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조아다는 검은콩에 소금에 절인 고기와 소시지를 넣어 끓이는 브라질 음식이다. 노예가 버려진 돼지 부위로 만들었다는 익숙한 이야기와 19세기 리우 식당 기록을 나누어 살피고, 콩과 고기를 익히는 순서부터 밥·파로파·콜라드그린·오렌지를 한 접시에 담는 이유까지 맛으로 풀었다.
검은콩 스튜 옆에 오렌지가 있다
페이조아다 상에서는 검은 냄비보다 접시가 더 화려하다. 하얀 쌀밥 옆에 노란 파로파가 쌓이고, 가늘게 썬 콜라드그린은 짙은 초록색을 남긴다. 생오렌지 몇 조각도 빠지지 않는다. 묵직한 고기 스튜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재료들이다.
검은콩 국물을 먼저 떠보면 숟가락에서 천천히 흐른다. 콩알은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쉽게 으깨질 만큼 부드럽다. 잘 익은 돼지고기는 결대로 갈라지고, 소시지는 씹을 때 탱글한 껍질 안에서 짭짤한 육즙을 낸다.
맛은 처음부터 진하다. 콩의 구수한 맛에 소금에 절인 고기의 짠맛, 베이컨과 소시지의 훈연 향이 겹친다. 돼지껍질이나 족발이 들어간 국물은 입술에 살짝 달라붙을 만큼 끈끈하다. 밥 없이 몇 숟갈을 이어 먹으면 고기 기름과 소금기가 빠르게 쌓인다.
그때 오렌지를 한 조각 베어 물면 차가운 과즙이 나온다. 단맛 뒤에 산미가 따라오고, 껍질 가까운 과육에서는 약한 쓴 향도 난다. 입안에 남아 있던 돼지기름이 가벼워져 다음 숟갈의 콩 맛이 다시 분명해진다.
파로파를 곁들이면 맛은 더 진해진다. 기름에 볶은 카사바 가루가 국물을 빨아들여 한입을 더 고소하고 되직하게 만든다. 가루가 완전히 풀처럼 뭉치지 않아 부드러운 콩 사이에서 작은 알갱이가 씹힌다.
밥과 채소, 오렌지는 접시 가장자리에 따로 놓인다. 처음부터 모두 섞지 않아도 된다. 국물 한 숟갈에는 밥을, 다음에는 파로파를 조금 붙이고, 중간에 오렌지를 먹는다. 같은 냄비를 담아도 접시마다 맛이 달라진다.

노예의 남은 고기라는 이야기는 맞을까
페이조아다의 유래를 검색하면 노예들이 주인이 버린 돼지 귀와 꼬리, 발을 모아 콩과 끓였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설명은 짧고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당시 조리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돼지의 귀와 발, 혀와 내장은 유럽에서도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었다. 오래 삶아 젤라틴을 내거나 소시지와 스튜에 쓰던 식재료였다. 포르투갈에는 콩과 돼지고기, 소시지, 채소를 함께 끓이는 음식이 이미 있었다.
브라질의 노예제 사회에서 식량이 불공평하게 배분됐다는 사실과 오늘날의 페이조아다 레시피가 노예 거처에서 한 번에 탄생했다는 주장은 다른 문제다. 고기와 콩을 먹는 방식은 지역과 시기, 노동 환경에 따라 달랐다. 한 문장짜리 탄생담은 그 차이를 지운다.
포르투갈 북부의 페이조아다 트란스몬타나는 흰콩이나 붉은콩을 쓰고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는다. 프랑스의 카술레, 스페인의 파바다처럼 유럽 여러 지역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 이름과 재료는 달라도 콩과 여러 고기를 한 냄비에서 오래 익힌다.
브라질에 들어온 포르투갈식 고기 스튜는 현지에서 널리 먹던 콩과 만났다. 여기에 말린 쇠고기와 소시지, 돼지고기 부위가 더해졌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식당과 가정에서 조리법이 다듬어지며 지금의 상차림이 생겼다.
