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글날 경축식에는 ‘580돌’,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에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라는 숫자가 붙었다. 앞의 숫자는 1446년 훈민정음 반포를, 뒤의 숫자는 1926년 첫 가갸날 기념식을 센 것이다. 10월 9일을 전후해 두 기념이 겹치면서, 문자의 역사와 기념일의 역사를 따로 살펴볼 전시가 마련됐다. 10월 2일 시작한 ‘일구이륙 무한이륙’은 내년 2월까지 이어진다.
1926년, 처음으로 함께 기념한 가갸날
1926년은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이었다. 여덟 번째 회갑을 맞아 열린 첫 가갸날 기념식이 지금 한글날의 출발이다. 문자를 새로 만든 날을 그때부터 셌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날 사람들이 모여 해마다 기념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가갸라는 이름도 낯설지만 글자를 배우던 방식에서 나온 말이다. ‘가갸거겨…’처럼 음절을 배열할 때 맨 앞에 오는 두 글자로 한글을 부르곤 했다. 박물관은 19세기 음절표와 옛 문헌을 함께 소개하며, 익숙했던 가갸라는 말이 기념일 이름에 들어간 과정을 설명한다.
기념일이 10월 9일로 정해지기까지
국립한글박물관의 전시 해설에 따르면 처음에는 음력으로 기념했고, 이후 양력으로 환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뒤 반포 시기를 근거로 10월 9일이 정해졌다. 첫 기념식, 한글날이라는 이름, 지금의 날짜가 한꺼번에 생긴 것은 아니었다.
현재 달력만 보고 과거에도 같은 자리에 한글날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놓치는 부분이다. 전시장에는 옛 달력을 조명판 위에 올려 기념일을 찾아보는 체험이 마련돼 있다. 연도를 외우는 대신 달력의 표시를 비교하면 날짜가 바뀌어 온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사전 원고보다 먼저 보고 싶은 한글 음절표
전시는 관련 자료 116건 121점을 모았다. 옛 글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음절표부터 보는 순서를 권한다. 오늘날 받침과 자모를 배우는 방식에 익숙해도 ‘가갸거겨’ 배열은 바로 알아볼 수 있어, 이어지는 가갸날 자료를 읽을 실마리가 된다.
책과 기록에 관심이 있다면 주시경과 제자들의 사전 편찬 원고인 ‘말모이’,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함께 살펴볼 만하다. 다만 이번 전시의 말모이 원고는 복제본이다. 보물이라는 소개만 읽고 원본이 전시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대목이라 전시품 설명을 함께 읽는 편이 좋다.
최현배가 조선어강습원에서 받은 수업증서도 공개된다. 중등과 증서는 ‘익힘에 주는 글’, 고등과 증서는 ‘마친 보람’이라는 이름이다. ‘한글’이라는 말이 초기 자료에 어떻게 적혔는지 보고 싶다면, 유명한 책 제목만 찾기보다 이런 수업 기록의 단어를 눈여겨볼 만하다.

100년의 기록을 찾는 화면과 미래를 상상하는 화면
3부의 ‘다함께 한글날’에서는 연도나 주제에 따라 사진·영상·신문기사 등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간다면 태어난 해나 기억나는 해를 골라 당시 한글날을 살펴보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료를 순서대로 읽는 관람과는 다른 접근이다.
‘한글로 이어질 미래에게’는 성격이 다르다. 관람객이 단어와 보낼 대상, 미래 시점을 고르면 대규모 언어 모델이 답변을 만드는 체험이다. 생성된 문장이 실제 역사 기록이나 미래의 확정된 모습은 아니다. 앞에서 본 옛 자료와 뒤에서 만들어 보는 상상을 구별하면 전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글박물관 전시지만, 찾아갈 곳은 광화문이다
관람 장소는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이다. 전시 기간은 2026년 10월 2일부터 2027년 2월 9일까지다. 한글날 당일 행사를 놓쳤더라도 특별전은 계속 볼 수 있다.
공식 전시 안내상 월·화·목·금·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입장은 폐관 30분 전에 마감한다. 전시 기간 중 1월 1일과 설 당일인 2월 7일은 휴관일로 안내돼 있다.
초·중·고 학생 20명 이상 단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별도 주차 공간은 없다고 안내돼 있으므로 대중교통으로 방문할 계획을 잡는 편이 맞다. 출발 전에는 예약한 기관 이름보다 실제 전시 장소와 운영 시간을 한 번 더 대조하면 된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정보 확인: 2026년 10월 12일. 전시품과 체험은 박물관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했으며 직접 관람 후기가 아니다. 운영 시간·휴관·단체 예약 조건은 방문 전에 공식 전시 안내에서 다시 확인할 항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