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경보다 오래된 아레파의 이름과 옥수수 손질법, 1960년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가 줄인 조리 시간을 따라간다. 안티오키아의 얇은 아레파와 보야카의 달콤한 치즈 아레파, 카리브 해안의 아레파 데 우에보, 베네수엘라 아레페라의 이름 붙은 속재료까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같은 둥근 빵이 접시에서 달라진다
아레파는 손바닥만 한 옥수수 반죽을 둥글납작하게 빚어 굽거나 튀긴 음식이다. 흰 옥수수를 쓰면 크림색에 가깝고 노란 옥수수를 쓰면 옅은 황금빛이 난다. 철판에 닿은 자리에는 갈색 점이 듬성듬성 생긴다.
콜롬비아의 아침 식탁에서는 얇은 아레파가 달걀과 치즈, 콩 요리 옆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안티오키아식 흰 아레파는 간이 약하고 두께도 얇아 국물이나 소스를 묻혀 먹기 쉽다.
베네수엘라의 아레파는 가운데를 가를 수 있을 만큼 두껍게 굽는 경우가 흔하다. 갈라진 틈에 찢은 소고기와 닭고기, 검은콩, 치즈, 아보카도를 넣으면 빵 하나가 묵직한 식사가 된다.
두께가 다르면 씹는 느낌도 달라진다. 얇은 아레파는 구운 면의 바삭함이 먼저 느껴지고, 두꺼운 아레파는 겉껍질이 갈라진 뒤 따뜻하고 촉촉한 속이 나온다.
콜롬비아에도 속을 채운 아레파가 있고 베네수엘라에도 얇고 단순한 아레파가 있다. 다만 식당 메뉴와 일상 식탁을 보면 콜롬비아에서는 지역별 반죽과 굽는 법이, 베네수엘라에서는 속재료 조합이 특히 잘게 나뉜다.
두 나라의 아레파를 나란히 놓으면 먼저 높이가 다르다. 콜롬비아의 얇은 아레파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낮은 경우가 많고, 베네수엘라식은 옆면을 칼로 가를 수 있을 만큼 도톰하다.
같은 지름이라도 얇은 아레파는 달걀과 콩 옆에 평평하게 놓이고, 두꺼운 아레파는 옆면을 갈라 닭고기나 치즈를 넣는다.
기본 반죽은 옥수수가루와 물, 소금으로 단순하다. 맛이 담백한 만큼 철판의 갈색 자국과 옥수수 냄새, 안에 넣은 치즈나 고기의 간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레파는 밀가루빵처럼 효모를 넣어 크게 부풀리지 않는다. 손으로 눌러 만든 두께가 구운 뒤에도 거의 그대로 남아서, 처음 빚을 때부터 곁들임용인지 속을 채울 빵인지가 갈린다.
얇은 아레파는 조각을 떼어 콩 스튜나 달걀노른자를 묻혀 먹는다. 속을 채운 아레파는 종이나 냅킨으로 아랫부분을 감싸고 손에 든다. 하나는 접시에서,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먹는 경우가 많다.
속을 채운 아레파는 손에 들었을 때부터 무게가 다르다. 따뜻한 옥수수빵 아래로 콩과 고기 육즙이 모이고, 마지막 몇 입은 처음보다 훨씬 촉촉하다.

아레파라는 이름은 국경보다 오래됐다
옥수수를 갈아 둥글게 빚어 불에 익힌 음식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현대 국경이 생기기 전부터 북부 남아메리카에서 먹었다. 그래서 아레파를 처음 만든 나라나 한 사람의 이름을 기록에서 찾기는 어렵다.
베네수엘라 역사사전은 아레파를 쿠마나고토계 언어에서 온 말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옥수수를 가리키던 말이 흰색 또는 노란색 옥수수 반죽으로 만든 둥글고 납작한 빵의 이름이 됐다는 내용이다.
스페인어 기록에 남기 전에도 여러 원주민 공동체가 옥수수를 삶고 찧어 반죽했다. 반죽은 손으로 납작하게 만들고 달군 돌이나 점토판 위에 올렸다. 지금의 부다레와 비슷한 평평한 조리판이었다.
