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카츠 옆 양배추는 장식이 아니다

돈카츠 정식에는 고기만큼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접시 한쪽에 높게 쌓인 생양배추다. 얇은 커틀릿을 나이프와 포크로 먹던 서양식 접시가 일본에 들어온 뒤 고기는 두꺼워졌고, 따뜻한 채소는 차가운 양배추채로 바뀌었다. 밥과 된장국까지 곁에 놓이면서 오늘의 돈카츠 한 상이 만들어졌다.

굵은 빵가루와 두꺼운 등심 단면이 보이는 돈카츠
사진 KoZ · CC BY-SA 4.0

메이지 시대에 들어온 커틀릿이 돼지고기와 생빵가루, 깊은 기름을 만나 돈카츠로 달라진 과정을 살핀다. 렌가테이의 포크 커틀릿 전승과 생양배추가 접시에 오른 배경, 로스·히레의 식감 차이, 돈카츠소스와 가츠동·가츠산도까지 한 상의 맛을 따라간다.

양배추가 더 많은 접시

돈카츠를 주문하면 고기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접시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양배추채다. 가는 잎이 엉켜 있어 양만 보면 고기보다 많아 보이는 집도 있다.

그 옆의 돈카츠는 이미 일정한 폭으로 잘려 있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들면 거친 빵가루가 가장자리에서 떨어지고, 단면에는 살코기와 하얀 지방이 층처럼 보인다. 나이프를 찾을 일이 없다.

막 튀긴 로스카츠를 깨물면 껍질이 먼저 바삭하게 부서진다. 안쪽 고기는 뜨겁고 촉촉하며, 가장자리 지방은 말랑하게 녹아 살코기보다 진한 단맛을 낸다. 겨자를 조금 묻힌 부분에서는 알싸한 향이 코끝까지 올라온다.

차가운 양배추를 씹으면 가는 잎이 아삭하게 끊어지고 입안에 수분이 퍼진다. 뒤이어 따뜻한 밥이나 된장국을 먹으면 소스와 튀김기름의 맛이 옅어진다.

서양에서 들어온 커틀릿에는 원래 이런 상차림이 없었다. 두꺼운 돼지고기, 생양배추, 밥과 된장국이 한자리에 모이기까지 여러 번의 변화가 있었다.

등심 한 장을 길게 자르면 모든 조각이 같지 않다. 가운데는 살코기가 두툼하고, 양 끝은 튀김옷과 지방이 더 많다. 가운데를 집을 때와 끝 조각을 집을 때 씹는 느낌이 달라진다.

가늘게 썬 양배추도 부위에 따라 식감이 다르다. 얇은 잎은 부드럽게 씹히고, 굵은 심은 아삭하게 끊어지며 단맛과 물기를 낸다. 고기와 함께 집으면 거친 빵가루 사이로 차가운 양배추가 섞인다.

큰 튀김솥에서 돈카츠를 건지는 조리 장면
큰 튀김솥 앞에서 조리사가 그물 국자로 빵가루 부스러기를 걷고 있다. 먼저 떨어진 가루가 타서 새 돈카츠에 붙지 않도록 기름을 정리하는 작업이다.사진 Paul Keller · CC BY 2.0

커틀릿은 어떻게 돈카츠가 됐을까

메이지 시대 일본의 서양식 식당에는 코틀레트나 커틀릿을 옮긴 ‘카츠레츠’가 등장했다. 송아지나 양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버터나 기름을 두른 팬에서 익히는 유럽식 요리가 출발점이었다.

당시 접시의 고기는 지금 돈카츠보다 얇았다. 따뜻하게 익힌 감자와 당근을 곁들이고 데미글라스 같은 소스를 얹어 나이프와 포크로 먹었다. 밥과 된장국이 붙은 정식과는 모습부터 달랐다.

일본의 요쇼쿠 식당은 서양 요리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았다. 익숙한 재료와 조리 도구, 손님이 먹는 방식에 맞춰 조금씩 바꿨다. 농림수산성도 메이지 이후 포크 커틀릿과 코로케, 카레라이스 같은 음식이 외식에서 가정으로 퍼졌다고 설명한다.

