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아삼락사의 생선과 타마린드, 말라카 뇨냐락사의 코코넛 밀크, 카통의 짧은 쌀면과 쿠칭 사라왁락사의 새우 육수를 따라간다. 락사잎과 붕아 칸탄, 헤코와 블라찬이 국물에서 내는 냄새와 맛, 조호르에서 스파게티를 쓰는 락사까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한 이름 아래 두 국물
락사 두 그릇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음식이라는 말부터 의심스럽다. 페낭 아삼락사는 갈색이고 생선 살이 떠 있다. 말라카와 싱가포르의 코코넛 락사는 붉은 주황색이며 표면에 작은 기름방울이 맺힌다.
아삼락사에 숟가락을 넣으면 고등어나 정어리류의 살이 국물과 함께 따라온다. 타마린드의 신맛이 먼저 혀를 당기고 고추의 매운맛이 곧 올라온다. 국물은 묽어 보여도 잘게 풀린 생선 때문에 거친 느낌이 있다.
코코넛 락사는 첫맛이 더 부드럽다. 코코넛 밀크의 은근한 단맛 뒤로 말린 새우와 피시소스의 짠맛이 이어지고, 볶은 고추와 레몬그라스 냄새가 코 가까이 올라온다. 붉은색만 보고 아주 매울 거라 예상하면 국물의 고소함이 먼저 느껴질 수 있다.
고명도 다르다. 페낭의 그릇에는 차가운 오이와 양파, 파인애플, 민트가 올라간다. 코코넛 국물에는 새우와 어묵, 조개, 튀긴 두부와 숙주가 자리를 잡는다.
면은 더 자유롭다. 굵고 매끈한 쌀면, 가는 쌀국수, 노란 밀면을 쓰며 두 종류를 한 그릇에 섞는 가게도 있다. 사라왁에서는 가는 쌀국수가 국물보다 눈에 덜 띄고, 카통에서는 굵은 쌀면을 짧게 잘라 낸다.
뜨거운 국물과 차가운 고명이 한 그릇에 들어오는 방식도 아삼락사의 인상을 바꾼다. 파인애플은 달고 시며 오이는 찬 수분을 낸다. 조금 전까지 뜨거웠던 면을 씹다가 양파 한 조각이 아삭하게 끊어진다.
코코넛 락사의 튀긴 두부는 반대다. 겉은 부드럽고 가벼운데 깨무는 순간 안에 밴 뜨거운 국물이 나온다. 매끈한 어묵과 탱탱한 새우, 부드럽게 끊어지는 면이 그 뒤를 잇는다.
‘락사’라는 이름은 특정한 국물 하나를 약속하지 않는다. 어느 도시의 락사인지에 따라 생선의 신맛이 중심이 되기도 하고, 코코넛과 새우의 고소하고 짭짤한 국물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락사의 첫 장면은 면보다 국물 색이다. 갈색 그릇과 붉은 그릇 사이에는 항구 도시와 이주, 집집마다 갈아 쓴 향신료가 놓여 있다.

항구에서 만난 면과 향신료
말라카와 페낭, 싱가포르는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잇는 항로의 항구였다. 중국과 인도, 말레이제도 여러 지역에서 온 상인과 이주민이 머물렀고, 시장에는 면과 코코넛, 건어물과 향신료가 함께 놓였다.
싱가포르 국가유산위원회는 말라카에 정착한 중국계 이주민이 중국식 재료와 조리법에 현지 향신료를 결합하며 뇨냐 음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락사는 이 교류에서 나온 음식 가운데 하나로 소개된다.
면을 삶아 국물에 담는 방식에는 중국계 식문화의 흔적이 보인다. 그 국물에는 말레이 지역에서 흔한 코코넛 밀크와 레몬그라스, 갈랑갈, 강황, 말린 새우와 새우 페이스트가 들어갔다.
향신료는 통째로 물에 넣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샬롯과 마늘, 고추, 레몬그라스와 갈랑갈을 곱게 갈아 렘파라는 페이스트를 만들고 기름에 천천히 볶았다. 생재료의 매운 냄새가 줄어들면 붉은 기름과 단맛이 나온다.
페라나칸 가정의 조리법은 한 지역에서도 같지 않았다. 남쪽에서는 코코넛 밀크를 넉넉히 쓴 국물이 퍼졌고, 말레이반도 북쪽에서는 생선과 타마린드의 신맛이 강한 아삼락사가 자리 잡았다.
