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키’는 러시아식이 아니다, 폴란드 피에로기

희고 매끈한 반달을 갈라보면 감자와 치즈가 나오기도 하고, 양배추와 버섯이 나오기도 한다. 여름에는 붉은 체리즙이 터진다. 폴란드에서 피에로기는 한 가지 소를 넣은 만두가 아니다. 1682년 조리책의 송아지 콩팥부터 ‘루스키’라는 이름의 사연, 크리스마스이브와 여름 과일까지, 얇은 반죽 안에 들어온 시간을 따라갔다.

삶아서 접시에 담은 폴란드 피에로기 루스키에
사진 Aw58 · CC BY-SA 4.0

폴란드 피에로기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감자와 트바루크 치즈, 양배추와 버섯, 고기나 과일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봉한 뒤 삶는 음식이다. 1682년 《Compendium Ferculorum》에 기록된 옛 피에로기, 러시아가 아니라 역사적 루테니아와 연결되는 피에로기 루스키에스 이름, 크리스마스이브의 양배추·버섯 소와 여름 체리 피에로기, 삶거나 팬에 구웠을 때 달라지는 맛과 식감을 살폈다.

반달을 갈라야 속을 안다

피에로기는 접시에 놓였을 때 속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희고 매끈한 반달이 나란히 놓이고, 그 위에 볶은 양파나 사워크림이 올라갈 뿐이다. 하나를 포크로 가르면 그제야 무엇을 넣었는지 드러난다. 반죽 밖으로 새어 나온 냄새도 그때 한꺼번에 올라온다.

가장 익숙한 피에로기 루스키에 안에는 으깬 감자와 트바루크 치즈가 들어 있다. 뜨거운 소는 포슬포슬하면서도 치즈 때문에 촉촉하다. 잘 볶은 양파의 단맛과 후추의 알싸한 맛이 담백한 감자 사이에서 느껴진다. 치즈는 길게 늘어나지 않고 감자와 함께 부드럽게 부서진다.

반죽은 만두피보다 조금 도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에서 막 건진 것은 부드럽고 쫄깃하다. 이를 대면 가장자리가 먼저 살짝 버티다가 끊어지고, 가운데는 소의 수분을 머금어 더 부드럽게 씹힌다. 막 삶았을 때에는 표면에 남은 물기까지 더해져 입안에서 미끄럽게 넘어간다.

같은 반달 안에 잘게 다진 고기가 들어가면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육즙과 볶은 양파의 냄새가 먼저 나고, 마조람이나 후추를 넣은 소에서는 따뜻한 향신료 향도 올라온다. 남은 삶은 고기를 잘게 다져 쓰는 조리법도 이어져 왔다. 국물을 낸 뒤 남은 고기도 양파와 섞으면 새로운 소가 된다.

메뉴판에는 양배추와 버섯, 메밀과 치즈, 과일 피에로기가 함께 적혀 있기도 하다. 모양만 봐서는 짭짤한 한 끼인지 달콤한 후식인지 알기 어렵다. 주문한 접시가 놓인 뒤에도 반달 하나를 열어봐야 답이 나온다. 위에 뿌린 설탕이나 베이컨 조각이 작은 힌트가 되기도 한다.

폴란드어에서 한 개는 pieróg, 여러 개는 pierogi다. 식당에서는 보통 여러 개가 한 접시에 나오므로 복수형인 피에로기가 더 자주 들린다. 한국에서 음식 이름으로 굳어진 말도 이 복수형이다. 한 개만 가리킬 때 pieróg으로 바뀌고, 한 접시를 주문할 때에는 대개 pierogi라고 쓴다.

소스와 허브를 곁들여 접시에 담은 피에로기
삶은 피에로기 루스키에의 표면은 희고 매끈하다. 반달 안에는 으깬 감자와 트바루크 치즈, 볶은 양파가 들어 있어 담백한 반죽 뒤로 짭짤하고 고소한 소가 이어진다.사진 Thomas Quine · CC BY 2.0

1682년 조리책에는 감자가 없었다

폴란드에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조리책은 스타니스와프 체르니에츠키가 1682년에 펴낸 《Compendium Ferculorum》이다. 왕족과 귀족의 큰 식사를 맡던 요리사가 쓴 책으로, 그 안에 피에로기 조리법도 보인다. 궁정에서 큰 연회를 준비하던 방식이 인쇄된 글로 남은 것이다.

그 책의 피에로기는 오늘날의 감자 만두와 다르다. 잘게 썬 송아지 콩팥과 지방, 푸른 잎채소에 육두구를 더한 소가 기록돼 있다. 지금 흔한 감자와 치즈 조합은 아직 등장하지 않는다. 감자는 당시 폴란드 식탁에서 오늘날처럼 흔한 재료가 아니었다.

