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을 죽과 떡으로 먹던 시기에서 가늘게 썬 소바키리가 에도 도시 음식이 된 과정, 니하치 배합과 자루소바·가케소바의 차이를 살핀다. 차가운 물로 면을 조이는 이유와 쯔유, 와사비, 소바유가 만드는 맛의 순서도 담았다.
면을 다 먹은 뒤 주전자가 나온다
자루소바를 다 먹을 무렵 작은 주전자에 담긴 뽀얀 소바유가 나온다. 남은 쯔유에 부으면 짙은 갈색이 우유 탄 차처럼 옅어진다.
쯔유의 간장과 가쓰오 향은 남아 있지만 짠맛은 줄고 삶은 면의 구수함이 보태진다. 식사의 끝에서 국물 맛을 다시 조립한다.
모든 소바집이 같은 농도로 내지는 않는다. 전분이 진한 물은 걸쭉하고 맑은 소바유는 향이 가볍다.
회갈색 가는 면이 대나무 발 위에서 윤기 없이 가지런히 놓인다. 소바 접시에서는 색과 윤기에 재료의 익힘과 수분 차이가 남는다. 사진만으로 소바의 질감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느 부분이 마르고 촉촉한지는 표면에서도 드러난다.
마른 메밀의 견과 향과 가쓰오부시 다시, 간장의 발효 향이 번갈아 난다. 소바의 첫 냄새에는 주재료뿐 아니라 불에 닿은 양념과 기름, 막 썬 고명까지 겹쳐 있다. 소바에서는 코에 먼저 닿는 향을 따라가면 익히거나 절이고 섞은 재료의 차이도 드러난다.

메밀은 국수가 되기 전 무엇이었을까
메밀은 생육 기간이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 산간 지역의 중요한 곡물이었다. 알곡을 죽으로 끓이거나 가루 반죽을 떡처럼 먹었다.
소바가키는 뜨거운 물에 메밀가루를 개어 만든다. 면을 뽑지 않아도 되어 글루텐이 적은 메밀의 성질과 잘 맞는다.
가늘게 썬 소바키리가 퍼지면서 같은 곡물이 후루룩 먹는 도시 음식으로 바뀌었다. 정확한 최초 기록을 두고는 여러 설명이 있다.
메밀을 죽이나 떡으로 먹던 방식에서 17세기 무렵 가늘게 썬 소바키리가 퍼지고 에도의 빠른 외식 문화가 이를 일상적인 국수로 만들었다. 소바 역사에서 이 변화는 오래된 방식을 없애지 않았지만 조리 시간과 한 끼의 크기, 식당에서 내는 모양을 바꿨다. 소바의 기록 속 음식과 지금 눈앞의 접시가 완전히 같지 않은 까닭이다.
에도에서는 왜 소바가 빨리 퍼졌을까
에도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도시였고 노점과 간단한 외식이 발달했다. 삶아 국물에 담거나 차갑게 내는 소바는 주문 뒤 빠르게 먹기 좋았다.
간장 생산과 가쓰오부시 유통이 늘면서 짙은 쯔유도 자리 잡았다. 메밀의 옅은 향을 강한 다시 국물이 받쳤다.
우동과 소바의 선호가 지역에 따라 갈린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 식탁에는 두 면이 함께 존재했다. 국물의 농도와 곁들임이 도시별로 달랐다.
가늘게 썬 면을 후루룩 들이킬 때 공기가 섞이고 칼이 접힌 반죽을 일정하게 친다. 소바 준비 과정에서 나는 소리에는 손과 도구가 움직이는 순서가 담긴다. 소바 조리에서는 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잦아드는 순간마다 다음 작업이 이어진다.
조리 과정에는 고네바치 반죽 그릇과 넓은 소바칼, 대나무 자루 등이 등장한다. 소바에 쓰는 도구는 재료를 나누고 모양을 잡고 담는 방식을 바꾼다. 소바의 크기와 표면도 이 도구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메밀가루만으로는 면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메밀가루에는 밀가루처럼 반죽을 탄력 있게 묶는 글루텐이 거의 없다. 물을 고르게 돌리고 빠르게 한 덩어리로 모아야 한다.
니하치소바는 메밀가루 8과 밀가루 2를 섞어 향과 작업성을 맞춘다. 주와리소바는 메밀만 써 향이 진하지만 만들기와 삶기가 까다롭다.
면을 너무 오래 삶으면 끊어지고 설익으면 가운데 가루 맛이 남는다. 가는 면 몇 초의 차이가 식감을 바꾼다.
맛의 바탕은 메밀가루와 밀가루, 다시·간장·미림으로 만든 쯔유에서 시작된다. 소바에서는 같은 재료를 써도 손질과 익히는 순서가 달라지면 단맛과 짠맛, 지방의 무게가 달라진다. 소바의 맛을 양념의 양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찬물은 면의 표면을 씻고 조인다
삶은 소바를 찬물에 씻으면 표면의 미끈한 전분이 빠진다. 손으로 문질러 씻고 마지막에 차가운 물로 조여 탄력을 만든다.
자루 위에 물이 고이면 면이 불기 때문에 충분히 턴다. 젖어 있지만 물방울이 흐르지 않는 상태가 쯔유 농도를 지킨다.
겨울에도 차가운 자루소바를 찾는 이유는 메밀 향과 면의 끊기는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이 음식이 놓이는 곳으로는 에도의 소바 노점과 나가노·야마가타의 메밀 산지 등이 있다. 빠르게 먹는 소바 한 접시와 여러 사람이 나누는 상에서는 양과 온도가 서로 다르다. 소바 곁에 놓는 반찬과 음료도 그 장소의 생활 리듬을 따른다.
차가운 면과 짙은 쯔유, 뜨거운 소바유가 한 식사 안에서 온도를 바꾼다. 소바의 차이는 재료 목록만 읽을 때보다 한입 안에서 더 선명하다. 소바 한입에서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 마른 겉과 촉촉한 속이 번갈아 들어온다.

