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는 왜 걸쭉할까

칼국수 국물이 걸쭉해지는 이유를 면의 전분과 삶는 방식에서 살펴봅니다. 바지락·닭·들깨·장칼국수부터 옹심이, 안동 건진국수, 대구 누른국수, 제주 보말과 팥칼국수까지 조리법과 사진으로 비교합니다.

그릇의 칼국수 사이로 껍데기째 들어간 조개와 길게 썬 채소가 보이는 모습
껍데기째 들어간 조개와 납작한 면이 보이는 칼국수. 면과 채소 사이로 조개가 드러나 있다.사진 Suh Jeong-ho · 크기·형식 변경 · CC0

생면을 육수에 바로 넣을 때와 따로 삶을 때의 차이, 반죽의 두께와 덧가루, 감자·조개·닭의 조리 순서, 지역별 면과 국물의 구성을 설명합니다. 자료 20개와 실제 사진 6장으로 칼국수의 농도와 고르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면을 넣기 전에도 국물이 하얬을까

맑게 우린 육수에 생칼국수를 넣었는데 잠시 뒤 국물이 뽀얘지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는 뼈를 오래 고아서 생긴 색과 면에서 나온 전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풀무원은 2023년 열탕 칼국수의 제조 과정을 소개하며, 면을 먼저 익혀 냉각수에 헹구면 최종 조리 때 국물로 빠져나오는 전분이 적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칼국수라는 이름으로 팔려도 생반죽을 썬 면과 미리 익힌 면은 냄비 안에서 다르게 반응합니다.

집에서 원인을 확인하려면 면을 넣기 직전의 국물 상태를 기억해 두면 됩니다. 처음부터 불투명했는지, 면을 풀고 나서 흐려졌는지부터 나눠 보는 것입니다. 국물의 색과 걸쭉한 정도도 따로 살펴보세요. 흰빛이 도는 맑은 조개 국물과 숟가락에 되직하게 묻는 들깨 국물은 눈에 비슷하게 보여도 입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다릅니다. 색 하나로 육수 재료나 오래 끓인 정도를 판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칼국수의 농도는 음식의 이름보다 끓이는 과정을 따라가면 잘 보입니다. 면을 어느 냄비에 넣었는지, 덧가루를 얼마나 털었는지, 들깨나 감자가 들어갔는지를 차례로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맑은 국물을 기대했는데 되직해졌다면 면과 육수를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료에서 온 농도와 조리 중 덧붙은 농도를 나누면 다음번에 바꿀 작업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육수에 바로 넣을 때와 따로 삶을 때

샘표 새미네부엌의 기본 칼국수 조리법에는 국물을 깔끔하게 먹고 싶을 때 면을 별도로 삶는 방법이 나옵니다. 생면을 육수에서 익히면 삶는 동안 빠져나온 성분도 그 냄비에 남습니다. 반면 물에서 먼저 익혀 건지면 삶은 물과 완성 국물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한 냄비에 면을 넣는 순서와 두 냄비를 쓰는 순서가 단순한 설거지의 차이를 넘어 국물의 성격을 바꾸는 셈입니다.

따로 삶는 방식이 최근에 생긴 요령만은 아닙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소개하는 옛 칼국수 조리법에도 면을 삶아 물을 빼고 맑은 장국을 붓는 과정이 있습니다. 1934년 『간편조선요리제법』에서는 삶은 면을 찬물에 씻은 다음 뜨거운 장국을 부었습니다. 찬물에 헹겼다는 문장만 보고 냉국수로 단정하면 마지막에 붓는 국물의 온도를 놓치게 됩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익힌 면을 그릇에 담는 시점까지 이어서 준비해야 합니다. 면만 먼저 잔뜩 삶아 놓고 육수를 만들기 시작하면, 처음 의도한 상태로 한 그릇을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따로 삶을 때는 육수와 고명을 먼저 준비하고 면을 마지막에 익히는 동선이 편합니다. 직접 끓이는 칼국수라면 채소와 국물의 준비를 끝낸 뒤 먹을 사람을 부르고 면을 넣어 보세요. 국수는 냄비 밖의 준비 순서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바지락칼국수에도 멸치 육수가 들어간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소개하는 안산 대부도 바지락칼국수는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 국물에 바지락을 넣습니다. 조개를 건져 살을 발라 두고 국물을 거른 다음 면과 채소를 끓이는 순서입니다. 완성 그릇에 껍데기가 없더라도 바지락 국수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껍데기째 들어간 그릇이라고 해서 육수를 조개 한 종류로만 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고명과 국물의 바탕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자료의 면 반죽에는 밀가루 외에 날콩가루와 달걀도 들어갑니다. 대부도 칼국수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면의 배합과 육수의 조합을 함께 볼 이유가 생깁니다. 안산 방아머리 일대에 전문 식당이 모이기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후반의 시화방조제 건설 과정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그 시점을 칼국수 자체의 탄생으로 확대하기보다는, 바지락이 나는 해안에 전문 음식점 거리가 자리 잡아 간 과정으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식당에서 껍데기 수만 세어 국물의 진하기를 예상하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조개살을 따로 손질해 넣었을 수도 있고, 멸치·다시마의 맛을 더했을 수도 있습니다. 주문 전에 알고 싶은 것은 껍데기의 개수보다 사용하는 조개와 육수의 구성입니다. 조개를 건져 놓을 빈 그릇도 미리 받아 두면 뜨거운 면을 들고 껍데기를 피하느라 국수를 식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모래를 빼는 일과 익히는 일

바지락을 직접 손질한다면 해감이 된 제품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새미네부엌은 소금물을 만들어 조개를 담그고 빛을 가려 냉장 상태에서 해감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물 1L에 소금 약 30g을 쓰는 예가 있지만, 해감이 끝난 유통 제품까지 무조건 같은 시간 동안 다시 담가 두라는 뜻은 아닙니다. 구입한 조개의 표시와 상태에 맞춰 준비하고, 마지막에는 껍데기 표면도 씻어 조리합니다.

