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분짜는 한 그릇이 아니다

차가운 쌀국수 면 옆에 숯불 돼지고기가 든 느억쩜과 허브 바구니가 놓인다. 면과 채소를 조금씩 집어 소스 그릇에 담가 먹는다. 삼겹살과 다진 고기 완자, 풋파파야 절임이 한입마다 다른 맛을 만드는 하노이의 점심을 따라갔다.

하노이 항마인 거리에서 면과 숯불 돼지고기, 허브를 따로 차린 분짜 한 상
사진 Larry · CC BY-SA 2.0

하노이 분짜는 가는 쌀국수 면, 숯불에 구운 삼겹살과 다진 고기 완자, 느억쩜과 생허브를 따로 차린다. 두 가지 돼지고기의 식감, 달고 시고 짠 소스, 점심 골목의 숯불 연기와 2016년 오바마·보데인의 식사까지 한 상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한 그릇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노이에서 분짜를 주문하면 빈 그릇부터 찾게 된다. 면은 한 접시, 허브는 바구니, 구운 돼지고기는 묽은 소스에 담겨 따로 놓인다.

이름만 들으면 국수 한 그릇을 떠올리기 쉽지만 뜨거운 육수를 붓지 않는다. 차갑거나 미지근한 쌀국수 면을 젓가락으로 조금 집어 느억쩜 그릇에 담가 먹는다.

분은 쌀로 만든 가는 면을 가리킨다. 쌀국수 포의 넓고 납작한 면과 달리 분은 둥글고 가늘며, 삶은 뒤 식혀 놓으면 흰 실타래처럼 엉긴다.

짜는 다진 고기나 생선을 뭉치거나 구워 만든 것을 뜻한다. 분짜에서는 다진 돼지고기 완자와 얇게 썬 삼겹살 구이가 함께 나오는 모습이 익숙하다.

상 위의 음식은 따로 있지만 한입은 한곳에서 만난다. 면 몇 가닥과 상추, 향채를 느억쩜에 넣고 숯불 돼지고기를 올리면 된다.

첫맛은 새콤하고 달큰한 소스다. 곧 숯불에 그을린 고기의 고소한 냄새가 나오고, 면은 부드럽게 끊기며 허브는 풋풋한 향을 남긴다.

느억쩜에 떠 있는 고기는 국처럼 흠뻑 젖어 있지만 바깥의 구운 자국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가장자리는 살짝 단단하고 안쪽에는 돼지고기 기름이 남아 있다.

그릇 바닥에는 얇게 썬 풋파파야나 당근 절임이 보인다. 아삭하고 새콤한 조각이 고기 사이에서 씹혀 같은 식감이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하노이 관광 자료는 분짜를 점심 음식으로 소개한다. 아침의 포처럼 이른 시간부터 찾기보다 숯불 연기가 오르는 한낮에 만나는 장면이 익숙하다.

요즘은 저녁까지 파는 가게도 많지만 한 상의 모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면을 소스에 전부 붓지 않고 먹을 만큼씩 옮긴다.

베트남 남부의 분팃느엉은 면과 구운 고기, 채소를 한 그릇에 쌓아 내는 모습이 흔하다. 하노이 분짜는 고기가 든 느억쩜을 별도 그릇에 두어 상만 봐도 구분된다.

튀긴 넴을 곁들이면 접시가 하나 더 늘어난다. 얇은 피가 바삭하게 깨지고 속의 고기와 채소가 뜨거워, 차가운 면과 또 다른 온도가 생긴다.

분짜의 재미는 재료가 흩어져 있다는 데 있다. 젓가락이 오갈 때마다 면과 고기, 허브의 비율이 조금씩 바뀐다.

구운 돼지고기와 느억쩜, 쌀국수 면, 생채소를 각각 담은 하노이 분짜
구운 돼지고기와 느억쩜, 흰 쌀국수 면, 생채소가 서로 다른 그릇에 놓인다. 분짜는 먹을 만큼씩 느억쩜에 옮겨 한입을 만든다.사진 Weetjesman · CC BY-SA 4.0

돼지고기는 두 모습으로 굽는다

분짜의 숯불 위에는 모양이 다른 돼지고기가 놓인다. 얇은 삼겹살 조각은 길고 납작하며, 다진 고기는 작은 원반처럼 빚는다.

