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째 재운 갈비에는 칼집이 먼저 들어간다

숯불 위 갈비는 뼈보다 고기가 먼저 익는다. 칼집 사이로 간장 양념이 끓고 가장자리의 지방은 불에 떨어져 단내 섞인 연기를 만든다. 귀한 한 짝을 나눠 먹던 가리구이는 어떻게 식당의 대표 메뉴가 됐을까.

숯불에 굽는 양념 소갈비
사진 Brian Johnson & Dane Kantner · CC BY-SA 2.0

갈비의 옛말 가리, 조선 후기 조리서의 가리구이, 평양냉면집과 수원의 갈비집을 거쳐 대중화된 과정을 살핀다. 포를 뜨는 수원식 갈비와 뼈를 가로질러 자른 LA갈비의 차이, 간장 양념과 숯불이 만드는 맛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뼈가 붙은 고기는 왜 더 천천히 먹게 될까

갈비는 살만 발라 먹고 끝나지 않는다. 뼈 가까이에 붙은 얇은 막과 힘줄을 떼어 먹는 동안 한 점의 시간이 길어진다.

뼈 주변의 결합조직은 단단하지만 지방과 함께 구우면 젤라틴처럼 부드러워진다. 살 중앙과 가장자리의 식감이 다른 이유다.

간장 양념은 불 위에서 빠르게 졸아 표면을 반짝이게 한다. 설탕이 많은 양념은 그만큼 타기 쉬워 자주 뒤집게 된다.

갈색 양념이 밴 넓은 고기 사이로 흰 갈비뼈와 검게 그을린 칼집이 보인다. 갈비 접시에서는 색과 윤기에 재료의 익힘과 수분 차이가 남는다. 사진만으로 갈비의 질감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느 부분이 마르고 촉촉한지는 표면에서도 드러난다.

숯에 떨어진 지방의 연기와 간장, 배, 마늘이 익는 단내가 섞인다. 갈비의 첫 냄새에는 주재료뿐 아니라 불에 닿은 양념과 기름, 막 썬 고명까지 겹쳐 있다. 갈비에서는 코에 먼저 닿는 향을 따라가면 익히거나 절이고 섞은 재료의 차이도 드러난다.

갈색 양념이 밴 갈비구이
양념 갈비는 불이 너무 세면 설탕과 배즙이 먼저 탄다. 숯에서 조금 띄워 지방을 녹이고 마지막에 가까이 대야 가장자리에 짙은 갈색이 붙는다.사진 egg (Hong, Yun Seon) · CC BY 2.0

가리구이는 어떤 음식이었을까

가리는 갈비의 옛말이다. 임원십육지와 시의전서 같은 조선 후기 문헌에는 갈비를 손질해 굽는 방식이 전한다.

근대 조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갈비 손질과 양념, 굽는 법이 보다 구체적으로 적혔다. 넓게 포를 뜨고 칼집을 내는 기술이 맛과 모양을 함께 만들었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갈비는 한정되어 잔치나 격식 있는 상에서 귀하게 다뤄졌다. 한 짝 단위로 거래되던 고기를 낱대로 파는 외식은 큰 변화였다.

1930년대 낱대 갈비구이가 외식 메뉴로 등장하고 1950년대 수원의 전문점이 유명해지며 귀한 잔치 고기가 식당 음식으로 확장됐다. 갈비 역사에서 이 변화는 오래된 방식을 없애지 않았지만 조리 시간과 한 끼의 크기, 식당에서 내는 모양을 바꿨다. 갈비의 기록 속 음식과 지금 눈앞의 접시가 완전히 같지 않은 까닭이다.

냉면집에서 낱대 갈비를 팔기 시작했다

1930년대 서울의 평양냉면집에서 냉면과 함께 가리구이를 낱개로 팔았다는 기록이 소개된다. 큰 짝을 사지 않아도 한 대씩 맛볼 수 있었다.

차가운 냉면과 뜨거운 갈비의 조합은 지금도 이어진다. 달고 기름진 고기 뒤에 차가운 육수와 식초가 입안을 씻는다.

외식 메뉴가 되면서 갈비는 손님 앞 불판에서 굽는 음식으로도 자리 잡았다. 연기와 소리, 굽는 순서가 식사의 일부가 됐다.

양념이 불판에서 보글거리고 지방이 숯에 떨어질 때 짧게 불꽃이 솟는다. 갈비 준비 과정에서 나는 소리에는 손과 도구가 움직이는 순서가 담긴다. 갈비 조리에서는 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잦아드는 순간마다 다음 작업이 이어진다.

조리 과정에는 숯불 화로와 석쇠 등이 등장한다. 갈비에 쓰는 도구는 재료를 나누고 모양을 잡고 담는 방식을 바꾼다. 갈비의 크기와 표면도 이 도구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두툼한 갈비와 곁들임
갈비살은 뼈와 평행하게 포를 뜨면 넓고 길게 펼쳐진다. 칼집은 양념이 들어갈 길을 만들고 두꺼운 근섬유를 짧게 끊는다.사진 Kth696586 · CC BY-SA 3.0

수원 왕갈비는 왜 크게 펼쳐질까

수원에서는 갈비뼈에 붙은 살을 길게 포 떠 넓게 펼친 왕갈비가 유명하다. 1940년대 화춘옥이 문을 열고 1950년대 갈비구이를 팔며 이름을 알렸다는 전승이 널리 소개된다.

수원식 갈비는 소금 양념을 쓰는 집과 간장 양념을 쓰는 집이 함께 있다. 소금구이는 고기와 숯 향이 앞에 나고 간장구이는 단맛과 마늘 향이 짙다.

넓은 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면 양념이 안쪽까지 닿고 불판 위에서 고기가 오그라드는 정도도 줄어든다.