해감한 그릇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그대로 냄비에 붓지 않도록 조개를 건져 옮깁니다. 짠 소금물을 만든 목적은 육수의 간을 맞추는 일이 아닙니다. 조개를 손질한 물과 새로 끓일 국물을 구분하면 모래와 과한 염분이 다시 들어가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껍데기 사이에 낀 이물질까지 면과 함께 씹히면 국물 맛을 고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면을 넣기 전 손질 단계에서 살펴야 합니다.

해감을 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가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어패류를 중심온도 85℃에서 1분 이상, 육류는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도록 안내합니다. 큰 냄비의 국물이 끓는 모습만 보고 가운데 뭉친 조개나 두꺼운 닭고기까지 같은 상태라고 추정하지 않습니다. 국물과 면을 맛보는 확인에 더해, 생재료 자체가 충분히 익도록 조리해야 합니다.

닭칼국수는 통닭이 없어도 만든다

망치의 닭칼국수는 닭가슴살을 양파·마늘과 함께 끓여 국물을 냅니다. 뼈째 든 닭 한 마리를 오래 고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익힌 가슴살은 건져 찢고, 국물에 함께 익힌 마늘을 으깨 참기름·소금·후추와 버무려 고명으로 씁니다. 닭고기가 육수 재료였다가 다시 위에 얹는 건더기가 되는 조리법입니다. 맑은 국물과 찢은 살코기가 함께 있는 그릇도 닭칼국수의 한 형태입니다.

같은 조리법에서 애호박은 가늘게 썰어 소금에 잠시 절이고 물기를 짠 뒤 볶습니다. 닭과 함께 처음부터 푹 끓이는 대신 고명으로 따로 준비하는 것입니다. 국물에서 꺼낸 닭살, 볶은 호박, 갓 익힌 면을 마지막에 합치면 재료별로 익히는 시간을 나눌 수 있습니다. 위에 올라간 호박이 유난히 가늘고 형태가 살아 있다면, 면과 한 냄비에서 같은 시간 동안 끓였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닭칼국수를 만들다 살코기가 너무 뻣뻣해졌다면 다음번에는 닭을 건진 뒤에도 국물에 계속 넣어 두었는지 살펴보세요. 육수를 내는 작업을 마친 닭살을 고명으로 준비할지, 다시 국물에 넣어 끓일지를 조리법에 맞춰 구분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닭고기의 양만 늘리기보다 건지는 시점과 마지막에 합치는 순서를 정하는 쪽이 한 그릇 안의 국물과 고기를 함께 다루기 쉽습니다.

금속 그릇에 닭고기와 초록색 채소, 면을 함께 담은 칼국수
닭고기와 채소를 담은 칼국수. 옅은 국물 속에 면과 고기가 함께 보인다.사진 Tmannya · 크기·형식 변경 · CC BY-SA 3.0

들깨 국물은 갈고 거르는 방식도 다르다

들깨칼국수는 들깨가루를 바로 푸는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망치의 레시피는 볶은 통들깨를 육수와 함께 갈고 천에 걸러 국물을 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가루를 사용하는 간편한 방법도 별도로 안내합니다. 통들깨를 갈아 거른 국물과 가루의 입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국물은 같은 재료를 써도 질감이 달라집니다. 들깨 향이 나는데 입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재료가 적게 들어갔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바탕으로 쓰는 것은 멸치·다시마 육수 또는 채소 육수입니다. 들깨 때문에 뽀얘진 국물을 사골로 오해하기 쉬운 대목입니다. 참깨와 들깨도 서로 구분해야 합니다. 사진에 깨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종류인지 확정하기 어렵고, 고소한 향이라는 표현 하나로 두 재료를 바꿔 적을 수도 없습니다. 주문할 때는 들깨가루를 국물에 푼 음식인지, 위에 조금 얹는 음식인지까지 물으면 기대하는 농도를 설명하기 쉽습니다.

