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는 왜 집집마다 맛이 달랐을까

뚝배기에서 거품이 터질 때 구수한 콩 냄새와 대파 향이 함께 올라온다. 그런데 같은 된장을 풀어도 어떤 집은 멸치 맛이 가볍고, 어떤 집은 바지락이나 쇠고기 맛이 진하다. 된장찌개의 차이는 장독 안에서 시작해 냄비의 국물과 계절 채소에서 더 커졌다.

두부와 애호박을 넣고 끓인 된장찌개 뚝배기
사진 bryan... · CC BY-SA 2.0

된장의 오래된 기록과 찌개라는 이름의 등장, 메주와 장 가르기, 집된장과 시판 된장, 멸치·바지락·쇠고기 국물, 계절 채소와 고깃집 뚝배기까지 집집마다 달랐던 된장찌개의 역사와 맛을 살펴본다.

뚝배기에서 먼저 올라오는 냄새

된장찌개가 상에 놓이면 숟가락보다 코가 먼저 움직인다. 뚝배기 가장자리에서는 작은 거품이 계속 터지고, 구수한 콩 냄새 사이로 대파와 풋고추 향이 올라온다.

국물은 맑지 않다. 된장 알갱이가 풀린 갈색 국물 아래에 두부와 애호박, 양파, 버섯이 반쯤 잠겨 있다.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건더기의 조합이 달라진다.

처음 떠먹은 국물에는 짠맛이 또렷하다. 곧 삶은 콩의 고소한 맛과 발효하면서 생긴 진한 냄새가 따라온다. 청양고추가 든 냄비에서는 끝에 짧은 매운맛이 남는다.

두부는 혀로 눌러도 쉽게 부서질 만큼 부드럽다. 반면 애호박 껍질은 살짝 씹히고, 표고버섯은 국물을 머금은 채 쫄깃하다. 같은 국물 안에서도 식감은 제각각이다.

바지락이 들어가면 껍데기 사이에 맑고 짭짤한 국물이 고인다. 쇠고기를 볶아 끓인 찌개에서는 된장 냄새 뒤로 고기기름의 고소함이 붙는다. 멸치국물은 입안에 남는 맛이 비교적 가볍다.

그래서 된장찌개는 이름만으로 맛을 예상하기 어렵다. 집된장인지 시판 된장인지, 국물을 무엇으로 냈는지, 냉장고에서 어떤 채소를 꺼냈는지에 따라 냄비가 달라진다.

집된장은 콩알이 남아 있고 짠맛과 발효 향이 센 경우가 많다. 공장에서 만든 된장은 곱게 갈려 쉽게 풀리고, 제품마다 소금기와 단맛의 차이가 있다.

된장을 많이 풀면 국물이 무조건 깊어지는 것도 아니다. 짠맛이 먼저 세져 애호박의 단맛과 조개의 짭짤한 맛이 묻힐 수 있다. 냄비마다 된장 양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밥 한 숟가락에 국물을 조금 적시면 쌀알 사이로 된장이 스민다. 국물만 마실 때보다 짠맛이 누그러지고, 두부 한 조각을 함께 올리면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진다.

뚝배기는 불에서 내려와도 한동안 끓는다. 처음에는 뜨거워 향을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조금 식으면 콩과 마늘, 대파 냄새가 더 분명해진다.

된장찌개를 기억하게 만드는 맛은 한 가지가 아니다. 장독에서 나온 된장, 국물 재료, 계절 채소가 작은 뚝배기 안에서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콩알이 드문드문 남아 있는 된장 한 그릇
된장에는 콩알이 드문드문 남아 있기도 한다. 이런 된장을 그대로 풀면 국물은 매끈하지 않고, 숟가락 끝에서 포슬한 콩 조각이 씹힌다.사진 Badagnani · CC BY 3.0

된장은 찌개보다 오래됐다

된장찌개의 역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할 것이 있다. 된장에 관한 오래된 기록과 오늘날 같은 된장찌개의 기록은 같은 시기에 나타나지 않는다.

