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무사카는 가지, 다진 고기소스, 베샤멜을 겹쳐 굽는다. 이름이 같은 음식은 터키와 레반트, 발칸에도 있지만 재료와 조리법이 다르다. 니콜라오스 첼레멘테스와 근대 그리스 요리책이 흰 소스를 얹은 형태를 널리 퍼뜨린 과정, 가지와 감자 층이 맛과 모양을 붙잡는 방식, 막 구운 조각과 잠시 식힌 조각의 차이를 살폈다.
오븐에서 나와도 바로 자르지 않는다
오븐 문을 열면 무사카 윗면은 작은 갈색 반점으로 덮여 있다. 가장자리에서는 고기소스와 기름이 보글거리고, 두꺼운 베샤멜은 푸딩처럼 천천히 흔들린다. 뜨거운 우유와 버터 냄새 뒤로 구운 가지와 계피 향이 올라온다.
이때 칼을 넣으면 보기 좋은 단면은 나오지 않는다. 아직 묽은 베샤멜이 옆으로 흐르고, 기름을 머금은 가지는 고기층 위에서 미끄러진다. 접시에는 흰 소스와 붉은 고기즙이 먼저 번진다.
팬을 잠시 두면 표면의 열이 가라앉고 소스도 굳기 시작한다. 칼을 넣었을 때 윗면은 부드럽게 갈라지지만 옆으로 쏟아지지 않는다. 가지와 고기, 감자가 한 조각 안에 붙어 접시까지 옮겨진다.
첫입에는 베샤멜의 따뜻한 우유 맛과 육두구 향이 먼저 닿는다. 바로 아래에서는 토마토와 와인에 졸인 다진 고기가 짭짤하게 씹힌다. 가지 속살은 형태가 거의 남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고기에서 나온 기름을 머금어 매끈하다. 계피 향은 달콤하지만 설탕 맛은 거의 없고, 버터 냄새가 사라진 뒤에 짧게 남는다.
겉면은 얇게 구워져 살짝 단단한데 안쪽 흰 소스는 촉촉하다. 포크로 누르면 베샤멜이 천천히 갈라지고, 가지층에서는 붉은 소스가 조금 배어 나온다. 한 조각 안에서도 윗면과 가운데의 씹는 느낌이 다르다.
무사카를 반듯하게 자르는 일은 장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잠시 쉬는 동안 맛도 달라진다. 뜨거울 때 따로 튀던 우유 향과 계피 향이 잦아들고, 토마토와 가지의 단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같은 이름인데 모습은 다르다
그리스 밖에서 무사카를 주문하면 두꺼운 흰 소스가 없는 접시를 만날 수 있다. 무사카와 닮은 이름의 음식은 터키와 레반트, 발칸 여러 지역에 퍼져 있고, 각 지역에서 익숙한 채소와 조리도구에 맞춰 달라졌다.
터키식 무사카는 가지와 다진 고기를 층층이 세우기보다 냄비나 팬에서 함께 익히는 형태가 흔하다. 토마토소스가 가지에 스며들고 베샤멜은 올라가지 않는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가지 고기조림에 더 가깝다.
레바논과 시리아 쪽에는 가지, 토마토, 병아리콩을 올리브유에 조린 무사카아가 있다. 고기를 넣지 않는 경우도 많고 차갑거나 미지근하게 낸다. 올리브유 향과 토마토의 산미가 앞서며, 그리스 무사카처럼 칼로 네모나게 잘라 세우지 않는다. 병아리콩은 가지보다 단단하게 씹혀 부드러운 채소 사이에 작은 식감을 남긴다.
불가리아를 비롯한 발칸의 무사카에서는 가지보다 감자가 중심이 되기도 한다. 잘게 썬 감자와 고기를 팬에 담고 달걀과 우유를 섞은 소스를 부어 굽는다. 윗면은 얇고, 속에는 포슬한 감자 조각이 많이 남는다.
이 차이는 누가 원조인지 가르는 말보다 접시에서 더 쉽게 보인다. 그리스 식당의 무사카는 흰 윗면이 높이 서 있고, 터키식은 붉은 가지조림처럼 보이며, 레반트의 것은 올리브유를 머금은 채소 접시에 가깝다.