1820년대 콜롬비아를 여행한 기록에는 옥수수 껍질을 벗기고 삶아 갈아 둥근 조각으로 만든 뒤 점토 팬에서 굽는 과정이 적혀 있다. 당시에도 아레파를 한 번 만들려면 곡물을 손질하는 데 긴 시간이 들었다.
오래된 기록 속 아레파는 오늘날 식당에서 보는 속이 가득 찬 빵보다 단순했다. 옥수수 반죽을 불에 익힌 기본형이 먼저 있었고 치즈와 고기, 달걀을 넣는 방식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늘어났다.
베네수엘라 역사사전에는 아레파의 옛 표기가 여러 형태로 남아 있다. 발음과 철자가 달라도 흰색 또는 노란색 옥수수 반죽을 둥글게 익힌 음식이라는 설명은 이어진다.
평평한 점토판인 부다레는 반죽의 양면을 익히는 데 쓰였다. 불꽃이 직접 닿지 않아 표면은 한꺼번에 타지 않고, 판에 닿은 자리부터 마르며 작은 갈색 점이 생겼다.
1820년대 여행자는 밀빵은 시장에서 구할 수 있지만 옥수수빵인 아레파는 집에서 만든다고 적었다. 기록에는 그날 먹을 반죽을 준비하는 과정도 자세히 나온다.
그 여행기에는 단단한 옥수수를 갈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맷돌 앞에 서 있던 사람의 모습도 나온다. 불 위에서 굽는 시간보다 굽기 전의 손질에 훨씬 많은 품이 들었다.
부다레의 재료는 점토에서 무쇠와 철판으로 바뀌었지만 모양은 여전히 낮고 평평하다. 기름에 잠기게 튀기는 냄비와 달리, 반죽이 닿은 면부터 천천히 마르게 하는 도구다.
옛 아레파에는 효모를 넣어 부풀리는 과정이 없었다. 옥수수 반죽을 바로 판 위에 올렸기 때문에 납작한 모양과 촘촘한 속이 만들어졌고, 이 기본형은 지금도 흔하다.

옥수수를 찧고 삶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
미리 익힌 가루가 없던 때에는 마른 옥수수부터 손질했다. 물에 적신 알갱이를 나무 절구인 필론에서 찧어 껍질과 배아를 떼고, 물에 씻어 남은 알맹이를 골랐다.
손질한 옥수수는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은 뒤 맷돌이나 가정용 분쇄기로 갈았다. 뜨거운 반죽에는 옥수수 알갱이의 거친 결이 조금 남았고, 손으로 누르면 표면이 매끈하기보다 울퉁불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는 전통 방식에 7시간에서 12시간이 들 수 있었지만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를 쓰면 약 30분으로 줄었다고 설명한다. 불리고 삶는 시간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계산은 달라도 차이는 크다.
베네수엘라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껍질을 벗긴 통옥수수를 삶아 간 마이스 필라도 반죽을 쓴다. 입자가 굵어 씹을 때 알갱이가 느껴지고, 봉지 가루로 만든 아레파보다 옥수수 냄새가 진하다.
장작불 위 부다레에서는 가장자리가 먼저 마르고 가운데는 천천히 익는다. 불길이 닿은 곳에는 짙은 점이 생기고 연기 냄새가 얇게 밴다. 가스 불이나 전기 철판에서 구운 것과 표면 색도 조금 다르다.
필론에는 양쪽 끝이 굵은 나무공이를 썼다. 젖은 옥수수를 몇 번 찧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껍질과 배아가 알맹이에서 떨어질 때까지 같은 동작을 이어갔다.
찧은 옥수수에 물을 부으면 가벼운 껍질과 배아가 위로 뜬다. 이것을 걷어낸 뒤 바닥에 남은 단단한 알맹이를 삶았다. 가루부터 쓰는 지금의 순서와는 정반대다.