《삼국사기》에는 683년 신문왕이 왕비를 맞을 때 보낸 예물 가운데 장과 관련된 품목이 적혀 있다. 고구려 사람들이 발효 음식을 잘 만들었다는 중국 기록도 전한다.

다만 그 장을 지금 장독에서 떠내는 된장과 완전히 같은 것으로 그리기는 어렵다. 당시 제조법이 자세히 남지 않았고, ‘시’와 ‘장’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도 넓었다.

콩을 삶아 띄운 뒤 소금물에서 익히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며 더 구체적으로 기록됐다. 고려시대에는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액체와 건더기를 나누어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의 생활서와 조리서에는 메주를 만드는 시기와 장을 담그는 방법이 자세해진다. 콩을 무르게 삶아 찧고 덩어리로 빚은 뒤 말리고 띄우는 과정이 이어졌다.

메주가 잘 뜨면 겉은 단단하게 마르고 속은 누르스름하게 변한다. 가까이 대면 삶은 콩 냄새와 함께 코를 찌르는 발효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완성된 된장찌개의 향과 같지 않다. 소금물 속에서 숙성되고, 장을 가른 뒤 다시 익는 동안 거친 냄새가 줄고 짠맛과 콩 맛이 어우러진다.

된장은 반찬 하나가 아니라 간을 맞추는 재료였다. 나물에 무치고, 생선과 고기를 재우고, 국과 찌개에 풀었다. 한 항아리의 장이 여러 끼에 나뉘어 들어갔다.

된장찌개는 이 오래된 장 사용법 가운데 하나다. 된장 자체의 역사가 길다고 해서 지금의 두부·애호박 된장찌개까지 삼국시대 밥상에 올릴 수는 없다.

오래된 기록이 알려주는 것은 콩으로 장을 담그는 일이 일찍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뚝배기 모양과 건더기, ‘찌개’라는 이름은 훨씬 뒤의 이야기다.

사진 속 메주는 오늘의 된장찌개와 모양부터 멀다. 그러나 단단한 콩 덩어리가 소금물과 시간을 지나야 냄비에 풀 수 있는 된장이 된다.

짚에 묶어 띄우고 말린 네모난 메주
콩을 삶아 찧고 덩어리로 빚은 메주다. 단단히 말린 메주가 소금물 속에서 익은 뒤 간장과 된장으로 나뉜다.사진 mspphoto · CC0

간장과 된장은 한 독에서 갈렸다

겨울에 만든 메주는 짚으로 묶어 매달거나 따뜻한 곳에서 띄운 뒤 바짝 말렸다. 장을 담그는 날에는 메주 표면을 씻고 햇볕에 말려 소금물에 넣었다.

소금물 농도는 발효와 보관을 좌우했다. 너무 싱거우면 쉽게 상하고, 지나치게 짜면 익는 속도가 느려졌다. 집에서는 계란을 띄우거나 소금물의 맛을 보며 농도를 가늠하기도 했다.

항아리에는 메주와 소금물만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숯과 마른 고추를 띄우는 집이 있었고, 장이 잘 익기를 바라는 금줄이나 버선 모양 종이를 붙이기도 했다.

며칠이 지나면 메주는 물을 머금고 부드러워진다. 소금물은 점차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콩에서 나온 맛과 향이 액체로 빠져나온다.

충분히 익은 뒤 메주 덩어리와 장물을 나누는 일을 장 가르기라고 한다. 맑은 액체는 간장으로 더 숙성하고, 건져 낸 메주는 으깨어 된장으로 익힌다.

한 독에서 간장과 된장이 함께 나온다는 점이 중요하다. 간장을 많이 떠내면 남은 된장은 되직하고 콩 맛이 진하며, 장물을 덜 빼면 수분이 많고 부드럽다.