그리스의 베샤멜 무사카는 넓은 음식군 가운데 비교적 뚜렷한 한 형태다. 가지와 고기를 익히던 동지중해의 조리법에 프랑스식 흰 소스와 오븐 요리의 단면이 더해졌다.

흰 소스는 20세기에 올라왔다
오늘날 그리스 무사카의 모습에는 니콜라오스 첼레멘테스라는 요리사가 자주 등장한다. 1878년에 태어난 그는 아테네의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고, 빈과 미국의 호텔·식당에서 유럽식 조리를 배웠다.
그는 1910년부터 요리 잡지를 펴냈고 이후 조리책과 학교를 통해 계량법, 소스 만들기, 제과 기술을 알렸다. 그의 성은 지금도 그리스에서 요리책을 가리키는 말처럼 쓰일 만큼 널리 알려졌다.
첼레멘테스가 소개한 프랑스식 조리 가운데 베샤멜이 있었다. 버터와 밀가루를 볶은 뒤 우유를 부어 만드는 흰 소스다. 그리스의 가지와 고기 요리 위에 이 소스를 두껍게 얹으면서 무사카의 윗면과 단면이 달라졌다.
이 변화는 소스 하나를 더한 데서 끝나지 않았다. 팬에서 함께 익히던 재료가 가지, 고기소스, 베샤멜로 나뉘었고 각각 따로 조리한 뒤 오븐에서 다시 합쳐졌다. 가정에서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이 된 이유도 이 구조에 있다. 가지를 굽는 팬, 고기를 졸이는 냄비, 베샤멜을 끓이는 냄비가 따로 필요하고 마지막에는 큰 오븐 팬까지 남는다.
베샤멜은 당시 도시 중산층이 관심을 보이던 프랑스식 요리 기술과도 맞닿아 있었다. 첼레멘테스의 방식은 그리스 음식을 지나치게 유럽식으로 바꿨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흰 윗면의 무사카는 식당과 가정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지금 익숙한 무사카의 단면을 고대부터 이어진 한 모습으로 생각하면 시간이 맞지 않는다. 가지와 고기의 바탕은 더 넓고 오래됐지만, 높이 오른 베샤멜은 20세기 그리스 요리가 만든 표정이다.

가지는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익는다
생가지를 팬에 바로 겹쳐 넣으면 오븐에서 익는 동안 물이 많이 나온다. 살은 질기고 껍질은 씹히는데, 팬 바닥에는 토마토소스와 가지 물이 고일 수 있다. 그래서 가지는 무사카를 쌓기 전에 먼저 굽거나 튀긴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지를 올리면 표면이 금세 윤기가 난다. 가지 속의 작은 공간으로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충분히 익으면 흰 속살이 반투명해지고 포크로 눌렀을 때 쉽게 꺼진다.
튀긴 가지는 가장자리가 진한 갈색이고 속은 아주 부드럽다. 기름과 고기소스가 만나 맛이 진해지지만 한 조각이 무거울 수 있다. 오븐이나 그릴에 구운 가지는 기름이 덜하고, 껍질 쪽에서 살짝 구운 향이 난다. 같은 팬에서도 얇은 끝부분은 바삭해지고 두꺼운 가운데는 숟가락으로 눌러도 쉽게 으깨질 만큼 촉촉하다.
둥글게 썬 가지는 팬에 빈틈없이 겹치기 쉽다. 너무 얇으면 오븐에서 형태가 사라지고, 너무 두꺼우면 포크로 자를 때 껍질이 밀려 나온다. 접시에 선명하게 보이는 짙은 층은 가지 껍질을 조금 남긴 조각에서 생긴다.
예전에는 가지에 소금을 뿌려 쓴맛과 물기를 빼는 과정이 흔했다. 요즘 품종은 쓴맛이 약해 바로 조리하기도 한다. 다만 표면의 물기를 줄이면 팬에서 기름이 덜 튀고 구운 색이 고르게 난다.
미리 익힌 가지는 오븐에서 두 번째 열을 받는다. 이때 토마토와 고기기름이 속살로 들어가고, 처음의 풋내는 거의 남지 않는다. 입안에서는 가지 모양보다 부드러운 살과 구운 껍질의 얇은 감촉이 먼저 느껴진다.
