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인미 빵은 얇게 깨지고 속은 가볍다

바인미를 베어 물면 빵 껍질이 먼저 잘게 부서진다. 안쪽은 손가락으로 눌러도 금방 들어갈 만큼 가볍다. 그 빈자리에 파테와 돼지고기, 절인 당근과 무, 오이와 고수가 들어간다. 프랑스에서 온 바게트가 베트남 거리에서 전혀 다른 한 끼가 된 모습이다.

구운 돼지고기와 절임채소와 고수를 채운 바인미
사진 Stu Spivack · CC BY-SA 2.0

프랑스 식민지기에 들어온 바게트와 파테가 베트남의 짧고 가벼운 빵, 고기와 절임채소를 채운 거리 음식으로 바뀐 과정을 살폈다. 바인미 빵에는 쌀가루가 반드시 들어간다는 오해, 파테와 도쭈아가 만드는 맛, 돼지고기·달걀·어묵의 차이와 중부의 바인록 샌드위치까지 담았다.

껍질은 얇게 깨지고 속은 가볍다

베트남식 바인미 빵은 프랑스의 긴 바게트보다 짧고 가운데가 통통하다. 겉은 금빛이고 단단해 보이지만 손으로 누르면 얇은 껍질이 바스락거리며 금이 간다. 속은 쉽게 눌렸다가 부드럽게 끊어진다.

한입 베어 물면 껍질이 두껍게 갈라지지 않고 작은 조각으로 부서진다. 고소하게 구운 냄새가 먼저 나고, 곧 파테와 고기 소스가 스며든 촉촉한 속살이 닿는다. 먹고 난 종이봉투에 가벼운 부스러기가 수북이 남는다.

빵 안쪽에는 크고 작은 공기층이 많다. 속재료를 채우면 흰 속살이 눌리면서 파테와 고기가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 같은 길이의 묵직한 바게트보다 손에 들었을 때도 가볍다.

막 구운 빵에서는 밀가루의 담백한 단맛과 얇은 껍질의 고소한 향이 난다. 빵 자체의 소금기는 강하지 않다. 짭짤한 파테와 간장 소스, 절임채소가 들어가도 빵 맛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빵 가운데는 부드럽지만 완전히 솜처럼 마르지는 않는다. 파테를 바르면 표면이 매끈해지고, 고기 기름과 소스가 닿은 아래쪽은 촉촉해진다. 오이와 도쭈아가 닿는 부분에는 차가운 수분이 스민다.

이 식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습한 공기와 속재료의 수분을 머금으면 껍질의 바스락거림이 줄고 질겨진다. 그래서 빵을 미리 가르지 않고 주문이 들어온 뒤 칼집을 내는 가게가 많다.

바인미의 첫인상은 속재료보다 빵 껍질에서 시작한다. 얇게 깨지는 소리 뒤에 부드러운 파테, 기름진 고기, 아삭한 무가 차례로 이어진다.

길고 묵직한 프랑스 바게트는 크게 뜯어 씹는 맛이 강하다. 바인미용 빵은 손바닥보다 조금 긴 크기로 굽고 가운데를 넓게 부풀린다. 한 끼 분량의 속을 넣어도 빵이 지나치게 두꺼워지지 않는다.

같은 빵에서도 위쪽과 아래쪽은 다르게 씹힌다. 오븐 바닥의 열을 가까이 받은 밑면은 조금 더 단단하고, 칼집이 벌어진 윗면은 얇은 조각으로 쉽게 떨어진다. 빵을 가를 때 나는 마른 소리가 또렷하다.

갓 나온 빵을 잠시 식히면 표면의 수증기가 빠지면서 껍질이 바삭해진다. 너무 뜨거울 때 바로 봉투를 닫으면 안에 김이 맺히고 금세 눅눅해진다. 가게 앞 바구니에 빵을 세워 두는 모습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베트남식 바인미 빵의 얇은 껍질과 흰 속살
바인미용 빵은 짧고 가운데가 통통하다. 잘 구운 빵을 가르면 얇은 껍질 아래에 큰 공기층과 부드러운 흰 속살이 보인다.사진 Phương Huy · CC BY-SA 4.0

바게트와 파테는 프랑스에서 왔다

프랑스는 19세기 후반부터 베트남을 식민 통치했다. 이 시기에 밀가루 빵과 버터, 파테, 햄, 마요네즈가 도시의 상점과 식탁에 들어왔다. 지금 바인미 안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재료 가운데 상당수가 이때 건너왔다.