카츠레츠라는 이름은 식당과 일상에서 ‘카츠’로 줄었다. 돼지를 뜻하는 ‘돈’을 붙인 돈카츠라는 표기는 20세기 전반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이름이 짧아지는 동안 고기는 오히려 두꺼워졌다.

1929년 도쿄 우에노의 폰치켄이 두꺼운 돼지고기를 튀겨 ‘돈카츠’라고 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기원에는 다른 설명도 있어 한 가게가 오늘의 형식을 한 번에 완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얇게 지진 커틀릿은 깊은 기름에서 익는 두꺼운 돼지고기가 됐다. 손님 앞에는 이미 잘린 채 놓였고, 나이프와 포크 대신 젓가락이 붙었다.

일본 정부 자료가 설명하는 메이지기의 서양 음식은 처음부터 가정식이 아니었다. 흙바닥 부엌의 화덕에서는 많은 기름을 다루기 어려웠고, 새 조리도구를 갖춘 식당이 먼저 커틀릿과 카레, 코로케를 내기 시작했다.

돈카츠의 먼 출발점으로 거론되는 프랑스식 코틀레트는 송아지고기에 마른 빵가루를 묻혀 버터를 두른 팬에서 익혔다. 고기는 얇고 팬 바닥에 닿은 면부터 색이 났다. 깊은 기름 속에서 빵가루 전체가 동시에 부푸는 오늘의 돈카츠와 조리 장면부터 다르다.

양식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데는 학교와 인쇄물도 역할을 했다. 농림수산성 자료에는 1899년 이후 여학교의 가사 수업에서 절충식 조리를 가르쳤고, 메이지 후반에는 신문과 요리책이 서양식 조리법을 잇달아 소개했다고 적혀 있다.

20세기 전반에는 식당의 카츠레츠가 도시락과 가정 요리에도 등장했다. 전문점처럼 큰 튀김솥을 쓰기 어려운 집에서는 고기를 조금 얇게 펴고 팬에 기름을 넉넉히 부어 익혔다. 얇은 고기는 짧은 시간에도 속까지 익고, 빵가루는 팬에 닿은 면부터 갈색이 났다.

양배추채를 곁들여 잘라 낸 돈카츠 한 접시
돈카츠는 일정한 폭으로 잘라 양배추채 옆에 놓는다. 단면 한쪽의 하얀 지방띠와 살코기 폭을 보면 로스카츠의 조각마다 식감이 다른 이유가 보인다.사진 ノボホショコロトソ · CC BY 4.0

렌가테이에서 바뀐 것

도쿄 긴자의 렌가테이는 1895년에 문을 연 서양식 식당이다. 가게는 1899년 송아지 대신 돼지고기를 쓰고, 마른 빵가루 대신 굵은 생빵가루를 묻혀 깊은 기름에 튀긴 포크 커틀릿을 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던 방식보다 튀김솥을 쓰면 고기 전체에 열이 고르게 닿는다. 빵가루는 겉에서 빠르게 마르고, 안쪽 돼지고기에서는 수분이 천천히 빠져나온다. 일본에서 익숙했던 덴푸라 조리법과도 가까웠다.

양배추가 오른 배경에는 인력 부족 이야기가 붙어 있다. 따뜻한 감자와 당근을 손질하던 일손이 줄자, 미리 가늘게 썰어 둘 수 있는 생양배추로 바꿨다는 내용이다. 렌가테이도 이를 자사의 역사로 소개한다.

당시 생양배추는 지금처럼 평범한 곁들임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양배추 재배와 생식이 퍼지던 시기였고, 관련 연구는 돈카츠의 확산이 채 썬 양배추를 날로 먹는 습관이 자리 잡는 과정과 맞물렸다고 설명한다.

데미글라스 대신 우스터소스를 쓰고 밥을 곁들이자 맛도 달라졌다. 새콤하고 짭짤한 소스는 돼지고기와 밥에 모두 어울렸고, 가볍고 아삭한 양배추는 뜨거운 튀김 사이에 바로 집어 먹을 수 있었다.

