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두부의 매운맛 뒤에는 발효 콩의 짠맛이 있다

마파두부의 붉은 표면만 보면 고추가 맛을 모두 만들 것 같다. 그러나 숟가락을 뜨면 더우반장의 발효 콩 향, 더우츠의 짠 감칠맛, 화자오의 저림이 차례로 올라온다. 매움은 여러 맛 가운데 가장 먼저 보일 뿐이다.

붉은 고추기름과 다진 고기가 어우러진 마파두부
사진 Sichuanfoodlover · CC BY-SA 4.0

마파두부는 청두의 한 식당과 ‘곰보 할머니’ 진씨의 이야기로 유명하지만 세부 전승은 자료마다 다르다. 음식에서 확실히 보이는 것은 쓰촨 더우반장과 발효 검은콩 더우츠, 다진 고기, 부드러운 두부, 화자오가 만드는 층이다. 두부를 무너지지 않게 데치고 전분물을 나누어 넣어 붉은 기름과 소스를 붙이는 기술, 마라의 매움과 저림이 다른 감각이라는 점까지 흰 두부 한 모서리에서 읽는다.

붉은 소스 속의 흰 모서리

마파두부가 접시에 담기면 표면에는 붉은 기름이 반짝이고 그 사이로 하얀 두부가 보인다. 다진 고기와 검은 더우츠 조각, 화자오 가루가 작은 점처럼 흩어져 있다.

숟가락이 닿으면 두부는 힘없이 무너지기보다 부드럽게 잘린다. 겉에는 짭짤하고 매운 소스가 붙고 속은 뜨겁고 담백하다. 한입 안에서 소스의 강도와 두부의 수분이 번갈아 나온다.

마지막에는 붉은 기름이 입술에 남고 화자오의 저림이 천천히 올라온다. 처음 보이는 고추색보다 발효 콩과 향신료가 오래 남는 음식이다.

청두의 진씨 가게 이야기

마파두부의 유명한 유래는 19세기 후반 청두의 진씨 여성이 운영한 작은 음식점에서 시작한다. 짐꾼과 노동자들이 가져온 두부와 기름, 고기를 매운 양념에 조리해 팔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얼굴의 얽은 자국 때문에 진마파라 불렸고 음식은 마파두부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오늘날 청두의 진마파두부 식당은 이 계보를 브랜드 역사로 이어간다.

다만 구체적인 연도와 손님, 처음 만든 상황은 전승마다 다르다. 인물의 일화보다 분명한 것은 청두의 두부와 더우반장, 화자오, 식용유가 결합한 쓰촨의 조리 구조다.

부드러운 두부 조각과 화자오가 보이는 마파두부 근접 사진
소스가 제대로 붙은 마파두부는 붉은 기름이 따로 뜨면서도 두부 표면에는 얇은 양념막이 남는다. 두부 모서리가 유지되고 다진 고기가 사이를 채운다.사진 ZhengZhou · CC BY-SA 4.0

더우반장을 볶으면 향이 열린다

쓰촨 더우반장은 잠두와 고추, 소금 등을 발효해 만든 장이다. 그대로 맛보면 짜고 거칠며 발효 콩 냄새가 강하다. 기름에 천천히 볶으면 고추색이 기름으로 퍼지고 콩 향은 구수하게 바뀐다.

센 불에서 태우면 쓴맛이 나므로 다진 더우반장을 낮은 불에 풀어 붉은 기름을 낸다. 마늘과 생강, 다진 고기가 들어가면 육향과 향신채의 단맛이 장에 붙는다.

더우츠는 검은콩을 소금에 발효한 재료다. 작은 조각이 씹힐 때 짠맛과 치즈처럼 깊은 발효 향이 터진다. 더우반장만 쓴 소스보다 뒷맛이 복잡해진다.