집에서 끓이던 국물은 노점과 커피숍으로 나왔다. 큰 냄비에 국물을 두고 주문을 받으면 면을 데친 뒤 고명을 올렸다. 싱가포르의 호커 문화가 성장하면서 락사도 여러 사람이 짧은 시간에 먹는 한 그릇이 됐다.
노점에서는 국물과 면, 고명을 따로 준비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면을 뜨거운 물에 다시 데우고 그릇에 옮긴 뒤 큰 냄비의 국물을 붓는다. 새우와 어묵, 두부를 마지막에 올려 면은 뜨겁고 고명은 지나치게 익지 않는다. 막 나온 그릇에는 뜨거운 면과 상온의 고명 사이에 온도 차이도 남는다.
락사라는 이름의 어원에는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 남아시아의 면 이름에서 왔다는 설명이 함께 전한다. 초기 기록이 부족해 어느 설명도 정설로 굳지는 않았다.
최초의 락사를 만든 한 사람도 알려져 있지 않다. 항구와 가정, 노점에서 재료가 달라질 때마다 국물과 면이 바뀌었다. 이름은 남았지만 그릇은 도시마다 달랐다.
페낭에서는 생선을 풀어 넣는다
페낭 아삼락사의 냄비에는 먼저 생선이 들어간다. 고등어나 정어리류를 삶고 살을 발라낸 뒤 육수에 다시 풀어 넣는다. 뼈는 걸러지지만 부서진 살결은 국물에 남는다.
생선 살이 많으면 국물은 묽은 수프보다 거친 죽처럼 보인다. 숟가락 바닥에 작은 살점이 가라앉고, 굵은 쌀면 표면에도 살이 달라붙는다. 씹을 때는 면보다 생선 결이 먼저 부서질 때도 있다.
‘아삼’은 신맛을 내는 재료나 신맛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 락사에서는 타마린드 과육을 물에 풀어 넣는다. 갈색 과육에서 나온 신맛은 레몬처럼 가볍게 사라지지 않고 혀 양옆에 오래 남는다.
고추와 레몬그라스, 갈랑갈도 함께 끓인다. 생선 냄새 사이로 레몬그라스의 밝은 향이 나고, 갈랑갈은 생강보다 마르고 알싸한 냄새를 보탠다. 국물이 뜨거울수록 이 냄새가 더 빠르게 올라온다.
굵은 쌀면은 둥글고 표면이 미끄럽다. 오래 씹으면 쫀득하기보다 부드럽게 끊어지고, 매끈한 면 사이에 잘게 부서진 생선과 민트 잎이 붙는다. 젓가락으로 들면 국물은 떨어져도 생선 살은 남는다.
뜨거운 국물 위에는 붉은 양파와 오이, 파인애플을 가늘게 썰어 올린다. 양파는 매콤하고 오이는 아삭하며 파인애플은 단맛과 신맛을 함께 낸다. 세 재료가 생선과 타마린드의 무거운 신맛을 조금씩 바꾼다.
민트와 붕아 칸탄도 빠지지 않는다. 붕아 칸탄은 토치진저의 꽃봉오리다. 가늘게 썰어 씹으면 생강을 닮은 알싸함과 꽃잎의 풋내가 함께 난다.
검고 걸쭉한 헤코를 국물 위에 얹는 가게도 많다. 새우를 발효해 만든 페이스트지만 블라찬보다 달고 끈적하다. 조금만 풀어도 생선 국물에 짠 냄새와 당밀을 닮은 단맛이 더해진다.
헤코가 한곳에 뭉쳐 있으면 첫 숟가락과 마지막 숟가락의 맛이 크게 다르다. 검은 페이스트가 풀린 쪽은 달고 짜며 새우 냄새가 짙다. 반대편은 타마린드의 신맛과 민트 향이 더 또렷하다.
페낭 관광 자료에 적힌 한 그릇도 굵은 쌀면과 생선 국물, 양파·오이·파인애플·고추·민트·토치진저, 헤코로 이어진다. 코코넛 밀크 없이도 생선 살과 페이스트 때문에 맛은 가볍지 않다.

코코넛 국물은 향신료부터 볶는다
말라카의 뇨냐락사와 싱가포르의 카레락사는 붉은 향신료 페이스트에서 시작한다. 지역과 가게에 따라 이름을 카레락사나 락사 르막으로 달리 쓰며, 둘의 경계가 메뉴마다 똑같지는 않다.
