를 담던 간식에서 여러 사리를 넣는 한 끼로 넓어졌다. 국물을 넉넉하게 잡은 떡볶이에는 라면과 당면이 들어가고, 매운맛을 낮춘 크림이나 치즈 소스도 쓰인다. 조리법이 바뀔 때마다 떡의 역할도 달라졌다.

그래도 오래 남는 장면은 단순하다. 뜨거운 철판에서 떡 하나를 건져 입김을 불고, 남은 붉은 양념에 튀김 끝을 담근다. 간장과 고기로 볶던 흰 떡은 거리에서 고추장과 어묵을 만났고, 지금도 가게마다 다른 농도로 끓고 있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떡볶이의 오래된 조리법과 현대적 변화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식진흥원 자료를 바탕으로 살폈다. 신당동 떡볶이 골목과 통인시장 기름떡볶이는 서울시 공공자료에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