붉은 소스에는 세 가지 발효 맛이 있다

마파두부의 붉은색을 고추기름만으로 만들면 매운맛은 나도 깊은 장 향은 부족하다. 쓰촨식 소스에는 잠두와 고추를 발효한 더우반장, 검은 콩을 삭힌 더우치, 간장 계열의 짠맛이 서로 다른 농도로 겹친다.

더우반장을 기름에 볶으면 생고추의 풋냄새보다 발효 콩의 짭짤하고 구수한 향이 먼저 열린다. 잘게 다진 콩 조각은 소스에 남아 씹을 때 진한 소금기와 감칠맛을 낸다. 기름은 붉어지고 향은 팬 전체로 퍼진다.

더우치는 작고 검은 콩 알갱이지만 맛이 강하다. 혀에 닿으면 짠맛 뒤에 오래 숙성한 된장과 간장을 닮은 냄새가 남는다. 소스 전체에 풀어 넣기보다 몇 알이 씹힐 때 맛의 농도가 갑자기 올라간다.

간장과 육수는 두 장의 거친 맛을 이어준다. 물이 들어오면 볶은 장이 팬 바닥에서 풀리고 두부 표면으로 번진다. 고춧기름의 매운 향, 발효 콩의 짠맛,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 하나의 붉은 소스로 모인다.

소스를 오래 졸이면 발효 향은 짙어지지만 짠맛도 빠르게 높아진다. 전분물을 나누어 넣어 윤기를 만들고 두부가 소스를 붙잡게 하는 과정은 맛을 추가하기보다 이미 있는 장맛의 농도를 한입마다 고르게 맞춘다.

두부를 소금물에 데치는 까닭

부드러운 두부를 바로 팬에 넣으면 저을 때 쉽게 부서지고 콩 비린 향이 남을 수 있다. 소금을 약간 넣은 뜨거운 물에 짧게 데치면 두부가 따뜻해지고 표면이 조금 단단해진다.

데친 두부는 소스에 들어간 뒤 중심까지 온도가 빨리 오른다. 차가운 두부 때문에 팬 온도가 크게 내려가지 않아 소스가 묽어지는 것도 줄어든다.

연두부보다 형태가 조금 단단한 두부를 쓰되 지나치게 단단한 두부는 소스를 머금지 못한다. 숟가락으로 잘릴 만큼 부드럽고 모서리는 남는 정도가 마파두부의 식감과 맞는다.

붉은 기름이 밴 두반장 항아리
두반장은 잠두와 고추를 발효해 짠맛과 구수한 향을 만든다. 마파두부의 붉은색 아래에는 이 발효장의 깊은 냄새가 깔린다.사진 Zzzzzjessica · CC BY-SA 4.0

두부의 흰 속은 왜 남아 있을까

두부를 소금물에 짧게 데치면 차가운 콩 냄새가 줄고 표면이 조금 단단해진다. 팬에서 소스와 섞을 때 모서리가 쉽게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안쪽 수분은 남는다. 붉은 양념 안에 하얀 단면이 보이는 까닭이다.

부드러운 두부는 혀로도 으깨질 만큼 연하다. 대신 주걱으로 세게 저으면 작은 조각으로 흩어져 소스가 탁해진다. 팬을 흔들거나 국자로 소스를 끼얹어 익히면 네모난 형태와 매끈한 속을 지킬 수 있다.

두부 표면에는 더우반장과 고춧기름이 진하게 붙지만 가운데까지 간이 즉시 들어가지는 않는다. 한입을 베면 바깥의 짠맛과 화자오 향 뒤에 따뜻하고 담백한 콩 맛이 나온다. 그 짧은 공백이 다음 매운맛을 다시 느끼게 한다.

너무 오래 끓이면 두부의 구멍이 커지고 수분이 빠져 스펀지처럼 소스를 흡수한다. 맛은 진해지지만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질감은 줄어든다. 반대로 시간이 짧으면 소스가 겉돌고 두부 온도가 낮게 남는다.