처음 들깨칼국수를 만들어 볼 때는 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루부터 넣기보다, 따르는 레시피의 양을 기준으로 국물 상태를 살펴보세요. 되직한 국물에서는 면과 냄비 바닥이 보이지 않아 가닥이 붙었는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바닥을 긁어 태운 냄새를 뒤늦게 없애려 하기보다 끓는 동안 면을 부드럽게 풀고 화력을 조절합니다. 고운 국물의 사진과 같은 색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조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김과 들깨가루 아래의 면

사진의 베테랑칼국수에는 검은 김과 들깨가루, 붉은 양념이 놓여 있습니다. 원저자도 들깨가루가 들어간 칼국수로 설명한 사진입니다. 고명이 넓게 퍼져 면과 국물의 경계를 가리고 있는 모습은 가루를 국물에 풀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볼 단서가 됩니다. 들깨를 갈아 거른 뽀얀 국물과 달리, 가루를 위에 얹은 그릇에서는 먹는 사람이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얼마나 섞었는지에 따라 처음 맛보는 부분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이런 그릇은 처음부터 전체를 세게 젓기보다 고명을 조금씩 섞으며 먹어 볼 수 있습니다. 김과 가루가 쌓인 윗부분만 떠먹었을 때와 옆의 국물을 먼저 맛봤을 때는 한 숟가락에 들어오는 재료의 비율이 다릅니다. 식당에서 내준 한 그릇 안에서도 처음 먹는 위치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붉은 양념이 따로 보인다면 한꺼번에 풀기 전에 국물 한쪽에서 양을 조절하면 매운맛을 가늠하기 쉽습니다.

국물 표면에 들깨가루와 검은 고명, 붉은 양념이 넓게 올라간 칼국수 한 그릇
베테랑칼국수의 들깨가루와 김, 붉은 양념. 고명이 국물 표면에 넓게 퍼져 있다.사진 Tmannya · 크기·형식 변경 · CC BY-SA 3.0

칼로 자르기 전, 반죽의 두께부터

해외문화홍보원이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자료로 소개한 해물칼국수는 밀가루에 달걀·물·소금을 넣어 반죽합니다. 덮어서 쉬게 한 반죽을 얇게 밀고, 그 조리법에서는 두께와 자르는 폭을 각각 2mm로 잡습니다. 칼국수라는 이름만으로 면에 밀가루와 물만 들어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달걀을 넣는 배합도 있고, 면의 굵기를 정할 때도 칼로 써는 간격과 밀대로 민 두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요리 연구가 망치의 닭칼국수는 반죽을 쉬게 하고 다시 치대는 과정을 거쳐 1~2mm 두께로 밉니다. 감자전분을 일부 섞는 배합도 제시하지만 밀가루로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수치는 해당 레시피의 재료와 조리 순서를 함께 따를 때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가루를 쓰면서 물의 양만 그대로 옮기거나, 훨씬 두껍게 밀어 놓고 같은 시간에 익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합니다.

직접 썬 면이 일정하지 않다면 먼저 반죽판의 가운데와 가장자리를 비교해 보세요. 자르는 간격은 같아도 가운데가 두꺼우면 서로 다른 굵기의 면이 한 냄비에 들어갑니다. 한 가닥이 익었다고 바로 불을 끄기 전에 가장 두꺼운 가닥도 확인해야 합니다. 칼국수의 소박한 생김새와 속까지 덜 익은 상태는 별개입니다. 손으로 만들었다는 이유로 두께 차이를 끝까지 그대로 두기보다는 밀 때 한 번 더 고르는 편이 조리하기 수월합니다.

접어 썬 면은 펼쳐서 넣는다

들깨칼국수를 만드는 망치의 조리법에서는 반죽을 밀고 접어 자른 뒤, 붙어 있는 가닥을 풀고 남는 밀가루를 털어 냅니다. 덧가루는 접힌 반죽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쓰는 것이지 국물에 넣을 재료를 계량한 것은 아닙니다. 도마에 남은 가루까지 긁어 냄비로 옮기면 반죽을 다루기 위해 쓴 양이 그대로 국물에 더해집니다. 면을 옮기는 순간에 도마 위 가루와 실제 국수 가닥을 구분해 보세요.

썬 면을 한 줌으로 꽉 쥐어 넣으면 접힌 자리가 붙은 채 익기 쉽습니다. 넓은 쟁반에서 가닥을 풀어 준비하고, 끓는 냄비에 서로 퍼지도록 나누어 넣으면 뭉친 곳을 찾기도 쉽습니다. 냄비에 넣은 뒤에는 바닥에 붙는 면을 부드럽게 풀어 주되, 억지로 잡아당기며 끊지는 마세요. 면이 길게 이어져야 한다는 욕심보다 여러 가닥이 한 덩어리로 남지 않게 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포장 생면을 쓸 때는 겉가루가 보인다고 곧바로 물에 오래 담가 두지 않습니다. 제품마다 세척 여부와 해동·투입 순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봉지에 적힌 조리법을 먼저 확인하고, 가닥을 풀라는 지시가 있으면 투입 전에 준비합니다. 반죽부터 만드는 손칼국수의 덧가루 처리와 이미 익혀 포장한 면의 취급을 같은 작업으로 묶으면, 필요 없는 손질을 더하다가 오히려 면 가닥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감자부터 익히고 면은 뒤에

감자를 넣은 장칼국수는 면과 감자의 익는 순서를 맞춰야 합니다. 새미네부엌의 장칼국수는 감자와 채소를 먼저 끓이고, 이어서 면을 넣은 뒤 달걀로 마무리합니다. 이 순서에는 면을 익히는 동안 감자 속까지 익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사진 속 감자보다 훨씬 두껍게 썰었다면 조리 시간도 그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면을 먼저 넣은 뒤 덜 익은 감자를 기다리면 국수 쪽이 오래 끓게 됩니다.

