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두는 반달 모양만 있었던 게 아니다

찜기에서 막 나온 만두를 가르면 부추와 숙주, 두부, 고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국 만두는 늘 얇은 밀가루 피의 반달이 아니었다. 메밀피와 생선피를 쓰고, 겨울에는 큰 만두를 장국에 넣었으며, 여름에는 네모난 편수를 차갑게 먹었다.

나무 접시 위에 주름을 잡아 찐 한국 만두
사진 Chloe Lim · CC BY 2.0

고려시대 만두 기록의 불확실한 형태부터 조선 조리서의 메밀만두와 어만두, 평안·함경의 큰 만두와 개성 편수, 김치·고기소의 차이, 찌기·삶기·굽기와 설날 만둣국까지 한국 만두의 모양과 맛을 따라간다.

만두를 가르면 속이 먼저 보인다

찐만두를 젓가락으로 반으로 가르면 하얀 피 안에서 잘게 썬 부추와 숙주, 두부, 고기가 나온다. 김치만두라면 그 틈이 붉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한입의 순서는 다르다. 얇은 피는 부드럽게 찢어지고, 고기만두에서는 다진 돼지고기의 기름과 부추 향이 이어진다. 김치만두는 배추 줄기가 아삭하게 씹힌 뒤 고춧가루와 마늘 맛이 올라온다.

만두소는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저절로 맛있어지지 않는다. 두부와 숙주, 김치에는 물기가 많다. 그대로 섞으면 피 안에 물이 고이고, 찌거나 끓일 때 봉합한 부분이 쉽게 벌어진다.

두부는 면포에 싸서 눌러 짜고, 데친 숙주는 식힌 뒤 잘게 썬다. 김치도 국물을 가볍게 짜야 고기 양념이 묽어지지 않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소는 손으로 쥐었을 때 흩어지지 않을 만큼 촉촉하다.

소를 너무 세게 눌러 담으면 익는 동안 나온 증기가 빠져나갈 자리가 없다. 반대로 적게 넣으면 피만 두껍게 씹힌다. 손바닥 위의 작은 원에 얼마만큼 올릴지는 만두를 빚을 때 가장 자주 틀리는 부분이다.

피 가장자리에 물을 묻히고 반으로 접으면 반달이 된다. 양쪽 끝을 붙이면 둥근 고리 모양이 되고, 한쪽 방향으로 주름을 잡으면 기다란 만두가 된다. 같은 소를 넣어도 접는 방식에 따라 피가 겹치는 부분이 달라진다.

주름이 많이 모인 꼭지는 두껍고 쫄깃하다. 배가 넓은 쪽은 피가 한 겹이라 속의 수분이 바로 느껴진다. 한 알 안에서도 가장자리와 가운데의 씹힘이 다르다.

찜기에서 막 꺼낸 피는 반투명하고 반질거린다. 손가락으로 잡으면 말랑하지만 오래 두면 표면부터 마르며 질겨진다. 막 찐 만두를 바로 먹었을 때 피가 가장 부드러운 이유다.

식초가 든 초간장에 끝을 살짝 찍으면 기름진 뒷맛이 덜하다. 간장을 많이 묻히면 김치와 두부, 고기의 맛이 간장에 가려진다. 집마다 소의 간이 달라 찍어 먹는 양도 달라진다.

우리가 만두라고 부르는 음식은 한 모양으로 고정되지 않았다. 반달, 둥근 주머니, 네모난 편수, 해삼처럼 생긴 규아상까지 피와 소를 싸는 방법이 여러 갈래로 남아 있다.

사진 속 만두만 보아도 주름의 간격과 배의 폭이 모두 다르다. 만두의 차이는 속을 보기 전부터 시작된다.

둥글고 길쭉한 모양이 섞여 있는 찐만두
같은 찐만두 한 접시에도 둥근 모양과 길쭉한 모양이 섞여 있다. 주름이 모인 곳은 피가 두껍고, 넓은 배 부분은 속의 수분이 바로 비친다.사진 Choi Kwang-mo · CC0

고려의 만두는 지금 모양이었을까

한국에서 만두를 먹었다는 오래된 기록은 고려시대까지 올라간다. 《고려사》에는 왕실 주방에 들어가 만두를 훔쳐 먹은 사람을 처벌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다만 그 만두가 지금의 얇은 피 만두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시 동아시아에서 만두라는 이름은 발효한 밀가루 반죽에 소를 넣고 찐 음식에도 쓰였다. 오늘날 찐빵에 가까웠을 가능성도 있다.