간장을 따로 뜨지 않고 된장만 만들기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메주에 소금물을 적게 부어 그대로 익히는 방식도 전한다고 설명한다.

막장과 집메주된장도 맛이 같지 않다. 막장은 지역과 집에 따라 보리나 밀 같은 곡물을 섞고 숙성 기간을 달리한다. 찌개에 풀었을 때 단맛과 입자의 거친 정도가 달라진다.

장독 뚜껑을 열면 표면은 마른 듯 단단하고, 안쪽은 숟가락이 들어갈 만큼 촉촉하다. 콩알이 그대로 남은 부분은 씹으면 포슬하게 부서진다.

장독대는 햇볕과 바람을 받는 자리에 놓였다. 맑은 날에는 뚜껑을 열어 볕을 쬐고, 비가 오기 전에는 서둘러 덮었다. 장독을 돌보는 일은 달력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른 것도 된장 제품 하나가 아니다. 콩을 준비하고 장을 담가 보관하며 나누어 먹는 지식과 생활 전체가 등재 대상이었다.

유네스코 설명에는 집마다 장맛이 다르고 오래 묵힌 간장을 이어 쓰는 사례도 나온다. 같은 이름의 된장찌개가 집집마다 달랐던 출발점이 장독 안에 있었다.

장독 안에서 숙성 중인 갈색 된장
장 가르기를 마친 된장은 항아리 안에서 더 익는다. 표면은 마른 듯 단단하지만 안쪽은 촉촉하고, 집마다 수분과 콩알의 크기가 다르다.사진 Mar del Este · CC BY-SA 4.0

찌개라는 이름은 언제 생겼을까

된장을 물에 풀어 채소를 끓인 음식은 오래전부터 있었겠지만, 조선시대 조리서에서 ‘찌개’라는 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19세기 말의 《시의전서》에서 ‘조치’라는 이름이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국보다 국물이 적고 간이 센 음식을 가리켰다.

궁중에서는 조치를 맑은조치와 토장조치로 나누었다. 토장은 된장을 뜻한다. 수라상에는 맑게 간한 조치와 된장을 푼 조치가 따로 올랐다.

오늘의 찌개도 국과 경계가 딱 잘리는 음식은 아니다. 어떤 집은 국물이 넉넉하고, 어떤 집은 건더기가 숟가락을 세울 만큼 되직하다.

‘바특하게 끓인다’는 옛 설명은 국물 양을 떠올리게 한다. 밥그릇 옆에 놓고 여러 사람이 조금씩 덜어 먹을 만큼 간이 세고, 국보다 건더기 사이가 촘촘하다.

된장만 풀기도 했고 고춧가루를 더하기도 했다. 된장과 보리고추장이나 밀고추장을 섞어 끓이는 방식도 기록돼 있다. 갈색 국물이 언제나 같은 색은 아니었다.

여름에는 풋고추를 넣어 되직하게 끓인 강된장이 밥상에 올랐다. 물기가 적어 숟가락으로 밥에 조금씩 비벼 먹었고, 상추와 호박잎에 올리기도 했다.

조치에서 찌개로 이름이 바뀐 정확한 순간을 한 해로 찍기는 어렵다. 말은 생활 속에서 먼저 쓰이고 조리서에는 나중에 적히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된장이 먼저였고, 지금 익숙한 찌개라는 이름과 뚝배기 상차림은 그 뒤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오래된 장과 비교하면 된장찌개는 계속 변해 온 조리법에 가깝다. 두부가 들어오고, 애호박과 감자, 해산물과 고기가 더해지며 오늘의 냄비가 만들어졌다.