책에는 달콤한 피에로기도 나온다. 효모를 넣은 반죽에 장미나 엘더플라워로 향을 낸 절임을 채웠다. 옛 피에로기가 모두 희고 매끈한 반달이었던 것도 아니다. 달콤한 소와 짭짤한 소를 썼고 반죽에도 효모를 넣었다.

17세기 폴란드의 상류층 식탁에는 고기와 향신료, 설탕을 한 접시에서 함께 쓰는 요리가 적지 않았다. 육두구 같은 수입 향신료는 값이 비쌌고, 연회 음식은 재료의 풍성함을 드러냈다. 당시 피에로기도 이런 식탁 안에 있었다. 오늘날의 소박한 감자 소와 비교하면 재료와 향부터 크게 다르다.

피에로기의 더 오래된 출발을 두고는 여러 이야기가 전한다. 13세기 성 히아친트가 이 음식을 폴란드에 가져왔다는 전설이 유명하지만 이를 입증할 당시 조리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름이 잔치나 축제를 뜻하던 옛 슬라브어와 이어진다는 설명도 하나의 설이다. 전설과 어원설은 흥미롭지만 1682년의 인쇄 기록처럼 조리 내용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다.

조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오래된 기록은 1682년 책이다. 거기에 적힌 음식은 지금 식당에서 보는 감자 피에로기와 꽤 다르다. 반달 모양이 오래됐더라도 그 안의 재료는 시대마다 바뀌었다. 감자와 치즈가 익숙해진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1682년 폴란드 조리책 콤펜디움 페르쿨로룸 표지
1682년 출간된 《Compendium Ferculorum》은 지금까지 확인된 폴란드 최초의 인쇄 조리책이다. 이 책의 피에로기에는 감자가 아니라 송아지 콩팥과 지방, 향신료가 들어갔다.사진 Unknown author · Public domain

이름은 옛 루테니아를 가리킨다

폴란드 식당에서 pierogi ruskie를 보면 러시아식 피에로기라고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이름의 ruskie는 오늘날의 러시아를 가리키지 않는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걸쳐 있던 역사적 루테니아 지방과 연결된 이름이다. 폴란드어의 ruski와 rosyjski가 가리키는 대상도 서로 다르다.

이 지역은 폴란드어와 우크라이나어를 쓰는 주민, 유대인과 여러 공동체가 오가며 살던 곳이었다. 감자와 신선한 치즈를 섞은 소도 이 국경 지대에서 널리 먹었다. 비싸지 않은 재료로 속을 넉넉히 채울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국경이 바뀌면서 사람들도 대규모로 이동했다. 옛 동부 지역에서 서쪽과 북쪽의 새 영토로 옮겨간 폴란드인들이 음식과 조리법을 함께 가져갔다. 루스키에라는 이름도 전국으로 널리 퍼졌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새로 자리 잡은 도시에서 익숙한 소를 다시 빚었다.

소에는 삶아 으깬 감자와 트바루크를 섞는다. 트바루크는 수분을 뺀 신선 치즈로, 리코타보다 조금 더 잘 부서지고 은근한 산미가 있다. 감자의 포근한 맛 사이로 치즈의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 남는다. 입자가 완전히 곱지 않은 소에서는 작은 치즈 알갱이가 혀에 닿는다.

잘게 썬 양파를 갈색이 날 때까지 볶아 넣으면 단맛과 구운 냄새가 더해진다. 소금과 후추가 간을 잡고, 가게에 따라 마늘이나 허브를 조금 넣기도 한다. 뜨거울 때는 양파 향이 먼저 나고 식으면 치즈의 산미가 더 분명해진다. 굵게 간 후추는 부드러운 감자 속에서 짧게 매운맛을 낸다.

폴란드에서 한때 이 소를 넣은 피에로기를 ‘폴란드식’이라고 부르던 우크라이나 지역의 사례도 전한다. 오늘날 메뉴에 남은 한 단어에는 국경이 움직이기 전의 지명이 숨어 있다. 러시아 음식이라는 뜻으로 번역하면 그 배경이 사라진다. 메뉴판의 짧은 이름이 전쟁 전 국경과 사람들의 이동을 함께 품고 있다.