고려가요 《쌍화점》의 쌍화도 자주 함께 언급된다. 쌍화는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소를 넣고 찐 음식으로 설명된다. 노래 속 가게가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그 음식과 현재 한국 만두를 곧바로 같은 모양으로 그리면 기록보다 앞서 나가게 된다.

‘만두’라는 말이 분명하게 보이는 조선 기록으로는 1643년 《영접도감의궤》가 거론된다. 중국 사신을 맞는 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면서 만두가 기록됐다.

1670년경 장계향이 쓴 《음식디미방》에는 만두를 만드는 여러 방식이 나온다. 밀가루만 쓴 것이 아니라 메밀가루로 피를 만들고, 얇게 저민 생선살을 피처럼 쓰는 조리법도 있었다.

조선에서 밀가루는 지금처럼 흔한 재료가 아니었다. 귀한 밀가루를 아끼려 메밀을 섞거나 아예 생선과 채소로 소를 감싸는 만두가 만들어졌다.

어만두는 흰살생선을 얇게 저며 전분을 묻힌 뒤 소를 싸서 찐다. 밀가루 피가 없어 첫입부터 생선살이 부드럽게 갈라지고, 안쪽의 고기와 채소가 이어진다.

규아상은 오이와 쇠고기를 넣고 해삼처럼 길게 빚은 여름 만두다. 피를 얇게 밀고 양 끝을 오므려 모양을 낸 뒤 찐다. 겨울 장국에 넣는 큰 만두와는 재료도 온도도 다르다.

조선 왕실 의궤에는 고기, 꿩, 조개, 생선, 동아 등을 쓴 만두가 여러 이름으로 등장한다. ‘피 안에 고기소를 넣는 음식’이라는 오늘의 이미지보다 범위가 넓었다.

중국의 만터우와 자오쯔, 고려의 쌍화와 조선의 만두는 이름과 형태가 엇갈린다. 그래서 제갈량이 사람 머리 대신 만두를 만들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한국 만두의 확정된 시작으로 쓰기 어렵다. 오래 전해 온 중국 설화 가운데 하나다.

기록을 따라가면 한 가지 원형보다 여러 조리법이 보인다. 발효한 빵 같은 음식도 있었고, 메밀피와 생선피를 쓴 만두도 있었다. 지금의 반달 만두는 그 긴 목록 가운데 살아남은 한 갈래다.

김이 오르는 커다란 찜솥에 담긴 김치만두
김이 차오른 큰 찜솥에서 김치만두가 익고 있다. 조선의 만두는 밀가루 피만 쓰지 않았고, 메밀과 생선살처럼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피를 바꾸기도 했다.사진 Jirka Matousek · CC BY 2.0

북쪽에서는 만두가 더 컸다

평안도와 함경도식 만두를 처음 보면 크기부터 눈에 들어온다. 한 알을 숟가락에 온전히 올리기 어렵고, 그릇에는 서너 개만 담겨도 자리가 찬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메밀과 밀이 북쪽에서 많이 재배돼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만두가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겨울철 별식으로 먹고 잔칫상과 제상에도 올렸다.

평양식 만두는 큰 피 안에 두부와 숙주, 돼지고기, 배추나 김치를 넉넉히 넣는다. 소를 곱게 갈아 한 덩어리로 만들기보다 재료를 잘게 썰어 섞어 씹을 때 각각의 결이 남는다.

반으로 가르면 두부는 부드럽게 부서지고 숙주는 짧게 아삭거린다. 돼지고기에서는 고소한 기름이 나오지만 두부와 숙주가 많아 끝맛이 지나치게 느끼하지 않다.

김치를 넣지 않은 만두는 색이 희고 맛이 담백하다. 쇠고기 장국이나 닭국물에 넣으면 피가 국물을 머금고, 소에서는 후추와 참기름 향이 은근하게 난다.

김장김치를 넣은 만두는 국물까지 달라진다. 피가 터지지 않아도 김치 양념과 젓갈 맛이 조금씩 빠져나와 맑던 장국에 붉은 기운과 산미가 돈다.

