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9년 취리히 조리책에 남은 치즈와 와인 기록, 1930년대 스위스 치즈연합이 키운 국민 음식 이미지, 그뤼예르와 바슈랭을 반씩 쓰는 프리부르식 배합을 따라간다. 빵 한 조각이 치즈를 머금는 모습부터 카클롱 바닥에 남는 레리죄즈까지, 한 냄비 안에서 달라지는 온도와 향, 짠맛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첫 번째 빵과 마지막 빵은 다르다
퐁뒤 냄비가 식탁에 놓이면 표면은 연한 크림색이고 매끈하다. 길쭉한 포크를 넣었다 빼면 치즈가 얇은 실로 늘어나고, 다시 냄비 안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첫 빵 조각에는 치즈가 고르게 묻는다. 빵의 작은 구멍마다 따뜻한 치즈가 들어가고, 갈색 껍질은 젖어도 살짝 단단하다. 흰 속살은 뜨겁고 촉촉해진다.
포크에서 늘어난 치즈 실은 접시 위에서 금세 굳는다. 냄비 바로 위에서는 부드럽게 흐르지만 입까지 옮기는 몇 초 동안 표면이 식어 빵에 단단히 붙는다. 뜨거운 안쪽과 미지근한 바깥쪽이 한입에 함께 들어온다.
코에는 화이트와인과 마늘 향이 먼저 닿는다. 입안에서는 치즈의 짠맛과 우유 맛이 이어지고, 키르슈를 넣은 냄비라면 체리보다 알코올의 따뜻한 향이 짧게 남는다.
그뤼예르가 많은 냄비는 짠맛과 숙성 향이 분명하다. 구운 견과류나 진한 육수를 떠올리게 하는 맛도 난다. 바슈랭을 섞으면 질감이 더 부드럽고 우유 맛도 둥글어진다.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빵은 치즈를 조금씩 가져간다. 뚜껑 없는 냄비에서는 수분도 계속 날아간다. 처음에 얇게 흐르던 치즈가 포크에 점점 두껍게 붙는다.
후반에는 와인의 산뜻한 냄새가 약해지고 숙성 치즈와 마늘 향이 강해진다. 빵 부스러기도 소스에 섞여 농도를 더한다. 같은 빵을 담가도 첫입보다 짜고 묵직하다.
냄비 가장자리에는 얇게 마른 치즈가 생긴다. 포크로 훑으면 말랑한 부분과 살짝 질긴 부분이 함께 올라온다. 바닥 가까이에서는 구운 냄새도 난다.
마지막에는 갈색 치즈막이 남는다. 처음의 부드러운 소스와 재료는 같지만, 물기가 줄고 열을 오래 받아 전혀 다른 식감이 된다. 이 변화는 퐁뒤의 오래된 기록보다 먼저 눈앞에서 보인다.
1699년에는 퐁뒤라는 이름이 없었다
스위스 퐁뒤는 흔히 알프스 목동이 굳은 치즈와 마른 빵을 아끼려고 만든 음식으로 소개된다. 산에서 치즈를 저장하던 생활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지만, 오늘의 와인 퐁뒤가 목동의 냄비에서 바로 시작됐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알려진 이른 조리법은 1699년 취리히에서 나온 책에 있다. 제목은 ‘와인과 함께 치즈를 요리하는 법’에 가깝다. 오래된 기름진 치즈를 갈거나 잘라 와인에 녹이고 빵을 담가 먹으라고 적었다.
이 기록은 산장 일기가 아니라 도시에서 인쇄된 조리책에 실렸다. 오래 숙성한 치즈와 와인은 당시 누구나 남겨 먹던 값싼 재료도 아니었다. 스위스 국립박물관은 19세기까지 농촌의 낮은 소득층과 도시 노동자에게 치즈가 쉽게 닿는 음식이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조리 모습은 오늘의 퐁뒤와 꽤 닮았다. 다만 책에는 fondue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치즈와 와인을 녹여 빵을 찍는 방식이 먼저 기록됐고, 지금 익숙한 이름은 뒤에 붙었다.
fondue는 프랑스어 동사 fondre에서 나온 말이다. 뜻은 ‘녹다’에 가깝다. 음식 이름으로는 1735년 프랑스 요리책 『르 퀴지니에 모데른』에서 확인된다.