둥글게 자른 반죽에 감자와 치즈 소를 올리는 피에로기 만들기
둥근 반죽 한가운데 소를 올린 뒤 반으로 접고 가장자리를 눌러 닫는다. 소가 많으면 삶는 동안 터지고, 반죽이 너무 두꺼우면 접힌 가장자리만 질겨진다.사진 Kpalion · CC BY-SA 3.0

크리스마스에는 양배추와 버섯

폴란드의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인 비길리아에는 고기를 넣지 않은 음식이 오른다. 이때 피에로기 속을 채우는 것은 발효 양배추와 숲에서 말려 둔 버섯이다. 한겨울 식탁에서 쉽게 알아챌 만큼 향이 뚜렷하다. 접시가 따뜻해지면 말린 버섯 냄새가 볶은 양파보다 먼저 올라온다.

발효 양배추는 물기를 짜고 잘게 썰어 쓴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맛과 약한 짠맛이 먼저 느껴진다. 오래 볶으면 날카로운 신맛이 누그러지고 양배추의 단맛이 나온다. 물기를 잘 빼면 반죽 안이 축축해지지 않고 가늘게 씹히는 느낌도 남는다.

말린 포르치니 같은 야생 버섯은 물에 불려 다진다. 버섯을 불린 물도 향이 짙어 소나 다른 크리스마스 요리에 조금씩 쓸 수 있다. 볶은 양파와 섞이면 흙내음에 가까운 깊은 향이 양배추 사이에 남는다. 생버섯보다 향이 짙어 소를 조금 넣어도 존재감이 크다.

감자와 치즈 소가 부드럽고 포근하다면 양배추·버섯 소는 씹는 느낌이 더 분명하다. 잘게 썬 양배추가 가늘게 씹히고 버섯 조각은 말랑하다. 사워크림 없이 버터나 볶은 양파만 올려도 속의 향이 충분히 강하다. 버터의 단맛은 발효 양배추의 신맛을 둥글게 만든다.

같은 저녁 식탁에는 우슈카도 놓인다. 이름은 ‘작은 귀’라는 뜻이고, 버섯 소를 넣은 작은 만두를 붉은 비트 수프 바르슈치에 띄운다. 피에로기보다 작고 양 끝을 맞붙여 귀처럼 접는다. 맑고 새콤한 비트 국물에서 작은 만두가 숟가락에 함께 떠오른다.

양배추와 버섯 피에로기는 일 년 내내 식당에서 만날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의미가 달라진다. 가족이 둘러앉아 여러 개를 빚고, 삶은 반달을 큰 접시에 담는다. 겨울 저장 식품이 명절의 중심 음식이 된다. 버섯을 불리고 양배추를 볶는 냄새도 비길리아 준비의 일부다.

양배추와 버섯 소를 넣은 폴란드 크리스마스 피에로기
폴란드의 크리스마스이브 식탁에서는 고기를 쓰지 않은 양배추·버섯 피에로기를 만날 수 있다. 새콤한 발효 양배추와 말린 버섯의 짙은 향이 겨울 음식다운 맛을 낸다.사진 Kgbo · CC BY-SA 4.0

얇은 반죽은 가장자리에서 두꺼워진다

피에로기 반죽의 기본 재료는 밀가루와 따뜻한 물, 소금이다. 달걀이나 기름을 넣는 집도 있지만 모든 조리법이 같지는 않다. 따뜻한 물이 밀가루에 스며들면 반죽이 부드러워지고 밀대로 펴기 쉬워진다. 반죽 자체는 달지 않고 기름지지도 않다. 먼저 느껴지는 맛은 구운 양파나 안쪽 소에서 나온다.

치댄 반죽은 바로 밀지 않고 잠시 덮어 둔다. 처음에는 손을 밀어내듯 단단하던 반죽이 쉬고 나면 한결 부드러워진다. 밀대를 굴릴 때 가장자리가 갈라지지 않고 넓게 펴진다. 손가락으로 눌렀던 자국도 천천히 돌아오며 표면이 매끈해진다.

얇게 편 반죽은 컵이나 둥근 틀로 찍는다. 손바닥보다 작은 원 안에 소를 한 숟가락 올리고 반으로 접는다. 반달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 두 겹이 붙으면서 물결 모양 자국이 남는다. 포크 끝으로 눌러 일정한 줄무늬를 내는 집도 있다.

소를 욕심내면 반죽이 닫히지 않는다. 감자나 고기가 접히는 선에 묻으면 끓는 물에서 틈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가운데에는 소가 넉넉히 들어가도 가장자리만큼은 깨끗해야 한다. 손끝에 밀가루가 너무 많이 묻어도 두 반죽이 잘 붙지 않는다.

