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라탕집에 들어가면 빈 바구니를 들고 냉장 진열대에서 재료부터 고른다. 청경채 한 줌, 구멍 난 얼린두부, 넓은 중국당면을 담으면 주방에서 익힌 뒤 붉은 국물과 함께 내준다. 쓰촨의 마라탕은 꼬치째 고른 재료를 공동 국물에 익혀 먹던 길거리 음식에 가까웠다. 재료의 무게를 재고 개인 그릇에 담아내는 방식은 하얼빈을 비롯한 중국 동북 지역에서 확산했다. 지금의 마라탕에는 쓰촨식 꼬치 문화와 중국 동북 지역의 1인분 판매 방식이 함께 남아 있다.
마라탕집에서는 재료부터 고른다
마라탕집에서는 주문 전에 냉장 진열대에서 재료를 고른다. 물기를 머금은 청경채와 배추, 주름진 목이버섯, 접힌 푸주와 넓은 당면이 투명한 칸마다 놓인다. 한 그릇에 들어갈 채소와 면, 두부, 고기를 손님이 직접 담는다.
바구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한 그릇의 식감이 달라진다. 얼린두부는 구멍 사이로 매운 국물을 흡수하고, 연근은 끓인 뒤에도 아삭한 중심이 남는다. 굵고 반투명한 분모자는 매끈하고 쫀득하며, 건두부는 얇은 면처럼 부드럽게 씹힌다.
계산대에서는 바구니에 담은 재료의 무게로 가격을 매긴다. 주방은 고른 재료를 한 냄비에 익히고 화자오와 고추기름, 육수와 소스를 더해 한 그릇으로 내놓는다. 화자오의 감귤 껍질 같은 향이 먼저 올라오고, 고추기름의 매운맛 뒤로 뼈 육수의 고소한 맛이 이어진다.
이 주문 방식은 오래된 쓰촨 길거리 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다. 꼬치 수를 세던 음식이 무게를 재는 식사로 바뀌었고, 공동 냄비에서 익던 재료는 개인 그릇에 담겼다. 마라탕이 중국 안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생긴 변화다.

쓰촨에서는 꼬치로 먹었다
마라탕의 출발지는 대체로 쓰촨으로 이야기된다. 그중 러산의 니우화진은 마라탕의 발상지로 자주 불린다. 러산시는 2022년 ‘니우화 마라탕 제작 기술’을 시급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렸고, 지역 계획에도 마라탕 특화 거리를 명시했다.
이 지역의 오래된 방식에서는 채소와 고기, 두부를 가느다란 대나무 꼬치에 꿰었다. 손님이 원하는 꼬치를 고르면 끓고 있는 붉은 국물에 넣어 익혔고, 먹은 뒤에는 빈 꼬치 수로 값을 계산했다. 한 냄비를 둘러싸는 훠궈보다 빠르고, 그릇째 주문하는 국수보다 선택 폭이 넓었다.
강가의 뱃사람과 짐꾼이 돌을 괴어 불을 피우고 쉽게 구한 재료를 매운 국물에 익혔다는 이야기도 널리 전해진다. 다만 당시 조리 장면을 입증할 문헌은 확인되지 않는다.
마라탕은 번듯한 연회 요리보다 거리에서 빠르게 먹는 음식에 가까웠다. 꼬치 하나에는 잎채소 몇 장이나 작은 고기 조각이 꿰였고, 손님은 배고픔과 주머니 사정에 맞춰 개수를 늘렸다. 붉은 국물은 여러 손님의 재료를 차례로 익혔다.
화자오는 고추처럼 맵지 않다
마라탕 국물 위에는 고추기름의 붉은 방울이 뜨고, 그 사이로 잘게 갈린 화자오 껍질이 보인다. 고추를 먹었을 때의 뜨거운 자극과 화자오를 씹었을 때의 저릿함은 비슷해 보이지만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화끈한 열감과 통증을 일으킨다. 화자오의 대표 성분인 하이드록시 알파 산쇼올은 입술과 혀에 미세한 진동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만든다. 관련 신경 연구에서는 산쇼올이 일부 감각신경의 칼륨 통로를 억제해 신호를 일으키는 과정이 확인됐다.
향도 다르다. 마른 화자오 껍질을 비비면 레몬 껍질과 솔잎을 닮은 날카로운 향이 먼저 난다. 기름에 볶으면 날카로운 향이 줄고 고소한 향이 더해진다. 국물을 삼킨 뒤에는 혀 가장자리와 입술의 저릿한 감각이 한동안 이어진다.
마라탕의 매운맛 단계가 높다고 반드시 더 얼얼한 것은 아니다.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늘리면 혀에 닿는 화끈한 자극이 강해진다. 화자오와 화자오 기름을 늘리면 입술과 혀의 얼얼함이 더 오래 지속된다. 두 향신료의 비율에 따라 매운맛과 향이 달라진다.

