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슈카에서는 달걀을 뒤집지 않는다

샥슈카 냄비에서는 달걀을 뒤집지 않는다. 고추와 토마토를 오래 볶은 붉은 소스에 홈을 내고 달걀을 깨뜨린 뒤 뚜껑을 닫는다. 흰자는 수증기에 굳고 노른자는 빵을 찍어 먹을 만큼 묽게 남는다.

달걀을 익힌 붉은 샥슈카
사진 HaJunkiyada · CC BY-SA 4.0

튀니지와 마그레브에서 이어진 샥슈카의 조리 계보, 아메리카산 토마토가 북아프리카 식탁에 정착한 과정, 하리사와 달걀이 만드는 매운맛과 질감을 살핀다.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고 익히는 법

샥슈카를 만들 때 달걀은 마지막에 들어간다. 걸쭉해진 토마토소스에 숟가락으로 홈을 파고 그 안에 달걀을 깨뜨린다.

뚜껑을 덮으면 아래에서는 소스의 열, 위에서는 수증기가 흰자를 익힌다. 팬을 뒤집을 일이 없어 노른자의 둥근 모양이 남는다.

불에서 내린 뒤에도 무거운 팬의 열은 계속 달걀을 익힌다. 식탁에 도착했을 때 노른자를 묽게 남기려면 그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짙은 붉은 소스 위에 흰 달걀과 윤이 나는 노른자가 둥글게 놓인다. 샥슈카 접시에서는 색과 윤기에 재료의 익힘과 수분 차이가 남는다. 사진만으로 샥슈카의 질감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느 부분이 마르고 촉촉한지는 표면에서도 드러난다.

익은 토마토와 마늘, 고추기름, 큐민과 캐러웨이 향이 따뜻하게 올라온다. 샥슈카의 첫 냄새에는 주재료뿐 아니라 불에 닿은 양념과 기름, 막 썬 고명까지 겹쳐 있다. 샥슈카에서는 코에 먼저 닿는 향을 따라가면 익히거나 절이고 섞은 재료의 차이도 드러난다.

철팬에 담긴 샥슈카
샥슈카는 달걀노른자를 완전히 가리지 않는다. 붉은 토마토소스 사이에 흰자가 굳고, 노른자는 숟가락이나 빵을 대면 천천히 흐른다.사진 HaJunkiyada · CC BY-SA 4.0

토마토가 오기 전에는 무엇을 섞었을까

토마토와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과 지중해로 건너온 작물이다. 지금 샥슈카의 붉은색을 아주 먼 고대부터 이어진 모습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이유다.

마그레브에는 오래전부터 채소와 향신료를 한데 볶는 조리법이 있었다. 토마토와 고추가 널리 재배되면서 붉은 소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샥슈카의 정확한 최초 조리법을 한 지역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튀니지와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에서 서로 다른 채소와 고기를 넣은 변형이 이어진다.

아메리카에서 건너온 토마토와 고추가 지중해 남쪽에 정착해 기존 채소 볶음과 결합했고, 북아프리카 유대인의 이주를 통해 이스라엘 식당과 세계의 브런치 메뉴로 넓어졌다. 샥슈카 역사에서 이 변화는 오래된 방식을 없애지 않았지만 조리 시간과 한 끼의 크기, 식당에서 내는 모양을 바꿨다. 샥슈카의 기록 속 음식과 지금 눈앞의 접시가 완전히 같지 않은 까닭이다.

튀니지에서는 하리사가 들어간다

튀니지식 샥슈카에는 하리사가 자주 들어간다. 말린 고추와 마늘, 소금, 캐러웨이와 고수씨를 갈아 기름에 갠 양념이다.

생고추의 날카로운 매운맛과 달리 하리사는 마른 고추의 단맛과 향신료 냄새가 짙다. 기름에 볶으면 붉은 색소와 향이 소스 전체로 퍼진다.

메르게즈 소시지나 감자, 잠두를 넣는 집도 있다. 달걀 하나로 끝나는 가벼운 팬과 고기가 든 저녁 냄비의 무게가 다르다.

뚜껑을 열면 소스 가장자리에서 작은 기포가 터지고 빵이 팬 바닥을 긁는 마른 소리가 난다. 샥슈카 준비 과정에서 나는 소리에는 손과 도구가 움직이는 순서가 담긴다. 샥슈카 조리에서는 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잦아드는 순간마다 다음 작업이 이어진다.

조리 과정에는 낮고 넓은 철팬 또는 타진 등이 등장한다. 샥슈카에 쓰는 도구는 재료를 나누고 모양을 잡고 담는 방식을 바꾼다. 샥슈카의 크기와 표면도 이 도구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빵을 곁들인 샥슈카
넓은 팬은 소스의 수분을 빠르게 날리고 달걀을 서로 떨어뜨려 익히기 쉽다. 팬째 식탁에 올리면 가장자리 소스는 계속 졸아든다.사진 HaJunkiyada · CC BY-SA 4.0

소스의 물기는 어디까지 줄일까

토마토를 막 넣은 팬은 묽고 신맛이 강하다. 중불에서 졸이면 수분이 날아가고 양파의 단맛과 토마토의 감칠맛이 모인다.

너무 묽으면 달걀이 소스 아래로 가라앉고 흰자가 퍼진다. 너무 마르면 빵으로 찍어 먹을 국물이 없고 팬 바닥이 쉽게 탄다.

주걱으로 팬 바닥을 그었을 때 길이 잠깐 남았다가 천천히 메워지는 정도면 달걀 자리를 만들기 쉽다.