맷돌의 간격이 넓으면 반죽에 작은 옥수수 조각이 남고, 여러 번 갈면 입자가 한결 고와진다. 한집에서도 얼마나 오래 갈았는지에 따라 씹을 때 느껴지는 알갱이가 달랐다.
반죽의 수분이 적으면 가장자리를 누를 때 금이 생긴다. 수분이 많으면 손바닥에 달라붙고 철판 위에서 모양이 쉽게 퍼진다. 손으로 가장자리를 돌려가며 다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점토 부다레는 달아오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뜨거워지면 반죽이 닿은 면을 고르게 말린다. 철판은 더 빨리 뜨거워져 불이 센 곳의 갈색 자국이 먼저 짙어진다.
삶은 옥수수를 갈아 만든 반죽은 따뜻할 때 손에 부드럽게 눌린다. 식으면 전분이 굳어 표면이 단단해지므로, 반죽을 만든 날 바로 굽는 집이 많았다.

1960년 봉지 가루가 조리 시간을 줄였다
베네수엘라 기업 엠프레사스 폴라르는 1960년 12월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인 하리나 P.A.N.을 시장에 내놓았다. 옥수수를 삶고 갈아 말리는 과정을 공장에서 마친 제품이라 가정에서는 물과 소금을 섞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이 가루는 생옥수수가루나 거친 콘밀과 다르다. 이미 열을 받은 고운 가루라 물을 부으면 빠르게 수분을 먹고 손으로 뭉칠 수 있는 반죽이 된다. 몇 분 쉬면 처음보다 덜 끈적이고 가장자리의 금도 줄어든다.
흰 가루로 만든 아레파는 담백하고 색이 옅다. 노란 가루는 옥수수 향과 단맛이 조금 더 뚜렷하다. 치즈나 고기를 넣지 않은 기본형에서는 이 차이가 더 잘 느껴진다.
봉지 가루의 보급은 도시 가정에서 아레파를 계속 만들 수 있게 했다. 아침마다 곡물을 찧는 일은 사라졌지만 둥근 모양을 손으로 만들고 부다레에서 굽는 과정은 남았다.
P.A.N.은 원래 상표명이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를 넓게 가리키는 말처럼 쓰이기도 한다. 다른 회사 제품을 사도 사람들이 ‘판 가루’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 베네수엘라 스페인어 사전에 실려 있다.
봉지를 열면 이미 삶고 말린 옥수수가 고운 가루로 들어 있다. 생옥수수가루처럼 냄비에서 먼저 익힐 필요가 없어 물과 소금을 넣은 자리에서 바로 반죽을 시작한다.
이 가루에는 밀가루처럼 글루텐이 없다. 반죽을 오래 치대도 빵 반죽처럼 늘어나지 않고, 손으로 눌렀을 때 둥근 모양을 유지하는 정도로 뭉친다.
두꺼운 아레파는 철판에서 겉을 먼저 굳힌 뒤 오븐에서 마저 익히기도 한다. 표면은 얇게 마르고 안쪽 수분은 남아, 자를 때 겉과 속의 느낌이 분명히 갈린다.
공장에서는 옥수수를 씻고 껍질과 배아를 분리한 뒤 알맹이를 익힌다. 이어서 말리고 곱게 간 가루를 봉지에 담는다.
미리 익힌 가루는 밀폐된 봉지로 멀리 운반할 수 있었다. Fundación Empresas Polar 자료에 따르면 P.A.N. 제품은 현재 40여 개국에서 팔린다. 옥수수를 불리고 갈 수 없는 해외의 부엌에서도 아레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가루 반죽은 한 번에 같은 두께로 만들기 쉽다. 같은 철판에서 여러 장을 구워도 익는 시간이 비슷해졌고, 아침마다 아레파를 만드는 부담도 크게 줄었다.
콜롬비아에서는 지역마다 아레파가 다르다
안티오키아의 아레파는 흰 옥수수로 얇고 넓게 만든다. 소금기가 세지 않아 반데하 파이사에 든 콩과 다진 고기, 달걀노른자를 묻히면 담백한 반죽에 짠맛과 육즙이 스민다.