햇볕 아래 크고 작은 옹기가 놓인 장독대
햇볕과 바람이 드는 마당의 장독대다. 맑은 날 뚜껑을 열고 비가 오기 전 덮는 일까지 장맛을 돌보는 생활에 포함됐다.사진 Bernard Gagnon · CC0

국물 하나로 냄비가 달라진다

된장찌개의 맛을 된장만으로 설명하면 절반이 빠진다. 같은 된장을 한 숟가락 풀어도 멸치국물과 쇠고기국물, 바지락국물은 냄새부터 다르다.

마른 멸치를 우린 국물에는 짭짤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국물을 삼킨 뒤 입안이 비교적 가볍고, 애호박과 두부 맛이 쉽게 드러난다.

다시마를 함께 넣으면 국물이 조금 더 부드럽다. 오래 끓인 다시마는 미끈하고 쓴맛이 날 수 있어 국물을 내고 건져 쓰는 집이 많다.

바지락을 넣은 찌개는 뚜껑이 벌어질 때 맛이 바뀐다. 조개에서 나온 짠물과 은근한 단맛이 된장에 섞이고, 국물 끝에 바다 냄새가 남는다.

차돌박이나 쇠고기를 먼저 볶은 냄비는 표면에 작은 기름방울이 뜬다. 국물을 떠먹으면 된장과 함께 고소한 기름 맛도 느껴지고, 식을수록 입안에 남는 느낌이 진해진다.

돼지고기를 넣으면 살코기는 부드럽게 풀리고 비계에서는 단맛이 난다. 김치의 신맛이 없어서 고기 냄새와 된장의 발효 향이 더 뚜렷하다.

쌀뜨물도 자주 쓰인다. 쌀을 씻은 물에 남은 전분이 국물을 약간 걸쭉하게 만들고, 된장 알갱이가 바닥으로 금세 가라앉는 것을 줄인다.

채소는 국물의 단맛을 바꾼다. 양파를 많이 넣으면 끓을수록 단맛이 나고, 무는 시원한 맛과 단단한 식감을 남긴다. 감자는 전분을 내며 가장자리가 포슬하게 풀어진다.

애호박은 오래 끓이면 가운데 씨 부분이 먼저 물러진다. 껍질 쪽은 연두색을 유지하며 살짝 씹히고, 속은 국물을 머금어 부드럽다.

된장의 짠맛 사이에서 두부의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뜨거운 국물이 스민 겉면과 하얀 속이 함께 들어오고, 혀로 누르면 모서리가 쉽게 무너진다.

표고버섯은 씹을 때 국물이 다시 나온다. 팽이버섯은 가늘지만 여러 가닥이 뭉쳐 오독오독하고, 느타리는 결대로 찢어져 고기와 비슷한 씹힘을 준다.

풋고추는 끓이는 동안 풋내가 줄고 매운맛이 국물에 퍼진다. 마지막에 들어간 대파는 흰 부분이 달고, 초록 부분에서는 향이 더 선명하다.

한 냄비에서 무엇이 가장 먼저 느껴지는지는 국물과 건더기의 조합으로 정해진다. 된장찌개의 맛이 집집마다 달랐던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두부와 대파를 큼직하게 넣은 된장찌개
두부와 대파를 큼직하게 넣은 된장찌개다. 두부는 국물을 머금어 부드럽고, 대파는 익으면서 풋내가 줄고 단맛이 난다.사진 이동원 · CC0

봄 냉이와 여름 풋고추

된장찌개는 사철 끓이지만 냄비 안은 계절을 따라 바뀌었다. 시장에 먼저 나오는 채소와 산에서 캔 나물이 그대로 들어갔다.

봄 냉이는 뿌리째 씻어 넣는다. 국물이 끓을 때 흙을 털어 낸 뿌리에서 알싸한 풀 향이 나오고, 잎은 금세 부드러워진다.

냉이 향은 된장과 비슷하게 진하지만 서로 같지는 않다. 뚜껑을 열면 먼저 풋풋한 냄새가 올라오고, 국물을 삼킨 뒤 콩의 구수한 맛이 남는다.