누가 언제 페이조아다를 처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기록은 없다. 남아 있는 자료에서 더 또렷한 것은 19세기 리우의 거리와 식당이다. 그곳에서는 이미 손님을 부르는 메뉴 이름으로 페이조아다가 쓰이고 있었다.

리우 식당에는 페이조아다 요일이 있었다
1839년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종교 행사 노점에는 페이조아다를 판다는 신문 광고가 실렸다. 1840년대에는 새로 문을 연 음식점이 주요 메뉴 가운데 페이조아다를 내세웠다. 집안에서만 끓이던 이름 없는 콩 요리가 아니라 돈을 내고 사 먹는 음식이었다.
1862년 레스토랑 에스트렐라 두 리우는 목요일마다 페이조아다를 낸다고 광고했다. 다른 식당은 수요일 메뉴라고 알렸다. 특정 요일과 음식을 묶어 손님을 불렀다는 점은 오늘의 브라질 식당 풍경과도 이어진다.
당시 광고에는 돼지머리와 모코토, 소금에 절인 갈비를 넣는다는 설명도 보인다. 여러 부위를 준비하고 익혀야 했기 때문에 매일 같은 냄비를 올리기보다 정해진 날에 넉넉히 끓이는 방식이 잘 맞았다.
19세기 말 상파울루의 한 식당은 ‘완전한 페이조아다’를 광고하면서 돼지머리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음식 이름 뒤에 ‘콤플레타’가 붙으면 검은콩 스튜만이 아니라 밥과 가루, 채소 같은 곁들임까지 갖춘 상을 뜻하게 됐다.
리우의 식당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해서 브라질의 모든 페이조아다가 그 도시에서 똑같이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기록은 ‘버려진 고기를 몰래 끓인 음식’이라는 장면과 거리가 멀다. 페이조아다는 적어도 19세기 중반에는 신문에 광고할 만한 도시 메뉴였다.
식당에서 큰 냄비를 열면 검은콩 냄새와 함께 월계수 잎, 마늘, 훈제육 향이 퍼졌을 것이다. 손님은 정해진 요일을 기억했고, 가게는 준비한 고기와 곁들임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오늘날 수요일이나 토요일에 페이조아다를 내는 식당도 많다.
브라질의 콩은 모두 검지 않다
리우데자네이루와 브라질 남동부에서 페이조아다를 주문하면 검은콩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국물은 윤기 나는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이다. 그런데 브라질 전역에서 같은 색의 콩만 쓰는 것은 아니다.
‘페이장’은 포르투갈어로 콩을 뜻한다. 페이조아다는 콩으로 만든 음식이라는 넓은 이름에서 나왔다. 지역에 따라 갈색콩이나 붉은콩, 동부콩을 끓이고 들어가는 고기도 달라진다. 포르투갈식 페이조아다는 흰콩을 쓰기도 한다.
검은콩은 마른 상태에서 작고 단단하다. 물에 불리면 부피가 커지고 껍질에 주름이 사라진다. 오래 끓이는 동안 일부 콩알이 터지면서 전분이 국물로 나오고, 따로 밀가루를 넣지 않아도 농도가 생긴다.
국물을 더 걸쭉하게 만들 때는 익은 콩 일부를 국자로 으깨 다시 냄비에 넣는다. 콩 껍질 조각과 부드러운 속이 국물에 풀린다. 숟가락으로 떴을 때 묽은 물처럼 쏟아지지 않고 밥알 사이에 머무는 정도가 된다.
검은콩만 단독으로 끓이면 맛은 담백하고 구수하다. 여기에 말린 고기와 소시지가 들어가면 국물 표면에 붉은 기름점이 뜬다. 마늘과 양파의 단맛, 월계수 잎의 향도 더해지지만 향신료가 콩 맛을 완전히 덮지는 않는다.
브라질의 평일 밥상에는 더 단순한 콩과 밥이 자주 오른다. 페이조아다는 여기에 여러 고기와 곁들임이 붙은 큰 식사다. 매일 먹는 콩이 주말 식당의 특별 메뉴로 커진 셈이다.