하얼빈에서는 뼈 육수를 더했다
쓰촨의 마라탕이 중국 동북 지역으로 올라간 것은 1990년대 이후로 설명된다. 하얼빈과 주변 도시에서는 짜고 매운 붉은 국물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다. 소뼈나 돼지뼈를 우린 국물에 마라 양념을 풀고, 참깨장이나 땅콩 계열의 고소한 맛을 더한 방식이 퍼졌다.
뼈 육수와 참깨장이 들어가면서 국물의 맛과 질감이 달라졌다. 입술에는 고추기름이 얇게 묻고, 국물을 넘긴 뒤에는 소뼈나 돼지뼈에서 나온 구수한 맛이 남는다. 참깨장은 국물을 탁하고 걸쭉하게 만들며 마늘과 파 향도 함께 낸다. 매운 자극은 줄고 고소한 맛은 진해졌다.
2003년 하얼빈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양궈푸 같은 브랜드는 이 동북식 마라탕을 프랜차이즈 메뉴로 키웠다. 브랜드마다 조리법은 다르지만 뼈 육수, 개인 그릇, 고를 수 있는 맵기와 소스가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마라탕을 실내 식당에서 한 끼로 먹는 형태가 퍼졌다.
동북식 마라탕에도 화자오와 고추기름, 팔각, 정향, 회향 같은 향신료가 들어간다. 여기에 진한 육수가 더해져 화자오의 상쾌한 향과 고추기름의 매운맛, 참깨장의 고소한 맛이 함께 난다.
무게를 재기 시작한 뒤
현대 마라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계산법이다. 양궈푸 측과 중국 업계 자료는 2009년 무렵 바구니에 담은 재료를 무게로 계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꼬치마다 가격을 붙이거나 정해진 한 그릇을 팔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무게 계산은 진열대의 구성을 바꿨다. 꼬치에 꿰기 어려운 넓은 배춧잎과 얇은 건두부, 크기가 제각각인 버섯도 한 칸씩 놓을 수 있었다. 손님은 고기 한 접시와 채소 한 접시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바구니에 담았다.
손님이 면, 두부, 완자, 채소를 직접 조합하는 방식도 자리 잡았다. 납작한 당면과 둥근 당면, 푸주와 두부피, 새우완자와 피시볼이 나란히 놓였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도 한두 개씩 담아 맛과 식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으로 본 양과 실제 무게는 다를 수 있다. 물기가 많은 채소, 묵직한 면과 얼린 재료는 비슷한 부피라도 저울 숫자가 다르다. 같은 크기의 바구니라도 담은 재료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분모자가 눈에 띄었다
한국의 마라 음식점은 처음부터 번화가 곳곳에 있지 않았다. 서울 대림동과 건대입구처럼 중국인 주민과 유학생이 많은 지역에서 먼저 눈에 띄었고, 이후 대학가와 도심 상권으로 빠르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도 2010년대 후반 이 변화를 ‘마세권’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소개했다.
2019년에는 마라탕의 인기가 온라인 판매량에서도 확인됐다. 정책브리핑이 인용한 온라인 판매 자료에서 마라탕 재료 매출은 전년보다 96배, 마라샹궈 재료는 41배 늘었다. 먹방 영상에서는 붉은 국물에서 길고 굵은 면, 두부와 버섯을 건져 올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한국의 셀프 바에서는 분모자가 특히 인기를 끌었다. 감자나 타피오카 전분을 섞어 만든 굵은 면은 젓가락 사이에서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한입 베어 물면 표면은 매끈하고 속은 단단하게 튕긴다. 고추기름과 참깨장은 면 안으로 깊이 스며들지 않고 표면에 진하게 묻는다.
치즈떡과 소시지, 어묵처럼 한국 분식에서 익숙한 재료도 중국당면과 푸주 옆에 놓였다. 사골 계열 육수와 단계별 맵기, 땅콩소스 추가 덕분에 화자오 향에 익숙하지 않은 손님도 비교적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한국식 마라탕에는 중국 재료와 한국에서 익숙한 재료가 함께 담겼다.
푸주와 목이버섯의 식감
푸주는 두유를 데울 때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을 걷어 말린 식재료다. 마른 상태에서는 단단하고 주름져 있지만 국물에 들어가면 층 사이로 기름을 흡수한다. 씹는 순간 붉은 국물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콩의 고소한 향과 얇은 결이 남는다.
얼린두부는 수분이 얼었다 녹으며 안쪽에 작은 구멍이 생긴다. 젓가락으로 집어 누르면 구멍에 밴 뜨거운 국물이 흘러나온다. 겉은 부드럽고 안쪽은 스펀지처럼 탄력이 있다. 화자오와 참깨장 맛도 두부 안쪽까지 진하게 밴다.
목이버섯은 정반대다. 국물을 많이 흡수하지 않고 표면에 고추기름만 얇게 묻는다. 얇은 가장자리는 오독오독 끊어지고 두꺼운 중심은 탄력 있게 휜다. 연근과 죽순의 아삭한 식감은 부드러운 당면과 확실한 차이를 낸다.