포크 커틀릿과 양배추가 처음 나온 해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 렌가테이가 전하는 연도와 조리 배경은 가게의 역사이며, 메이지기 요쇼쿠는 다른 식당에서도 동시에 바뀌고 있었다.

송아지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쓴 이유에는 가격과 공급도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 송아지고기보다 구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택하면서 포크 커틀릿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돼지 지방의 단맛은 새콤하고 짭짤한 우스터소스와 어울렸고, 밥반찬으로도 먹기 쉬웠다.

우스터소스도 커틀릿과 함께 들어온 낯선 조미료였다. 농림수산성 자료에는 이 소스가 에도 말기에 일본에 전해졌다고 적혀 있다. 과일과 채소, 식초와 향신료가 섞인 새콤한 맛은 돼지고기에도 잘 붙었고 밥과 함께 먹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고기를 미리 잘라 내면 나이프 없이 젓가락으로 집을 수 있다. 한입 크기 조각은 밥그릇과 된장국 사이를 오가기에도 편했고, 양배추도 같은 젓가락으로 집었다. 서양식 커틀릿이 정식 한 상에 들어가며 식기까지 바뀌었다.

두 가지 돈카츠와 양배추가 놓인 식탁
같은 돈카츠도 고기 두께와 튀김옷 색이 다르다. 레몬과 겨자, 양배추를 어느 조각에 곁들이는지에 따라 한 접시 안에서도 맛이 달라진다.사진 jetalone · CC BY 2.0

돈카츠 옷은 왜 거칠까

돈카츠용 고기는 등심이나 안심을 두툼하게 자른다. 등심은 살과 지방 사이의 힘줄에 칼집을 내지 않으면 튀길 때 가장자리가 오그라들 수 있다. 두께가 일정해야 가운데까지 익는 시간도 맞는다.

옷은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입힌다. 밀가루가 고기 표면의 물기를 잡고 달걀이 접착제처럼 붙는다. 마지막 빵가루는 손으로 세게 누르기보다 빈 곳이 없게 덮는다.

일본식 생빵가루는 마른 고운 빵가루보다 조각이 크고 수분이 많다. 기름에 들어가면 사이사이의 물이 수증기로 빠져나가며 표면이 거칠게 일어난다. 잘 튀긴 껍질이 두껍고 딱딱하기보다 가볍게 부서지는 이유다.

고기를 기름에 넣는 순간 큰 거품이 올라온다. 시간이 지나 수분이 줄면 거품과 소리가 조금씩 잦아든다. 전문점에서는 고기 두께와 부위에 맞춰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고, 떠다니는 빵가루 부스러기도 자주 걷어 낸다.

튀김솥에서 건진 고기는 철망 위에서 잠깐 쉰다. 바로 접시에 눕히면 바닥에 갇힌 김이 빵가루를 눅눅하게 만든다. 철망 아래로 기름과 수증기가 빠지는 동안 남은 열은 고기 안쪽으로 퍼진다.

칼로 자를 때는 껍질이 눌려 벗겨지지 않도록 한 번에 힘을 준다. 바삭한 옷이 짧게 부서지고 그 아래에서 촉촉한 고기가 드러난다. 익힘 상태는 겉색만 보지 않고 고기 중심 온도와 조리 시간을 함께 확인한다.

일본의 빵가루 규격은 건조하지 않은 생빵가루, 수분을 14% 이하로 낮춘 건조 빵가루, 그 사이의 세미드라이 빵가루로 나눈다. 이름이 같은 빵가루라도 손으로 쥐었을 때의 촉촉함과 조각 크기가 다르다.

농림수산성의 빵가루 조사에서는 가정용 제품의 약 90%가 보관이 쉬운 건조 빵가루였고, 생빵가루는 전문점 같은 업소에서 더 많이 쓰였다. 수분이 남은 큰 조각은 기름에 들어가면 끝이 들고, 마른 고운 가루는 고기 표면에 촘촘히 붙는다.