삼겹살은 살코기와 지방이 번갈아 있어 불에 닿으면 가장자리가 먼저 오그라든다. 투명하던 지방이 녹고 표면에는 짙은 갈색 그을음이 생긴다.

다진 고기 완자는 두께가 있어 겉과 속의 차이가 크다. 바깥은 숯불 열에 단단해지고 가운데는 촉촉해 젓가락으로 누르면 쉽게 갈라진다.

둘을 한 그릇에 넣으면 같은 양념을 썼어도 맛이 다르다. 삼겹살은 씹을 때 기름이 나오고, 완자는 다진 살 사이에 양념과 육즙이 고르게 퍼져 있다.

양념에는 생선소스와 설탕, 다진 마늘과 샬롯이 흔히 들어간다. 설탕이 묻은 고기는 센 불에서 빨리 색이 나므로 타지 않게 자주 뒤집는다.

삼겹살은 한입에 집을 수 있게 짧게 자른다. 너무 길면 느억쩜을 건너 면까지 집을 때 기름과 소스가 탁자에 떨어지기 쉽다.

완자에는 살코기만 쓰지 않고 지방을 적당히 섞는다. 지방이 녹아야 안쪽이 퍽퍽하지 않고, 철망에서 구울 때 표면도 윤기 있게 갈색으로 익는다.

고기를 재워 두는 시간도 필요하다. 표면에만 소스를 바르고 바로 구우면 겉은 짜고 속은 밋밋하기 쉽다. 얇은 조각과 다진 완자는 양념이 스미는 속도도 다르다.

완자를 너무 세게 뭉치면 구운 뒤 속이 단단하다. 손으로 가볍게 눌러 빚으면 가장자리는 모양을 유지하고 가운데는 부드럽게 씹힌다.

숯불 위 철망에는 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닿는다. 불꽃이 잠깐 올라오고 연기가 고기 표면을 훑으면 달큰한 양념 냄새에 구운 지방 향이 섞인다.

연기가 많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불꽃에 오래 닿으면 설탕 양념이 검게 타고 쓴맛이 난다. 노릇한 부분과 짙게 그을린 부분이 적당히 섞여야 한다.

가게 앞에서 고기를 굽는 곳은 지나가는 사람도 냄새를 맡는다. 하노이 골목의 분짜집은 간판보다 숯불 연기로 먼저 알아차릴 때가 있다.

구운 고기를 바로 느억쩜에 담으면 표면의 기름이 소스 위에 작은 방울로 뜬다. 소스는 따뜻해지고 고기는 식지 않은 채 상에 오른다.

면보다 고기가 먼저 준비되지만 오래 쌓아 두지 않는다. 뜨거울 때 소스에 들어가야 구운 향과 고기 기름이 느억쩜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숯불에 그을린 돼지고기가 담긴 느억쩜과 흰 쌀국수 면
느억쩜에 담긴 삼겹살과 다진 고기 완자는 모양과 식감이 다르다. 얇은 고기는 가장자리가 쫄깃하고 완자는 가운데가 촉촉하다.사진 stuart_spivack · CC BY 2.0

숯불 냄새는 골목까지 간다

분짜집 앞의 화로는 크지 않다. 낮은 숯불 위에 철망을 얹고 고기를 한 줄씩 펴 놓으면 얇은 조각부터 빠르게 익는다.

숯은 가스불처럼 열이 한결같지 않다. 가운데는 세고 가장자리는 약해 고기 위치를 바꾸며 굽는다. 불이 센 곳에는 두꺼운 완자를, 약한 곳에는 거의 익은 삼겹살을 옮긴다.

기름이 숯에 떨어지면 흰 연기가 난다. 그 연기가 얇은 삼겹살과 완자의 표면에 닿아 분짜 특유의 구운 냄새를 만든다.

코앞에서는 연기가 매캐하지만 상에 놓인 고기에는 탄내보다 달큰한 향이 남는다. 생선소스 양념의 짠 냄새와 돼지기름의 고소함도 함께 느껴진다.

철망에 붙은 고기를 억지로 떼면 표면이 찢어진다. 한쪽이 익어 자연스럽게 떨어질 때 뒤집어야 갈색 껍질이 고기에 남는다.

고기를 두 장의 철망 사이에 끼워 한꺼번에 뒤집는 가게도 있다. 얇은 삼겹살 조각이 숯 위로 떨어지지 않고 여러 장의 익는 면을 동시에 바꿀 수 있다.