해물칼국수에 들어가는 채소도 같은 모양으로만 썰지 않습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조리법은 감자와 애호박의 두께를 다르게 제시하고, 바지락·새우·굴을 함께 사용합니다. 큰 감자 조각과 얇은 호박 조각, 작은 해산물을 한 번에 넣어 모두 같은 속도로 익히려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재료를 준비할 때부터 어떤 것이 먼저 냄비에 들어갈지 나눠 두면 면을 넣은 뒤 손질하느라 끓이는 시간을 놓치는 일도 줄어듭니다.

너무 되직해졌을 때 소금부터 더하지 않는다

국물이 줄었는데 면은 아직 단단하다면 먼저 액체를 보충하고 다시 끓여 익힘을 확인합니다. 이때 양념이 된 육수를 계속 더할지, 물을 조금 보탤지는 현재 간을 맛본 뒤 정합니다. 이미 짠 국물에 짠 육수를 넣으면 농도는 느슨해져도 염도는 원하는 만큼 내려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물의 묽기와 짠맛을 한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냄비를 다시 조절하는 출발점입니다.

반대로 국물은 묽은데 면이 이미 익었다면, 면을 둔 채 오래 졸여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우선 먹을 면을 건지고 국물의 양과 간을 따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덜 익은 면을 익히는 시간과 완성된 국물의 간을 맞추는 시간은 다릅니다. 맛을 보며 소금이나 국간장을 조금씩 더할 때도 한쪽에 뭉치지 않게 섞은 뒤 다시 맛봐야 같은 냄비를 두고도 숟가락마다 간이 다르게 느껴지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들깨가루를 많이 넣어 생긴 되직함이라면 맑은 칼국수와 똑같은 모습을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 묽게 먹을지 먼저 정하고 조금씩 조절하세요. 이미 불어 끊어지는 면을 새 면처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다음 조리에서는 그 상태가 된 시점을 기록해 두는 쪽이 도움이 됩니다. 면 투입 전 물의 양, 실제 끓인 시간, 불을 끈 뒤 기다린 시간을 적어 놓으면 원인을 막연히 ‘밀가루가 많아서’로 끝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장칼국수의 붉은색 안에는 된장도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장칼국수 소개는 멸치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끓이는 강원도의 국수로 설명합니다. 빨간색만 보고 고춧가루를 푼 일반 칼국수와 같은 음식으로 묶기 쉽지만, 장 자체가 국물의 간과 맛에 참여합니다. 고추장과 된장을 어느 비율로 쓰는지는 식당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색이 더 붉다고 반드시 더 맵거나 된장이 적다고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관광공사는 다진 소고기를 더하는 변형도 함께 소개합니다. 장칼국수라는 이름이 육수와 건더기의 단일한 배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고기를 피하는 사람이 붉은 장 국물과 채소만 보고 주문하기에는 재료 정보가 부족합니다. 멸치 국물인지, 고기를 볶아 넣었는지, 어떤 장을 쓰는지에 따라 한 그릇의 구성이 달라집니다. 음식 이름을 아는 것과 실제 그 식당의 조리법을 아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김과 깨가 넉넉히 올라간 장칼국수는 고명을 풀고 난 뒤 국물을 다시 맛볼 만합니다. 처음의 붉은 국물이 검은 김과 섞이면서 사진과 다른 색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걸쭉한 국물 속에서는 바닥에 가라앉은 면을 놓치지 않게 가볍게 풀어 먹습니다. 고추 양념을 더할 때도 큰 그릇 전체에 바로 붓기보다 앞접시에 덜어낸 국수와 섞어 보면 남은 그릇의 맵기를 되돌릴 걱정이 줄어듭니다.

고기를 볶는 장칼국수도 있다

새미네부엌의 장칼국수는 다진 돼지고기와 대파를 먼저 볶고, 불을 줄인 상태에서 고추장을 더해 볶습니다. 그다음 물과 채소를 넣어 끓입니다. 이 조리법의 재료 목록에는 된장이 없습니다. 멸치 육수에 두 가지 장을 푸는 관광공사의 설명과 다른 한 사례입니다. 어느 하나를 보고 다른 쪽을 틀린 음식이라고 하기보다는, 고기와 장을 볶아 만든 국물인지 육수에 장을 푼 국물인지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고추장을 넣는 순간에는 냄비 안에 아직 넉넉한 물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보세요. 처음부터 물에 푸는 방식과 같은 화력으로 계속 두기보다, 고추장을 볶는 단계가 있다는 조리법의 순서를 따라야 합니다. 이미 냄비 바닥에 눌어 탄 재료를 물로 긁어 섞으면 그 맛도 국물에 들어갑니다. ‘고추장 한 숟갈’이라는 재료 목록만 읽는 것보다 물을 붓기 전후를 구분하는 일이 맛을 재현하는 데 더 직접적입니다.