맛의 바탕은 토마토와 고추, 양파, 마늘, 하리사 또는 큐민·캐러웨이, 달걀에서 시작된다. 샥슈카에서는 같은 재료를 써도 손질과 익히는 순서가 달라지면 단맛과 짠맛, 지방의 무게가 달라진다. 샥슈카의 맛을 양념의 양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큐민 향은 뜨거운 기름에서 열린다

큐민과 캐러웨이 씨는 기름에 닿으면 흙과 감귤 껍질을 닮은 향을 낸다. 가루 향신료는 타기 쉬워 양파가 익은 뒤 짧게 볶는다.

마늘은 오래 볶으면 쓴맛이 나므로 토마토를 넣기 직전에 더하는 경우가 많다. 파프리카는 붉은색과 단맛을 보탠다.

향신료 양이 많다고 샥슈카다운 것은 아니다. 토마토와 달걀 냄새가 남아 있어야 팬 전체가 무겁지 않다.

이 음식이 놓이는 곳으로는 튀니지와 마그레브의 가정, 이스라엘과 중동의 아침 식탁 등이 있다. 빠르게 먹는 샥슈카 한 접시와 여러 사람이 나누는 상에서는 양과 온도가 서로 다르다. 샥슈카 곁에 놓는 반찬과 음료도 그 장소의 생활 리듬을 따른다.

거칠게 으깬 토마토와 매끈한 노른자, 뜨거운 소스와 담백한 빵이 만난다. 샥슈카의 차이는 재료 목록만 읽을 때보다 한입 안에서 더 선명하다. 샥슈카 한입에서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 마른 겉과 촉촉한 속이 번갈아 들어온다.

토마토와 달걀 샥슈카
납작한 빵은 샥슈카의 수저처럼 쓰인다. 노른자와 토마토, 고추기름을 한 번에 떠 올리면 부드러움과 산미, 매운맛이 함께 온다.사진 HaJunkiyada · CC BY-SA 4.0

빵 한 조각이 숟가락이 된다

샥슈카 곁에는 피타나 쿠브즈 같은 빵이 놓인다. 가장자리를 찢어 노른자와 소스를 함께 떠 먹는다.

처음에는 달걀 가운데를 찍어 부드러운 맛을 보고, 뒤로 갈수록 팬 가장자리의 졸아붙은 소스가 섞인다. 같은 팬에서도 한입의 농도가 계속 바뀐다.

빵의 마른 표면은 고추기름을 흡수하고 속살은 토마토 수분을 머금는다.

팬째 내면 가장자리는 끓고 가운데 노른자는 따뜻한 정도여서 한 냄비 안의 온도가 다르다. 천천히 먹는 동안 샥슈카의 온도가 내려가면 향이 약해지거나 또렷해지고 표면과 속의 씹힘도 달라진다. 막 나온 샥슈카의 한입과 몇 분 뒤의 한입은 같지 않다.

북아프리카에서 브런치 식탁으로

북아프리카 유대인 공동체가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 샥슈카도 함께 이동했다. 값이 비교적 저렴한 토마토와 달걀로 한 팬을 채울 수 있어 식당과 노동자의 식사에 자리 잡았다.

이후 이스라엘식 아침 식사와 세계의 브런치 메뉴로 알려지며 페타치즈와 시금치, 아보카도를 올린 변형이 늘었다.

치즈를 넣으면 짠맛과 유지방이 커지고, 초록 채소를 넣으면 토마토의 산미가 조금 가벼워진다.

흰자는 가장자리에서 탄력 있고 노른자는 묽게 흘러 거친 토마토 조각을 부드럽게 감싼다. 샥슈카 한 접시에서 한 가지 질감만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재료마다 수분과 섬유, 지방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샥슈카 접시에서도 어느 부분을 먼저 집는지에 따라 씹는 시간이 달라진다.

토마토의 새콤한 단맛과 고추의 매운맛, 달걀의 고소함이 중심을 이룬다. 샥슈카에서는 짠맛과 단맛, 산미와 지방의 무게가 한꺼번에 오기보다 순서를 두고 겹친다. 샥슈카의 첫맛이 지나간 뒤에는 주재료의 단맛이나 고소함이 다시 드러난다.

고추와 향신료가 든 샥슈카
하리사를 넣은 소스에는 마른 고추와 마늘, 캐러웨이·고수씨 향이 밴다. 달걀의 지방과 흰자의 담백함이 그 열감을 잠시 낮춘다.사진 HaJunkiyada · CC BY-SA 4.0

팬 바닥의 마지막 소스

샥슈카는 달걀이 가장 예쁠 때 상에 오지만 맛은 팬 바닥에서 더 짙어진다. 열을 오래 받은 토마토가 달고 끈끈하게 눌어붙는다.

노른자가 모두 섞인 가운데는 부드럽고, 가장자리는 하리사와 마늘 향이 진하다. 빵 한 조각으로 두 부분을 함께 긁으면 맛의 차이가 선명하다.

빈 팬에는 붉은 기름 자국과 빵이 지나간 선만 남는다.

하리사의 마늘과 향신료, 팬 바닥에 졸아든 토마토의 단맛이 남는다. 그릇에 남은 샥슈카의 향에는 처음 코에 닿았던 냄새와 다른 부분이 있다. 샥슈카의 마지막 향은 혀에 남은 짠맛이나 단맛보다 늦게 느껴져 첫입과 다른 인상을 남긴다. 온도가 내려간 뒤에도 샥슈카의 향은 한동안 입과 코 사이에 남는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샥슈카의 기원은 북아프리카 여러 지역의 전승을 함께 소개하고, 토마토와 고추의 전파 및 하리사 문화는 공공기관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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