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라는 테프와 다른 곡물의 반죽을 발효해 넓은 미타드에서 한쪽 면만 익힌 에티오피아의 납작빵이다. 작은 씨앗이 새콤하고 부드러운 빵이 되는 과정, 표면에 ‘눈’이 열리는 굽기, 베르베레를 넣은 도로 왓과 병아리콩 시로, 키트포와 아입, 한 접시를 함께 먹고 구르샤를 건네는 식탁을 따라간다.
접시 가장자리부터 사라진다
에티오피아 식당에서 큰 원형 쟁반이 나오면 접시부터 찾을 필요가 없다. 회갈색 인제라 한 장이 쟁반을 덮고 있고, 그 위에 붉은 스튜와 노란 감자, 렌틸, 초록 잎채소가 조금씩 놓인다. 음식은 서로 붙어 있지 않지만 모두 같은 빵 위에 있다.
가장자리의 인제라를 손으로 뜯으면 얇고 부드럽게 접힌다. 손가락 안쪽으로 말아 닭고기나 렌틸을 집으면 윗면의 작은 구멍에 소스가 찬다. 붉은 기름이 먼저 들어가고 잘게 익은 양파가 그 위에 붙는다.
한입 베어 물면 새콤한 빵 맛이 먼저 난다. 이어서 베르베레의 매운맛과 정제버터의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발효에서 생긴 산미가 진한 스튜의 기름진 맛을 가볍게 눌러 준다.
겉은 팬케이크처럼 보이지만 질감은 다르다. 윗면은 부드러운 스펀지처럼 눌리고, 아래는 미타드에 닿아 더 매끈하다. 가장자리는 얇고 가벼우며, 가운데로 갈수록 빵이 조금 더 두껍고 촉촉하다.
식사가 이어지면 처음에는 떨어져 있던 소스가 아래 인제라에 번진다. 렌틸의 붉은 기름과 양배추에서 나온 물기, 닭고기 소스가 한 장에 스며든다. 마지막에 뜯는 가운데 조각은 처음의 마른 가장자리보다 무겁고 간도 진하다.
인제라는 스튜를 받치는 접시이자 소스를 집는 빵이다. 먹는 동안 국물과 기름이 계속 스며든다. 쟁반이 비었을 때는 아래에 깔렸던 빵도 거의 남지 않는다.

테프는 얼마나 작을까
인제라의 대표 곡물인 테프는 손바닥에 올리면 모래알처럼 보일 만큼 작다. 밀알보다 훨씬 작은 씨앗이어서 한 줌에도 수많은 알갱이가 들어간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는 오래전부터 테프를 재배해 왔다.
랄리벨라 시장의 곡물 자루를 보면 테프가 한 가지 색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인다. 아이보리색에 가까운 밝은 테프도 있고, 붉거나 짙은 갈색을 띠는 것도 있다. 가루를 내면 이 색이 인제라에 그대로 이어진다.
밝은 테프로 만든 인제라는 연한 회백색이고 맛이 비교적 순하다. 갈색 테프를 많이 쓰면 색이 짙고 곡물의 구수한 향도 더 분명하다. 식당에서 인제라 색이 서로 다른 이유가 굽기 정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씨앗이 워낙 작아 겨만 벗겨 내기가 쉽지 않다. 보통 알곡 전체를 곱게 갈아 가루로 쓴다. 손가락으로 가루를 문지르면 밀가루처럼 고우면서도 미세한 곡물 입자가 느껴진다.
모든 인제라가 테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역의 곡물 사정과 가격에 따라 수수, 보리, 밀, 옥수수를 단독으로 쓰거나 섞는다. FAO 자료에도 여러 곡물로 인제라를 만드는 방식이 함께 소개돼 있다.
밀이나 보리를 섞으면 반죽의 탄력과 색, 발효 향이 달라진다. 테프만 쓴 인제라보다 찢을 때 조금 더 질기게 늘어나는 것도 있다. 해외 식당에서 글루텐을 피해야 한다면 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곡물 배합을 확인해야 한다.