보야카식 아레파는 훨씬 두껍다. 반죽에 신선한 치즈와 파넬라를 넣어 굽기 때문에 겉은 노릇하고 속에서는 짭짤한 치즈와 파넬라의 단맛이 함께 난다. 따뜻할 때는 가운데가 부드럽고 촉촉하다.
신선한 옥수수를 갈아 만든 아레파 데 초클로는 반죽 자체가 달다. 철판에서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익고 안에 넣은 치즈가 녹으면 옥수수 알갱이의 단맛과 치즈의 짠맛이 번갈아 느껴진다.
카리브 해안의 아레파 데 우에보는 굽지 않고 기름에 튀긴다. 반죽을 한 번 튀겨 속을 비운 뒤 작은 구멍으로 날달걀을 넣고 다시 기름에 담근다. 잘라 보면 흰자와 노른자가 빵 안쪽에 붙어 있다.
아레파 데 우에보의 껍질은 얇게 부서지고 안쪽 반죽에는 기름과 달걀 수분이 배어 있다. 콜롬비아 관광청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카리브 해안 길거리 음식이며, 루루아코는 아레파 데 우에보로 특히 알려진 곳이다.
산탄데르식 아레파에는 노란 옥수수만 들어가지 않는다. 익힌 유카와 돼지 껍질 튀김인 치차론을 함께 갈아 반죽한다. 구우면 표면은 단단해지고 안에서는 돼지기름의 고소한 맛이 난다.
보야카식 아레파를 가르면 가운데의 치즈 부분이 반죽보다 짙은 색으로 보인다. 막 구웠을 때는 부드럽지만 식으면 치즈와 옥수수 반죽이 함께 단단해져, 얇은 아레파와 전혀 다른 빵처럼 씹힌다.
초클로 반죽은 수분이 많아 손으로 단단한 원반을 만들기 어렵다. 숟가락으로 철판에 올려 둥글게 펴고, 한쪽이 굳은 뒤 뒤집는다. 치즈를 사이에 넣으면 옥수수즙과 녹은 치즈가 가운데에 남는다.
카리브 해안의 판매대에서는 아레파 데 우에보를 반죽부터 한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 먼저 빈 아레파를 기름에서 부풀리고, 꺼내 달걀을 넣은 다음 입구를 반죽으로 막아 다시 튀긴다.
두 번째로 기름에 들어가면 겉은 더 짙은 노란색이 되고 달걀흰자는 안쪽 벽을 따라 익는다. 노른자가 완전히 굳지 않은 것은 자르는 순간 따뜻한 노른자가 옥수수 반죽에 스민다.
루루아코에서는 아레파 데 우에보를 앞세운 축제가 열릴 만큼 이 튀긴 아레파가 지역 이름과 붙어 다닌다. 얇은 흰 아레파를 굽는 안티오키아와는 재료뿐 아니라 조리대의 냄비부터 다르다.

베네수엘라 메뉴에는 속재료 이름이 적힌다
베네수엘라의 아레페라 메뉴판에는 치즈나 고기라는 재료명만 적히지 않는다. 검은콩과 흰 치즈를 넣은 ‘도미노’, 찢은 소고기와 노란 치즈를 넣은 ‘펠루아’처럼 조합마다 별명이 붙는다.
도미노를 가르면 검은콩과 하얀 치즈가 나란히 보인다. 콩은 부드럽고 구수하며 치즈는 짭짤하다. 따뜻한 빵 안에서 치즈가 조금 녹으면 콩의 수분과 섞여 속이 뻑뻑하지 않다.
파베욘에는 찢은 소고기와 검은콩, 치즈, 잘 익은 플랜틴이 들어간다. 고기의 짠맛 뒤에 튀긴 플랜틴의 단맛이 오고, 콩이 사이를 부드럽게 메운다. 한 개만으로도 무게가 상당하다.
레이나 페피아다는 닭고기와 아보카도, 마요네즈를 섞은 차가운 속을 넣는다. 1955년 미스 월드가 된 베네수엘라의 수사나 두임을 기려 카라카스의 한 아레페라에서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레이나 페피아다는 구운 고기 속과 맛이 전혀 다르다. 아보카도와 마요네즈가 닭고기 결을 부드럽게 감싸고, 따뜻한 옥수수빵과 차가운 속 사이에 온도 차가 난다. 검은 후추와 양파 냄새도 또렷하다.