달래는 오래 끓이지 않아도 향이 빠르게 퍼진다. 가느다란 잎은 숨이 죽고, 작은 뿌리는 씹을 때 알싸하다. 봄 된장찌개가 겨울 냄비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재료다.

여름에는 애호박과 풋고추가 흔하다. 애호박의 부드러운 단맛에 풋고추의 매운맛이 붙으면, 된장의 짠맛이 한쪽으로만 세게 남지 않는다.

강된장은 물을 적게 잡아 자작하게 끓인다. 다진 고기나 멸치, 버섯, 호박을 잘게 썰어 넣으면 국물보다 건더기가 많은 된장 소스에 가까워진다.

호박잎을 쪄서 강된장을 얹으면 잎은 부드럽고 가장자리 섬유는 살짝 질기다. 되직한 장이 잎 사이에 붙어 밥과 함께 씹힌다.

가을에는 표고와 느타리 같은 버섯이 잘 어울린다. 버섯을 씹을 때 나온 국물이 된장 맛과 섞이고, 마른 표고를 불린 물을 육수에 조금 쓰는 집도 있다.

겨울 냄비에는 무와 시래기가 들어간다. 시래기는 오래 끓여야 줄기가 부드러워지고, 잎 사이에 된장 국물이 스며든다. 첫입에는 구수하고 끝에는 말린 나물 향이 남는다.

같은 계절에도 바닷가에서는 조개와 작은 게를 넣고, 내륙에서는 멸치나 고기를 쓰는 식으로 밥상이 갈렸다. 모든 지역을 한 조리법으로 묶기는 어렵다.

냉장고가 보편화된 뒤 계절의 경계는 옅어졌다. 그래도 냉이 된장찌개와 시래기 된장찌개라는 이름에는 어느 철에 어떤 향을 기다렸는지가 남아 있다.

버섯과 채소가 보이는 진한 된장찌개
버섯과 채소가 많은 된장찌개는 건더기마다 씹힘이 다르다. 버섯에서는 국물이 다시 나오고, 애호박 속은 부드럽게 풀어진다.사진 lazy fri13th · CC BY 2.0

장독대가 아파트 밖으로 밀려난 뒤

도시의 집에서 된장찌개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된장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졌다. 마당의 장독 대신 마트 진열대의 된장 통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1968년에는 서울을 시작으로 장독대를 없애고 공장에서 만든 장을 사 먹자는 운동까지 벌어졌다. 장 담그는 노동을 줄이고 도시의 주거 환경을 바꾸려는 정책이었다.

당시 장독대는 비위생적이고 낡은 것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아파트가 늘고 집에서 장을 담글 공간이 줄면서 시판 된장은 더 빠르게 일상에 자리 잡았다.

공장 된장은 입자가 고르고 맛의 편차가 적다. 뚜껑을 열면 바로 덜어 쓸 수 있고, 해마다 메주를 만들거나 장을 가를 필요도 없다.

집된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골 본가나 친척 집에서 담근 장을 받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집이 있고, 시판 된장과 섞어 짠맛과 향을 맞추기도 한다.

고깃집의 된장찌개도 또 다른 갈래다. 불판에서 고기를 거의 다 먹을 무렵 작은 뚝배기가 올라오고, 밥과 함께 식사의 마지막에 먹는 경우가 많다.

고깃집 찌개에는 차돌박이 조각이나 다진 고기가 들어가기도 한다. 불판에서 익힌 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남은 상태라 집에서 먹는 멸치 된장찌개보다 진하게 느껴진다.

어떤 집은 고기 자투리와 양파, 두부를 넣어 달고 묵직하게 끓인다. 청양고추를 넉넉히 넣는 곳에서는 뜨거운 국물 뒤로 매운맛이 바로 올라온다.

식당 뚝배기는 한 번 끓인 뒤 상에서도 계속 보글거린다. 바닥의 감자와 양파는 더 익어 풀어지고, 마지막 국물은 처음보다 짜고 걸쭉하다.