달걀을 마지막에 넣는 국수라면 지단을 잘라 올리는 그릇과도 모양이 달라집니다. 국물 속에 풀린 달걀은 면 사이로 퍼지고, 따로 부쳐 얹은 지단은 고명으로 남습니다. 사진을 참고해 요리할 때는 달걀이 있다는 사실에 더해 어느 단계에서 넣었는지 확인하세요. 같은 재료를 썼는데도 완성 모습이 크게 다른 이유를 장의 종류나 면의 굵기에서만 찾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붉은 국물과 넓은 면 위에 검은색과 갈색 고명을 얹은 장칼국수
강릉에서 촬영한 장칼국수. 붉은 국물과 넓은 면 위에 검은색과 갈색 고명을 올렸다.사진 Mobius6 · 크기·형식 변경 · CC BY-SA 4.0

감자를 갈아 빚는 옹심이

칼국수 사이에 들어간 둥근 감자옹심이는 밀가루 면을 짧게 끊은 것이 아닙니다. 한국전통지식포탈에 실린 농촌진흥청의 1997년 자료는 생감자를 갈아 보자기에 짜고, 그 물의 앙금을 가라앉히는 과정으로 시작합니다. 이렇게 얻은 앙금과 감자 건더기를 합쳐 간한 뒤 작은 덩이로 빚습니다. 감자를 삶아 으깬 것에 밀가루를 섞는 반죽과는 출발점이 다릅니다. 버릴 물처럼 보이는 부분에서 앙금을 따로 모으는 작업이 있습니다.

이 자료는 옹심이를 끓이는 국물로 사골국물을 제시합니다. 감자옹심이라는 이름이 반드시 맑은 멸치 육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둥근 반죽의 재료와 그것을 익히는 국물을 나눠 보면 메뉴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감자에서 나온 앙금을 사용했다는 조리법을 읽었다고 해서 시판 옹심이 제품도 모두 감자만 쓴다고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가정에서 사 온 제품은 실제 원재료와 조리 표시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옹심이의 탄력을 보려고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와 납작한 칼국수 면을 씹었을 때는 모양부터 다르게 느껴집니다. 길게 이어지는 면 사이로 둥근 덩이를 찾아 먹는 그릇이므로, 국수를 주문하며 둘의 비율을 알아두면 기대한 식사와 더 가까워집니다. 옹심이를 주로 먹고 싶었는데 큰 그릇 대부분이 면이라면 음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메뉴 구성을 다르게 예상했던 셈입니다.

순옹심이, 옹심이칼국수, 옹칼만

평창군 문화관광이 소개하는 대관령감자옹심이의 메뉴에는 순옹심이와 옹심이칼국수가 따로 있습니다. 또 옹심이·칼국수·만두를 함께 넣는 옹칼만도 소개합니다. 짧게 붙은 메뉴 이름이 그릇 안의 탄수화물 재료를 어떻게 조합했는지 알려 줍니다. 순옹심이를 기대한다면 칼국수가 함께 나오는 메뉴인지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옹심이가 들어간다’는 한 문장만으로 그릇 전체를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소개에는 메밀손칼국수도 별도로 등장합니다. 국수와 옹심이를 모두 파는 집에서 모든 면이 같은 배합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메밀이 들어가는 면을 원하는지, 옹심이와 일반 칼국수 면을 함께 먹고 싶은지 메뉴를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지역 관광 자료에 소개된 메뉴 구성이므로 방문할 때는 식당의 현재 차림표와 비교해 주문하세요.

만두까지 들어간 국수는 앞접시에 한 번 덜어 놓으면 면 사이에 숨어 있던 건더기를 보기 쉽습니다. 칼국수의 길고 납작한 가닥, 옹심이의 둥근 표면, 만두의 접힌 피는 먹는 속도도 서로 다릅니다. 큰 만두를 먼저 가르느라 국수가 식기 전에 따로 덜어 순서를 정할 수 있습니다. 여러 재료가 함께 있는 메뉴를 고를 때는 양뿐 아니라 한 그릇에서 어떤 재료를 많이 먹고 싶은지도 기준이 됩니다.

긴 칼국수 면과 둥근 감자옹심이가 함께 담긴 금속 그릇
강릉에서 촬영한 감자옹심이칼국수. 길게 이어진 면과 둥근 옹심이가 한 그릇에 함께 담겼다.사진 Mobius6 · 크기·형식 변경 · CC BY-SA 4.0

안동 건진국수는 국물을 따로 만난다

안동 건진국수의 이름에는 삶은 면을 건져 내는 작업이 드러납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의 소개에 따르면 밀가루와 생콩가루를 섞은 반죽을 얇게 밀고 썰어, 끓는 물에 익힌 뒤 찬물에 씻습니다. 이후 준비한 국물을 붓고 고명을 얹습니다. 면을 익힌 냄비의 물을 그대로 국물로 먹는 방식과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콩가루가 든 면이라는 특징만 적으면 이 음식의 중요한 조리 순서 하나를 빠뜨리게 됩니다.

국물도 닭 한 가지로 고정되지 않습니다. 자료는 닭 외에 계절과 여건에 따른 은어·소고기·꿩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는 방식도 설명합니다. 고명에는 찢은 닭고기와 절여 볶은 애호박, 손질한 석이버섯, 달걀지단이 등장합니다. 면과 국물, 여러 고명을 따로 마련해 마지막에 그릇을 조립한다는 점에서 한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는 칼국수와 손이 가는 곳이 다릅니다.