초기의 밀가루 빵은 누구나 매일 사 먹는 값싼 음식이 아니었다. 베트남에서 밀을 넉넉히 재배하지 않았고 수입 밀가루와 버터, 햄은 비쌌다. 프랑스인과 도시의 일부 계층이 먼저 접했다.

베트남 관광청은 프랑스 바게트가 100여 년 전 들어온 뒤 지역마다 다른 음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긴 빵은 한 손에 잡히는 크기로 짧아졌고, 프랑스식 파테와 햄 옆에 현지 돼지고기와 절임채소, 고수, 고추가 들어갔다.

‘바인미’는 베트남어에서 원래 빵을 가리키는 말이다. 해외에서는 속을 채운 샌드위치 이름으로 굳었지만 현지에서는 속 없는 빵 한 덩이도 바인미라고 부른다. 쇠고기 스튜나 달걀 철판요리에 빵을 따로 곁들일 때도 같은 말이 나온다.

바게트와 파테가 들어온 사실만으로 오늘의 바인미가 바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빵집과 가정, 길거리 판매대에서 구할 수 있는 고기와 채소를 넣으며 여러 형태가 생겼다. 한 사람이나 한 가게를 최초 발명자로 확정할 자료도 충분하지 않다.

프랑스식 재료는 그대로 남지 않았다. 돼지 간 파테에는 마늘과 후추, 지방을 더했고, 버터 대신 달걀과 기름으로 만든 소스를 바르기도 했다. 햄 옆에는 피시소스와 간장으로 간한 고기가 놓였다.

식민지기에 들어온 빵은 베트남에서 더 가볍게 구워졌고, 현지의 신맛과 매운맛을 받아들였다. 바게트의 모양은 남았지만 한입의 순서는 달라졌다.

프랑스식 식탁에서는 빵과 파테, 햄을 접시에 따로 놓고 먹었다. 베트남의 길거리 판매대에서는 이 재료들이 갈라진 빵 안으로 들어갔다. 접시가 없어도 걸으며 먹을 수 있는 모양이 된 것이다.

파테와 햄만 남은 것도 아니다. 베트남의 피시소스와 간장, 절인 무, 고수와 생고추가 함께 들어오면서 짠맛과 향의 순서가 달라졌다. 프랑스식 샌드위치에서 보기 어려운 차갑고 아삭한 채소가 한입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빵을 가리키던 말이 속을 채운 음식의 이름으로 알려진 과정도 흥미롭다. 베트남 가게에서는 ‘바인미 팃’처럼 뒤에 고기 이름을 붙여 주문하지만, 외국에서는 ‘바인미’만 말해도 대개 샌드위치를 떠올린다.

호찌민시 길가에서 바인미 빵과 재료를 파는 유리 진열대
호찌민시 길가의 작은 판매대에는 통째로 구운 빵과 햄, 파테, 달걀, 소스가 손에 닿는 순서로 놓인다. 주문을 받은 뒤 빵을 가르고 속을 채운다.사진 Matt Stabile · CC BY 2.0

사이공에서는 빵 안에 한 끼를 넣었다

20세기 중반의 사이공에서는 빵을 갈라 고기와 채소를 넣은 형태가 거리에서 빠르게 퍼졌다. 접시와 포크 없이 한 손에 들 수 있어 출근길과 등굣길, 짧은 점심에 잘 맞았다.

판매대에서는 빵 안쪽에 파테나 버터 소스를 먼저 바른다. 그 위에 햄과 구운 돼지고기를 겹치고 오이, 절인 당근과 무, 고수, 생고추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간장이나 고기 소스를 조금 뿌린다.

고기를 따로 담고 빵을 곁들이는 식사와 달리 이 방식은 여러 맛을 한입에 넣는다. 껍질은 바삭하고 파테는 부드럽다. 도쭈아는 아삭하고, 고수와 생고추 향은 씹는 중간에 갑자기 선명해진다.