접힌 부분은 반죽 두 장이 겹쳐 가운데보다 두껍다. 잘 삶아진 피에로기는 이 가장자리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끊어진다. 가운데는 소의 수분을 받아 촉촉하고, 테두리는 조금 더 쫄깃해 씹는 차이가 생긴다. 손으로 눌러 만든 굴곡마다 버터와 볶은 양파가 조금씩 걸린다.

남은 반죽을 모아 다시 밀면 첫 반죽보다 탄력이 강해진다. 두세 번 이어 붙인 조각은 가장자리로 쓰기 어렵고 쉽게 줄어든다. 많은 양을 빚을 때 반죽을 조금씩 꺼내 쓰고 나머지를 덮어 두는 이유다. 공기에 오래 닿은 조각은 표면부터 말라 접을 때 금이 간다.

작업대에서 피에로기 반죽을 밀고 자르는 모습
반죽은 밀대로 얇게 편 뒤 컵이나 둥근 틀로 자른다. 남은 반죽은 다시 모아 밀 수 있지만 여러 번 치대면 처음보다 뻣뻣해진다.사진 rail fox ( flufftech.net ) · CC0

끓는 물에서 반달이 떠오른다

빚은 피에로기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들어간다. 냄비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반달은 반죽이 익고 안쪽 공기가 데워지면 하나씩 떠오른다. 흰 반달이 물 위로 떠오르면 반죽이 익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숟가락으로 세게 휘젓지 않아도 냄비 안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떠오른 직후 반죽은 아직 단단할 수 있다. 조금 더 익히면 접힌 가장자리까지 부드러워진다. 크기와 반죽 두께, 냉동 여부에 따라 시간이 달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으면 물 온도가 떨어진다. 서로 붙은 반달은 반죽이 익기 전에 떼려다 터질 수도 있다.

구멍 난 국자로 건져 물기를 빼면 표면이 매끈하게 빛난다. 접시에 겹쳐 놓을 때 버터나 기름을 조금 묻히지 않으면 식으면서 서로 달라붙는다. 막 건진 반죽은 부드러워 작은 힘에도 찢어질 수 있다. 넓은 국자로 받치면 접힌 부분이 늘어지지 않고 모양이 남는다.

삶은 피에로기 위에는 버터에 볶은 양파를 자주 올린다. 양파의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볶으면 단맛과 고소한 냄새가 난다. 녹은 버터가 반죽 표면을 감싸고 다진 양파는 접힌 틈에 붙는다. 따뜻한 접시에서는 양파 냄새가 소의 향과 섞인다.

고기나 감자 소에는 베이컨 조각이나 돼지비계로 만든 스크바르키를 곁들이기도 한다. 바삭하게 익힌 조각을 곁들이면 부드러운 반죽과 감자에 짠맛이 더해진다. 사워크림을 더하면 기름진 맛 뒤에 산뜻한 신맛이 남는다. 차가운 크림이 뜨거운 감자 소의 온도도 잠시 낮춘다.

삶은 피에로기의 첫맛은 반죽 때문에 순하다. 씹고 나서야 안쪽의 감자, 치즈, 고기나 양배추 맛이 나온다. 소가 강해도 얇은 밀가루 반죽을 한 번 지나며 맛이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양파나 후추가 많이 든 소도 첫입은 담백하다.

삶은 뒤 팬에서 노릇하게 굽는 피에로기
물에서 건진 피에로기를 팬에 구우면 바닥과 접힌 가장자리가 노릇해진다. 부드러운 윗면은 남고, 기름이 닿은 쪽에는 얇고 바삭한 껍질이 생긴다.사진 Aw58 · CC BY-SA 4.0

팬에 구우면 가장자리가 바삭해진다

물에서 건진 피에로기를 버터나 기름을 두른 팬에 다시 굽기도 한다. 처음부터 굽는 만두가 아니라, 한 번 삶아 부드러워진 반죽에 갈색 면을 더하는 방식이다. 남은 피에로기를 다음 끼니에 데울 때도 잘 어울린다. 냉장고에서 굳은 반죽도 팬의 열을 받으면 다시 부드러워진다.

팬에 닿은 바닥은 금세 노릇해진다. 주걱으로 뒤집으면 한쪽은 매끈하고 희지만 다른 쪽에는 갈색 얼룩이 생겨 있다. 접힌 가장자리는 얇게 바삭해지고 가운데는 여전히 말랑하다. 표면의 작은 물방울이 사라지면서 구운 밀가루 냄새가 난다.

버터를 쓰면 우유의 고소한 향이 반죽에 배고, 기름에 볶은 양파를 함께 넣으면 단맛이 더해진다. 베이컨을 먼저 구운 팬에서는 짭짤한 기름과 훈연 향이 묻는다. 같은 감자 피에로기도 삶아 낸 접시보다 맛이 진하다. 팬 바닥에 눌어붙은 양파 조각은 가장 달고 바삭하다.