샬롯과 마늘, 고추, 레몬그라스, 갈랑갈, 강황과 말린 새우를 갈아 렘파를 만든다. 칼로 잘게 다지는 집도 있고 절구나 전동 분쇄기를 쓰는 곳도 있다. 곱게 갈수록 국물 안에 큰 향신료 조각이 덜 남는다.
렘파를 기름에 볶으면 처음에는 생마늘과 샬롯의 매운 냄새가 강하다. 시간이 지나 수분이 날아가면 냄비 가장자리에 붉은 기름이 보이고 향은 고소해진다. 이 단계를 짧게 끝내면 국물에서 생고추 맛이 거칠게 남는다.
볶은 페이스트에 새우나 닭 육수를 붓고 코코넛 밀크를 더한다. 흰 코코넛 밀크가 붉은 기름과 섞이면서 국물은 주황색으로 바뀐다. 오래 세게 끓이면 기름이 갈라질 수 있어 불을 낮춰 이어 간다.
코코넛 밀크는 매운맛을 없애지 않는다. 처음에는 부드럽고 은근히 달지만 삼킨 뒤 고추의 열감이 남는다. 말린 새우와 피시소스가 단맛 아래에서 짠맛과 구수한 냄새를 붙잡는다.
튀긴 두부인 타우폭은 속이 스펀지처럼 비어 있다. 국물에 잠기면 작은 구멍마다 코코넛 국물이 들어간다. 바로 깨물면 겉보다 안쪽에서 더 뜨거운 국물이 터져 나온다.
어묵은 매끈하고 탱탱하며 새우는 단단하게 씹힌다. 삶은 달걀의 노른자는 국물에 닿아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풀린다. 조개가 들어가면 작은 살을 씹은 뒤 바다 냄새와 짠맛이 남는다.
흰 쌀국수와 노란 밀면을 함께 쓰는 그릇도 있다. 쌀국수는 국물을 빨리 머금고 부드럽게 끊어진다. 노란 면은 조금 더 탄력이 있어 같은 숟가락 안에서도 씹는 시간이 다르다.
숙주는 면 사이에서 아삭하고 오이는 차가운 수분을 낸다. 잘게 썬 락사잎에서는 후추와 감귤 껍질을 닮은 향이 올라온다. 코코넛의 고소한 냄새 뒤를 허브가 짧게 끊는다.
국물이 조금 식으면 단맛과 짠맛이 더 분명해진다. 뜨거울 때 강했던 레몬그라스 향은 누그러지고, 두부와 면에 밴 새우 맛이 앞에 나온다. 마지막에는 그릇 바닥의 붉은 기름과 말린 새우 가루가 숟가락에 함께 잡힌다.
삼발을 곁들이는 가게에서는 같은 냄비의 국물도 그릇마다 매운맛이 달라진다. 붉은 삼발이 덜 풀린 첫 부분은 코코넛 맛이 부드럽고, 고추와 새우 페이스트가 모인 쪽은 짜고 맵다. 조개가 들어간 그릇에는 삼발의 발효 냄새가 더 짙게 겹친다.

카통에서는 면을 짧게 자른다
싱가포르 동부 카통과 주치앗에는 20세기 초 여러 페라나칸 가정이 자리 잡았다. 이 지역의 락사는 코코넛 밀크와 말린 새우를 넣은 붉은 국물, 굵은 쌀면으로 알려졌다.
카통락사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장면은 면의 길이다. 굵은 쌀면을 미리 짧게 잘라 그릇에 담는다. 젓가락으로 길게 들어 올릴 면이 없을 만큼 짧은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 자료도 카통락사의 짧은 쌀면과 숟가락을 따로 소개한다. 일부 가게에서는 젓가락 없이 숟가락만 낸다. 한 숟갈에 면과 국물, 어묵 한 조각이 함께 들어온다.
면을 짧게 자르면 좁은 호커 좌석에서도 먹기가 간단하다. 국물 위로 면을 높이 들어 올리지 않아 붉은 방울이 옷이나 테이블에 덜 튄다. 두꺼운 면도 숟가락 가장자리에서 쉽게 끊어진다.
국물에는 말린 새우를 갈아 넣어 작은 입자가 남는다. 코코넛 밀크는 부드럽지만 국물은 완전히 매끈하지 않다. 혀에는 고운 새우 가루와 삼발의 고추씨가 닿는다.