아침에는 달걀 프라이를 넣은 바인미 옵라가 흔하다. 반숙 노른자가 파테 대신 소스처럼 퍼지고, 흰자 가장자리는 바삭하다. 돼지고기 햄을 함께 넣으면 짠맛과 씹는 맛이 더해진다.

베트남 관광청은 호찌민시식 바인미에 돼지고기와 파테, 부드러운 버터 소스, 절인 채소, 생고추가 들어가는 모습을 소개한다. 연유를 넣은 차가운 커피와 함께 먹는 아침 풍경도 흔하다.

짧은 빵 하나에 전분과 고기, 채소가 모두 들어간다. 속을 넉넉히 채워도 공기층 많은 빵이 눌리며 자리를 내준다. 포장지는 접시가 되고 종이봉투는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받는다.

사이공에서 익숙해진 조립 방식은 베트남 각지에서 다른 속재료를 만났다. 같은 바인미라는 이름 아래 달걀과 어묵, 미트볼, 바인록까지 들어가게 된다.

이른 아침의 판매대는 작은 조리대에 가깝다. 한쪽에는 따뜻한 빵을 쌓고, 유리장 안에는 얇게 썬 햄과 짜루아를 포개 둔다. 파테 통과 절임채소 그릇을 가까이 놓아 주문 순서대로 손이 움직인다.

속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넣는다고 맛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파테가 두꺼우면 간 냄새와 짠맛이 앞서고, 도쭈아가 많으면 식초 맛이 고기를 덮는다. 같은 재료를 쓰는 가게도 바르는 양과 소스 한 줄에서 인상이 갈린다.

바인미는 포장한 뒤 오래 두기보다 바로 먹을 때 빵과 채소의 차이가 선명하다. 출근길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막 받은 바인미를 먹는 모습도 드물지 않다. 몇 시간 뒤에는 소스가 밑면에 모이고 절임채소의 물도 빵으로 번진다.

돼지고기와 고수와 절임채소를 넣은 바인미 두 개
고기와 고수, 절임채소를 채운 바인미는 한 손에 들 수 있을 만큼 짧다. 빵 안쪽의 공기층이 눌리면서 여러 재료가 들어갈 자리를 만든다.사진 Andy Li · CC0

쌀가루가 꼭 들어가는 빵은 아니다

바인미 빵이 가벼운 이유를 쌀가루 하나로 설명하는 글이 많다. 실제로 쌀가루나 타피오카 전분을 섞는 배합은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베트남 빵집이 같은 가루를 쓰는 것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호찌민시 제빵사들을 취재했을 때 만난 빵집들은 쌀가루를 쓰지 않았다. 한 제빵사는 품질 좋은 밀가루가 부족했던 시기에 타피오카 전분을 섞은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쌀가루에는 밀가루처럼 반죽을 늘려 기포를 잡는 글루텐이 없다. 많이 넣는다고 빵이 저절로 크게 부푸는 것은 아니다. 쌀가루만으로 얇은 껍질과 큰 공기층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 호찌민시의 빵집들은 수분을 넉넉히 넣은 밀 반죽을 빠르게 섞고 작은 덩이로 나눈다. 반죽이 충분히 부푼 뒤 표면에 길게 칼집을 내고, 강한 열과 증기가 있는 오븐에서 굽는다.

오븐 안의 증기는 겉면이 너무 빨리 굳는 것을 늦춘다. 반죽이 부풀 자리를 얻은 뒤 얇은 껍질이 생긴다. 빵집에 따라 반죽 개량제와 회전식 오븐을 쓰기도 한다.

정확한 배합은 가게마다 다르고 공개하지 않는 곳도 많다. 밀가루의 단백질 함량과 물의 양, 발효 시간, 오븐의 열과 증기가 함께 식감을 바꾼다. 한 가지 가루만 찾으면 실제 제빵 과정을 놓치기 쉽다.

완성된 빵에서 확인되는 것은 분명하다. 껍질은 얇게 갈라지고 속에는 큰 공기층이 많다. 손으로 들면 가볍고, 속재료를 채웠을 때 빵이 쉽게 눌리며 고기와 채소를 감싼다.

가벼운 빵을 만드는 데에는 작은 반죽의 크기도 영향을 준다. 반죽 한 덩이가 작으면 강한 열이 가운데까지 빨리 닿고, 부풀어 오른 속은 오래 굽지 않아도 익는다. 겉이 두껍게 마르기 전에 오븐에서 꺼낼 수 있다.

