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파를 가르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가 달라진다

둥글고 납작한 옥수수빵까지는 닮았다. 칼집을 내는 순간 길이 갈린다. 콜롬비아에서는 치즈를 섞거나 식사 곁에 놓는 아레파가 많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속을 벌려 고기와 콩, 아보카도를 가득 채운다.

구운 옥수수 아레파
사진 Fora do Eixo · CC BY-SA 2.0

유럽인의 도착 이전부터 이어진 옥수수 반죽,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가 바꾼 가정 조리,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에서 서로 다르게 발달한 아레파의 맛과 식감을 살핀다.

둥근 빵을 가르면 차이가 보인다

겉만 보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아레파는 비슷하다. 손바닥만 한 옥수수 반죽을 납작하게 눌러 철판에서 굽는다.

콜롬비아에서는 얇고 넓게 구워 치즈를 얹거나 달걀 곁에 두는 아레파가 흔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조금 두껍게 구운 뒤 가운데를 갈라 속을 채운다.

경계는 완벽하지 않다. 콜롬비아에도 속을 채운 아레파가 있고 베네수엘라에도 치즈만 넣은 단순한 아레파가 있다.

손바닥만 한 흰색 또는 노란색 원반에 갈색 구운 자국이 듬성듬성 남는다. 아레파 접시에서는 색과 윤기에 재료의 익힘과 수분 차이가 남는다. 사진만으로 아레파의 질감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느 부분이 마르고 촉촉한지는 표면에서도 드러난다.

따뜻한 옥수수와 구운 곡물 냄새, 치즈를 넣으면 녹은 유지방 향이 겹친다. 아레파의 첫 냄새에는 주재료뿐 아니라 불에 닿은 양념과 기름, 막 썬 고명까지 겹쳐 있다. 아레파에서는 코에 먼저 닿는 향을 따라가면 익히거나 절이고 섞은 재료의 차이도 드러난다.

치즈를 넣은 아레파
아레파의 겉면에는 철판과 닿은 갈색 점이 남는다. 얇은 껍질 안쪽은 옥수수 수분을 품어 촉촉하고 포슬하다.사진 Neoredacturus · CC BY-SA 4.0

옥수수를 갈던 시간

아레파의 뿌리는 유럽인이 도착하기 전 북부 남아메리카의 옥수수 식문화에 닿아 있다. 원주민 공동체는 옥수수를 불리고 익힌 뒤 갈아 반죽했다.

돌판에서 간 옥수수는 입자가 일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된 방식의 아레파는 오늘날 가루 제품으로 만든 것보다 거친 결이 남는다.

둥근 반죽은 불에 달군 점토판이나 돌판에서 구웠다. 지금도 평평한 부다레가 그 역할을 한다.

20세기 중반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가 보급되며 옥수수를 불리고 삶아 가는 긴 과정이 짧아졌고 도시 가정과 해외 이주지에서도 아레파를 매일 만들기 쉬워졌다. 아레파 역사에서 이 변화는 오래된 방식을 없애지 않았지만 조리 시간과 한 끼의 크기, 식당에서 내는 모양을 바꿨다. 아레파의 기록 속 음식과 지금 눈앞의 접시가 완전히 같지 않은 까닭이다.

봉지 가루가 아침 시간을 바꿨다

현대 아레파 조리의 큰 변화는 미리 익힌 옥수수가루였다. 물과 소금만 섞어 잠시 두면 반죽이 만들어진다.

195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산업 생산된 가루가 널리 보급되며 삶고 찧는 과정이 크게 줄었다. 콜롬비아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반죽이 너무 마르면 가장자리가 갈라지고 물이 많으면 철판에 달라붙는다. 손바닥으로 눌렀을 때 표면이 매끈하게 이어지는 정도가 굽기 쉽다.

철판 위 반죽에서 낮은 지글거림이 나고 잘 구운 가장자리는 손으로 가를 때 가볍게 갈라진다. 아레파 준비 과정에서 나는 소리에는 손과 도구가 움직이는 순서가 담긴다. 아레파 조리에서는 소리가 거칠어지거나 잦아드는 순간마다 다음 작업이 이어진다.

조리 과정에는 부다레라 부르는 평평한 철판 등이 등장한다. 아레파에 쓰는 도구는 재료를 나누고 모양을 잡고 담는 방식을 바꾼다. 아레파의 크기와 표면도 이 도구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속을 채운 베네수엘라 아레파
콜롬비아의 여러 아레파에는 반죽 안에 치즈가 섞이거나 위에 치즈가 녹아내린다. 지역에 따라 크기와 두께, 쓰는 옥수수도 달라진다.사진 Muago · CC0

콜롬비아에서는 옥수수 종류가 달라진다

콜롬비아의 아레파는 지역 이름을 따라 모습이 자주 바뀐다. 안티오키아식은 흰 옥수수로 얇고 담백하게 구워 식사에 곁들인다.

보야카식에는 치즈와 달콤한 파넬라가 들어가고, 산탄데르식에는 노란 옥수수와 돼지기름, 카사바가 섞이기도 한다. 카리브 해안의 아레파 데 우에보는 반죽을 튀긴 뒤 달걀을 넣어 다시 익힌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하얗고 얇은 빵, 달고 두툼한 빵, 기름에 바삭하게 부푼 빵이 모두 아레파다.