익기 전 완자 표면에는 작은 물방울처럼 육즙이 맺힌다. 뒤집고 나면 그 자리가 마르며 갈색 점이 생기고, 가장자리부터 단단해진다.

완자는 가장자리에 작은 균열이 생기며 익는다. 그 틈으로 육즙이 나오지만 다진 살이 두꺼워 속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삼겹살 조각은 바깥쪽 지방이 바삭하게 굳고 살코기는 쫄깃하다. 얇은 조각 하나에도 부드러운 지방과 단단한 끝부분이 함께 있다.

구운 뒤 느억쩜에 담기면 바삭함은 조금 누그러진다. 대신 뜨거운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소스에 퍼져 맑던 국물에 윤기가 생긴다.

분짜를 포장하면 숯불 향은 비닐이나 용기 안에 갇힌다. 뚜껑을 여는 순간 냄새가 진하지만, 철망에서 바로 내려 먹을 때보다 가장자리는 부드러워진다.

노점과 작은 식당에서는 점심 전에 굽는 양이 급격히 늘어난다. 화로 옆 쟁반에 생고기가 놓이고, 다른 쟁반에는 막 익은 고기가 쌓인다.

숯불은 고기 색만 바꾸지 않는다. 달고 짠 양념을 짧은 시간에 졸여 표면에 붙이고, 느억쩜에 담긴 뒤에도 알아볼 수 있는 냄새를 남긴다.

구운 돼지고기와 면, 생채소, 절임을 각각 차린 베트남 식탁
구운 돼지고기와 면, 생채소, 절임을 각각 놓은 상이다. 갈색으로 익은 고기와 흰 면을 번갈아 집으면 같은 양념이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사진 Khanh Ha, Tran · CC BY-SA 4.0

느억쩜은 국물이 아니다

돼지고기가 담긴 그릇에는 맑은 갈색 액체가 넉넉하다. 양이 많아 국물처럼 보이지만 마시는 육수보다 찍고 적시는 소스에 가깝다.

바탕은 생선소스다. 그대로 쓰면 짠맛과 발효 향이 너무 강하므로 물에 희석하고 설탕, 식초나 라임즙을 더한다.

느억쩜은 특정 제품 이름이 아니라 찍어 먹도록 맞춘 소스를 넓게 부르는 말이다. 분짜집의 느억쩜도 집마다 물과 생선소스, 단맛과 신맛의 비율이 다르다.

하노이에서는 풋파파야 대신 콜라비를 얇게 썰어 넣는 경우도 있다. 콜라비는 무처럼 단단하고 단맛이 옅어, 소스에 잠겨도 아삭한 가운데가 남는다.

완성된 느억쩜은 짠맛만 앞서지 않는다. 혀에 먼저 달큰함과 산미가 닿고, 뒤에서 생선소스의 짠맛과 감칠맛이 올라온다.

가게마다 비율이 다르다. 맑고 가벼운 소스는 면과 허브를 여러 번 담가도 부담이 적고, 색이 짙은 소스는 고기 한 점만 넣어도 간이 선명하다.

다진 마늘과 생고추는 따로 내기도 한다. 처음부터 모두 넣지 않으면 한 그릇 안에서도 매운 정도와 마늘 향을 조절할 수 있다.

고추 조각이 소스 위에 뜨면 면을 건질 때 함께 따라온다. 작은 조각 하나를 씹는 순간 부드럽던 단맛 뒤로 매운맛이 빠르게 퍼진다.

풋파파야와 당근 절임은 얇고 반투명하다. 느억쩜에 오래 있어도 가운데는 아삭하며, 돼지고기의 부드러운 지방과 다른 식감을 낸다.

따뜻한 고기를 넣으면 느억쩜 온도도 올라간다. 차가운 면을 조금씩 담글 때 그릇 안에서 온도가 섞여 미지근해진다.

소스 표면에는 숯불 돼지고기에서 나온 기름방울이 뜬다. 젓가락으로 휘저으면 잠시 흩어졌다가 다시 작고 둥근 점으로 모인다.

면을 한꺼번에 넣으면 소스가 빠르게 싱거워진다. 먹을 만큼만 옮기면 마지막까지 느억쩜의 달고 시고 짠 맛이 비교적 또렷하다.

고기를 다 먹은 뒤에도 그릇에는 구운 향이 남는다. 바닥의 절임 조각과 면 몇 가닥을 함께 먹으면 처음보다 고기 기름 맛이 더 진하다.