떠다니는 빵가루를 그대로 두면 먼저 짙은 갈색으로 타고 다음 고기에 붙는다. 조리사가 그물 국자로 부스러기를 자주 걷는 것은 기름에 쓴 냄새가 배는 일을 줄이고 새 돈카츠의 색을 고르게 하기 위해서다.

모든 전문점이 같은 온도와 기름을 쓰는 것도 아니다. 농림수산성의 일본 음식 자료는 우에노의 한 노포가 등심 지방을 떼어 라드로 만들고 약 120도의 낮은 온도에서 두꺼운 고기를 천천히 익힌다고 소개한다. 이 집의 카츠는 짙은 갈색보다 옅은 황금색에 가깝다.

밥과 양배추를 곁들인 일본식 돈카츠 정식
밥과 국, 절임이 붙으면 커틀릿 한 접시가 정식 한 상이 된다. 미리 잘라 둔 고기와 양배추를 같은 젓가락으로 번갈아 집는다.사진 ノボホショコロトソ · CC BY 4.0

로스와 히레는 한입부터 다르다

로스카츠는 돼지 등심을 쓴다.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등심은 살결이 곱고 바깥쪽 지방에 맛이 많은 부위다. 돈카츠 단면에서 한쪽 가장자리에 하얗게 이어지는 부분이 이 지방이다.

뜨거운 로스카츠에서는 지방이 부드럽게 녹는다. 살코기는 탄력 있게 끊기고, 지방이 붙은 끝부분은 더 미끄럽고 고소하다. 식으면서 지방이 굳으면 같은 조각도 씹는 힘이 더 든다.

히레카츠는 안심을 쓴다. 지방이 적고 살결이 고와 둥근 덩어리나 작은 원통 모양으로 내는 집이 많다. 한입 베어 물면 로스보다 담백하고 부드럽지만 오래 튀기면 수분이 빨리 줄어 퍽퍽해질 수 있다.

소스를 묻히지 않은 첫 조각에서는 차이가 더 분명하다. 로스는 돼지 지방의 단맛과 향이 먼저 나고, 히레는 살코기의 담백한 맛과 촘촘한 결이 앞선다. 같은 빵가루를 입혀도 고기 맛과 씹는 느낌이 다르다.

두꺼운 고기가 항상 더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부위와 손질, 튀김 온도에 따라 단면의 수분이 달라진다. 잘 익은 고기는 젓가락으로 들었을 때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이로 쉽게 끊어진다.

로스 한 장에서도 지방띠가 붙은 조각과 살코기만 넓은 조각이 나뉜다. 지방 쪽은 입안에서 미끄럽게 풀리고 살코기 쪽은 결을 따라 두세 번 더 씹힌다. 소스를 똑같이 묻혀도 끝에 남는 돼지고기 향이 다르다.

잘 익은 지방은 하얗고 단단한 덩어리로 남지 않고 반투명하게 부드러워진다. 뜨거울 때는 혀에 닿자마자 녹지만 접시에서 식으면 다시 탄력이 생긴다. 로스카츠의 마지막 조각이 첫 조각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데에는 온도 변화도 있다.

히레는 원통형 부위를 가로로 잘라 작은 덩어리로 내기도 한다. 같은 무게의 로스 한 장보다 빵가루가 닿는 면이 많아 첫입에는 튀김옷의 바삭함이 크게 들리고, 그 뒤 지방이 적은 살이 부드럽게 끊어진다.

어깨등심을 쓰는 카츠에서는 살 사이로 지방이 가늘게 섞여 있다. 가장자리 한쪽에 지방이 모인 로스와 달리 한 조각 안에서 살과 기름이 번갈아 씹힌다. 접시에 잘라 놓으면 단면부터 로스와 다르다.