‘시프리나’는 레이나 페피아다의 닭고기와 아보카도 속에 노란 치즈를 더한 메뉴다. 차가운 아보카도 속 사이에서 치즈가 부드럽게 녹으며 짠맛이 더 선명해진다.
‘펠루아’는 찢은 소고기가 머리카락처럼 보인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가늘게 풀어진 고기 사이에 노란 치즈가 녹아들며, 육즙과 치즈 기름이 옥수수 속에 스민다.
‘룸베라’에는 구운 돼지고기와 노란 치즈가 들어간다. 잘게 찢은 돼지고기의 짭짤한 육즙이 따뜻한 반죽에 배고, 치즈가 고기 사이를 붙인다.
‘비우다’라고 적힌 아레파에는 속이 없다. 버터나 치즈도 넣지 않은 따뜻한 옥수수빵이라 겉의 구운 냄새와 반죽의 수분, 소금 양이 그대로 느껴진다.
두꺼운 아레파의 속을 파내 공간을 넓히는 가게도 있고, 포슬한 속살을 그대로 둔 채 재료를 눌러 담는 곳도 있다. 속살을 남기면 옥수수 맛이 강하고, 많이 덜어내면 고기와 콩이 더 넉넉히 들어간다.
‘카티라’에는 찢은 닭고기와 노란 치즈가 들어간다. 부드러운 닭살 사이로 녹은 치즈가 스며들어 레이나 페피아다보다 따뜻하고 짭짤한 맛이 난다.

잘 구운 아레파는 겉과 속이 다르다
철판에서 막 내린 아레파의 겉은 살짝 단단하고 안은 촉촉하다.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천천히 다시 부풀어 오르고, 반으로 가르면 따뜻한 김과 구운 옥수수 냄새가 난다.
표면의 갈색 자국에서는 팝콘이나 구운 옥수수와 비슷한 고소한 냄새가 난다. 검게 탄 점이 너무 많으면 쓴맛이 나지만 작은 갈색 점은 담백한 반죽에 구운 향을 보탠다.
두꺼운 아레파는 철판에서 양면을 굽고 오븐에서 속을 더 익히기도 한다. 겉만 익고 가운데가 덜 익으면 안쪽 반죽이 축축하게 뭉치지만, 속까지 익으면 포슬포슬하게 갈라진다.
튀긴 아레파는 기름 때문에 껍질이 더 두껍고 바삭하다. 한입 깨물면 먼저 껍질이 부서지고 뒤이어 부드러운 옥수수 반죽이 나온다. 구운 아레파보다 고소하지만 식으면 기름기가 더 잘 느껴진다.
치즈를 넣은 아레파는 뜨거울 때 맛이 가장 분명하다. 녹은 치즈는 길게 늘어나고 짠맛 뒤로 옥수수의 은근한 단맛이 느껴진다. 식으면 치즈와 반죽이 함께 단단해져 씹는 힘이 더 필요하다.
같은 아레파 안에서도 끝과 가운데의 식감이 다르다. 가장자리는 얇아 바삭하게 깨지고, 가운데는 반죽이 두꺼워 따뜻하고 포슬한 속이 오래 씹힌다.
흰 옥수수로 만든 속살은 맛이 담백하고 입자가 부드럽다. 노란 옥수수 반죽은 씹을수록 은근한 단맛이 나고, 구운 자리에서는 팝콘과 비슷한 냄새가 조금 더 진하다.
가장자리의 작은 금은 반죽이 마르기 시작했다는 흔적이다. 금이 깊으면 자를 때 조각이 떨어지고, 수분이 알맞으면 겉만 얇게 갈라진 뒤 속은 한 덩어리로 남는다.