분짜의 소스는 접시 옆에 조용히 놓인 양념장이 아니다. 구운 고기를 받아 따뜻해지고, 면과 허브가 들어올 때마다 맛과 농도가 달라지는 작은 중심 그릇이다.

분짜 옆에 생고추와 다진 마늘, 쌀국수 면을 따로 놓은 상차림
생고추와 다진 마늘은 곁에서 맛을 바꾼다. 한꺼번에 넣지 않으면 달고 시고 짠 느억쩜에 매운맛을 조금씩 더할 수 있다.사진 Kiraface · CC BY-SA 4.0

면은 차갑고 부드럽다

분짜의 면은 가늘고 하얗다. 삶은 뒤 찬물에 헹궈 전분기를 줄이고, 물을 빼 접시에 포개 놓는다.

젓가락으로 들면 긴 면이 한꺼번에 이어지기보다 작은 덩어리로 떨어진다. 미리 한입 크기로 뭉쳐 놓는 가게도 있다.

면 자체의 맛은 담백하다. 쌀의 은은한 단맛이 있지만 향이 세지 않아 생선소스와 숯불 돼지고기, 허브를 방해하지 않는다.

하노이 식당에서 쓰는 분은 말린 면을 오래 삶은 것보다 당일 만든 생면에 가깝다. 손으로 집으면 촉촉하고,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탄력 없이 으깨지지 않는다.

면을 작은 타래나 납작한 덩어리로 나눠 놓으면 한입 분량을 떼기 쉽다. 겉은 조금 마르지만 느억쩜에 닿으면 금세 풀려 가는 가닥으로 돌아간다.

뜨거운 국물에 오래 잠기지 않으므로 면이 퍼지는 속도도 느리다. 느억쩜에 잠깐 담갔다 건지면 겉은 촉촉하고 가운데는 부드럽게 끊어진다.

찬 면과 따뜻한 고기가 한입에 만나면 온도 차가 먼저 느껴진다. 면은 시원하고 고기 안쪽에는 아직 열이 남아 있다.

포의 면은 넓어서 국물을 표면에 묻히고 미끄럽게 넘어간다. 분짜의 가는 면은 여러 가닥 사이에 느억쩜과 다진 마늘, 땅콩처럼 작은 재료를 품는다.

면을 소스에 오래 두면 갈색이 살짝 배고 더 부드러워진다. 바로 건지면 흰색이 거의 그대로이며 씹을 때 가닥이 또렷하다.

한 접시의 면은 생각보다 양이 많아 보인다. 공기가 사이에 들어가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젓가락으로 조금 눌러 집으면 한입 분량은 금세 작아진다.

분짜를 먹는 동안 면 접시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떼어 가므로 남은 면은 소스에 젖지 않고 마지막까지 흰색을 유지한다.

튀긴 스프링롤 넴을 곁들이면 면의 부드러움이 더 두드러진다. 넴 껍질은 바삭하게 부서지고 분은 힘을 거의 주지 않아도 끊어진다.

면은 주인공처럼 강한 향을 내지 않는다. 대신 고기와 소스가 세게 느껴질 때 맛을 가볍게 이어 주고, 허브의 향을 한입 안에 묶는다.

하노이 투이쿠에에서 느억쩜과 면, 허브를 넉넉히 차린 분짜
투이쿠에의 분짜 한 상이다. 면과 허브는 소스에 미리 섞지 않아 먹는 동안 흰 면과 초록 잎의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사진 Viethavvh · CC BY-SA 4.0

허브 바구니가 한 상을 바꾼다

분짜 상에는 접시보다 큰 채소 바구니가 놓이기도 한다. 상추와 고수, 민트, 들깻잎을 닮은 향채가 물기를 머금은 채 포개져 있다.

상추는 맛이 순하고 잎이 넓다. 면을 감싸거나 느억쩜에 담그면 부드러워져 고기와 함께 집기 쉽다.

민트는 씹는 순간 서늘한 향이 난다. 숯불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 뒤에 넣으면 입안이 가벼워지고 다음 고기 맛이 다시 선명해진다.

고수는 잎보다 줄기에서 향이 진하다. 작은 줄기 한두 개만 들어가도 느억쩜의 마늘과 생선소스 냄새 사이에서 풋풋한 향이 올라온다.