새콤한 냄새는 언제 생길까
테프 가루에 물을 섞는 순간부터 인제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걸쭉한 반죽에 이전 발효에서 남겨 둔 액체 에르쇼를 조금 넣고 기다린다. 가정마다 이어 온 에르쇼가 다음 반죽의 출발점이 된다.
반죽은 실온에서 하루 이상 발효한다. 연구 자료에서는 곡물과 온도에 따라 대략 24시간에서 72시간 이상 이어지는 방식이 확인된다. 따뜻하면 변화가 빠르고, 서늘한 고원에서는 같은 산미가 생기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시간이 지나면 표면에 작은 기포가 생기고 시큼한 냄새가 난다. 처음의 젖은 곡물 냄새에 요구르트와 사워도우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 더해진다. 반죽을 저으면 숨어 있던 기포가 올라왔다가 터진다.
첫 발효가 끝날 무렵에는 반죽 위에 누르스름한 액체가 고이기도 한다. 일부는 다음 발효를 위해 남기고, 나머지는 따라 낸다. 바닥에 가라앉은 걸쭉한 반죽은 아직 바로 굽지 않는다.
반죽 일부를 물과 섞어 불에 익히면 묽은 풀처럼 변한다. 이것을 압시트라고 부른다. 식힌 압시트를 다시 큰 반죽에 넣으면 전분이 반죽을 잡아 주고, 두 번째 발효에서 생긴 기포도 더 잘 머문다.
압시트를 섞은 반죽은 다시 부풀어 오른다. 표면에 잔거품이 고르게 올라오면 물을 조금 더해 국자로 흐를 만큼 묽게 맞춘다. 식초를 넣지 않아도 인제라가 새콤한 것은 이 두 번의 발효 때문이다.

미타드에서는 뒤집지 않는다
인제라는 넓고 둥근 미타드에서 굽는다. 전통적인 미타드는 점토로 만들고, 오늘날에는 전기로 달구는 제품도 널리 쓰인다. 지름이 큰 조리판 하나가 쟁반을 덮을 만큼 넓은 인제라를 만든다.
묽은 반죽을 국자나 주전자에 담아 미타드 바깥쪽부터 붓는다. 손을 둥글게 돌리며 안쪽으로 들어오면 가느다란 반죽 줄이 이어져 큰 원이 된다. 한곳에 오래 붓지 않아야 두께가 고르게 나온다.
뜨거운 판에 닿은 반죽에서는 곧 작은 구멍이 열린다. 발효로 생긴 기체와 반죽 속 수분이 위로 빠져나온 자리다. 에티오피아에서는 고르게 열린 이 구멍을 눈에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윗면이 아직 젖어 있을 때 뚜껑을 덮는다. 아래쪽은 미타드의 열로 익고, 위쪽은 갇힌 김으로 익는다. 부침개처럼 뒤집지 않기 때문에 바닥은 매끈하고 윗면은 구멍이 많은 모습으로 남는다.
불이 약하면 반죽이 오래 젖어 있고 구멍도 작게 생긴다. 너무 뜨거우면 바닥이 먼저 짙어지고 가장자리가 마른다. 연구에서는 굽는 온도와 시간이 인제라의 색과 부드러움, 구멍의 크기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나온다.
다 구운 인제라는 넓은 바구니나 평평한 자리에 옮겨 식힌다. 뜨거운 채로 바로 포개면 김이 갇혀 서로 달라붙기 쉽다. 한 장씩 식힌 뒤 여러 장을 쌓거나 돌돌 말아 식탁으로 보낸다.