맛의 바탕은 미리 익힌 흰색 또는 노란색 옥수수가루와 물, 소금에서 시작된다. 아레파에서는 같은 재료를 써도 손질과 익히는 순서가 달라지면 단맛과 짠맛, 지방의 무게가 달라진다. 아레파의 맛을 양념의 양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속재료에 이름이 붙는다

베네수엘라의 아레페라 메뉴에는 사람 이름이나 별명 같은 표현이 보인다. 속재료 조합마다 이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레이나 페피아다는 닭고기와 아보카도, 마요네즈를 섞어 채운다. 파베욘은 찢은 소고기와 검은콩, 치즈, 달콤한 플랜틴을 넣는다.

노란 치즈와 검은콩을 넣은 도미노는 흑백 색에서 이름을 얻었다. 메뉴 이름을 알면 갈라진 빵 안의 색도 예상할 수 있다.

이 음식이 놓이는 곳으로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아침 식탁, 길거리 판매대와 아레페라 등이 있다. 빠르게 먹는 아레파 한 접시와 여러 사람이 나누는 상에서는 양과 온도가 서로 다르다. 아레파 곁에 놓는 반찬과 음료도 그 장소의 생활 리듬을 따른다.

바삭한 껍질과 포슬한 속, 담백한 빵과 진한 고기·치즈가 맞물린다. 아레파의 차이는 재료 목록만 읽을 때보다 한입 안에서 더 선명하다. 아레파 한입에서는 부드러운 부분과 단단한 부분, 마른 겉과 촉촉한 속이 번갈아 들어온다.

철판 위 아레파
베네수엘라식 아레파는 가운데를 갈라 속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 찢은 소고기와 검은콩, 치즈, 아보카도가 옥수수빵의 담백함을 채운다.사진 Jess Lander from Culver City, CA, USA · CC BY 2.0

잘 구운 면에서는 옥수수 냄새가 난다

반죽을 철판에 올리면 표면 수분이 빠지고 갈색 점이 생긴다. 이때 구운 옥수수와 팝콘에 가까운 냄새가 난다.

두꺼운 아레파는 철판에서 겉을 잡은 뒤 오븐에 넣기도 한다. 속까지 열이 들어가면 손가락으로 두드렸을 때 빈 듯한 소리가 난다.

기름을 많이 두르면 껍질은 바삭하지만 옥수수 향이 약해질 수 있다. 마른 철판에서는 담백하고 건조한 구운 향이 선명하다.

뜨거울 때는 속이 부드럽고 향이 강하며 식으면 반죽이 조밀해지고 씹는 맛이 커진다. 천천히 먹는 동안 아레파의 온도가 내려가면 향이 약해지거나 또렷해지고 표면과 속의 씹힘도 달라진다. 막 나온 아레파의 한입과 몇 분 뒤의 한입은 같지 않다.

뜨거울 때 갈라야 속이 열린다

막 구운 아레파를 칼로 반쯤 가르면 안쪽에서 김이 나온다. 부드러운 속을 조금 파내면 고기와 콩을 넣을 공간이 생긴다.

너무 식은 뒤 자르면 반죽이 조밀해져 가장자리가 부서지기 쉽다. 반대로 아주 뜨거울 때 속재료를 넣으면 치즈가 빠르게 녹는다.

육즙이 많은 속을 채우면 빵 안쪽이 젖지만 겉껍질은 잠시 바삭함을 유지한다.

겉은 얇게 단단하고 안은 포슬하면서 촉촉하며 가장자리는 조금 더 바삭하다. 아레파 한 접시에서 한 가지 질감만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재료마다 수분과 섬유, 지방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아레파 접시에서도 어느 부분을 먼저 집는지에 따라 씹는 시간이 달라진다.

옥수수의 담백한 단맛과 소금기가 바탕을 이루고 속재료의 육즙과 치즈 짠맛을 받아낸다. 아레파에서는 짠맛과 단맛, 산미와 지방의 무게가 한꺼번에 오기보다 순서를 두고 겹친다. 아레파의 첫맛이 지나간 뒤에는 주재료의 단맛이나 고소함이 다시 드러난다.

고기와 아보카도 아레파
철판에서 굽는 동안 표면의 수분이 빠져 얇은 껍질이 생긴다. 두꺼운 아레파는 오븐에서 속까지 마저 익히기도 한다.사진 Pintoandres90 · CC BY-SA 3.0

한쪽은 곁들이고 한쪽은 채운다

콜롬비아의 얇은 아레파는 수프와 달걀, 구운 고기 옆에서 빵처럼 쓰인다. 맛이 담백해 다른 반찬의 국물과 소금을 받아낸다.

베네수엘라의 두꺼운 아레파는 속재료만으로 한 끼가 된다. 한입에 옥수수와 아보카도, 고기, 콩의 질감이 함께 들어온다.

같은 둥근 반죽이 식탁에서 맡는 역할은 칼집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달라진다.

고운 옥수수 입자가 혀에 남고 구운 면의 고소함이 천천히 이어진다. 그릇에 남은 아레파의 향에는 처음 코에 닿았던 냄새와 다른 부분이 있다. 아레파의 마지막 향은 혀에 남은 짠맛이나 단맛보다 늦게 느껴져 첫입과 다른 인상을 남긴다. 온도가 내려간 뒤에도 아레파의 향은 한동안 입과 코 사이에 남는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아레파를 어느 한 국가의 단일 발명으로 규정하지 않고, 원주민 옥수수 문화와 두 나라의 지역별 조리 차이를 공공 자료에 맞춰 정리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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