고기소스에서 계피 향이 난다
무사카의 고기층은 다진 쇠고기나 양고기를 양파와 볶는 데서 시작한다. 고기 수분이 날아가고 작은 알갱이 가장자리가 갈색이 될 때까지 볶으면, 삶은 고기와 다른 구수한 냄새가 난다.
여기에 토마토와 와인을 넣어 천천히 졸인다. 소스가 묽으면 가지 사이로 흘러 접시가 금세 무너진다. 숟가락으로 바닥을 그었을 때 길이 잠시 남을 정도가 되면 고기 알갱이에도 붉은 소스가 붙는다. 와인의 날카로운 냄새는 끓이는 동안 사라지고, 토마토의 새콤함과 볶은 양파의 단맛이 남는다.
그리스식 레시피에서는 계피가 자주 들어간다. 단맛을 내는 양은 아니고, 고기와 토마토 뒤에서 마른 나무 같은 향을 남기는 정도다. 베샤멜의 육두구 향과 만나면 무사카 특유의 따뜻한 향이 난다.
양고기를 쓰면 지방 맛과 향이 더 진하다. 쇠고기는 맛이 비교적 담백하고 토마토와 계피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두 고기를 섞는 집도 있으며 어느 한 고기만 그리스식이라는 규칙은 없다.
소스에 정향이나 올스파이스를 아주 조금 넣는 레시피도 있다. 향신료가 많아지면 가지 향이 쉽게 가려진다. 잘 만든 고기층에서는 첫 냄새에 계피가 느껴져도 씹을 때는 토마토의 산미와 고기의 짠맛이 앞선다.
가지가 매끈하게 풀어지는 동안 다진 고기는 작은 알갱이로 남는다. 그래서 한입에는 부드러운 채소와 고기의 씹는 맛이 함께 들어온다. 베샤멜이 고기소스의 짠맛을 누그러뜨리지만 향신료까지 없애지는 않는다.

베샤멜은 흐르지 않게 굽는다
베샤멜은 버터에 밀가루를 볶아 만든 루에 따뜻한 우유를 나누어 부으며 끓인다. 처음에는 묽지만 열이 오르면 숟가락 뒷면을 덮을 만큼 걸쭉해진다. 밀가루 냄새는 사라지고 따뜻한 우유와 버터 향이 남는다.
일반적인 흰 소스보다 그리스 무사카의 베샤멜은 두껍게 굳는다. 달걀과 치즈를 섞는 레시피가 많아서다. 달걀은 오븐에서 익으며 소스를 잡고, 치즈는 윗면에 짭짤한 갈색 껍질을 만든다. 갓 구웠을 때는 숟가락 자국이 부드럽게 남고, 한김 식으면 칼로 자른 면이 반듯하게 선다.
소스에 들어가는 육두구는 양이 적어도 향이 분명하다. 갓 간 육두구에서는 따뜻하고 약간 달콤한 나무 향이 난다. 계피가 든 고기층과 향이 이어지지만, 우유 맛이 앞에 있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굽는 동안 가장 먼저 색이 나는 곳은 표면의 치즈와 팬 가장자리다. 가운데는 연한 크림색을 유지하고, 군데군데 갈색 반점이 생긴다. 표면이 전부 짙어질 때까지 두면 안쪽 가지가 기름을 더 많이 놓고 흰 소스도 마른다.
완성된 베샤멜은 수프처럼 흐르지 않고 부드러운 푸딩처럼 잘린다. 윗면은 포크 끝에 살짝 걸리지만 안쪽은 혀로 누르면 쉽게 풀어진다. 짭짤한 고기층과 만나면 따뜻한 우유의 단맛이 더 잘 느껴진다.
베샤멜이 지나치게 두꺼우면 가지와 고기보다 흰 소스 맛만 남고, 너무 얇으면 무사카의 높은 단면이 서지 않는다. 식당마다 윗층의 높이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입에 넣었을 때 흰 소스와 고기, 가지가 함께 잡히는 두께가 가장 익숙하다.