접시 아래쪽 두부는 위쪽보다 소스를 더 오래 머금는다. 전분이 가라앉은 붉은 양념이 모서리에 두껍게 붙고 다진 고기와 더우치 조각도 많이 따라온다. 같은 접시에서도 어느 위치의 두부를 뜨느냐에 따라 짠맛과 기름기가 달라진다.

고기는 크지 않게 볶는다

마파두부의 다진 고기는 큰 완자처럼 뭉치지 않는다. 뜨거운 기름에서 수분을 날리며 잘게 볶아 고소한 향을 낸다. 쇠고기 전통을 이야기하는 조리법이 많고 돼지고기도 널리 쓰인다.

고기가 충분히 볶이면 작은 입자가 단단해져 부드러운 두부와 대비된다. 소스를 떠먹을 때마다 고기가 붙어 육향이 끊기지 않는다.

기름이 적으면 더우반장의 향이 잘 퍼지지 않고 고기도 삶은 듯해진다. 반대로 지나치게 많으면 소스와 분리된 기름이 두껍게 고여 느끼하다. 붉은 기름은 보여도 숟가락에 소스가 함께 따라야 한다.

전분물은 한 번에 붓지 않는다

물이나 육수를 부어 끓인 소스는 처음에는 묽다. 전분물을 넣으면 끓는 온도에서 투명해지며 농도가 생긴다. 두부와 고기 표면에 소스를 붙이는 단계다.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젤리처럼 뭉치고 두부 사이에 떡진 막이 생긴다. 조금씩 나누어 넣고 팬을 흔들면 국물의 수분 상태를 보며 농도를 맞출 수 있다.

완성된 소스는 접시를 기울였을 때 천천히 움직인다. 붉은 기름은 가장자리에 얇게 분리되고 걸쭉한 소스는 두부에 남는다. 서로 완전히 섞이지 않는 모습이 오히려 특징이다.

껍질과 씨가 섞인 쓰촨 화자오
화자오의 향은 고추의 매운맛과 다르다. 껍질을 씹으면 감귤을 닮은 향이 먼저 나고 뒤이어 혀가 저릿해진다.사진 Ragesoss · CC BY-SA 3.0

밥 위에서 완성되는 농도

마파두부 소스는 국처럼 흘러내리지 않고 두부와 다진 고기에 붙는 정도가 좋다. 밥 위에 얹으면 붉은 기름은 밥알 사이로 스며들고 전분으로 농도 낸 소스는 표면에 남는다.

화자오 가루는 오래 끓이면 상쾌한 향이 날아간다. 식탁에 내기 직전 뿌린 가루에서는 레몬 껍질과 솔잎을 섞은 듯한 향이 선명하고, 씹을수록 입술의 저림이 올라온다.

마라에서 ‘라’와 ‘마’

중국어로 라는 고추에서 오는 매운맛, 마는 화자오가 만드는 저린 감각을 뜻한다. 둘은 같은 매움이 아니다. 고추는 뜨겁게 타고 화자오는 전기가 흐르는 듯 입술 감각을 바꾼다.

좋은 화자오는 봉지를 여는 순간 감귤과 꽃 같은 향이 난다. 씨는 거칠고 쓴맛이 나기 쉬워 껍질 부분을 볶아 갈아 쓴다. 오래된 화자오는 저림만 약하게 남고 향이 평평하다.

마파두부에서는 화자오를 끝에 뿌려 향을 살린다. 뜨거운 붉은 기름이 가루의 향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린다. 그릇 가까이에서 코가 먼저 반응한다.

밥 위에서 소스가 다시 달라진다

마파두부만 한 숟갈 먹으면 더우반장의 짠맛과 고추기름의 열감이 곧장 올라온다. 흰밥 위에 얹으면 쌀알의 전분과 수분이 소스를 나누어 받아 자극이 낮아지고, 두부와 밥의 부드러운 질감이 겹친다.