베트남 향채는 가게와 계절에 따라 구성이 다르다. 자소과 허브나 어성초처럼 향이 뚜렷한 잎이 섞이면 처음 보는 바구니가 된다.

띠아또는 잎 뒷면에 자주색이 도는 베트남 자소다. 향은 깻잎과 닮았지만 잎이 더 얇고, 느억쩜에 닿으면 금세 부드러워진다.

낀저이는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고 레몬과 후추를 섞은 듯한 향이 난다. 민트와 함께 넣으면 숯불 냄새 뒤에 서로 다른 푸른 향이 짧게 겹친다.

모든 잎을 한꺼번에 넣으면 어느 향이 강한지 알기 어렵다. 한두 장씩 면과 함께 담그면 민트의 시원함, 고수의 푸른 향처럼 차이가 분명하다.

생채소는 숯불 고기와 온도도 다르다. 차갑고 물기 있는 잎이 따뜻한 완자 옆에 닿으면 한입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줄기나 질긴 부분은 손으로 짧게 뜯는다. 잎이 너무 크면 젓가락에서 미끄러지고 느억쩜 그릇 안에서 면을 덮는다.

허브를 소스에 오래 담가 두면 잎이 숨을 잃고 향도 빨리 빠진다. 먹기 직전에 넣으면 가장자리가 살아 있고 씹을 때 즙이 나온다.

고추와 생마늘도 작은 접시에 따로 놓인다. 허브가 향을 밝게 만든다면 생마늘은 숯불 돼지고기의 단맛을 더 날카롭게 바꾼다.

한 상을 멀리서 보면 갈색 고기와 흰 면, 초록 잎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몇 입 뒤 느억쩜 그릇 안에는 그 세 가지가 조금씩 섞인다.

느억쩜에 구운 돼지고기와 당근·풋파파야 절임을 담은 분짜
구운 돼지고기와 풋파파야·당근 절임이 느억쩜 안에 함께 담겼다. 뜨거운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맑은 소스 위에 작은 방울로 뜬다.사진 Valentin Orange · CC BY-SA 4.0

하노이의 점심 연기가 됐다

분짜가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분명하게 남아 있지 않다. 하노이에서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 전하지만 한 사람의 발명으로 확인된 기록은 없다.

분명한 것은 20세기 전반의 하노이 음식 글에 분짜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작가 타익람은 하노이 거리 음식을 이야기하며 대나무 집게로 구운 고기와 면, 알맞게 맞춘 소스를 묘사했다.

당시의 분짜도 식당 안에만 있지 않았다. 숯불 화로와 고기, 면을 갖춘 노점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점심을 팔았다.

숯불은 냄새로 손님을 불렀다. 고기가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도 연기와 구운 양념 냄새가 먼저 닿았다.

하노이 관광청 자료는 포를 아침 음식, 분짜를 대표적인 점심으로 구분해 소개한다. 뜨거운 낮에 차가운 면과 허브를 먹는 방식도 이 시간대와 잘 맞는다.

항마인과 투이쿠에 같은 하노이 거리 이름이 분짜 사진과 가게 소개에 자주 붙는다. 한 도시 안에서도 고기 두께와 소스 단맛, 허브 구성은 집마다 다르다.

어떤 집은 완자를 두툼하게 굽고, 어떤 집은 삼겹살 조각을 더 많이 넣는다. 느억쩜에 풋파파야가 많이 보이는 곳도 있고 당근만 얇게 띄우는 곳도 있다.

점심 손님이 몰리면 철망은 계속 차고 빈다. 한 사람이 고기를 굽고 다른 사람은 면과 허브를 나누며, 느억쩜 그릇에는 막 구운 고기가 들어간다.

플라스틱 의자와 낮은 탁자에서 먹는 모습도 흔하다. 상이 작아 면 접시와 채소 바구니, 소스 그릇을 빈틈없이 붙여 놓는다.

하노이에서는 넴꾸아베라 부르는 네모난 게살 스프링롤을 분짜 곁에 내기도 한다. 둥근 넴보다 넓고 납작해 모서리의 바삭한 부분이 많다.

튀김을 느억쩜에 오래 담그면 껍질이 부드러워지고 속의 후추와 고기 향이 소스에 섞인다. 바로 찍으면 겉은 바삭하고 안쪽은 뜨거운 상태가 남는다.

