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당과 칼리오의 차이

어떤 렌당은 양념이 검고 말라 있고, 어떤 것은 갈색 소스가 넉넉하다. 덜 졸인 음식이 잘못 나온 걸까. 밥에 소스를 비빌지, 고기와 양념을 조금씩 덜어 먹을지에 따라 찾을 이름이 달라진다.

하얀 접시에 담긴 짙은 갈색 소고기 렌당
사진 Miansari66 · 형식 변경 · CC0

마른 렌당은 진한 양념이 고기에 붙고, 칼리오는 걸쭉한 코코넛 소스가 남는다. 파당 식당에서는 소스의 양뿐 아니라 고기 부위와 작은 접시의 계산 방식도 주문에 영향을 준다.

소스가 남아 있어도 렌당일까

렌당을 주문했는데 소고기 주변에 갈색 소스가 흥건하다. 사진에서 봤던 검고 마른 고기와는 사뭇 다르다. 음식이 잘못 나온 걸까. 인도네시아 관광청은 코코넛 소스가 남은 칼리오(kalio)를 ‘젖은 렌당’, 렌당 바사(rendang basah)라고도 소개한다. 마른 렌당은 렌당 크링(rendang kering)이다.

둘의 차이는 소스를 얼마나 졸였느냐에 있다. 칼리오는 밝은 갈색의 걸쭉한 소스를 고기와 함께 떠먹는다. 코코넛 밀크의 부드러운 맛이 남고, 밥에 끼얹으면 고기를 잘게 나누지 않아도 양념이 묻는다. 렌당 크링은 소스의 물기가 줄어 고기 겉에 양념이 붙어 있다. 볶은 코코넛의 고소한 맛과 고추, 소금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밥에 소스를 비벼 먹고 싶다면 칼리오가 잘 맞고, 고기와 양념을 조금씩 덜어 먹고 싶다면 마른 렌당을 고를 수 있다. 다만 메뉴에 ‘렌당’만 적힌 곳도 있다. 사진이나 진열된 접시를 보고, 소스가 남아 있는지를 물어보면 원하는 쪽을 찾기 쉽다.

코코넛 밀크를 넣었는데 기름이 나온다

렌당은 소고기를 처음부터 기름에 볶기만 하는 음식이 아니다. 코코넛 밀크와 향신료를 끓여 수분을 줄이는 과정이 길다. 인도네시아 관광 자료에서 이 변화를 굴라이, 칼리오, 렌당 순서로 설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서 굴라이는 렌당을 만드는 솥의 묽은 단계를 가리킨다. 다른 고기나 채소로 만드는 굴라이까지 전부 렌당이 되기 전 음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코코넛 밀크를 졸이면 기름이 따로 보이기 시작한다. 크림소스라면 분리된 모양이 걱정스럽겠지만, 렌당에서는 그 기름으로 양념을 더 익힌다. 솥에 소스가 많을 때의 보글거리는 소리는 줄고, 바닥에 닿은 양념이 자글거린다. 이때 불이 세면 고기보다 양념이 먼저 눌어붙기 쉽다.

조리 순서도 하나로 고정돼 있지는 않다. 요리 전문가 윌리엄 웡소의 조리법은 코코넛 밀크와 향신료를 먼저 갈색이 날 때까지 졸인 뒤 소고기를 넣는다. 오븐에서 고기를 익히고, 다시 팬으로 옮겨 마무리한다. 처음부터 고기와 국물을 한 솥에 넣고 끝까지 끓이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추와 샬롯, 마늘, 생강, 갈랑갈은 갈아서 양념에 넣고, 레몬그라스와 라임 잎은 향을 더한다. 갈랑갈은 생강과 닮았지만 향이 더 날카롭고 알싸하다. 코코넛의 단맛만 강한 음식을 예상했다면 이런 향신료가 꽤 또렷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래 익은 레몬그라스 줄기나 잎이 통째로 남아 있으면 씹기보다 옆으로 덜어낸다.

코코넛 밀크와 샬롯, 고추, 생강류, 잎 향신료를 모은 렌당 재료 사진
샬롯과 마늘, 고추, 생강류, 코코넛 밀크와 잎 향신료를 모아 놓은 사진. 계피나 정향까지 넣은 구성으로, 모든 렌당이 이 재료를 같은 비율로 쓰는 것은 아니다.사진 Windi Utari · 형식 변경 · CC BY-SA 4.0

색이 검으면 탄 걸까

미낭카바우식 마른 렌당에는 검은색에 가까울 만큼 짙은 것도 있다. 갈색만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 졸인 렌당을 탄 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 양념의 색은 재료와 조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검다는 이유 하나로 탔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마른 겉과 질긴 속도 같은 말은 아니다. 양념이 단단하게 붙어 있어도 오래 익은 소고기는 결을 따라 갈라진다. 겉의 진한 양념을 씹은 뒤 안쪽 살이 부드럽게 풀리는 식감이다. 반대로 속까지 뻣뻣해서 계속 씹어야 한다면, 소스가 마른 것만으로 고기가 충분히 부드러워진 건 아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몇 시간을 채웠는지와 함께 고기 상태도 살핀다. 큰 덩어리와 작은 덩어리가 같은 속도로 익지는 않는다. 볶은 코코넛의 고소한 냄새와 매캐한 탄 냄새도 다르다. 마지막에 색을 빨리 내려고 불을 올리기보다, 바닥에 붙은 양념을 저어 주며 고기 한 조각을 확인하는 쪽이 실패를 줄인다.