도로 왓은 왜 이렇게 붉을까
인제라 위에서 가장 짙은 붉은색을 띠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도로 왓이다. 닭고기와 삶은 달걀을 오래 익힌 스튜로, 양파와 베르베레, 향신료를 넣은 정제버터 니테르 키베가 소스의 바탕이 된다.
양파는 잘게 썰어 수분이 줄고 단맛이 짙어질 때까지 오래 익힌다. 여기에 붉은 베르베레와 버터가 들어가면 소스가 걸쭉해진다. 토마토만으로 낸 빨간색과 달리 말린 고추와 향신료의 어두운 붉은빛이 돈다.
베르베레는 한 가지 고춧가루가 아니다. 말린 고추를 중심으로 생강과 마늘, 고수씨, 호로파, 정향 같은 향신료를 섞는다. 배합은 집과 제품마다 달라 어떤 것은 매운맛이 강하고, 어떤 것은 따뜻한 향이 더 오래 남는다.
닭고기는 오래 끓여 뼈 가까운 살까지 붉은 소스를 머금는다. 포크로 누르면 결대로 쉽게 갈라지고 껍질도 부드럽다. 삶은 달걀의 흰자에 칼집을 내면 소스가 홈 안으로 스며들고, 노른자는 포슬하게 부서진다.
도로 왓을 인제라로 집으면 빵의 구멍부터 붉어진다. 첫맛은 베르베레의 매운맛이고, 뒤이어 오래 익힌 양파의 단맛과 니테르 키베의 고소한 향이 난다. 인제라의 신맛은 진한 닭고기 소스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대사관과 지역 정부 자료는 도로 왓을 명절과 특별한 날에 자주 내는 음식으로 소개한다. 양파를 오래 익히고 닭고기에 소스를 배게 해야 해서 손이 많이 간다. 닭고기보다 소스와 인제라를 먼저 먹고, 고기 조각을 뒤에 남겨 두는 사람도 있다.

고기 없는 날에는 무엇을 올릴까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금식 기간에는 고기와 달걀, 유제품을 피하는 식사가 이어진다. 이때 인제라 위가 비는 것은 아니다. 콩과 렌틸, 감자, 양배추, 잎채소를 각각 다르게 익힌 반찬이 놓인다.
시로는 병아리콩이나 다른 콩의 고운 가루를 양파와 향신료에 풀어 끓인 스튜다. 알갱이가 거의 남지 않아 수프보다 걸쭉하고 부드럽다. 인제라 조각을 담그면 노란색이나 주황색 소스가 구멍 속까지 빠르게 찬다.
미시르 왓에는 붉은 렌틸과 베르베레가 들어간다. 렌틸이 푹 익어도 작은 알갱이가 조금 남아 시로보다 씹히는 느낌이 있다. 매운맛 뒤로 콩의 구수하고 은은한 단맛이 난다.
아트킬트 왓은 양배추와 감자, 당근을 강황과 함께 부드럽게 익힌다. 노란 감자는 포슬하고 양배추는 달큰한 물기가 많다. 붉고 매운 렌틸 스튜 사이에서 비교적 순한 맛을 맡는다.
고멘처럼 익힌 잎채소는 짙은 초록색을 띤다. 마늘과 생강 향이 나고 줄기 부분은 부드럽게 씹힌다. 비트가 함께 놓이면 붉은 물이 인제라에 번져 빵의 회색 표면까지 자주색으로 바뀐다.
사진에서 보는 여러 색의 채식 모둠이 매일 똑같이 차려지는 것은 아니다. 시로 한 가지와 인제라만으로 먹는 소박한 식사도 흔하다. 반찬 수가 적어도 새콤한 빵과 부드러운 콩 소스, 향신료의 매운맛이 분명하다.