즉석 제품과 냉동 찌개도 생겼다. 물을 붓고 끓이는 양념, 두부까지 담긴 밀키트, 전자레인지용 용기 덕분에 집에서도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그래도 냄비마다 맛이 달라질 여지는 남는다. 시판 된장을 써도 멸치 한 줌, 남은 애호박, 고깃집의 차돌박이가 들어가는 순간 서로 다른 찌개가 된다.

여러 반찬과 함께 상에 놓인 된장찌개
여러 반찬 사이의 된장찌개는 밥과 함께 조금씩 덜어 먹는다. 국물만 마실 때보다 밥과 먹을 때 짠맛이 덜하고 콩의 고소한 맛이 오래 남는다.사진 egg (Hong, Yun Seon) · CC BY 2.0

마지막 숟가락의 맛

된장찌개는 끓기 시작한 순간과 식사가 끝날 때 맛이 같지 않다. 뚝배기 바닥에서 열을 오래 받은 국물은 줄어들고, 된장과 채소의 맛은 더 진해진다.

처음 두부를 떠먹으면 속은 담백하고 촉촉하다.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국물이 더 배어 짭짤해지고, 모서리는 숟가락만 닿아도 부서진다.

감자는 가장자리부터 풀어져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다. 애호박은 씨 부분이 거의 녹듯 부드러워지고, 양파는 매운맛 없이 달게 씹힌다.

조개껍데기 안에는 국물이 조금 남는다. 살을 발라 먹은 뒤 그 국물을 밥에 더하면 된장 맛 사이로 바닷물 같은 짭짤함이 느껴진다.

차돌박이가 든 찌개는 식으면서 기름이 표면에 모인다. 뜨거울 때는 된장에 섞여 있던 고소한 맛이 조금 식은 뒤 더 분명해진다.

밥을 뚝배기에 바로 넣으면 쌀알이 국물을 빠르게 머금는다. 따로 떠먹으면 밥의 단맛과 찌개의 짠맛이 번갈아 오고, 먹는 속도도 달라진다.

된장 알갱이가 거슬리면 체에 풀어 매끈하게 끓일 수 있다. 콩알이 남은 집된장을 그대로 쓰면 숟가락 끝에서 포슬한 콩 조각이 씹힌다.

너무 센 불로 오래 끓이면 두부는 단단해지고 채소는 형태를 잃는다. 반대로 막 끓기 시작했을 때는 된장이 따로 놀고 생마늘 냄새가 세게 남을 수 있다.

잘 끓은 한 냄비에서는 재료가 완전히 같은 맛이 되지 않는다. 국물은 짭짤하고, 두부는 부드럽고, 애호박은 달며, 고추는 짧게 맵다.

된장찌개가 집밥으로 자주 떠오르는 까닭도 정해진 한 조리법보다 이런 차이에 있다. 어느 집 냄비에는 멸치가 들어가고, 어느 집에는 바지락이나 고기가 들어갔다.

뚝배기의 거품이 잦아들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콩알과 잘게 부서진 두부가 바닥에 남는다. 마지막 한 숟가락은 그 집이 어떤 된장과 국물을 썼는지 가장 진하게 보여 준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된장의 오래된 기록과 제조법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장 담그기 전승은 국가유산포털과 유네스코 자료로 확인했다. 오래된 장 기록을 오늘날 된장찌개와 같은 음식으로 단정하지 않았고, ‘찌개’와 ‘조치’의 명칭은 확인되는 조리서 설명에 맞춰 구분했다. 멸치·다시마·쇠고기·쌀뜨물 국물과 냉이 등 계절 재료는 공공기관 조리 자료를 참고했다. 맛과 식감은 된장 입자, 국물 재료, 두부와 채소가 실제로 익으며 달라지는 모습을 쉬운 문장으로 풀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 파일별 저작자와 재사용 조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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