발효가 부족하면 속이 촘촘하고 무거우며, 지나치면 반죽이 힘없이 꺼진다. 제빵사는 부푼 반죽의 표면을 보고 칼집을 낼 때를 정한다. 오븐에 넣은 뒤 칼집이 크게 벌어져야 가운데가 통통한 모양이 나온다.

파테와 도쭈아가 맛을 가른다

빵을 가른 뒤 가장 먼저 바르는 재료는 파테와 버터 또는 마요네즈다. 고기와 채소가 들어오기 전에 부드러운 지방이 흰 속살에 얇게 붙는다. 첫입의 촉촉함이 여기서 생긴다.

돼지 간 파테에서는 간 특유의 짙은 냄새와 소금기, 후추 맛이 난다. 아주 얇게 발라도 담백한 빵 맛이 금세 달라진다. 마늘과 후추, 돼지 지방의 비율에 따라 가게마다 향이 다르다.

버터와 마요네즈는 파테의 조금 퍽퍽한 질감을 부드럽게 만든다. 동시에 고기 소스와 오이의 수분이 빵으로 바로 스며드는 속도를 늦춘다. 파테를 빼고 마요네즈만 쓰는 바인미도 있다.

도쭈아는 당근과 무를 가늘게 썰어 식초와 설탕, 소금에 절인 채소다. 오래 발효하지 않고 아삭함을 남긴다. 무는 단단하고 수분이 많으며 당근에서는 은근한 단맛이 난다.

차갑고 새콤한 도쭈아는 파테와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끊는다. 무를 씹을 때 식초의 신맛 뒤로 약간 매운 냄새가 나고, 당근은 조금 더 달고 부드럽게 부서진다.

오이는 절이지 않고 길게 잘라 넣는 경우가 많다. 씹는 순간 시원한 물이 나오고, 고수 줄기와 잎에서는 강한 풋향이 퍼진다. 고수를 빼면 바인미의 마지막 향이 크게 달라진다.

생고추는 얇은 빵 사이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매운맛을 낸다. 씨가 붙은 작은 조각을 깨물면 달고 짠 소스를 삼킨 뒤에도 입술과 혀가 오래 뜨겁다.

간장이나 조미소스를 몇 방울 뿌리면 빵 아래쪽에 짠맛이 스민다. 많이 붓지 않아도 파테와 햄 사이로 흘러 고수 줄기까지 적신다. 첫입보다 소스가 모인 마지막 부분이 더 짭짤한 경우가 많다.

도쭈아는 색만 더하는 고명이 아니다. 얇게 썬 무가 고기 기름을 머금은 입안을 씻어 주고 다음 입에서 파테 맛을 다시 느끼게 한다. 제대로 절인 무는 물러지지 않고 이를 댈 때 가볍게 부러진다.

고수의 향은 잎보다 줄기를 씹을 때 더 강하게 올라온다. 비누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어 주문할 때 빼 달라고 말할 수 있다. 고수가 빠지면 오이의 시원한 냄새와 절임무의 신맛이 더 앞에 나온다.

유리병에 담은 당근과 무 절임 도쭈아
도쭈아는 당근과 무를 가늘게 썰어 식초와 설탕, 소금에 절인다. 주황색 당근과 흰 무가 기름진 고기 사이에서 신맛과 아삭한 식감을 낸다.사진 Huyzee Vu / HungryHuy · CC BY 2.0

돼지고기부터 달걀과 어묵까지

바인미 팃에는 한 종류의 돼지고기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짜루아와 햄, 차슈풍 고기, 구운 돼지고기, 머릿고기, 잘게 찢어 말린 돼지고기인 짜봉을 한 빵 안에 겹치기도 한다.

짜루아는 곱게 간 돼지고기를 단단하게 익힌 햄이다. 표면이 매끈하고 탱탱해 얇게 썰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파테보다 간 냄새가 적고 후추와 피시소스의 짠맛이 선명하다.