반으로 가른 뜨거운 아레파에 버터를 바르면 속살의 작은 틈으로 바로 스민다. 버터가 닿은 곳은 촉촉하고 짭짤해지고, 바깥 껍질은 바삭한 상태를 잠시 더 유지한다.
식은 아레파는 속의 수분이 줄어 단단해진다. 다시 철판에 올리면 표면은 바삭해지지만 갓 반죽했을 때의 촉촉함까지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는다.
속을 채운 뒤 잠시 두면 아래쪽 빵이 육즙과 콩물로 촉촉해진다. 위쪽은 여전히 단단하고 아래는 부드러워져, 처음 한입과 마지막 한입의 느낌이 달라진다.

아침 식탁과 늦은 밤 아레페라
가정의 아침에는 버터나 치즈만 넣은 단순한 아레파가 자주 나온다. 따뜻한 반죽에 버터가 녹으면 옥수수 냄새에 우유의 고소한 향이 섞이고, 커피나 핫초콜릿과 함께 먹기 편하다.
콜롬비아에서는 얇은 아레파가 수프와 달걀, 구운 고기 옆에 놓인다. 반죽의 간이 약해 콩국물이나 고기 소스를 묻혀도 지나치게 짜지지 않는다. 빵만 떼어 먹으면 옥수수의 담백한 단맛이 남는다.
베네수엘라의 아레페라는 아침뿐 아니라 늦은 시간에도 문을 여는 곳이 있다. 진열된 속재료를 골라 주문하면 뜨거운 아레파를 갈라 고기와 콩, 치즈를 바로 채운다.
안데스 지역에는 옥수수 대신 밀가루로 만드는 아레파 데 트리고도 있다. 겉면이 매끈하고 속이 빵처럼 부드러우며, 아니스나 설탕을 넣으면 은근한 단맛이 난다. 옥수수 아레파보다 질감이 촘촘하다.
같은 아레파라는 이름 아래 얇게 구운 흰 옥수수빵과 달걀을 넣어 튀긴 빵, 닭고기와 아보카도를 가득 채운 빵이 함께 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차이는 둥근 겉모양보다 반죽의 두께와 빵 안쪽에서 더 뚜렷하다.
베네수엘라의 ‘텔리타’는 이름처럼 얇게 빚은 아레파다. 두꺼운 속 채움용 아레파만 떠올리기 쉽지만, 아침에는 버터나 치즈와 먹는 얇고 작은 것도 흔하다.
콜롬비아의 아침에는 핫초콜릿과 짭짤한 치즈가 아레파 옆에 놓이기도 한다. 달고 뜨거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뒤 담백한 옥수수빵을 먹으면 치즈의 짠맛이 또렷해진다.
아레페라의 주문대에서는 이름을 고르면 조리가 빠르게 이어진다. 미리 구워 둔 아레파를 다시 데우고 옆면을 가른 뒤, 차갑게 보관한 닭고기 속이나 뜨거운 고기와 콩을 바로 담는다.
베네수엘라에는 파넬라와 아니스를 넣어 작게 빚어 튀기는 달콤한 아레피타도 있다. 겉에 생긴 작은 구멍으로 기름이 스며들고, 씹을 때 사탕수수 단맛과 아니스 향이 함께 난다.
미리 익힌 가루는 이주한 사람들이 아레파를 계속 굽는 데도 큰 몫을 했다. 통옥수수와 맷돌을 구하지 못해도 봉지 가루와 프라이팬이 있으면 익숙한 반죽을 만들 수 있었다.
해외의 아레페라에서는 모차렐라나 현지산 소고기처럼 구하기 쉬운 재료가 속에 들어간다. 둥근 옥수수빵은 그대로지만, 메뉴판은 가게가 자리 잡은 도시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아레파의 기원을 현대 국가 한 곳의 발명으로 적지 않았다. 전통 옥수수 손질법과 조리 시간은 FAO 자료, 19세기 콜롬비아 조리 기록은 Banco de la República 소장본으로 확인했다. 이름과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의 보급은 베네수엘라 역사사전과 Fundación Empresas Polar 자료를 함께 살폈다. 지역별 모양과 속재료는 가정과 식당마다 달라질 수 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