고기는 한꺼번에 넣지 않는다
페이조아다에 들어가는 고기는 한 종류가 아니다. 말린 쇠고기, 소금에 절인 돼지갈비와 등심, 베이컨, 귀와 발, 꼬리, 훈제 소시지가 한 냄비에 들어갈 수 있다. 요즘 식당에서는 손님이 먹기 편한 갈비와 삼겹살, 소시지 위주로 내기도 한다.
소금에 절인 고기를 바로 삶으면 콩 국물이 지나치게 짜진다. 전날부터 찬물에 담가 두고 물을 여러 번 갈거나, 한 번 데친 뒤 새 물로 끓인다. 고기 안쪽의 소금이 빠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질긴 부위와 부드러운 소시지는 익는 시간이 다르다. 족발과 귀, 말린 고기는 먼저 삶아 부드럽게 만들고, 소시지는 나중에 넣어 모양과 향을 남긴다. 처음부터 오래 끓이면 소시지 껍질이 터지고 기름이 국물에 모두 빠진다.
익은 귀는 오독한 연골 주변이 부드러워지고, 족발의 껍질은 젓가락으로 집으면 휘어질 만큼 말랑해진다. 갈비는 뼈에서 살이 쉽게 떨어진다. 말린 쇠고기는 숟가락으로 눌렀을 때 결이 굵게 풀린다.
고기마다 맛도 다르다. 베이컨과 훈제 소시지는 연기 향을 내고, 말린 쇠고기는 짠맛과 진한 육향을 보탠다. 돼지껍질과 족발에서 나온 젤라틴은 국물을 끈끈하게 만든다. 한 숟갈에 소시지가 들었을 때와 갈비가 들었을 때 맛이 같지 않다.
큰 냄비를 하루 식혔다 다시 데우는 집도 있다. 차가워지면 표면의 지방이 굳어 걷어내기 쉽고, 다시 끓일 때 고기 맛이 국물에 고르게 섞인다. 준비는 길지만 상에 오르면 여러 사람이 한 냄비에서 넉넉히 덜어 먹는다.

파로파는 국물을 머금는다
페이조아다 접시에서 가장 낯선 재료는 파로파일 수 있다. 카사바 뿌리로 만든 거친 가루를 기름이나 버터에 볶은 음식이다. 색은 옅은 노란색이고, 숟가락으로 뜨면 마른 모래처럼 가볍게 흩어진다.
그대로 먹으면 고소하지만 입안의 수분을 빠르게 가져간다. 검은콩 국물에 닿으면 가루가 짠 국물과 고기 기름을 머금는다. 촉촉해진 뒤에도 작은 알갱이가 남아 밥과 콩만 먹을 때보다 씹는 맛이 많아진다.
파로파에는 양파와 베이컨, 달걀을 넣기도 한다. 양파가 들어가면 단맛이 나고, 잘게 구운 베이컨은 바삭한 조각과 훈연 향을 더한다. 바나나를 넣은 파로파는 달고 부드러운 조각이 섞인다.
콜라드그린은 잎을 돌돌 말아 가늘게 썬 뒤 마늘과 기름에 짧게 볶는다. 잎은 숨이 죽지만 약간의 씹는 힘을 남긴다. 진한 콩과 고기를 먹다가 초록 잎을 집으면 마늘 향과 씁쓸한 채소 맛이 난다.
흰밥은 국물의 소금기를 낮춘다. 밥알 사이로 검은 국물이 스며들어도 알갱이 모양은 남고, 말린 고기 한 조각을 함께 먹을 때 짠맛이 부드러워진다. 밥의 양에 따라 한 접시의 농도도 달라진다.
오렌지는 마지막에만 먹는 디저트가 아니다. 식사 중간에 한 조각씩 먹는다. 파로파가 국물을 더 진하게 붙잡는다면 오렌지는 차가운 과즙과 산미로 입안을 가볍게 한다. 두 곁들임의 역할은 정반대다.