헤오꾸아이는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삼겹살이다. 겉껍질은 이를 대면 딱딱하게 깨지고 그 아래 지방은 부드럽다. 얇은 빵 껍질과 절임무까지 한입에 들어오면 세 가지 바삭함이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

바인미 옵라에는 달걀 프라이가 들어간다. 반숙 노른자는 따뜻한 빵 속으로 흐르고, 바삭한 흰자 가장자리가 아삭한 오이와 겹친다. 철판에 달걀과 짜루아를 담고 빵을 따로 내는 형태도 있다.

나트랑 같은 해안 도시에서는 어묵을 넣은 바인미 짜까를 만날 수 있다. 생선살을 치대 만든 어묵은 탱탱하고 후추 냄새가 난다. 고수와 오이, 칠리소스가 생선의 짠맛과 함께 들어간다.

달랏에서는 미트볼을 따뜻한 국물에 담고 빵을 따로 내는 바인미 씨우마이가 알려져 있다. 빵을 찢어 국물에 적시면 바삭한 껍질은 부드러워지고 토마토와 돼지고기 맛을 머금는다.

두부와 버섯을 넣은 바인미도 있다. 간장과 칠리소스로 간한 두부는 겉이 부드럽고, 땅콩이나 참깨를 더하면 고소한 맛이 난다. 바인미라는 이름은 특정 고기 하나에 묶여 있지 않다.

바인미 팃느엉의 돼지고기는 피시소스와 설탕, 마늘, 레몬그라스로 양념해 굽는 경우가 많다. 가장자리의 설탕이 갈색으로 눌어붙고 불에 닿은 지방에서는 연기 냄새가 난다. 도쭈아의 신맛과 특히 잘 맞는 고기다.

여러 햄을 겹친 바인미 특비엣은 한입마다 식감이 바뀐다. 매끈한 짜루아 다음에는 지방이 박힌 햄이 씹히고, 얇게 바른 파테는 빈틈을 채운다. 재료가 차가울수록 빵의 따뜻함과 차이가 분명하다.

미트볼을 넣는 씨우마이는 다진 돼지고기가 부드럽게 풀리고 토마토소스가 빵에 스민다. 얇은 햄처럼 반듯하게 끊어지지 않아 봉투 아래로 소스가 흐르기 쉽다. 가게에서는 작은 숟가락으로 고기와 국물을 함께 떠 넣는다.

바인미에 넣기 위해 얇게 썬 돼지고기
돼지고기를 얇게 썰면 빵 전체에 고르게 넣기 쉽고 한입에 잘 끊어진다. 삶은 햄과 구운 고기, 바삭한 삼겹살은 지방과 양념 맛이 서로 다르다.사진 HungryHuy · CC BY 2.0

빵 안에 바인록을 넣기도 한다

베트남 중부에는 빵 사이에 또 다른 전분 음식을 넣는 바인미가 있다. 투명하고 쫀득한 바인록을 갈라진 빵 안에 끼운다. 빵 안에 만두를 넣은 모습이라 처음 보면 고기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인록은 타피오카 전분 반죽에 새우나 돼지고기 소를 넣어 찌거나 삶은 음식이다. 익은 피는 반투명하고 찰기가 있다. 이를 대면 가볍게 늘어나다가 쫀득하게 끊어진다.

바삭하고 가벼운 빵과 찰진 바인록은 식감이 정반대다. 여기에 칠리소스와 피시소스, 튀긴 샬롯을 더하면 매운맛과 짠맛, 고소한 향이 겹친다. 일반적인 햄 바인미와는 전혀 다른 한입이다.

꽝찌와 꽝빈을 비롯한 중부 지역에는 바인록을 빵에 끼워 파는 사례가 남아 있다. 사진 속 바인미도 동하에서 촬영됐다. 한 지역의 속재료가 빵 안으로 들어온 모습이다.

하노이에서는 쇠고기 와인 스튜인 솟방에 빵을 뜯어 적셔 먹고, 호찌민시에서는 뜨거운 철판의 달걀과 고기 옆에 빵을 놓는 보네가 있다. 바인미는 항상 속을 채워 손에 들고 먹는 음식만은 아니다.

호이안의 가게들은 파테와 여러 고기, 신선한 허브, 진한 소스를 겹쳐 넣은 바인미로 알려졌다. 중부라는 같은 범위 안에서도 동하의 바인록과 호이안의 고기 바인미는 모양과 씹는 맛이 다르다.