밥과 반찬을 함께 담은 돈카츠 도시락
도시락 속 돈카츠는 뚜껑 안의 수분과 소스를 머금는다. 매장에서 막 나온 카츠보다 옷이 부드럽고, 식은 지방은 조금 더 단단하게 씹힌다.사진 毒島みるく · CC0

소스만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다

돈카츠소스는 간장처럼 묽지 않다. 채소와 과일, 식초, 설탕, 향신료를 넣은 우스터 계열 소스를 되직하게 만들어 빵가루 위에 오래 머문다. 처음에는 과일 단맛이 나고 뒤에 식초의 산미와 향신료 향이 남는다.

소스를 많이 묻힌 부분은 바삭함이 빠르게 줄어든다. 대신 빵가루 사이로 새콤달콤한 맛이 깊이 들어가 밥과 잘 붙는다. 소스가 닿지 않은 가장자리는 구운 빵 냄새와 가벼운 식감이 더 오래 남는다.

일본 겨자는 작은 양으로도 존재감이 크다. 혀를 오래 맵게 하기보다 코로 짧고 강한 향이 올라온다. 지방이 많은 로스 한 조각에 닿으면 고소한 맛 뒤에 알싸함이 바로 이어진다.

깨를 작은 절구에 내는 전문점도 있다. 손님이 갈면 껍질이 깨지면서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고, 여기에 소스를 부으면 되직한 깨소스가 된다. 입자가 남아 빵가루의 거친 식감도 더 강해진다.

양배추는 소스가 많이 묻은 조각 사이에서 차갑고 아삭하다. 가늘게 썬 잎에는 소스가 얇게 걸리고, 굵은 심 부분에서는 단맛과 수분이 더 또렷하다. 같은 접시의 양배추도 어느 부분을 집느냐에 따라 씹는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밥과 된장국, 절임까지 놓이면 돈카츠만 먹을 때와 한 상의 맛이 달라진다. 뜨거운 카츠를 먹은 뒤 부드러운 밥을 씹고, 국물 한 모금으로 입안을 데운 다음 다시 차가운 양배추로 돌아간다.

되직한 돈카츠소스를 얇게 뿌리면 빵가루 사이에 짙은 줄이 남는다. 소스가 묻은 곳은 촉촉해지고, 가장자리는 바삭함이 조금 더 오래 간다. 한입 안에서 부드러운 부분과 바삭한 부분이 차례로 씹힌다.

절구에서 막 간 깨에는 고운 가루와 반쯤 깨진 씨가 함께 남는다. 소스를 부으면 되직해지고, 씹을 때마다 깨의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매끈했던 소스에 작은 깨 조각이 섞여 씹는 맛도 달라진다.

일본 겨자는 노란색이 비슷해도 부드러운 서양식 머스터드보다 향이 빠르고 날카롭다. 소스에 조금 섞으면 첫맛은 달지만 삼키기 직전에 코가 잠깐 매워진다. 매운 느낌은 고추처럼 혀에 오래 남지 않는다.

양배추에는 돈카츠소스뿐 아니라 유자나 참깨 드레싱을 따로 내는 집도 있다. 새콤한 드레싱은 잎의 풋내를 가볍게 하고, 참깨 드레싱은 고소함을 더해 고기와 비슷한 방향의 맛을 만든다. 한 접시에서도 양배추 쪽 소스와 돈카츠 쪽 소스가 달라질 수 있다.

달걀과 양파로 익힌 가츠동
가츠동에서는 다시와 양파, 달걀이 튀김옷을 덮는다. 바삭한 면은 줄지만 달고 짭짤한 국물이 고기 아래의 밥까지 스민다.사진 Ocdp · CC0

가츠동과 가츠산도는 무엇이 다를까

가츠동은 바삭함을 그대로 지키지 않는다. 잘라 놓은 돈카츠를 다시와 간장, 설탕을 넣은 국물에 올리고 양파와 달걀을 익힌다. 빵가루가 국물을 빨아들여 부드러워지고, 반숙 달걀이 고기와 밥 사이를 덮는다.

한 숟갈에는 달고 짭짤한 양파, 촉촉한 튀김옷, 돼지고기, 밥이 함께 들어온다. 정식에서 따로 먹던 고기와 밥이 한 그릇 안에서 섞인다. 바닥으로 갈수록 밥에는 국물이 더 많이 밴다.