맛의 바탕은 소갈비와 간장, 배 또는 설탕, 파와 마늘에서 시작된다. 갈비에서는 같은 재료를 써도 손질과 익히는 순서가 달라지면 단맛과 짠맛, 지방의 무게가 달라진다. 갈비의 맛을 양념의 양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LA갈비의 이름에는 여러 설명이 있다

LA갈비는 갈비뼈를 가로질러 얇게 자른다. 세 개 안팎의 작은 뼈 단면이 한 조각에 나란히 보이며 영어식 절단명 플랭크 컷과 연결된다.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에서 널리 먹어 LA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명과, 측면을 뜻하는 lateral에서 왔다는 설명 등이 있다. 이름의 정확한 경로는 하나로 확정되지 않았다.

얇은 고기는 짧게 재워도 양념이 잘 배고 불판에서 빠르게 익는다. 설날이나 추석에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굽기에도 편하다.

이 음식이 놓이는 곳으로는 수원 갈비촌과 서울의 냉면집, 미국 한인 식탁 등이 있다. 빠르게 먹는 갈비 한 접시와 여러 사람이 나누는 상에서는 양과 온도가 서로 다르다. 갈비 곁에 놓는 반찬과 음료도 그 장소의 생활 리듬을 따른다.

달고 부드러운 살과 질긴 힘줄, 차가운 파채와 뜨거운 고기가 맞물린다. 갈비의 차이는 재료 목록만 읽을 때보다 한입 안에서 더 선명하다. 갈비 한입에서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 마른 겉과 촉촉한 속이 번갈아 들어온다.

석쇠 위 돼지갈비
돼지갈비는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붙여 넓게 손질하기도 한다. 소갈비보다 지방 맛이 가볍고 고추장 또는 간장 양념의 단맛이 분명하다.사진 ayustety (a flickr user) · CC BY-SA 2.0

소갈비와 돼지갈비는 양념의 역할이 다르다

돼지갈비는 실제 갈비살에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붙여 넓게 손질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 분포와 결이 소갈비보다 고르지 않아 칼집과 재움이 중요하다.

고추장 양념은 매운맛과 짙은 색을 더하고 간장 양념은 배·사과·설탕의 단맛을 앞세운다. 돼지 지방은 단맛과 마늘 향을 부드럽게 받는다.

소갈비는 뼈 가까운 고소함과 육향이 강해 소금만으로 굽는 방식도 잘 어울린다. 양념의 세기가 고기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다.

불판에서 막 떼었을 때 지방이 맑게 녹고 식으면 양념과 지방이 표면에서 굳는다. 천천히 먹는 동안 갈비의 온도가 내려가면 향이 약해지거나 또렷해지고 표면과 속의 씹힘도 달라진다. 막 나온 갈비의 한입과 몇 분 뒤의 한입은 같지 않다.

불향은 연기를 많이 낸다고 생기지 않는다

고기 지방이 숯에 떨어지면 향을 가진 연기가 다시 올라와 표면에 붙는다. 검은 그을음이 두껍게 앉는 것과 은은한 숯향은 다르다.

양념이 타면 단맛이 먼저 쓴맛으로 변한다.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마르고 안쪽 지방이 맑게 보일 때 불에서 옮기면 부드러움이 남는다.

석쇠는 열이 직접 닿아 향이 선명하고 무쇠판은 육즙과 양념이 바닥에 남아 촉촉하다. 같은 갈비도 조리 도구가 표면을 바꾼다.

겉면은 끈끈하게 구워지고 속살은 결대로 찢어지며 뼈 가까운 힘줄은 오래 씹힌다. 갈비 한 접시에서 한 가지 질감만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재료마다 수분과 섬유, 지방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갈비 접시에서도 어느 부분을 먼저 집는지에 따라 씹는 시간이 달라진다.

간장의 짠맛과 과일의 단맛 아래 소고기 지방의 고소함과 불향이 놓인다. 갈비에서는 짠맛과 단맛, 산미와 지방의 무게가 한꺼번에 오기보다 순서를 두고 겹친다. 갈비의 첫맛이 지나간 뒤에는 주재료의 단맛이나 고소함이 다시 드러난다.

뼈 단면이 보이는 LA갈비
LA갈비는 갈비뼈를 가로질러 얇게 잘라 작은 원형 뼈가 여러 개 보인다. 짧은 시간에 양념이 배고 불판에서 빨리 익는 절단법이다.사진 donchili · CC BY-SA 2.0

갈비 한 점 곁에는 무엇이 놓일까

파채와 양파절임은 식초와 생채소의 수분으로 지방 맛을 끊는다. 마늘을 함께 구우면 매운 향이 사라지고 단맛이 남는다.

상추쌈에 고기와 장을 모두 넣으면 한입은 커지지만 숯향은 약해진다. 냉면과 먹을 때는 육수의 차가움이 뜨거운 지방을 빠르게 굳힌다.

뼈를 잡고 마지막 살을 떼어 먹을 때 양념보다 고기 향이 진하다. 갈비라는 이름이 뼈에서 시작된 음식임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구운 마늘과 후추 향이 남고 뼈 가까운 지방의 단맛이 천천히 이어진다. 그릇에 남은 갈비의 향에는 처음 코에 닿았던 냄새와 다른 부분이 있다. 갈비의 마지막 향은 혀에 남은 짠맛이나 단맛보다 늦게 느껴져 첫입과 다른 인상을 남긴다. 온도가 내려간 뒤에도 갈비의 향은 한동안 입과 코 사이에 남는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갈비의 옛 문헌 기록과 수원 갈비의 외식사는 한식진흥원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했으며 LA갈비 명칭은 복수의 설을 병기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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