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기 서양식 커틀릿이 도쿄 요쇼쿠 식당으로 들어와 두꺼운 돼지고기, 굵은 생빵가루, 깊은 기름을 만나 돈카츠가 됐다. 채 썬 양배추와 밥·된장국, 달고 걸쭉한 소스가 붙은 과정과 로스·히레카츠의 식감 차이를 따라간다.
갈색 껍질 아래 고기는 생각보다 두껍다
서양의 얇은 커틀릿과 달리 돈카츠 전문점의 고기는 손가락 한 마디에 가까울 만큼 두껍다. 잘라 내야 젓가락으로 먹기 쉽다.
두께가 생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온도 차가 생긴다. 중심까지 익히는 동안 빵가루가 타지 않도록 기름 온도를 조절한다.
로스카츠는 등심의 지방 띠가 남아 고소하고 히레카츠는 안심의 결이 촘촘해 담백하다. 같은 튀김옷 아래 전혀 다른 육질이다.
굵은 갈색 빵가루 껍질 안에 연분홍빛 돼지고기 단면이 곧게 드러난다. 돈카츠 접시에서는 색과 윤기에 재료의 익힘과 수분 차이가 남는다. 사진만으로 돈카츠의 질감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느 부분이 마르고 촉촉한지는 표면에서도 드러난다.
막 튀긴 빵과 돼지 지방 냄새 뒤로 겨자와 과일 소스의 새콤한 향이 올라온다. 돈카츠의 첫 냄새에는 주재료뿐 아니라 불에 닿은 양념과 기름, 막 썬 고명까지 겹쳐 있다. 돈카츠에서는 코에 먼저 닿는 향을 따라가면 익히거나 절이고 섞은 재료의 차이도 드러난다.
커틀릿은 언제 ‘카츠’가 됐을까
메이지 일본은 서양 음식을 요쇼쿠라는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커틀릿을 가리킨 가쓰레쓰가 줄어 카츠라는 말로 굳었다.
초기의 커틀릿은 얇은 고기를 팬에 지지는 조리에 가까웠다. 도쿄 식당들은 돼지고기를 쓰고 더 많은 기름에 튀기며 새로운 외식 메뉴를 만들었다.
정확한 한 사람의 발명으로만 설명하기보다 여러 요쇼쿠 식당이 고기 두께와 빵가루, 상차림을 바꾼 흐름을 보는 편이 기록과 맞는다.
메이지기 커틀릿이 들어온 뒤 20세기 초 도쿄 식당들이 돼지고기와 양배추채를 한 접시에 내고, 깊은 기름에 튀기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돈카츠 역사에서 이 변화는 오래된 방식을 없애지 않았지만 조리 시간과 한 끼의 크기, 식당에서 내는 모양을 바꿨다. 돈카츠의 기록 속 음식과 지금 눈앞의 접시가 완전히 같지 않은 까닭이다.
렌가테이의 접시에 양배추가 올라왔다
도쿄 긴자의 렌가테이는 1899년 무렵 돼지고기 커틀릿을 내며 채 썬 생양배추를 곁들였다고 전한다. 조리 인력이 부족할 때 손쉽게 준비한 곁들임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양배추는 기름진 고기와 반대되는 온도와 수분을 갖는다. 가늘게 썰수록 소스가 잘 묻고 입안에서 고기 조각과 함께 섞인다.
밥과 된장국, 절임이 붙으면서 커틀릿은 한 접시 서양식에서 젓가락으로 먹는 일본식 정식으로 바뀌었다.
칼이 튀김옷을 가를 때 얇은 파열음이 나고 기름에서는 큰 빵가루가 빠르게 끓는다. 돈카츠 준비 과정에서 나는 소리에는 손과 도구가 움직이는 순서가 담긴다. 돈카츠 조리에서는 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잦아드는 순간마다 다음 작업이 이어진다.
조리 과정에는 깊은 튀김솥과 철망 등이 등장한다. 돈카츠에 쓰는 도구는 재료를 나누고 모양을 잡고 담는 방식을 바꾼다. 돈카츠의 크기와 표면도 이 도구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생빵가루가 껍질을 세운다
일본식 생빵가루는 수분이 있고 입자가 크다. 기름에 들어가면 조각 사이 수분이 증기로 빠지며 거친 공기층을 만든다.
밀가루는 고기 표면의 물기를 잡고 달걀은 빵가루를 붙인다. 어느 한 층이 두꺼우면 튀긴 뒤 껍질이 고기에서 벗겨진다.
튀김에서 건진 뒤 바로 자르지 않고 철망에서 잠깐 쉬면 내부 열이 고르게 퍼진다. 접시에 바로 놓으면 바닥의 증기가 껍질을 눅눅하게 만든다.
맛의 바탕은 두꺼운 돼지고기와 밀가루·달걀·생빵가루에서 시작된다. 돈카츠에서는 같은 재료를 써도 손질과 익히는 순서가 달라지면 단맛과 짠맛, 지방의 무게가 달라진다. 돈카츠의 맛을 양념의 양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돈카츠 소스는 간장 맛이 아니다
돈카츠 소스는 우스터소스를 바탕으로 과일과 채소의 단맛, 식초의 산미를 두껍게 만든다. 걸쭉해 빵가루 표면에 머문다.