겉면이 바삭해도 속의 감자는 뜨겁고 부드럽다. 베어 물면 구운 껍질이 먼저 가볍게 깨지고 바로 포슬포슬한 감자가 나온다. 트바루크의 새콤한 맛과 검게 익은 양파의 단맛도 더 잘 느껴진다. 바삭한 면을 사워크림에 찍으면 금세 촉촉해진다.

너무 센 불에 오래 두면 접힌 부분이 딱딱해지고 안쪽 소는 마를 수 있다. 팬에서 막 꺼냈을 때는 갈색 면에 얇은 바삭함이 있고, 조금 식으면 다시 쫄깃해진다. 삶은 뒤 바로 먹는 것보다 식감 변화가 빠르다. 접시에 오래 두면 구운 면도 속의 수분을 받아 다시 부드러워진다.

폴란드 식당의 메뉴에는 삶은 피에로기와 구운 피에로기를 고를 수 있는 곳도 있다. 속이 같아도 접시는 다르게 기억된다. 삶은 것은 부드러운 반죽과 소의 맛이 먼저 나고, 팬에 구운 것은 구운 냄새와 바삭한 가장자리가 먼저 온다. 같은 속을 넣었어도 꽤 다른 접시처럼 느껴진다.

사워크림을 곁들인 붉은 체리 피에로기
체리 피에로기를 가르면 붉은 과즙이 흰 반죽에 번진다. 사워크림의 산뜻한 맛과 설탕을 조금 곁들이면 새콤한 과일 맛이 더 또렷해진다.사진 Maksym Kozlenko · CC BY-SA 4.0

여름에는 체리즙이 터진다

여름이 오면 피에로기 안에 딸기와 블루베리, 체리가 들어간다. 짭짤한 소를 생각하고 반달을 가르면 붉거나 보라색 과즙이 흰 반죽에 번진다. 폴란드에서는 낯선 변형이 아니라 제철 과일을 먹는 오래된 방식이다. 시장에 베리가 많이 나오는 때면 집에서도 과일 소를 준비한다.

체리는 씨를 빼고 통째로 넣거나 설탕과 섞어 채운다. 삶는 동안 껍질이 터지면 새콤한 즙이 안쪽에 고인다. 한입 베면 따뜻한 과즙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말랑한 과육이 씹힌다. 단맛보다 신맛이 센 체리도 익으면 향이 짙어진다.

블루베리 피에로기는 속이 진한 보라색으로 물든다. 과일의 단맛은 잼처럼 무겁지 않고 산뜻하다. 반죽에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사워크림과 설탕을 위에 조금 뿌리면 후식처럼 먹을 수 있다. 과일이 터진 자리에는 보라색 즙이 접시까지 흐른다.

사워크림은 차갑고 부드럽다. 뜨거운 과일과 만나면 온도 차가 바로 느껴지고, 크림의 새콤한 맛이 체리나 베리의 신맛과 이어진다. 설탕 알갱이는 반죽 위에서 사각거리다가 과즙에 녹는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섞인 뒤에는 부드러운 반죽이 과일 소스를 머금는다.

과일 소는 감자 소보다 물기가 많아 봉하기가 까다롭다. 가장자리에 과즙이 묻으면 반죽이 잘 붙지 않고, 삶는 동안 붉은 즙이 물속으로 새기도 한다. 접시에 멀쩡히 오른 반달을 갈랐을 때 색이 더 선명한 이유다. 삶는 물에 붉은 자국이 보이면 어느 반달이 벌어졌는지도 금방 알 수 있다.

피에로기의 겉모습은 끝까지 비슷하다. 그러나 겨울에는 양배추와 말린 버섯 냄새가 나고, 여름에는 체리즙이 흐른다. 겉은 같은 반달이어도 그 안에는 계절마다 다른 재료가 들어간다. 다음 반달을 가르기 전에는 짭짤한 소와 달콤한 소 중 어느 쪽인지 아직 모른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1682년 조리책의 피에로기와 저자·출판 정보는 비엘코폴스카 디지털도서관의 원문 및 서지 정보로 확인했다. 성 히아친트 전승과 이름의 어원은 문헌으로 입증된 기원과 구분해 적었다. 피에로기 루스키에스의 명칭과 루테니아의 관계는 Culture.pl 자료를, 감자·트바루크 소와 지역 조리 방식은 폴란드 농업농촌개발부의 전통식품 자료를 대조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양배추·버섯 피에로기는 폴란드 관광청의 음식 자료를 확인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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