두부는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쉽게 갈라지지만 다진 고기는 작게 튕기며 씹힌다. 밥알은 그 사이의 붉은 기름을 흡수해 매끈해지고, 잘게 썬 마늘싹은 풋향과 가벼운 아삭함을 남긴다. 한 숟가락에 서로 다른 크기의 조직이 모인다.

화자오 가루는 뜨거운 소스 표면에서 향을 낸 뒤 혀 가장자리에 저린 감각을 남긴다. 밥이 많으면 마비감이 느리게 오고, 소스가 많은 부분에서는 입술과 혀끝이 먼저 얼얼해진다. 같은 접시에서도 비율에 따라 마라의 세기가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밥이 소스를 계속 빨아들인다. 처음에는 두부 둘레를 흐르던 기름이 밥알에 붙고, 전분으로 걸쭉해진 소스는 더 되직해진다. 접시 바닥에 남은 마지막 밥은 첫술보다 짜고 기름지며 발효장 냄새가 진하다.

뜨거운 차나 맑은 국을 곁들이면 입안의 기름은 줄어들지만 화자오의 저린 감각은 잠시 남는다. 마파두부의 여운은 고추의 열만이 아니라 코로 돌아오는 화자오 향, 더우치의 짠 발효 맛, 두부의 콩 냄새가 차례로 사라지는 시간이다.

붉은 기름과 다진 고기를 얹은 마파두부
부드러운 두부 사이로 다진 고기와 붉은 기름이 들어간다. 숟가락을 뜰 때 두부의 흰 속과 매운 소스가 함께 갈라진다.사진 Richard923888 · CC BY-SA 4.0

쓰촨 밖에서 달라진 두부

마파두부가 일본에 퍼지면서 화자오의 저림과 더우반장의 발효 향을 줄이고 단맛과 걸쭉함을 높인 조리법이 대중화됐다. 밥에 얹기 쉬운 부드러운 소스와 순한 매운맛이 가정용 양념 제품에도 반영됐다.

한국의 중식당에서는 고추기름과 두반장을 쓰되 대파와 마늘 향을 강하게 내거나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는 형태가 흔하다. 같은 이름이어도 화자오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접시도 있다.

쓰촨식에 가깝다는 말은 단순히 더 맵다는 뜻이 아니다. 더우반장과 더우츠의 발효 향, 화자오의 상쾌한 저림, 두부에 붙는 붉은 기름이 함께 보일 때 맛의 구조가 가까워진다.

일본식 마파에서는 소스를 밥 위에 바로 부은 마보동도 일상적이다. 전분 농도를 조금 높여 밥과 분리되지 않게 하고, 파와 생강의 향을 남겨 짧은 점심 한 그릇으로 만든다.

지역을 옮긴 마파두부는 매운 정도보다 밥과 먹는 방식, 사용하는 두부의 단단함, 장의 발효 향에서 더 크게 갈린다. 붉은 접시라는 겉모습은 같아도 첫 숟가락의 냄새가 다르다.

두부가 매운맛을 잠시 멈춘다

소스만 맛보면 짠맛과 매움이 강하다. 두부 한 조각을 함께 먹으면 수분 많은 콩 조직이 혀의 자극을 낮추고 고소한 단맛을 낸다. 곧 소스가 다시 나오며 강도가 오르내린다.

흰밥은 이 변화의 폭을 더 크게 만든다. 전분이 기름과 장을 받아들여 소스가 한곳에 몰리지 않는다. 다진 고기와 두부가 밥알 사이에 섞이면 별도 반찬 없이도 한 그릇이 된다.

마파두부의 붉은색은 시작일 뿐이다. 숟가락 끝에서는 부드러운 두부, 발효 콩, 바삭하게 볶은 고기, 화자오의 향이 각자 다른 속도로 사라진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진마파의 인물 전승은 식당과 지역 자료가 공유하는 설로 표시했고, 맛의 설명은 쓰촨 조리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발효장과 화자오의 역할에 중심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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