토요일 점심이 길어지는 이유
브라질 식당의 요일 메뉴에서 페이조아다는 수요일이나 토요일에 자주 보인다. 도시와 가게마다 요일은 다르지만, 토요일 점심이라는 인상은 특히 강하다. 큰 냄비와 여러 곁들임을 준비해야 하는 음식이라 한 번에 많은 손님에게 내기 좋다.
주문하면 작은 그릇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검은콩과 고기, 밥, 파로파, 콜라드그린, 오렌지가 차례로 놓인다. 여러 사람이 큰 그릇을 나누는 식당에서는 접시를 한 번 비운 뒤 다시 덜어 먹기도 한다.
첫 접시는 밥 위에 검은 국물을 얹고 소시지와 갈비를 고르는 데서 시작한다. 두 번째 접시에서는 파로파가 더 많아지거나 매운 소스를 곁들인다. 오렌지 조각을 집어 먹는 사이 대화도 이어진다.
따뜻한 콩과 지방이 많은 고기는 포만감이 크다. 점심을 급히 끝내고 바로 움직이기보다 식탁에 오래 앉게 된다. 페이조아다 뒤의 토요일 오후가 느긋하다는 말은 이런 식사의 양과 시간에서 나왔다.
가게에 따라 고기를 콩과 함께 담기도 하고 별도 접시에 내기도 한다. 부위를 골라 먹기 쉽게 돼지갈비와 소시지를 따로 놓는 집도 있다. 검은콩 국물만 먼저 밥에 붓고 원하는 고기를 한 조각씩 가져올 수 있다.
카샤사에 라임과 설탕을 넣은 카이피리냐가 함께 언급되지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짝은 아니다. 차가운 물이나 과일주스, 탄산음료와도 먹는다. 뜨거운 스튜 옆에 차가운 음료가 놓이면 온도 차도 또렷해진다.

남은 스튜가 볼리뉴가 될 때
큰 냄비의 페이조아다는 한 번에 다 먹지 못할 때가 있다. 다음 날 데우면 콩 국물은 전날보다 되직하다. 고기에서 나온 젤라틴과 콩 전분이 차갑게 굳었다가 열을 받으며 다시 풀린다.
남은 스튜를 밥에 얹어 먹는 것이 가장 간단하지만, 리우에서는 이를 작은 튀김으로 바꾼 볼리뉴 지 페이조아다도 만날 수 있다. 콩과 고기를 으깨 되직한 반죽을 만들고, 안에 볶은 콜라드그린이나 돼지고기 조각을 넣는다.
둥글게 빚은 반죽에 빵가루를 입혀 튀기면 겉은 갈색으로 단단해진다. 한입 베어 물면 껍질이 바삭하게 깨지고 안에서는 따뜻한 검은콩 속이 나온다. 냄비에서는 숟가락으로 먹던 음식이 손으로 집는 안주가 된다.
볼리뉴 안의 콩은 국물처럼 흐르지 않는다. 부드럽게 으깬 감자와 비슷한 농도로 뭉치고, 잘게 찢은 고기가 씹힌다. 매운 소스나 오렌지 향이 나는 소스를 곁들이면 기름진 튀김 맛 뒤에 산미가 남는다.
오늘날의 페이조아다는 한 가지 냄비로 고정돼 있지 않다. 돼지 부위를 줄인 식당식, 고기를 따로 내는 상차림, 채소와 버섯을 쓰는 비건 버전도 있다. 그래도 콩을 오래 끓여 만든 짙은 국물과 여러 곁들임을 나누어 먹는 모습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검은콩 스튜만 보았을 때는 무겁고 짠 음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접시에 밥과 파로파, 초록 채소, 오렌지가 놓이면 다음 한입을 바꿀 선택지가 생긴다. 페이조아다는 냄비에서 완성되지만 맛은 각자의 접시에서 달라진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페이조아다를 노예 거처에서 남은 고기로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동시대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아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 19세기 리우와 상파울루의 신문·식당 기록은 음식사 연구 논문을, 콩과 곁들임은 브라질 공공기관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