겨자를 조금 대면 코끝의 매운 향이 돼지 지방을 짧게 끊는다. 소금만 찍으면 소스의 단맛에 가려졌던 고기 향이 앞에 나온다.
깨를 직접 갈아 소스와 섞는 가게도 있다. 따뜻한 절구에서 깨 껍질이 깨지며 고소한 향이 진해진다.
이 음식이 놓이는 곳으로는 도쿄의 요쇼쿠 식당과 돈카츠 전문점 등이 있다. 빠르게 먹는 돈카츠 한 접시와 여러 사람이 나누는 상에서는 양과 온도가 서로 다르다. 돈카츠 곁에 놓는 반찬과 음료도 그 장소의 생활 리듬을 따른다.
뜨겁고 바삭한 카츠와 차갑고 아삭한 양배추, 부드러운 밥이 한 정식 안에서 갈린다. 돈카츠의 차이는 재료 목록만 읽을 때보다 한입 안에서 더 선명하다. 돈카츠 한입에서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 마른 겉과 촉촉한 속이 번갈아 들어온다.
가츠동은 바삭함을 국물에 담근다
가츠동은 썬 돈카츠를 양파와 간장·다시 국물에 놓고 달걀을 푼다. 빵가루가 국물을 흡수해 바삭함 대신 짭짤한 촉촉함을 얻는다.
완전히 익지 않은 달걀이 고기와 밥 사이를 이어 주고 양파는 단맛을 보탠다. 돈카츠 정식보다 한 숟갈에 들어오는 맛이 단순하고 빠르다.
‘카츠’가 이긴다는 뜻의 일본어와 소리가 같아 시험이나 경기를 앞둔 음식으로 이야기되지만, 맛의 구조는 남은 카츠를 밥 한 그릇으로 만드는 실용성과도 맞닿아 있다.
튀김기에서 막 나왔을 때 껍질은 뜨겁고 건조하며 식을수록 고기 지방과 빵가루가 단단해진다. 천천히 먹는 동안 돈카츠의 온도가 내려가면 향이 약해지거나 또렷해지고 표면과 속의 씹힘도 달라진다. 막 나온 돈카츠의 한입과 몇 분 뒤의 한입은 같지 않다.
전문점에서는 기름도 섞어 쓴다
식물성 기름에 라드나 쇠기름을 섞으면 튀김 향과 갈색이 진해진다. 가게마다 배합이 달라 첫 냄새부터 차이가 난다.
낮은 온도에서 속을 익힌 뒤 높은 온도로 껍질을 세우는 방식, 한 온도에서 끝내는 방식이 함께 쓰인다. 고기 두께와 빵가루 크기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오래 쓴 기름은 고소한 향이 진해지지만 산패 냄새도 생긴다. 맑은 기름과 축적된 튀김 부스러기를 관리하는 일이 전문점 맛을 좌우한다.
껍질은 크게 부서지고 로스의 지방은 부드럽게 녹으며 히레는 촘촘하게 씹힌다. 돈카츠 한 접시에서 한 가지 질감만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재료마다 수분과 섬유, 지방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돈카츠 접시에서도 어느 부분을 먼저 집는지에 따라 씹는 시간이 달라진다.
돼지고기의 고소한 육즙에 우스터 계열 소스의 단맛과 산미, 겨자의 매운 향이 붙는다. 돈카츠에서는 짠맛과 단맛, 산미와 지방의 무게가 한꺼번에 오기보다 순서를 두고 겹친다. 돈카츠의 첫맛이 지나간 뒤에는 주재료의 단맛이나 고소함이 다시 드러난다.
마지막 조각에는 소스가 더 많이 밴다
잘라 놓은 카츠는 시간이 갈수록 소스와 고기 증기를 흡수한다. 접시 끝의 조각은 처음보다 부드럽고 단맛이 짙다.
양배추 리필이 익숙한 이유도 한 접시의 후반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다. 차가운 채가 뜨거운 기름과 소스 사이를 끊는다.
돈카츠는 커틀릿을 닮았지만 나이프 없이 이미 잘려 나온다. 조리와 절단, 곁들임이 모두 젓가락과 밥의 속도에 맞춰져 있다.
구운 빵가루 향과 후추가 남고 생양배추의 풋내와 수분이 기름기를 걷어 낸다. 그릇에 남은 돈카츠의 향에는 처음 코에 닿았던 냄새와 다른 부분이 있다. 돈카츠의 마지막 향은 혀에 남은 짠맛이나 단맛보다 늦게 느껴져 첫입과 다른 인상을 남긴다. 온도가 내려간 뒤에도 돈카츠의 향은 한동안 입과 코 사이에 남는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돈카츠의 기원은 렌가테이 전승과 메이지기 요쇼쿠의 변화가 겹친다. 특정 발명 신화를 단정하지 않고 공공기관의 일본 식문화 자료를 함께 살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