건진국수는 안동에서 손님을 대접하거나 제사상에 올렸던 음식으로 소개됩니다. 그렇다고 오늘날 ‘안동국시’라는 이름이 붙은 메뉴를 모두 같은 건진국수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의 국수에는 직접 끓이는 누름국수도 함께 있습니다. 메뉴에 국시라고 적혀 있는지만 보기보다 면을 따로 삶는지, 어떤 육수를 쓰는지를 살피면 실제 그릇과 오래된 음식 설명을 무리하게 한데 묶지 않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구 누른국수는 멸치 국물에서 익는다

대구의 누른국수는 홍두깨로 반죽을 눌러 펴는 데서 이름을 설명합니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은 면을 사용하며,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국물에 직접 넣어 끓이는 제물국수의 사례입니다. 안동 건진국수와 비교하면 콩가루를 쓰는 공통점보다 삶은 물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더 뚜렷한 차이입니다. 같은 곡물 배합을 쓰더라도 한쪽은 씻어 건지고 다른 쪽은 육수 안에서 익힙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의 대구 누른국수 소개에는 얼갈이나 청방배추를 쓰고, 김과 볶은 소고기, 호박채 등을 고명으로 얹는 모습이 나옵니다. 배추가 들어 있는 국수라면 가늘고 긴 면 사이에 잎채소가 섞여 있는 이유를 이 조리 구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고명은 식당별로 다를 수 있으므로 사진 한 장의 쇠고기나 김을 모든 누른국수에 반드시 들어가는 재료로 외우지는 않아도 됩니다.

‘누른’이라는 말을 면의 노란색과 연결하면 이름을 잘못 기억하기 쉽습니다. 메뉴를 설명할 때는 눌러 민 반죽과 국물에 직접 끓인다는 두 동작을 떠올려 보세요. 맑은 안동식 국수를 먹은 뒤 대구에서 국물이 더 되직한 그릇을 받더라도, 어느 쪽이 덜 정성스럽게 만든 것인지 비교할 일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조리법에서 나온 결과를 같은 맑기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었는지 먼저 돌아볼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조개도, 국물도 다시 묻는다

대전광역시가 2021년에 정리한 칼국수 이야기는 한국전쟁 이후 원조 밀가루가 모이던 역 주변과 제분업의 발달을 짚습니다. 국수가 널리 팔리는 도시가 된 배경을 유통과 생활사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대전에서 칼국수를 처음 만들었다는 주장과는 다릅니다. 밀가루를 구하고 가공하기 쉬웠던 도시 환경을 보면 왜 한 동네 안에도 여러 종류의 칼국수집이 자리 잡았는지 이해할 단서를 얻습니다.

그 자료가 소개하는 신도칼국수의 국물에는 사골과 멸치가 함께 등장하고 들깨도 더해집니다. 오씨칼국수의 ‘물총’은 동죽을 가리킵니다. 또 얼큰이 칼국수 이야기에서는 쑥갓이 눈에 띕니다. 이 세 사례만 보아도 대전식 칼국수를 하나의 육수로 정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바지락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물총칼국수’에서 다른 조개를 만나거나, 흰 국물인데 멸치 맛이 함께 나는 상황을 이름만으로 오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말은 바다의 고둥이다

제주관광공사는 보말을 바닷고둥으로 소개하며 수두리보말·매옹이·고메기 등 여러 이름을 설명합니다. 보말칼국수를 홍합이나 바지락이 들어간 칼국수와 같은 조개 메뉴로 생각하면 재료부터 어긋납니다. 보말은 껍데기에서 살을 꺼내 음식에 쓰기 때문에 완성 그릇에서 나선 모양의 껍데기를 찾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보말을 쓰는지는 식당별로 확인해야 하며 모든 그릇을 한 종류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제주관광공사가 설명하는 보말국은 보말살과 미역을 참기름에 볶고 국간장으로 맛을 냅니다. 보말죽에서는 내장을 함께 쓰는 방식도 소개합니다. 이처럼 제주에서 보말을 먹는 형태는 칼국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칼국수의 국물색이나 해조류 조각을 보고 보말국·죽의 조리법이 그대로 적용됐다고 추정하기보다는, 보말을 쓰는 여러 음식이 있으며 각각 손질과 국물의 구성이 다르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보말칼국수의 사진에서는 면과 함께 작은 살점이나 넓은 해조류 조각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둡고 초록빛이 도는 국물만으로 내장의 양이나 보말의 품종을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국물이 진해 보인다는 감상과 재료가 많이 들어갔다는 사실도 구분해야 합니다. 제주에서 메뉴를 고를 때는 보말만 쓰는지, 전복 같은 다른 재료를 함께 쓰는지에 관심을 두면 서로 다른 이름의 메뉴를 더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옥돔식당의 칼국수에는 보말과 전복

제주관광공사의 옥돔식당 소개는 모슬포 대정시장 안의 보말·전복 손칼국수를 안내합니다. 음식점 이름에 옥돔이 들어가지만 소개되는 대표 면요리는 보말을 이용한 칼국수입니다. 상호의 생선 이름을 곧바로 그 국수의 육수 재료로 읽을 수 없는 사례입니다. 실제 메뉴를 이해하려면 상호보다 음식 설명을 먼저 봐야 합니다.