야마나시에서 가츠동을 주문하면 전혀 다른 그릇을 만날 수 있다. 농림수산성 자료에는 밥 위에 채 썬 양배추와 갓 튀긴 돈카츠를 올리고 소스를 붓는 방식이 지역 음식으로 소개돼 있다. 달걀로 익힌 것은 ‘니카츠동’이라 따로 부르기도 한다.

가츠산도에서는 돈카츠가 식빵 사이로 들어간다. 소스를 바른 고기를 빵이 양쪽에서 눌러 잡기 때문에 젓가락이나 그릇 없이 먹을 수 있다. 차갑게 식으면 튀김옷은 부드러워지지만 소스와 고기 맛은 빵에 고르게 밴다.

카츠카레는 밥과 카레소스 위에 돈카츠를 올린다. 소스에 잠긴 쪽은 촉촉하고 위로 드러난 쪽은 바삭하다. 진한 카레 향 속에서도 고기 단면과 빵가루의 구운 맛이 남는다.

‘카츠’가 일본어로 이긴다는 말과 소리가 같아 시험이나 경기를 앞두고 먹는 음식으로도 이야기된다. 이 이름 때문에 합격을 바라는 도시락에도 카츠가 자주 들어간다. 식빵 사이에 넣거나 카레 위에 올리면 먹는 방식과 식감은 다시 달라진다.

달걀로 덮는 가츠동의 시작을 두고는 여러 가게와 학교 앞 식당 이야기가 전해진다. 잘라 놓은 카츠를 다시와 양파에 데우면 고기와 밥을 그릇 하나에 담아 배달할 수 있었다. 식은 카츠의 튀김옷도 국물을 머금어 다시 부드러워졌다.

야마나시 농림수산성 자료에는 지역 소바집이 배달 그릇을 하나만 쓰기 위해 밥 위에 양배추와 카츠를 올렸다는 전승이 실려 있다. 이곳의 가츠동은 달걀 국물이 없어 빵가루 윗면이 비교적 바삭하고, 소스가 밥으로 바로 스민다.

도쿄 다이토구의 공식 관광 정보는 1930년에 문을 연 이센을 가츠산도 발상점으로 소개한다. 얇게 자른 식빵과 부드러운 카츠를 네모나게 잘라, 손가락으로 집어도 고기가 빠져나오지 않는 모양을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가츠 카레’라는 이름을 조금 다르게 쓰기도 한다. 도쿄 공식 음식 안내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돈카츠가 올라가지 않은 일본식 카레까지 가츠 카레라고 부른다. 일본 메뉴판에서는 튀긴 고기가 있어야 가츠카레가 된다.

소스를 바른 돈카츠를 식빵 사이에 넣은 가츠산도
가츠산도의 식빵은 소스 묻은 튀김옷과 고기를 양쪽에서 눌러 잡는다. 차갑게 식어도 한입에 빵과 옷, 돼지고기가 함께 끊어진다.사진 Nesnad · CC BY 3.0

돈카츠는 식으면서 어떻게 달라질까

돈카츠는 접시에 놓인 뒤에도 계속 달라진다. 뜨거운 고기에서 나온 김이 안쪽 빵가루로 스며들고, 소스가 닿은 부분은 갈색이 짙어지며 부드러워진다. 첫 조각과 마지막 조각의 소리가 다른 까닭이다.

도시락에서는 변화가 더 빠르다. 뚜껑 안에 맺힌 수분이 튀김옷으로 돌아가 바삭함은 줄고, 차갑게 굳은 돼지 지방은 씹는 맛을 무겁게 만든다. 대신 소스가 밥과 고기에 충분히 배어 따뜻한 정식과 다른 맛이 난다.

막 튀긴 돈카츠의 첫입에서는 빵가루와 고기가 또렷이 갈린다. 씹을수록 구운 빵 냄새 뒤로 돼지고기 육즙이 나오고, 소스의 단맛과 산미가 붙는다. 양배추를 집으면 차가운 물기와 풋내가 남은 기름 맛을 가볍게 씻는다.