고명으로는 새우와 어묵, 조개가 자주 올라간다. 조개 살은 작고 쫄깃하며 어묵은 부드러운 면보다 오래 씹힌다. 락사잎을 잘게 썰어 뿌리면 코코넛 냄새 사이로 풋향이 난다.
카통에는 원조를 내세우는 가게가 여럿 있었다. 어느 가게가 먼저였는지 가를 기록은 충분하지 않다. 짧은 면과 숟가락이라는 조합은 카통이라는 지역 이름과 함께 널리 퍼졌다.
카통 밖의 싱가포르 호커센터에서도 이 방식의 락사를 쉽게 만난다. 면을 뜨는 첫 숟가락부터 코코넛 국물과 새우 맛이 함께 들어오므로 국물만 따로 마실 때보다 맛이 진하다.
마지막 숟가락에는 짧은 면과 잘게 부서진 어묵, 가라앉은 향신료가 모인다. 긴 면을 다 먹은 뒤 국물이 남는 다른 국수와 달리, 카통락사는 면과 국물이 비슷한 속도로 줄어든다.

락사잎과 붕아 칸탄의 냄새
락사잎은 말레이어로 다운 케숨이라고 부른다. 한국 식재료 시장에서는 베트남고수라는 이름으로도 보이지만 일반 고수와 생김새가 다르다. 잎은 길고 좁으며 가장자리가 매끈하다.
생잎을 손가락으로 비비면 풋내 뒤에 후추 같은 알싸함이 난다. 감귤 껍질이나 민트를 떠올리는 냄새도 섞인다. 일반 고수의 비누 같은 향보다 더 맵고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다.
코코넛 락사에서는 잎을 가늘게 썰어 마지막에 뿌린다. 오래 끓인 잎보다 생잎의 향이 선명하다. 뜨거운 국물에 닿으면 숨이 금방 죽지만 씹을 때는 줄기의 풋향이 남는다.
붕아 칸탄은 토치진저 꽃을 가리킨다. 요리에 쓰는 부분은 주로 활짝 피기 전의 단단한 꽃봉오리다. 바깥은 분홍빛이나 붉은빛이고 속은 희고 촘촘하다.
꽃봉오리를 얇게 썰면 아삭한 결이 남는다. 향은 장미처럼 달기보다 생강과 레몬 껍질에 가까우며, 씹은 뒤 약한 꽃 향이 따라온다. 페낭 아삼락사의 생선 냄새와 타마린드 신맛 사이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새우 페이스트도 한 종류가 아니다. 블라찬은 새우를 발효해 단단하게 만든 페이스트로 짠맛과 발효 냄새가 강하다. 향신료와 함께 볶으면 날카로운 냄새가 줄고 구운 새우처럼 고소해진다.
페낭 아삼락사에 올리는 헤코는 더 검고 끈적하며 단맛이 있다. 같은 새우 발효 재료라도 블라찬은 국물 바탕의 짠맛을 만들고, 헤코는 완성된 그릇 위에서 달고 짠 맛을 더한다.
락사의 냄새는 코코넛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말린 새우와 블라찬, 락사잎과 붕아 칸탄, 레몬그라스와 갈랑갈이 뜨거운 국물에서 서로 다른 순간에 올라온다.

쿠칭의 락사는 아침에 나온다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의 쿠칭에서는 락사를 아침부터 파는 커피숍이 많다. 가는 쌀국수와 새우, 닭고기, 달걀지단을 담은 그릇이 진한 현지 커피와 같은 테이블에 놓인다.
아침 장사를 앞둔 가게에서는 국물만 끓이는 것이 아니다. 닭고기를 삶아 가늘게 찢고 달걀을 얇게 부쳐 채 썰며, 새우와 숙주는 따로 익혀 둔다. 주문이 들어오면 흰 면 위에 노란 지단과 분홍 새우가 빠르게 겹쳐진다.
사라왁락사는 페낭의 아삼락사처럼 생선 살을 풀어 넣지 않고, 카통락사처럼 코코넛 밀크를 두껍게 쓰지도 않는다. 국물은 붉은 갈색이고 맑지 않지만 크림처럼 걸쭉하지도 않다.
바탕에는 삼발 블라찬과 타마린드, 마늘, 갈랑갈, 레몬그라스가 들어간 향신료 페이스트가 있다. 사라왁 관광청 조리 자료에서는 이 페이스트를 기름에 오래 볶아 냄새를 충분히 내는 과정을 소개한다.