쯔유에는 면 전체를 담그지 않기도 한다
에도식 쯔유는 간장 맛이 짙고 양이 적다. 면 끝부분만 담그면 짠맛이 지나치게 앞서지 않고 메밀 향이 남는다.
파와 와사비는 쯔유에 모두 풀기보다 면 위에 조금씩 올리기도 한다. 휘발성 향이 국물에 묻히지 않는다.
지역과 가게에 따라 쯔유 농도는 크게 다르다. 먹는 법을 규칙처럼 고정하기보다 첫 젓가락의 짠맛을 보면 충분하다.
찬물에 조인 자루소바는 탄력이 분명하고 뜨거운 가케소바는 면이 부드럽고 향이 넓게 퍼진다. 천천히 먹는 동안 소바의 온도가 내려가면 향이 약해지거나 또렷해지고 표면과 속의 씹힘도 달라진다. 막 나온 소바의 한입과 몇 분 뒤의 한입은 같지 않다.
뜨거운 소바에서는 향이 먼저 달아난다
가케소바는 뜨거운 다시 국물에 면을 담아 낸다. 김이 오르며 가쓰오와 간장 향이 빠르게 퍼지고 메밀 면은 점차 부드러워진다.
튀김을 올린 덴푸라소바는 튀김옷이 국물을 흡수해 기름과 바삭함을 천천히 내놓는다. 파와 유자는 무거운 국물을 가볍게 한다.
차가운 면은 식감이 중심이고 뜨거운 면은 국물과 향이 중심이다. 같은 반죽이 온도에 따라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면은 단단하게 끊기고 표면의 미세한 거침이 쯔유를 붙잡는다. 소바 한 접시에서 한 가지 질감만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재료마다 수분과 섬유, 지방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소바 접시에서도 어느 부분을 먼저 집는지에 따라 씹는 시간이 달라진다.
메밀의 옅은 쌉싸래함에 간장 쯔유의 짠맛과 미림의 단맛, 다시의 감칠맛이 붙는다. 소바에서는 짠맛과 단맛, 산미와 지방의 무게가 한꺼번에 오기보다 순서를 두고 겹친다. 소바의 첫맛이 지나간 뒤에는 주재료의 단맛이나 고소함이 다시 드러난다.

새 메밀 철에는 면 색보다 향이 중요하다
가을에 수확한 새 메밀은 수분과 향이 살아 있어 신소바로 불린다. 가게 앞에 신소바 표지가 걸리는 시기가 있다.
메밀껍질을 얼마나 섞어 제분하느냐에 따라 면 색은 밝은 회색에서 검은 점이 보이는 갈색까지 달라진다. 색이 짙다고 향이 반드시 강한 것은 아니다.
한 판을 다 먹고 소바유를 부으면 처음의 메밀 향이 다른 온도로 돌아온다. 이 작은 주전자가 소바 식사의 끝을 만든다.
와사비의 휘발성 매운 향이 사라진 뒤 메밀의 구수함과 파 향이 남는다. 그릇에 남은 소바의 향에는 처음 코에 닿았던 냄새와 다른 부분이 있다. 소바의 마지막 향은 혀에 남은 짠맛이나 단맛보다 늦게 느껴져 첫입과 다른 인상을 남긴다. 온도가 내려간 뒤에도 소바의 향은 한동안 입과 코 사이에 남는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소바키리의 확산과 지역별 메밀 문화는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니하치 명칭의 유래처럼 해석이 갈리는 부분은 단정하지 않았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