그 책의 퐁뒤는 와인 냄비가 아니었다. 달걀과 치즈에 신선한 트러플을 섞어 익혔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치즈를 넣은 스크램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19세기 초 미식가 브리야사바랭도 퐁뒤를 치즈를 넣은 스크램블 에그라고 썼다. 당시 fondue라는 말은 지금처럼 빵을 찍어 먹는 한 가지 음식만 뜻하지 않았다.
19세기 후반까지 달걀을 넣는 조리법과 와인에 치즈를 녹이는 조리법이 함께 돌아다녔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출간된 오래된 레시피에도 그뤼예르가 등장한다. 치즈 생산 지역과 언어권이 국경보다 먼저 이어졌다.
1699년의 문장은 현대 퐁뒤와 닮은 이른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이 곧바로 스위스 전역의 국민 음식을 만든 것은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아는 겨울 음식이 된 과정은 20세기에 빨라졌다.

국민 음식은 1930년대에 커졌다
20세기 초까지 치즈 퐁뒤는 스위스 전역에서 똑같이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프랑스어권 로망디와 사부아처럼 젖소와 치즈 생산이 익숙한 지역에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독일어권의 많은 가정에는 낯선 메뉴였다. 스위스 국립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도 여러 지역에서 퐁뒤를 거의 알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스위스 치즈연합은 1914년에 만들어졌다. 전쟁 중에는 치즈 공급과 가격을 관리했고, 전쟁 사이에는 수출과 국내 소비를 늘리는 일에 힘을 쏟았다.
치즈를 한 번에 많이 쓰는 퐁뒤는 홍보하기 좋은 음식이었다. 1930년대부터 치즈연합은 조리법과 광고를 퍼뜨리며 퐁뒤를 스위스 국민 음식으로 소개했다.
지역의 카클롱은 국기와 산장, 눈 덮인 산의 이미지 옆에 놓였다. 지금도 퐁뒤 냄비에는 스위스 십자가나 소, 알프스 목장이 그려진 제품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뒤에는 홍보가 더 넓어졌다. 1950년대에는 독일어권 주민을 위한 무료 시식회가 열렸다. 1954년 스위스 영화 뉴스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퐁뒤를 맛보는 장면이 남아 있다.
군대도 치즈 퐁뒤를 퍼뜨렸다. 여러 사람이 한 냄비를 나누고 준비가 비교적 간단해 단체 식사에 넣기 쉬웠다. 군에서 먹어 본 사람들이 집과 모임에서 다시 냄비를 올렸다.
치즈연합이 널리 퍼뜨린 문구 가운데 FIGUGEGL도 있었다. ‘퐁뒤는 맛있고 기분을 좋게 한다’는 뜻의 스위스 독일어 문장을 한 단어처럼 줄인 광고였다. 낯선 서부 음식에 짧고 기억하기 쉬운 말을 붙였다.
포장된 퐁뒤 혼합물과 관광 산업도 뒤따랐다. 지역 음식이었던 퐁뒤는 광고와 유통을 만나 스위스 전체를 보여 주는 겨울 음식이 됐다. 다음 질문은 그 냄비에 어느 치즈를 넣느냐였다.

반반이라는 이름의 퐁뒤
프리부르에서 유명한 퐁뒤는 모아티에모아티에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 ‘절반, 절반’이라는 뜻이다. 이름 그대로 그뤼예르 AOP와 바슈랭 프리부르주아 AOP를 같은 양으로 섞는다.
그뤼예르 생산자 단체의 공식 레시피는 4인분에 두 치즈를 각각 400그램 사용한다. 그뤼예르는 갈고 바슈랭은 작은 조각으로 잘라 넣는다. 와인은 3.5데시리터가 들어간다.
그뤼예르는 단단한 치즈다. 칼로 자르면 매끈하게 휘기보다 얇게 부서지는 부분이 있다. 다섯 달 이상 숙성하고, 열 달을 넘긴 리저브는 향과 짠맛이 더 진하다.
그뤼예르 AOP는 생유로 만들고 가문비나무 판 위에서 숙성한다. 생산자 규정상 최소 다섯 달을 채워야 이름을 달 수 있다. 수분이 줄어 단단해진 치즈를 갈면 가루처럼 흩어지는 조각과 가느다란 실 모양이 함께 나온다.