빵은 지역의 재료를 받아들이는 빈 공간이 됐다. 햄과 파테만 넣는 틀이 없었기 때문에 어묵과 미트볼, 달걀, 바인록까지 같은 이름 아래 들어올 수 있었다.

하노이의 바인미는 햄과 파테를 비교적 단순하게 넣는 가게가 많고, 호이안에서는 여러 고기와 진한 소스를 겹친 빵을 자주 만난다. 도시 이름이 붙었다고 조리법 하나로 고정되지는 않지만 가게 진열대의 재료부터 차이가 보인다.

바인록을 넣은 빵은 배를 채우는 방식도 다르다. 가벼운 밀빵 안에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만두가 들어가므로 씹는 시간이 길어진다. 새우가 든 만두를 깨물면 바다 냄새와 칠리소스의 매운맛이 함께 난다.

투명한 바인록 만두를 빵 사이에 끼운 중부 베트남 바인미
베트남 중부에는 쫀득하고 투명한 바인록을 빵 사이에 넣는 바인미도 있다. 칠리소스와 튀긴 샬롯을 더하면 가벼운 빵과 찰진 만두가 한입에 씹힌다.사진 Phương Huy · CC BY-SA 4.0

주문이 들어오면 빵을 가른다

바인미 판매대의 유리장 안에는 구운 빵과 햄, 파테, 달걀, 절임채소가 층마다 놓인다. 고수와 오이는 젖지 않게 따로 두고, 소스병과 집게는 판매자의 손 가까이에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빵 옆면에 길게 칼집을 낸다. 파테와 버터 소스를 바르고 고기를 넣은 뒤 도쭈아와 오이, 고수, 고추를 얹는다. 익숙한 손에서는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빵을 미리 가르면 단면이 마르고 습한 공기를 빨리 머금는다. 속재료까지 미리 넣어 두면 채소와 소스의 수분이 아래쪽으로 흘러 껍질도 눅눅해진다. 주문 뒤 조립하는 데에는 식감의 이유가 있다.

따뜻한 빵에서는 파테와 버터가 조금 녹아 흰 속살에 퍼진다. 차가운 도쭈아와 오이는 아삭함을 유지하고, 상온이나 따뜻한 고기는 지방 향을 낸다. 한입 안에서도 온도가 같지 않다.

종이나 얇은 봉투로 감싸면 소스가 손에 흐르는 것을 막고 빵 부스러기도 받는다. 포장을 너무 단단히 닫으면 안의 수증기가 껍질에 닿으므로 위쪽을 열어 두는 가게도 있다.

처음 몇 입은 빵 껍질이 가장 바삭하다. 아래로 갈수록 고기 소스와 채소 수분이 모여 속빵이 더 촉촉해진다. 생고추 조각이 마지막에 남아 갑자기 매워지기도 한다.

짧은 빵을 가르고 그날 준비한 재료를 채우는 몇 분이 바인미의 식감을 결정한다. 봉투 안에 남은 가벼운 껍질 조각은 막 조립한 빵을 먹었다는 흔적이다.

주문할 때는 속재료를 고르거나 고추와 고수를 빼 달라고 말할 수 있다. 판매자는 빵을 가른 뒤 손이 닿는 순서대로 재료를 넣지만, 한 가지를 빼면 빈자리에 오이나 절임채소를 조금 더 넣기도 한다.

완성된 바인미는 세게 누르지 않고 종이로 감싼다. 위에서 눌러 납작하게 만들면 껍질이 먼저 깨지고 파테와 소스가 밖으로 밀려난다. 손으로 쥔 자리만 살짝 들어가 있을 정도가 먹기 편하다.

종이 봉투에 담아 낸 호이안 바인미
호이안의 바인미 가게에서도 빵을 주문 뒤 조립해 종이 봉투에 담는다. 파테와 고기, 허브, 소스의 비율은 가게마다 다르다.사진 Chainwit. · CC BY 4.0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프랑스 식민지기에 들어온 바게트와 파테, 베트남 각지의 바인미는 베트남 관광청과 스미스소니언 자료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쌀가루가 모든 바인미 빵에 들어간다는 설명은 호찌민시 제빵사 취재와 구분했다. 중부의 바인록 바인미는 지역 관광 자료와 사진 기록을 대조했다. 특정 가게를 최초 발명자로 단정하지 않았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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