개성만두도 크고 속이 넉넉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배추와 숙주, 애호박, 두부, 고기를 섞고, 조랭이떡과 함께 장국에 넣는 상차림도 남아 있다.

개성 편수처럼 작고 네모난 여름 만두가 같은 지역에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개성의 만두가 모두 하나의 크기와 모양으로 굳어 있지는 않았다.

북쪽 만두를 무조건 투박하다고 부르면 맛의 차이를 놓친다. 큰 피는 국물 속에서 오래 익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을 만큼 두께가 있고, 넓은 표면이 장국을 충분히 머금는다.

큰 만두 한 알을 베어 물면 가장자리의 도톰한 피부터 씹힌다. 가운데로 갈수록 뜨거운 소가 나오고, 두부와 채소 사이에 고기 육즙이 스며 있다. 한입 크기 만두와 먹는 속도부터 다르다.

전쟁과 분단 뒤 북쪽 출신 사람들이 서울과 중부 지역에 만둣집을 열면서 평양·개성식 만두가 남쪽 도시의 겨울 음식이 됐다. 뽀얀 국물에 큰 만두를 담은 식당 풍경도 그 이동과 함께 자리 잡았다.

찜판 위의 왕만두와 이북식 만두는 크기가 비슷해 보여도 같은 음식은 아니다. 왕만두는 발효한 두꺼운 피를 쓰는 경우가 많고, 이북식 만두는 얇게 민 피에 채소와 고기소를 넣어 국에 끓이는 모습이 흔하다.

시장 찜판 위에 놓인 둥글고 큼직한 왕만두
시장 찜판 위의 왕만두는 발효한 두꺼운 반죽을 쓰는 경우가 많다. 큰 이북식 만두와 크기는 비슷해도 피의 두께와 씹힘은 다르다.사진 bryan... · CC BY-SA 2.0

김치 한 줌이 속의 맛을 바꾼다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는 피를 접는 법보다 소에서 갈린다. 고기만두를 베어 물면 참기름과 후추 향이 먼저 나고, 김치만두에서는 익은 배추의 신맛과 고춧가루 향이 바로 올라온다.

김치는 길게 넣지 않고 잘게 다진다. 줄기가 길면 만두를 베어 물 때 소가 한꺼번에 딸려 나오고, 피를 봉합할 때도 사이에 끼기 쉽다.

잘 익은 김치는 신맛이 세고 수분이 많다. 국물을 짠 뒤 돼지고기와 두부, 숙주, 당면을 섞으면 산미는 남고 소는 물러지지 않는다.

두부는 맛을 옅게 만드는 재료처럼 보이지만 역할이 크다. 고기에서 나온 기름과 김치 양념을 머금고, 잘게 부서지면서 재료 사이의 빈틈을 채운다.

숙주는 짧은 아삭함을 남긴다. 너무 오래 데치면 물러지고 풋내도 사라지지만, 살짝 익혀 넣으면 찐 뒤에도 가느다란 줄기가 씹힌다.

부추와 대파는 익은 뒤 남는 향이 다르다. 부추가 많으면 풋향과 알싸함이 선명하고, 대파가 많으면 익으면서 단맛이 난다. 마늘과 생강은 돼지고기 냄새를 줄이지만 지나치면 김치 향까지 덮는다.

당면은 소 안의 국물을 빨아들인다. 투명하게 익은 당면이 고기와 채소 사이를 이어 주고, 씹으면 다른 재료보다 탄력이 오래 남는다.

고기만두에서는 돼지고기 지방량이 촉촉함을 좌우한다. 살코기만 쓰면 속이 퍽퍽하게 부서질 수 있고, 지방이 지나치면 찐 뒤 피 안에 기름이 고인다.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 소는 익기 전에 맛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작은 완자를 떼어 팬에 먼저 익혀 본다. 짠맛뿐 아니라 고기 냄새와 채소의 수분도 이때 드러난다.

김치만두가 붉다고 모두 맵지는 않다. 고춧가루 양보다 김치의 발효 정도와 마늘, 젓갈 맛이 더 두드러지는 집도 있다. 오래 익은 김치를 쓰면 매운맛 뒤에 시큼한 맛이 남는다.