덜 숙성한 그뤼예르는 담백하고 약한 단맛이 난다. 오래 숙성한 치즈에서는 짠맛과 구운 견과류, 육수를 닮은 맛이 강해진다. 퐁뒤에 어느 숙성도의 치즈를 쓰느냐에 따라 끝맛이 달라진다.
바슈랭 프리부르주아는 그뤼예르보다 부드럽고 수분이 많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표면이 쉽게 들어가고 잘린 면도 촉촉하다. 녹이면 크림처럼 매끈한 질감을 만든다.
두 치즈가 섞이면 그뤼예르의 짠맛과 바슈랭의 부드러움이 함께 나온다. 첫입에는 우유 맛이 잘 느껴지고, 냄비가 졸아들수록 그뤼예르의 숙성 향이 더 분명해진다.
모아티에모아티에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쓰였지만 최근에는 보증 표시도 생겼다. 그뤼예르와 바슈랭 생산자 단체는 치즈의 출처와 배합을 확인하는 라벨을 만들었다.
반반은 스위스 전체의 유일한 퐁뒤 배합이 아니다. 프리부르 안에서도 치즈 숙성도와 와인, 키르슈 양이 다르고, 다른 주로 가면 냄비 속 치즈부터 바뀐다.

지역이 바뀌면 냄비도 달라진다
뇌샤텔식 퐁뒤에는 그뤼예르와 에멘탈을 섞는 조합이 잘 알려져 있다. 에멘탈은 그뤼예르보다 맛이 온화하고 탄력이 있어 녹은 치즈가 조금 더 길게 늘어난다.
보주에서는 그뤼예르만 녹인 퐁뒤를 만날 수 있다. 단단한 치즈 한 종류를 쓰면 숙성 향과 짠맛이 곧게 이어진다. 치즈가 식을 때도 빠르게 굳는 편이다.
프리부르의 바슈랭 퐁뒤는 와인을 넣지 않고 물에 녹이는 방식으로도 만든다. 바슈랭의 부드러운 우유 맛이 앞에 나오고, 와인 향이 없는 만큼 치즈 냄새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와인 퐁뒤가 전국 기준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는 우유로 치즈를 녹이는 지역도 있었다. 스위스 국립박물관은 20세기 이전 소 사육 지역의 퐁뒤가 오랫동안 우유와 함께 만들어졌다고 적는다. 액체가 달라지면 산미와 향도 달라진다.
발레에는 토마토를 더한 퐁뒤가 있다. 붉은 토마토가 치즈에 산미와 수분을 보태고, 빵 대신 삶은 감자에 얹어 먹기도 한다. 흰 치즈 냄비와 색부터 다르다.
티치노 쪽에서는 지역 치즈와 허브를 넣은 배합을 볼 수 있다. 산악 치즈의 향이 강하면 화이트와인보다 마른 풀과 숙성된 껍질 냄새가 먼저 날 수 있다.
버섯이나 샴페인, 맥주를 더한 현대식 메뉴도 있다. 버섯은 흙냄새와 씹는 맛을 보태고, 거품 있는 와인은 소스를 조금 가볍게 만든다. 기본 재료가 달라지면 농도도 다시 맞춰야 한다.
한 냄비에 한 가지 맛만 남는 것도 아니다. 바닥 가까이 치즈가 진해지면 같은 지역 배합에서도 초반과 후반이 갈린다. 토마토나 허브 같은 재료는 식사 후반에 더 진하게 느껴진다.
지역별 퐁뒤를 이어 주는 것은 둥근 냄비와 작은 불, 빵이나 감자를 찍는 동작이다. 그 안의 치즈와 액체, 향신료는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치즈만 녹이면 매끈해지지 않는다
카클롱을 불에 올리기 전에는 마늘 한 쪽으로 안쪽을 문지른다. 마늘 조각이 보이지 않아도 냄비가 따뜻해지면 향이 난다. 치즈를 삼킨 뒤 코로 숨을 내쉴 때 그 냄새가 다시 올라온다.