음식을 나란히 진열한 자카르타 파당 식당
자카르타 파당 식당의 진열대. 음식별로 큰 트레이에 담겨 있어 국물의 양과 고기 모양을 보고 고를 수 있다.사진 Aisha Tanduk · 형식 변경 · CC BY-SA 4.0

소고기를 골랐는데 내장이 나왔다면

렌당이라는 이름 뒤에 무엇이 붙었는지 보면 재료를 구별할 수 있다. 렌당 사피(rendang sapi)는 소고기, 렌당 아얌(rendang ayam)은 닭고기다. 림파(limpa)는 비장을 뜻한다. 사진의 란당 림포(randang limpo)는 미낭카바우식 이름으로 부르는 비장 렌당이다. 소고기 살코기를 기대했다면 같은 갈색 양념에 가려진 부위를 놓치기 쉽다.

서수마트라 남부 해안의 렌당 로칸(rendang lokan)은 조개로 만든다. 페시시르슬라탄 지역을 조사한 연구는 맹그로브 주변에서 구하는 조개가 렌당의 재료가 된 과정을 다룬다. 고사리나 카사바 잎을 함께 넣는 조리법도 기록돼 있다. 내륙의 소고기 요리와 같은 이름을 쓰지만, 여기에 담기는 재료는 해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장을 꺼린다면 살코기인지, 해산물을 피한다면 로칸이 들어가는지까지 확인하자. 양념이 짙어 완성된 음식만 보고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갈색 조각을 가리키며 주문할 때도 고기 부위를 한 번 더 물어볼 만하다.

자카르타 미낭카바우 식당의 붉은 접시에 담긴 비장 렌당
붉은 접시에 담긴 길쭉한 조각은 살코기가 아니라 비장이다. 란당 림포라는 이름으로, 자카르타의 미낭카바우 식당에서 낸 음식이다.사진 Gunawan Kartapranata · 형식 변경 · CC BY-SA 4.0

작은 접시는 공짜 반찬일까

사진 속 자카르타 식당은 진열대에 음식을 나란히 펼쳐 놓았다. 파당 식당에서는 렌당뿐 아니라 닭과 생선, 달걀, 채소 요리도 고를 수 있다. 파당은 서수마트라의 도시 이름이고, 파당 식당은 미낭카바우 음식을 파는 곳을 가리킨다. 고향을 떠나 일하고 정착하는 ‘메란타우’ 문화와 함께 이런 음식도 다른 지역으로 퍼졌다.

식탁에 작은 접시를 여러 개 가져다 놓는 히당(hidang) 방식에서는 먹은 음식에 따라 계산한다. 한국 식당의 기본 반찬처럼 모두 식사 가격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손대지 않은 접시까지 전부 먹을 필요는 없다. 고기 한 조각 기준인지 접시 기준인지, 밥은 별도인지 먼저 물어보면 계산할 때 덜 당황한다.

혼자라면 진열대에서 렌당과 채소를 골라 한 접시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자. 음식 이름을 다 외우지 않아도 원하는 접시를 가리킬 수 있다. 이것저것 맛보고 싶다고 접시 수를 늘리기 전에 렌당의 크기와 곁들임 양을 보면 한 끼 분량을 정하기도 쉽다.

마른 렌당은 고기를 조금 떼어 흰밥에 얹어 먹으면 양념이 한곳에 몰리지 않는다. 달고 고소한 코코넛 맛 뒤로 고추의 매운맛이 남는다. 여기에 채소 국물을 조금 곁들이면 마른 양념이 풀려 밥과 섞기 쉬워진다. 사진 속 크투팟 사유르(ketupat sayur)는 잘라 놓은 쌀 덩어리에 채소와 코코넛 국물을 더한 음식이다. 옆의 비장 렌당을 조금씩 곁들이는 식사도 가능하다.

크투팟 사유르와 별도 접시에 담긴 비장 렌당
크투팟 사유르 옆에 비장 렌당을 따로 낸 상차림. 큰 접시에는 쌀 덩어리와 채소 국물, 분홍색 크루푹이 담겨 있다.사진 Gunawan Kartapranata · 형식 변경 · CC BY-SA 4.0

포장해 온 렌당은 어디에 둘까

렌당이 먼 길에 가져가던 음식이었다는 설명을 곧바로 실온 보관법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식당에서 담아 준 렌당은 멸균해 밀봉한 상온 유통 제품과 다르다. 소스가 말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냉장고 밖에 오래 둘 수 있는 음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먹지 않을 포장 음식은 얕은 용기에 나눠 담아 빨리 냉장한다. 여행 중 냉장 보관할 곳이 없다면 가져갈 양부터 줄이는 편이 낫다. 포장 제품을 샀을 때는 개봉 전 보관법과 개봉 후 보관법을 따로 확인하자.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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