접시가 비어 갈수록 수북하던 양배추도 낮아진다. 마지막 돈카츠 조각 뒤에는 소스가 묻어 조금 숨이 죽은 양배추와 바삭한 빵가루 부스러기가 함께 남는다.

철망에서 내려온 뒤에도 고기에서는 김이 계속 나온다. 접시 바닥에 바로 닿은 면은 김이 빠져나가기 어려워 윗면보다 먼저 눅눅해진다. 그래서 작은 철망을 접시에 올려 돈카츠의 바닥을 띄우는 전문점도 있다.

도시락 뚜껑 안에는 식는 동안 작은 물방울이 맺힌다. 그 물기가 빵가루에 닿으면 뾰족했던 끝이 부드러워지고 소스도 더 넓게 번진다. 차가운 밥과 함께 집으면 촉촉해진 튀김옷과 고기가 한 번에 잘 끊어진다.

식은 돈카츠를 다시 데워도 처음의 바삭함이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속의 수분을 머금은 빵가루는 겉만 다시 마르고, 굳었던 지방은 녹지만 막 튀겼을 때의 촉촉함과는 다르다. 남은 카츠가 가츠동이나 카레에 자주 들어가는 데에는 이런 식감도 한몫한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돈카츠의 기원과 양배추 곁들임은 렌가테이의 자체 전승, 일본 정부 자료, 식문화 연구를 나눠 확인했다. 한 가게를 유일한 발명자로 단정하지 않았으며, 돼지고기 부위와 빵가루 식감은 농림수산성과 조리과학 자료를 함께 살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01
和製洋食『とんかつ』のルーツを探るHighlighting Japan / 일본 정부 온라인
↗
02
家庭料理として洋食の普及일본 농림수산성
↗
03
食品産業の発展일본 농림수산성
↗
04
とんかつの誕生 : 明治洋食事始め일본 국립국회도서관
↗
05
異国食の受容と変容―新たな食文化の受け入れと普及키코만 국제식문화연구센터
↗
06
キャベツの『生食』習慣の定着간사이대학교 학술 리포지터리
↗
07
煉瓦亭の歴史긴자 렌가테이
↗
08
豚にまつわる基礎知識일본 농림수산성
↗
09
揚げパン粉のサクサク感の数値化と官能評価일본조리과학회 / J-STAGE
↗
10
かつ丼 山梨県일본 농림수산성
↗
11
日本農林規格調査会議事録(パン粉)일본 농림수산성
↗
12
和食の世界へようこそ。일본 농림수산성
↗
13
台東区公式観光情報サイト グルメ検索도쿄도 다이토구
↗
14
Inside Tokyo’s Curry SceneGO TOKYO Gourmet
↗
15
기사 사진 출처 1: "Amai-Yuwaku" Special Loin Pork Cutlet1.jpgWikimedia Commons
↗
16
기사 사진 출처 2: Skimming off the frying pan (8150567239).jpgWikimedia Commons
↗
17
기사 사진 출처 3: Japanese Tonkatsu.jpgWikimedia Commons
↗
18
기사 사진 출처 4: Tonkatsu @ Tonki (Tsukiji, Tokyo).jpgWikimedia Commons
↗
19
기사 사진 출처 5: Tonkatsu and Cabbage.jpgWikimedia Commons
↗
20
기사 사진 출처 6: Tonkatsu lunch box of Japanese National Diet Library 2022.jpgWikimedia Commons
↗
21
기사 사진 출처 7: Katsudon 001.jpgWikimedia Commons
↗
22
기사 사진 출처 8: Katsusando-japan-tokyo-march3-2016.jpgWikimedia Commons
↗
UPDATE TIP정보가 달라졌습니까?수정 제보하기 +

이름·연락처를 적지 마세요. 제보 내용과 중복 접수를 막기 위한 독자 식별자가 저장됩니다. 개인정보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