찜솥 뚜껑을 열면 김치만두는 피 사이로 붉은색이 비친다. 고기만두는 초록 부추와 하얀 두부가 보인다. 접시에 섞어 놓아도 어느 쪽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초간장을 곁들이면 고기만두에는 산미가 더해지고, 김치만두에는 짠맛이 겹친다. 김치의 간이 센 집에서는 간장 없이 먹어도 속의 맛이 충분히 또렷하다.

네 귀를 모아 정사각형으로 빚은 개성 편수
개성 편수는 네모난 피의 네 귀를 가운데로 모아 빚는다. 삶아 찬물에 식힌 피는 매끈하고, 애호박과 오이로 만든 소에서는 가벼운 단맛과 풋향이 난다.사진 행복가족 · CC BY 4.0

네모난 편수는 차갑게 먹었다

만두를 겨울 음식으로만 떠올리면 개성 편수가 낯설다. 편수는 네모난 피의 네 귀를 모아 빚고, 삶아 식힌 뒤 차가운 장국에 담아 먹던 여름 음식이다.

1815년 《규합총서》에는 변씨만두라는 이름으로 네모나게 썬 피에 소를 넣고 귀를 접어 싸는 방법이 나온다. 닭을 고아 만든 물에 삶고 초장에 곁들이라는 설명도 있다.

1934년 《간편조선요리제법》은 편수를 여름철 음식으로 적었다. 만두를 삶아 찬물에 건져 식힌 뒤 차게 한 장국을 붓는 방법이다.

둥근 피를 반으로 접는 만두와 달리 편수는 정사각형이다. 네 귀가 가운데에서 만나면 작은 보자기처럼 보이고, 접힌 선 사이로 소가 비친다.

소에는 애호박과 오이, 숙주, 버섯, 쇠고기 같은 재료가 들어간다. 겨울 김치만두의 붉고 강한 맛보다 채소의 단맛과 향이 앞선다.

애호박은 소금에 절이거나 살짝 볶아 물기를 줄인다. 오이는 익히는 시간을 짧게 잡아 풋향과 아삭함을 남긴다. 차가운 장국에서는 이 가벼운 식감이 더 잘 느껴진다.

얇게 민 피는 삶으면 부드럽고 미끄럽다. 찬물에 건지면 표면의 전분이 씻겨 서로 달라붙지 않고, 따뜻한 만두보다 탄력이 또렷해진다.

차가운 장국은 닭이나 쇠고기로 낸 뒤 기름을 걷어 맑게 만든다. 따뜻한 국물에서는 부드럽게 퍼지던 지방 향이 차가워지면 굳고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편수 한 알을 숟가락에 올리면 네 귀가 먼저 닿는다. 접힌 부분은 쫄깃하고 가운데는 얇아, 씹을수록 오이와 호박의 수분이 나온다.

편수는 이름도 하나가 아니었다. 변씨만두, 밀만두, 수각아 같은 명칭이 함께 전한다. 같은 모양을 시대와 문헌마다 다르게 불렀다.

오늘날 편수는 흔한 분식집 메뉴가 아니다. 하지만 네모난 모양과 차가운 장국만으로도 한국 만두가 겨울의 뜨거운 한 그릇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한쪽 면을 노릇하게 구운 반달 모양 군만두
팬에 구운 군만두는 바닥과 가장자리가 노릇하다. 기름에 닿은 쪽은 얇게 부서지고, 증기로 익힌 위쪽 피와 소는 촉촉하게 남는다.사진 Zarate123 · CC BY-SA 4.0

찌고, 삶고, 구우면 피부터 달라진다

찐만두와 물만두, 군만두는 같은 소를 넣어도 첫입이 다르다. 차이는 속보다 피에서 먼저 난다.

증기로 익힌 찐만두는 피 전체가 고르게 촉촉하다. 표면은 반질거리고 손가락으로 누르면 살짝 들어갔다가 돌아온다. 주름이 겹친 꼭지는 쫄깃하고 배 부분은 부드럽다.

찜기 바닥에 만두가 붙으면 꺼낼 때 피가 찢어진다. 젖은 면포나 배춧잎을 깔고 간격을 띄우면 증기가 사이로 돌고 바닥도 쉽게 떨어진다.