공식 소개에는 초록빛 국물, 손칼국수 면, 유부와 곁들이는 청양고추가 등장합니다. 보말이라는 주재료 외에 유부 같은 건더기가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보말칼국수 한 종류를 먹어 봤다고 해서 다른 집에서도 같은 면과 고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름이 같은 메뉴를 비교할 때는 보말 외에 들어가는 재료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매운 고추가 따로 나오는 국수라면 고추를 넣기 전의 국물을 먼저 덜어 두고 조금씩 섞을 수 있습니다. 작은 고추 조각이 면 사이로 흩어진 뒤에는 다시 골라내기 어렵습니다. 보말 국물의 맛을 먹어 본 다음 매운맛을 더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앞접시가 양 조절 도구가 됩니다. 반찬이나 양념을 내주는 방식까지 포함해 한 그릇을 다루되, 정해진 한 가지 먹는 순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녹색빛 국물 속에 면과 넓은 해조류 조각, 검은 고명을 담은 보말칼국수
제주 갱이네에서 촬영한 보말칼국수. 녹색빛 국물에 면과 넓은 해조류 조각이 보인다.사진 Yujinbaek · 크기·형식 변경 · CC BY-SA 4.0

팥칼국수는 새알심 대신 면을 만난 팥물

전북의 팥칼국수는 팥을 삶아 얻은 앙금과 국물에 밀가루 면을 넣어 익히는 음식입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는 반죽도 소개하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하는 방식과 싱건지·묵은 김치를 곁들이는 모습을 설명합니다. 싱건지는 동치미를 가리키는 지역의 말입니다. 짭짤한 멸치 육수나 조개 국물만 떠올리던 사람에게는 팥의 농도가 면을 감싸는 전혀 다른 국수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팥칼국수의 걸쭉함은 면을 끓이기 전부터 팥 국물에 있습니다. 숟가락으로 떠 보았을 때 작은 팥 입자가 느껴지는 정도나 단맛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팥죽처럼 보이더라도 안에 긴 면이 있는지, 둥근 새알심이 있는지를 구분해 메뉴를 고르면 됩니다. 자료는 부안의 팥칼국수를 지역의 사례로 소개하지만, 팥으로 만든 뜨거운 음식이라는 이유로 동짓날에만 먹는 메뉴로 한정하지는 않습니다.

팥칼국수 이야기에 여름의 복죽 풍속이 함께 등장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오늘날 팥죽에서 겨울 동지를 먼저 떠올리더라도 과거에는 여름에 팥죽을 먹던 문화도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오래된 시에 팥죽이 나온다고 해서 그 시기에 지금 모습의 팥칼국수가 있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팥을 먹던 풍속의 역사와 면을 넣는 현재의 음식 형태는 근거가 가리키는 범위를 나눠 읽어야 합니다.

집에서는 팥죽과 면을 따로 준비할 수도

팥을 처음부터 삶을 여건이 없다면 완성된 팥죽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새미네부엌의 간편 팥칼국수는 팥죽에 물을 더해 데우고, 칼국수 면은 별도로 삶아 그릇에 담은 뒤 팥 국물을 붓습니다. 팥물에 생면을 넣고 익히는 지역 음식의 설명과는 다른 가정용 조리 순서입니다. 준비된 팥죽의 농도를 조절하는 냄비와 면을 익히는 냄비를 나눈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이 조리법은 이미 간이 된 팥죽을 사용하므로, 팥을 직접 삶은 무염 국물과 같은 양의 소금·설탕을 다시 넣는 식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사용한 제품의 맛을 먼저 보고 물을 섞은 뒤 최종 간을 맞춥니다. 밤이나 단호박을 곁들이는 예도 있지만, 처음 만들 때는 팥 국물과 익힌 면의 비율부터 잡아 볼 수 있습니다. 단맛을 더할지 김치와 함께 먹을지는 완성된 한 숟가락을 맛본 다음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면을 따로 건질 때 물기를 지나치게 많이 남기면 그릇에 붓는 팥물까지 예상보다 묽어집니다. 반대로 물을 거의 보태지 않은 되직한 팥죽에 면을 많이 담으면 국물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품 한 봉지를 썼다는 사실보다 완성 그릇의 면과 팥 국물 비율을 살펴보세요. 남은 팥죽을 소진하려고 준비한 면을 모두 억지로 넣지 않아도 됩니다.

옛 칼국수가 모두 밀가루 면은 아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규곤시의방』에 나오는 절면을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더해 만드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주방문』에는 메밀가루와 찹쌀 끓인 물을 쓰는 조리법도 나옵니다. 오늘날 흔한 밀가루 칼국수의 배합을 옛 기록에 그대로 덮어씌우면 재료의 차이를 지우게 됩니다. 반죽을 밀어 썬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수백 년 동안 같은 비율의 밀반죽을 먹어 왔다고 적을 수는 없습니다.

고려 시대 자료에서 국수에 관한 기록을 찾는 일과 지금의 칼국수가 그때 시작됐다고 말하는 일도 다릅니다. 국수라는 큰 범주에는 가루와 제면법이 다른 음식이 여럿 들어갑니다. 칼국수의 역사를 읽을 때는 책의 연도에 이어 어떤 가루를 썼고, 면을 어떻게 만들었고, 어디에서 삶았는지까지 보아야 합니다. 오래됐다는 한마디보다 그 세부가 오늘 먹는 그릇과 이어지는 부분과 달라진 부분을 알려 줍니다.