잎채소는 국물의 맛도 바꾼다. 배추는 익으면서 은근한 단맛과 수분을 내고, 쑥갓과 고수의 향은 뜨거운 김과 함께 강하게 난다. 버섯은 감칠맛을 보태고, 기름진 소고기 조각은 국물 표면에 얇은 지방층을 만든다. 채소가 익으며 낸 수분 때문에 마지막 국물은 처음보다 순해진다.
한 냄비에서 익는 속도는 다르다
고른 재료는 한 그릇에 함께 담겨 나오지만 익는 속도는 서로 다르다. 두꺼운 연근과 감자, 단단한 완자는 열이 안쪽까지 닿는 데 시간이 걸린다. 얇은 소고기와 청경채는 늦게 들어가도 금세 색이 바뀐다.
당면은 종류에 따라 국물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넓은 당면은 투명해지면서 부드럽게 늘어나고, 옥수수면은 가늘지만 중심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분모자는 오래 끓이면 겉이 더 미끄러워지지만 굵은 탄력은 비교적 오래 남는다.
너무 오래 끓인 잎채소는 줄기가 풀리고 풋향이 줄어든다. 반대로 푸주와 얼린두부는 조금 더 오래 끓일수록 국물을 많이 흡수한다. 한 그릇 안에서도 연근은 아삭하고, 당면은 부드러우며, 분모자는 쫀득하게 씹힌다.
완성된 그릇에서도 국물의 농도는 달라진다. 뜨거운 국물 속 당면은 천천히 부풀고, 고추기름 아래의 참깨장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처음에는 표면의 맑고 매운 국물이 떠지지만 그릇을 저으면 참깨장과 땅콩소스가 풀려 국물이 더 탁하고 걸쭉해진다.
바구니에 담긴 질감
국물을 많이 흡수하는 재료는 푸주와 얼린두부, 건두부다. 아삭한 식감은 연근과 죽순, 목이버섯에서 남고, 길게 늘어나는 탄력은 넓은 당면과 분모자에서 두드러진다. 무게가 비슷한 바구니라도 어떤 재료를 담았는지에 따라 한 그릇의 식감이 달라진다.
배추와 버섯을 많이 담은 그릇은 끓이는 동안 수분과 단맛이 늘고, 소고기와 완자가 많으면 국물 표면의 기름과 짠맛이 진해진다. 참깨장이나 땅콩소스가 들어가면 붉은 국물은 탁해지고 매운 자극 뒤에 고소한 맛이 길게 남는다.
훠궈와 마라샹궈는 다른 식사다
마라탕과 훠궈는 비슷한 향신료와 재료를 쓰지만 조리하고 먹는 방식은 다르다. 훠궈는 여러 사람이 냄비를 가운데 놓고 날것의 재료를 조금씩 익힌다. 마라탕은 주방에서 모든 재료를 익힌 뒤 개인 그릇에 담아 낸다.
훠궈는 각 재료를 익힌 직후 건져 별도의 소스에 찍어 먹는다. 마라탕은 채소와 면, 고기가 한 국물에서 함께 익으며 서로 낸 수분과 지방이 섞인다. 배추의 단맛과 소고기의 기름이 국물에 더해지고, 푸주와 당면에는 그 국물이 배어든다.
마라샹궈에는 마라탕처럼 국물이 남지 않는다. 데친 재료를 마라 양념과 센 불에 볶아 표면에 기름과 향신료를 직접 묻힌다. 국물에 희석되지 않은 짠맛과 고추 향이 강하고, 연근과 감자 가장자리에는 노릇하게 볶인 향이 난다.
같은 재료를 골라도 조리법에 따라 식감과 양념 농도가 달라진다. 마라탕의 당면은 뜨거운 국물 속에서 미끄럽고 부드러우며, 마라샹궈의 당면은 소스가 진하게 달라붙어 더 끈끈하다. 훠궈의 당면은 건지는 시점에 따라 꼬들한 정도가 달라진다.
쓰촨에서 한국까지
마라탕은 같은 국물과 맵기 단계를 골라도 담은 재료에 따라 맛과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 목이버섯과 연근이 많으면 아삭한 식감이 남고, 넓은 당면과 분모자를 담으면 쫀득한 식감과 전분기가 국물에 더해진다.
쓰촨에서는 꼬치 수로 값을 계산했지만 중국 동북 지역에서는 재료의 무게를 재는 방식이 퍼졌다. 한국의 진열대에는 치즈떡과 어묵 같은 재료가 추가됐다. 오늘날 한국의 마라탕에는 쓰촨의 마라 양념, 동북식 뼈 육수,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재료가 함께 담긴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마라탕의 기원에는 러산 니우화설과 강변 노동자설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러산시의 공식 자료와 중국 언론은 쓰촨 지역의 음식이라는 큰 흐름을 뒷받침하지만, 최초의 한 그릇을 입증하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의 무게 계산 방식은 해당 업체의 창업 자료와 업계 보도를 함께 참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