물만두는 끓는 물에서 움직이며 익는다. 피 바깥의 마른 밀가루가 물로 씻겨 표면이 매끈하고, 젓가락으로 집으면 미끄럽다. 얇은 피는 오래 끓일수록 가장자리부터 풀어진다.

군만두는 팬에 닿은 한쪽 면이 갈색으로 변한다. 기름에 닿은 바닥은 얇게 바삭하고, 위쪽은 물과 증기로 익어 부드럽다. 한 알 안에 튀김과 찜의 식감이 함께 남는다.

팬에 만두를 놓고 바닥에 색이 나면 물을 조금 붓고 뚜껑을 덮는다. 속까지 증기로 익힌 뒤 뚜껑을 열어 남은 물을 날리면 바닥이 다시 바삭해진다.

군만두를 베어 물면 먼저 얇은 껍질이 가볍게 부서진다. 곧바로 뜨거운 소의 수분이 나오고, 반대쪽 피는 쫄깃하게 늘어난다.

기름에 완전히 잠겨 튀긴 만두는 표면 전체가 단단하다. 피 안의 수분이 빠지며 작은 기포가 생기고, 식은 뒤에도 찐만두보다 바삭함이 오래 남는다.

만둣국에 들어간 피는 육수를 머금는다. 처음에는 가장자리가 단단하지만 끓는 동안 부드러워지고, 속에서 나온 참기름과 고기 맛이 장국에 조금씩 퍼진다.

조리법은 소의 맛도 바꾼다. 찐만두에서는 부추와 참기름 향이 안에 모이고, 물만두에서는 향이 가벼워진다. 군만두는 구운 밀가루 냄새와 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진다.

군만두를 초간장에 찍으면 식초 맛이 더해져 덜 느끼하다. 물만두에는 간장의 짠맛이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같은 양을 찍어도 짠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사진 속 군만두는 바닥뿐 아니라 가장자리까지 노릇하다. 얇은 끝은 과자처럼 부서지고, 속이 들어간 가운데는 촉촉하게 남아 있다.

달걀지단과 김을 올린 뽀얀 만둣국
뽀얀 장국 위에 달걀지단과 김을 올린 만둣국이다. 큰 만두를 가르면 두부와 숙주, 고기에서 나온 맛이 국물에 섞이며 처음보다 조금 더 진해진다.사진 Ser Amantio di Nicolao · CC BY-SA 4.0

설날 국물에 떡과 만두가 만난다

만둣국 냄비에 생만두를 넣으면 잠시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피가 익고 안에 증기가 차면 하나씩 떠오른다. 국물이 세게 끓으면 피끼리 부딪혀 터질 수 있어 불을 조금 낮춘다.

쇠고기 양지로 낸 장국은 맑으면서 고기 향이 분명하다. 닭국물은 기름이 가볍고 단맛이 난다. 사골국물에 넣으면 색이 뽀얗고 입술에 묻는 느낌이 더 진하다.

큰 이북식 만두는 서너 알만 담아도 그릇이 든든하다. 피가 넓어 장국을 많이 머금고, 반으로 가르면 두부와 숙주가 국물 위로 흩어진다.

달걀지단과 김가루, 송송 썬 대파는 마지막에 올라간다. 노란 지단은 부드럽고 김에서는 구운 향이 나며, 대파는 뜨거운 국물에 닿아 풋내가 줄고 단맛이 난다.

만두가 터졌다고 국을 망친 것은 아니다. 소가 풀리면 국물은 조금 탁해지고 고기와 참기름 맛이 진해진다. 숟가락 바닥에는 두부와 다진 채소가 남는다.

설날에는 지역에 따라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거나, 가래떡과 만두를 함께 넣어 떡만둣국을 끓였다. 강원도와 북부 지역의 세시 음식으로 소개되는 까닭이다.

떡과 만두는 익는 시간이 다르다. 얇은 떡국떡은 금세 말랑해지고, 큰 생만두는 속까지 열이 들어가야 한다. 냉동 만두를 쓸 때는 떡보다 먼저 넣는 집이 많다.

한 숟가락에 떡과 만두피가 함께 올라오면 식감이 겹친다. 떡은 매끈하고 탄력 있게 씹히고, 만두피는 부드럽게 찢어진다. 그 사이에서 고기와 채소가 섞인 소가 나온다.