이런 기록의 차이는 특정 지방의 칼국수만 원형이라는 결론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늘의 안동 건진국수와 대구 누른국수, 제주 보말칼국수는 재료와 조리법을 실제로 비교할 때 각자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가장 오래된 이름을 찾는 일과 지금 식당에서 무엇을 주문할지 결정하는 일은 목적이 다릅니다. 식사에서는 면과 국물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고르는 편이 음식의 차이를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한 번 익힌 포장 면은 시간을 새로 본다

열탕면은 뜨거운 물에서 익힌 뒤 차게 헹군 면으로, 가정에서 처음 익히는 생반죽 면과 조리 출발점이 다릅니다. 풀무원이 2023년 발표한 즉석 칼국수는 이러한 공정으로 최종 조리 때 전분이 덜 나오도록 만든 사례입니다. 제품 설명의 짧은 조리 시간을 생칼국수 반죽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생면을 삶는 시간 동안 이미 익힌 면을 계속 끓이는 것은 서로 다른 면을 같은 상태로 취급하는 셈입니다.

냉장 진열대에서 샀다는 사실만으로 생면과 숙면을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포장에 적힌 면의 형태와 조리 순서를 읽고, 함께 든 국물까지 전부 쓰는 제품인지 살펴보세요. 별도로 만들어 둔 육수에 면만 넣으려면 원래 제품의 국물과 물을 넣는 지시를 어떻게 적용할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면은 새 제품으로 바꾸고 물의 양과 시간은 이전 제품의 기억대로 쓰는 습관부터 점검할 만합니다.

남길 국물은 면을 넣기 전에 나눈다

다음 끼니까지 먹을 생각으로 칼국수를 끓인다면, 완성된 면 요리를 통째로 많이 만들기보다 육수를 넉넉히 준비하고 먹을 분량의 면만 익히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조리 전 나눈 육수는 이후에 새 면을 넣어 쓸 수 있고, 처음 식사의 면은 기다리는 시간 없이 먹게 됩니다. 한 냄비에서 면을 모두 익혀 놓은 뒤 다음 끼니에도 처음과 같은 면 상태를 기대하는 것보다 준비 단계에서 분량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이미 조리한 음식이 남았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내처럼 빠르게 식혀 냉장 보관하고 다시 먹을 때 충분히 재가열합니다. 오래 실온에 둔 국수를 물을 넣어 다시 끓이는 것으로 보관 문제까지 해결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긴 시간과 보관 상태가 불확실한 음식을 맛만 보고 판단하는 방식도 피해야 합니다. 면의 식감을 살피는 일에 앞서 조리된 음식의 보관을 챙깁니다.

다시 데울 때에는 바닥에 가라앉은 면을 무리하게 뜯어 올리지 말고 국물을 보태 상태를 살피세요. 새 면을 끓이는 때와 달리 이미 익은 면이 들어 있으므로 한 번 더 오래 졸이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몇 인분을 남겼는지보다 몇 인분을 실제로 먹었는지 기억해 두면 준비량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칼국수의 양은 육수 냄비의 크기보다 바로 먹을 사람 수를 기준으로 잡아 볼 수 있습니다.

국물의 묽기까지 말해 보자

‘진한 칼국수’라는 말만으로는 들깨가 많이 든 되직한 국물을 원하는지, 맑아도 육수 맛이 뚜렷한 국물을 원하는지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메뉴를 고를 때는 조개가 들어가는지, 장을 푸는지, 들깨가 국물에 섞이는지부터 좁혀 보세요. 면을 따로 삶아 주는 집인지도 맑은 국물을 찾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정보입니다. 원하는 맛을 재료와 조리 방식으로 말하면 식당의 설명도 더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다음 칼국수를 끓일 때 바꿔 볼 작업도 하나만 정해 보세요. 같은 육수에서 덧가루를 더 털어 보거나 면을 따로 삶아 보는 식입니다. 여러 재료와 물의 양을 한 번에 바꾸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면을 넣기 전 국물 한 숟가락과 완성된 뒤의 한 숟가락을 비교하면, 그날 냄비에서 면이 국물에 더한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01
칼국수의 옛 기록과 별도로 삶는 조리법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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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해물칼국수의 반죽·육수·고명해외문화홍보원 Korea.net·한국전통음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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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대전 칼국수의 밀가루 유통과 식당별 국물대전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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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안동 건진국수의 콩가루 면과 고명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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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Dak-kalguksu: 닭가슴살 육수와 손국수Maa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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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Deulkkae-kalguksu: 들깨를 갈아 거르는 국물Maang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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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Jangkalguksu: 장칼국수의 된장과 고추장한국관광공사 Visi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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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대관령감자옹심이의 순옹심이·옹칼만평창군 문화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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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제주의 바닷고둥 보말과 음식제주관광공사 Visit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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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옥돔식당 보말·전복 손칼국수 소개제주관광공사 Visit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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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채소를 볶아 끓이는 기본 칼국수샘표 새미네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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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돼지고기를 볶아 만드는 장칼국수샘표 새미네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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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팥죽을 이용하는 간편 팥칼국수샘표 새미네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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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감자옹심이의 생감자와 앙금한국전통지식포탈·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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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먼저 익혀 헹군 열탕 칼국수와 전분 용출풀무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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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조개 해감법샘표 새미네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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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식중독 예방을 위한 가열과 보관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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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팥죽과 칼국수의 만남, 전북 팥칼국수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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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안산 대부도 바지락칼국수의 조리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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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구 누른국수의 반죽과 멸치 육수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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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Bajirak-kalguksu.jpg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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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닭칼국수.jpg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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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베테랑칼국수.jpg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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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Jangkalguksu 20220501 001.jpg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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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Kalguksu with Gamja-Ongsimi 20220430 001.jpg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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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보말칼국수.jpg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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