감자는 꼭 들어갈까
그리스 무사카라고 해서 모든 팬에 감자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가지와 고기, 베샤멜만 쌓는 레시피도 있고, 바닥에 감자 한 층을 까는 레시피도 널리 보인다. 그리스 관광청의 조리법에는 가지와 같은 양의 감자가 들어간다.
감자는 무사카의 맛을 아주 강하게 바꾸지는 않는다. 대신 가지와 고기에서 나온 기름과 국물을 받아들인다. 바닥은 구운 감자처럼 살짝 단단하고 안쪽은 소스에 젖어 포슬포슬하다. 포크로 누르면 바깥 면은 버티다가 안쪽이 부서지며, 베샤멜과 다른 담백한 단맛을 낸다.
감자를 먼저 노릇하게 지지면 가장자리에서 고소한 맛이 난다. 삶거나 오븐에 구운 감자를 쓰면 기름기는 줄고 전분 맛이 더 담백하다. 어떤 조리법이든 팬에 들어갈 때 거의 익어 있어야 가운데가 설지 않는다.
가지층은 매우 부드러워 칼을 넣을 때 옆으로 밀리기 쉽다. 맨 아래의 감자는 조각을 받치는 바닥이 된다. 넓은 주걱을 넣어 들어 올리면 감자와 함께 고기, 가지, 베샤멜이 한 번에 따라온다.
감자가 없는 무사카는 가지 맛이 더 진하고 속이 촉촉하다. 감자가 들어간 조각은 한 끼로 더 묵직하고, 가지의 기름진 맛 사이에 담백한 전분층이 생긴다. 식당에서 보이는 단면만으로도 어느 쪽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감자는 그리스 무사카와 발칸의 감자 무사카를 이어 주기도 한다. 다만 그리스 접시에서는 가지와 베샤멜 사이를 받치는 한 층이고, 발칸의 여러 무사카에서는 감자 자체가 팬 대부분을 채운다.

가운데와 모서리는 맛이 다르다
큰 팬에서 무사카를 나누면 모서리 조각을 찾는 사람과 가운데 조각을 고르는 사람이 갈린다. 팬 벽에 닿은 쪽은 베샤멜과 치즈가 더 짙게 구워지고, 가지 가장자리도 살짝 마른다.
모서리는 포크를 넣을 때 윗면이 조금 단단하게 깨진다. 고기기름이 팬 벽을 따라 모여 맛이 진하고, 감자 가장자리에는 갈색 구운 면이 생긴다. 한입 뒤에는 짭짤한 치즈 맛이 오래 남는다. 팬에 붙어 있던 얇은 가지 껍질도 가운데 조각보다 더 쫀득하게 씹힌다.
가운데 조각은 흰 층이 더 두껍고 촉촉하다. 가지에는 수분이 많이 남아 포크로 누르면 쉽게 무너지며, 고기소스도 부드럽다. 구운 향보다 우유와 토마토의 단맛이 또렷하다. 표면의 갈색 점 아래에는 베샤멜이 희고 매끈하게 남아 모서리보다 부드럽게 잘린다.
남은 무사카를 냉장고에 넣으면 지방과 소스가 굳어 단면이 더 선명해진다. 다음 날 낮은 열로 데우면 가지에 밴 토마토와 향신료 맛이 다시 살아난다. 다만 겉면은 처음 구웠을 때보다 조금 부드러워진다.
차갑게 굳은 무사카를 센 불에 급히 데우면 가장자리만 마르고 가운데는 차갑게 남기 쉽다. 두꺼운 조각이라 속까지 열이 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천천히 데운 조각에서는 베샤멜이 다시 촉촉해지고 가지의 기름도 부드럽게 풀린다.
무사카 한 조각을 자르면 오래된 가지 요리와 20세기의 베샤멜이 같은 단면에 나타난다. 흰 소스가 먼저 보이지만, 포크가 아래로 내려가면 구운 가지와 계피 향 고기소스가 차례로 따라온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재료와 조리 순서는 그리스 관광청의 무사카 조리법을 기준으로 확인했다. 니콜라오스 첼레멘테스의 생애와 프랑스식 조리의 보급은 그의 이름을 딴 그리스 조리 자료와 Greek Gastronomy Guide, CIHEAM의 지중해 음식 연구를 대조했다. 무사카가 동지중해와 발칸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구분해 서술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