볶은 페이스트에 닭 육수나 새우 껍데기 육수를 붓고 코코넛 밀크를 더한다. 코코넛은 국물을 부드럽게 하지만 새우와 향신료를 가릴 만큼 많지 않다. 타마린드의 신맛도 뒤에서 약하게 남는다.
면은 반도의 굵은 쌀면보다 가는 쌀국수를 주로 쓴다. 뜨거운 국물에 담기면 부드럽게 풀리고 길게 늘어진다. 얇은 면 사이로 숙주가 섞여 있어 씹을 때 가끔 아삭한 소리가 난다.
그 위에는 삶아 찢은 닭고기와 새우, 얇은 달걀지단을 올린다. 닭고기는 국물을 머금어 부드럽고 새우는 탱탱하다. 달걀지단은 가늘지만 코코넛과 새우 맛을 빨리 흡수한다.
라임과 삼발은 옆에 따로 놓인다. 라임을 짜면 뜨거운 국물에서 감귤 향이 바로 올라오고, 삼발을 풀면 고추의 매운맛과 발효 새우 냄새가 한꺼번에 짙어진다.
여행가 앤서니 보데인이 사라왁락사를 ‘신들의 아침식사’라고 부른 일화도 널리 전한다. 이름보다 오래 남는 것은 아침 식탁의 구성이다. 얇은 면과 닭고기, 새우, 달걀이 한 그릇에 모두 들어 있다.
처음에는 라임을 넣지 않은 국물의 새우 맛이 진하다. 몇 숟갈 뒤 라임과 삼발이 섞이면 신맛과 매운맛이 커지고, 그릇 바닥에서는 향신료 페이스트의 고운 입자가 면과 함께 잡힌다.

조호르에서는 스파게티가 나온다
말레이반도 남쪽 조호르에서 락사를 주문하면 익숙한 쌀면 대신 스파게티가 나올 수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도 조호르락사를 생선과 코코넛을 넣은 걸쭉한 국물에 스파게티를 쓰는 음식으로 소개한다.
스파게티는 굵은 쌀면보다 단단하고 오래 씹힌다. 걸쭉한 생선 국물이 매끈한 표면에 묻고, 오이와 양파 같은 생채소가 곁들여진다. 이 그릇까지 락사라는 이름 안에 들어온다.
메뉴에 ‘페낭’이나 ‘아삼’이 적혀 있으면 갈색 생선 국물과 굵은 쌀면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파인애플과 민트, 붕아 칸탄과 검은 헤코가 함께 보인다.
‘카레락사’나 ‘뇨냐락사’에는 붉은 코코넛 국물과 새우, 어묵, 튀긴 두부가 자주 담긴다. 가게에 따라 흰 쌀국수와 노란 밀면을 섞거나 조개와 삶은 달걀을 더한다.
‘카통’이라는 지역명이 붙으면 짧게 자른 굵은 쌀면과 숟가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물과 면을 따로 먹기 어려울 만큼 한 숟갈에 함께 담긴다.
‘사라왁’이나 ‘쿠칭’은 가는 쌀국수와 새우 육수, 닭고기와 달걀지단을 떠올리게 한다. 코코넛 맛은 카통보다 가볍고 라임과 삼발을 더하기 전후의 차이가 크다.
락사는 뜨거울 때 향신료와 허브 냄새가 강하고 조금 식으면 코코넛의 단맛이나 생선의 짠맛이 더 분명해진다. 두부 안쪽은 오래 뜨겁고 차가운 오이와 숙주는 끝까지 아삭하다.
한 그릇을 다 먹고 남는 맛도 지역마다 다르다. 페낭에서는 타마린드와 헤코의 새콤달콤함이 남고, 카통에서는 코코넛과 말린 새우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이어진다. 사라왁에서는 라임과 삼발의 매운 새우 냄새가 길다.
락사라는 글자 뒤에 붙은 도시 이름 하나가 국물 색과 면의 굵기, 숟가락 위에 올라오는 재료까지 바꾼다. 조호르의 스파게티는 그 넓은 이름이 아직도 한 가지 모양으로 굳지 않았다는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이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락사의 어원과 최초 조리자를 하나로 정하지 않았다. 페낭의 생선·타마린드 국물, 말라카·싱가포르의 코코넛 국물, 카통의 짧은 면과 사라왁의 재료는 각 지역 문화기관과 관광청 자료를 대조했다. 같은 이름 안에서도 가게와 가정에 따라 배합이 달라지는 점을 본문에 남겼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