분짜가 하노이 밖으로 퍼진 뒤에도 도시 이름이 따라붙는 이유는 이 상차림 때문이다. 숯불 돼지고기와 가는 쌀국수, 느억쩜, 생허브를 따로 내는 구성이 하노이식 분짜의 인상을 만든다.

길거리 음식의 오래된 분위기는 남았지만 조리 환경은 달라졌다. 실내 식당과 전문점에서도 같은 구성을 내고, 숯불 대신 다른 열원을 쓰는 곳도 있다.

그래도 분짜집 가까이에서는 점심 무렵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면보다 먼저 도착한 그 냄새가 빈 탁자에 한 상의 모양을 예고한다.

2016년 하노이 분짜 흐엉리엔에서 식사하는 버락 오바마와 앤서니 보데인
2016년 하노이 분짜 흐엉리엔에서 식사하는 버락 오바마와 앤서니 보데인이다. 좁은 탁자 위의 상차림은 일반적인 분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사진 White House Photo Office · Public domain

한 끼가 세계 뉴스에 나왔다

2016년 5월 23일, 하노이의 분짜 흐엉리엔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앤서니 보데인이 앉았다. 두 사람 앞에는 분짜와 맥주가 놓였다.

백악관 사진실이 남긴 사진에는 낮은 탁자와 금속 젓가락 통, 작은 맥주잔이 보인다. 특별한 연회장이 아니라 손님들이 가까이 앉는 평범한 식당이었다.

사진 기록의 날짜는 오바마의 베트남 방문 기간인 2016년 5월 23일이다. 식탁 위에는 하노이 맥주병과 여러 개의 작은 그릇이 그대로 보인다.

식당은 이후 두 사람이 앉았던 탁자와 식기를 유리 안에 보존해 화제가 됐다. 그 옆에서는 다른 손님들이 같은 낮은 의자에서 분짜를 계속 먹었다.

이 식사는 보데인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촬영으로 이어졌고, 분짜라는 이름도 세계 뉴스에 반복해서 등장했다. 이후 식당에는 두 사람이 먹은 구성을 딴 메뉴가 생겼다.

사진 속 상차림도 일반적인 분짜와 다르지 않다. 고기가 든 느억쩜, 흰 면, 허브와 튀긴 넴이 각각 놓여 있다.

한 번의 방문이 분짜를 만든 것은 아니다. 흐엉리엔은 그보다 앞서 동네 손님에게 분짜를 팔았고, 하노이의 다른 거리에서도 같은 점심 연기가 오랫동안 올라왔다.

다만 사진 한 장은 먹는 공간까지 보여 줬다. 면을 국물에 말아 내는 고급 식당 음식이 아니라 여러 그릇을 좁은 탁자에 붙여 놓고 먹는 한 끼였다.

분짜를 처음 주문하면 어느 그릇부터 손대야 할지 잠시 망설일 수 있다. 면과 허브를 조금 집어 고기가 든 느억쩜에 넣으면 상의 구조가 금세 이해된다.

뜨거운 완자는 부드럽고 삼겹살 끝은 쫄깃하다. 차가운 면은 소스를 머금고, 민트와 고수 향은 씹는 순간 짧게 올라온다.

마지막에는 느억쩜의 맛이 처음보다 진해진다. 숯불 고기 기름과 허브 향, 면에서 나온 물기가 한 그릇에 조금씩 섞였기 때문이다.

고기 한 점과 면 한 덩이를 정해진 순서로 먹을 이유는 없다. 완자를 먼저 건질 수도 있고, 허브를 듬뿍 넣어 새콤한 소스부터 맛볼 수도 있다.

식사가 끝나면 면 접시는 비고 채소 바구니에는 향이 강한 잎 몇 장이 남는다. 느억쩜 그릇 바닥에는 풋파파야와 마늘 조각이 보인다.

분짜는 한 그릇으로 완성되어 나오지 않는다. 숯불 앞에서 시작한 고기와 차가운 면, 생허브가 먹는 사람의 젓가락 안에서 그때그때 한입이 된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분짜의 상차림과 재료, 점심 음식으로서의 성격은 베트남 관광 당국의 기사와 조리 자료를 교차 확인했다. 정확한 탄생 시점은 확정하지 않고 20세기 전반 타익람의 하노이 음식 기록에서 확인되는 범위까지만 서술했다. 2016년 하노이 식사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백악관 사진 기록을 확인했으며, 맛과 식감은 재료와 숯불 조리 과정에 근거해 풀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의 파일별 저작자와 재사용 조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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