국물이 식을수록 떡은 불고 만두피는 더 많은 장국을 빨아들인다. 처음에는 형태가 또렷하던 만두도 그릇 끝에서는 가장자리가 부드럽게 풀어진다.

북쪽 산간에서는 쌀로 가래떡을 마련하기 어려워 새해에 만둣국을 올렸다는 설명이 전한다. 이후 떡과 만두를 함께 넣는 떡만둣국이 널리 퍼졌다.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도 설날 만둣국 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한다. 모든 집이 같은 뜻으로 먹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명절 풍경과 잘 맞는 해석이다.

떡만둣국 사진에서는 떡보다 만두가 먼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숟가락을 넣으면 바닥에 가라앉은 반달이 올라오고, 피를 가르는 순간 국물 안에 숨은 소가 드러난다.

떡과 만두에 달걀지단과 김을 올린 떡만둣국
떡만둣국에서는 매끈한 떡과 부드러운 만두피가 한 숟가락에 함께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면 떡은 불고 만두 가장자리는 장국을 더 많이 머금는다.사진 Melsj · CC0

찜통 앞의 왕만두부터 냉동 만두까지

시장 골목의 만둣집은 찜통 뚜껑을 열 때 가장 붐빈다. 하얀 김이 걷히면 둥근 왕만두와 반달 모양 찐만두가 줄지어 놓여 있다.

왕만두는 얇은 피 만두보다 빵에 가깝다. 발효한 두꺼운 반죽을 쓰는 경우가 많아 겉은 폭신하고, 손으로 누르면 천천히 다시 부풀어 오른다.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빵 사이로 고기와 양배추에서 나온 뜨거운 국물이 흐른다. 끝의 주름은 반죽이 여러 겹 겹쳐 조금 더 쫄깃하고, 넓은 배 부분은 폭신하다.

대구의 납작만두는 정반대다. 소를 아주 적게 넣은 얇은 반달을 팬에 지져 먹는다. 속이 빈 듯 납작하고, 고기 육즙보다 구운 피의 바삭함이 중심이다.

납작만두 위에 간장과 고춧가루, 파를 뿌리거나 매운 떡볶이 양념을 묻히면 맛이 달라진다. 얇은 피가 붉은 소스를 빠르게 빨아들여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가운데는 촉촉해진다.

냉동 만두는 집에서 만두를 빚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물을 끓이거나 찜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팬과 에어프라이어, 전자레인지에 맞춘 제품이 따로 나온다.

냉동 상태에서는 피 속의 수분이 얼어 있다. 해동한 채 오래 두면 물이 빠져 피가 달라붙거나 찢어질 수 있어 바로 익히는 조리법이 흔하다.

얇은피 만두는 속이 비칠 만큼 피를 줄였고, 교자형 제품은 바닥을 넓혀 팬에서 쉽게 세울 수 있게 만들었다. 왕만두는 두꺼운 반죽과 큰 소를 유지해 간식보다 한 끼에 가깝다.

공장에서 모양을 일정하게 만들어도 먹을 때의 차이는 남는다. 찌면 부드럽고, 팬에 구우면 바닥이 바삭하며, 국에 넣으면 가장자리가 장국을 머금는다.

직접 빚은 만두에는 손자국이 남는다. 어떤 것은 소가 많아 배가 불룩하고, 어떤 것은 가장자리가 두껍다. 가족이 함께 만든 한 판에서 모양이 조금씩 다른 이유다.

만두를 반으로 가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피와 소다. 그러나 그 피가 메밀인지 밀인지, 네모인지 반달인지, 차가운 장국에 들었는지 뜨거운 찜통에서 나왔는지를 보면 한국 만두가 한 모양으로만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만두의 전래와 명칭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식진흥원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고려사》에 기록된 만두와 《쌍화점》의 쌍화를 오늘날 얇은 피 만두와 같은 음식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조선 조리서의 피와 소, 개성 편수, 북부 지역 만둣국은 공공기관 자료에서 확인되는 범위만 담았다. 맛과 식감은 피 두께, 소의 수분, 찌기·삶기·굽기에 따라 실제로 생기는 차이를 쉬운 문장으로 풀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 파일별 저작자와 재사용 조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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