키트포 옆에는 흰 치즈가 놓인다
인제라 옆의 붉은 음식이 모두 스튜인 것은 아니다. 키트포는 소고기를 아주 잘게 다져 니테르 키베와 매운 향신료 미트미타를 섞은 음식이다. 다진 고기의 작은 결 사이에 녹은 버터가 스며든다.
전통적으로는 생고기를 쓰지만 익힘 정도를 달리해 내기도 한다. 살짝 데운 렙렙과 충분히 익힌 형태를 고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생고기를 먹을 때는 위생적으로 취급한 고기와 믿을 수 있는 업소가 중요하다.
생 키트포는 부드럽고 촉촉하며 씹을수록 소고기 맛이 짙다. 익힌 키트포는 고기 알갱이가 더 단단하고 버터 향이 먼저 난다. 미트미타가 혀끝을 뜨겁게 만들지만 베르베레와는 다른 매운 향을 낸다.
옆에는 흰색 아입 치즈가 놓인다. 물기를 뺀 부드러운 생치즈라 포슬포슬하게 부서지고 맛은 순하다. 매운 키트포를 먹은 뒤 아입을 함께 집으면 차갑고 담백한 치즈가 혀에 남은 열을 줄인다.
익힌 잎채소 고멘도 자주 곁들인다. 부드러운 고기, 포슬한 치즈, 촉촉한 채소가 한 접시에 있지만 식감은 서로 다르다. 인제라로 세 가지를 조금씩 함께 집으면 버터와 매운 향, 신맛이 한입에 모인다.
키트포는 에티오피아 남부 구라게 지역의 음식으로 널리 알려졌다. 인제라 대신 엔세트 줄기와 뿌리줄기를 발효해 만든 코초를 곁들이기도 한다. 코초는 얇고 단단하며 은근한 신맛이 있어 녹은 버터가 밴 고기를 받쳐 준다.

한입을 다른 사람에게 건넨다
큰 인제라 한 장을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먹을 때는 각자 앞쪽의 음식을 손으로 집는다. 식사 전후에 손을 씻고 오른손을 쓰는 관습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인제라를 충분히 접으면 손가락이 소스에 깊이 닿지 않는다.
빵 조각은 너무 작으면 소스를 받지 못하고 너무 크면 한입에 넣기 어렵다. 손가락 두세 마디 너비로 뜯어 안쪽으로 한 번 접으면 렌틸과 고기 조각을 함께 잡기 쉽다. 묽은 시로를 집을 때는 빵을 두 겹으로 접고, 닭고기나 달걀처럼 큰 재료는 넓은 조각으로 감싼다. 부드러운 인제라는 여러 번 접어도 바로 찢어지지 않는다.
구르샤는 인제라로 싼 한입을 다른 사람의 입에 직접 건네는 행동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손님에게 호의와 친밀함을 표현할 때 등장한다. 받는 사람은 손으로 받아 들지 않고 건네진 한입을 그대로 먹는다.
바히르다르대학교의 음식문화 연구에는 손님에게 구르샤를 권하는 일이 사랑과 후한 대접을 나타냈다는 설명이 나온다. 가족이 아이에게 한입을 건네거나, 가까운 손님에게 조금 더 큰 구르샤를 내미는 장면도 기록돼 있다.
식사가 끝날 무렵에는 별도로 말아 둔 인제라보다 쟁반 바닥의 인제라가 더 진하다. 위에 놓였던 스튜에서 나온 기름과 소금, 향신료가 오랫동안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가운데 조각은 손으로 들면 축 늘어질 만큼 촉촉하다.
마지막 조각을 뜯으면 쟁반의 금속 바닥이 보인다. 가운데에 남은 인제라는 가장자리보다 무겁고 축축하다. 렌틸과 닭고기 소스, 채소에서 나온 국물이 한꺼번에 배어 있어 마지막 한입의 맛이 가장 진하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인제라를 테프만으로 만드는 고정 레시피로 설명하지 않았다. 곡물과 발효·압시트·미타드 조리는 FAO와 식품 연구를, 도로 왓·금식 음식·키트포·구르샤는 에티오피아 공공기관과 대학 연구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