드라이 화이트와인을 데우면 신맛과 과일 향이 퍼진다. 잘게 간 그뤼예르를 넣으면 맑던 와인이 뿌옇게 바뀌고, 치즈가 녹으면서 소스가 된다.
공식 모아티에모아티에 레시피는 그뤼예르와 전분, 와인을 먼저 데우고 불을 낮춘 뒤 바슈랭을 넣는다. 단단한 그뤼예르는 먼저 풀고 수분이 많은 바슈랭은 약한 열에서 녹여 매끈한 질감을 남긴다.
와인의 산은 치즈 단백질이 단단하게 뭉치는 것을 줄인다. 레몬즙을 조금 넣는 레시피도 있다. 신맛을 세게 내기보다 치즈와 수분이 잘 섞이도록 돕는 양이다.
옥수수전분은 치즈에 미리 묻히거나 와인에 풀어 넣는다. 녹은 지방과 수분이 따로 떠오르는 것을 줄이고, 소스가 빵 표면에 고르게 붙게 한다.
전분이 너무 많으면 치즈가 무겁고 끈끈해진다. 빵을 들었을 때 부드럽게 흐르지 않고 두꺼운 덩어리로 붙는다. 적으면 표면에 투명한 기름이 쉽게 뜰 수 있다.
키르슈는 체리로 만든 맑은 증류주다. 작은 잔을 넣어도 달콤한 체리 맛보다 알코올과 발효 과일의 향이 난다. 뜨거운 김 가까이에서는 코끝이 따뜻해진다.
후추와 육두구, 카이엔페퍼는 마지막에 조금 넣는다. 치즈의 짠맛 뒤에서 마른 향이 짧게 남는다. 향신료가 많으면 그뤼예르와 바슈랭의 차이가 흐려진다.
치즈가 매끈하게 녹으면 냄비를 식탁의 작은 버너로 옮긴다. 그때부터는 끓이는 불이 아니라 굳지 않게 유지하는 약한 불이 필요하다.

카클롱 아래에는 작은 불이 있다
카클롱은 입구가 넓고 손잡이가 달린 둥근 냄비다. 전통적으로 유약을 바른 도기나 주철을 쓴다. 넓은 입구 덕분에 여러 사람이 사방에서 포크를 넣을 수 있다.
바닥은 일반 접시보다 두껍다. 열이 한곳에 급하게 몰리지 않아 치즈가 쉽게 타지 않는다. 손잡이는 뜨거운 냄비를 주방 불에서 식탁으로 옮길 때 잡는다.
도기 카클롱은 열이 오르는 속도가 느린 대신 한 번 따뜻해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 주철 냄비는 더 무겁고 열을 오래 품는다. 어느 재질이든 바닥이 얇은 냄비보다 불 조절이 갑자기 치즈에 전달되지 않는다.
식탁에서는 레쇼라고 부르는 받침과 버너 위에 카클롱을 올린다. 알코올이나 고체 연료의 불꽃은 크지 않다. 치즈가 굳지 않을 만큼만 열을 이어 간다.
전용 포크는 길고 끝이 두 갈래나 세 갈래로 나뉜다. 손잡이 끝에는 서로 다른 색 점이 찍혀 있다. 한 냄비에 여러 포크가 들어가도 자기 것을 찾기 쉽다.
빵은 껍질이 붙은 면을 포크에 건다. 흰 속살만 찌르면 치즈를 머금은 뒤 무거워져 쉽게 찢어진다. 갈색 껍질은 젖어도 포크 끝을 단단히 잡아 준다.
빵을 냄비에 넣고 둥글게 움직이면 바닥의 치즈도 함께 섞인다. 포크가 지나간 자리는 잠시 바닥이 보였다가 다시 치즈로 덮인다. 손이 멈추면 가장자리부터 얇은 막이 생긴다.
빵을 떨어뜨린 사람에게 벌칙을 준다는 장난도 있다. 노래를 부르거나 다음 음료를 사는 식으로 모임마다 다르다. 스위스 연방 소개도 정해진 벌칙 규칙은 없다고 설명한다.
긴 포크는 조리 도구이면서 식사 도구다. 각자가 빵을 찍는 동안 치즈가 계속 섞이고, 작은 불은 냄비 아래에서 같은 온도를 유지한다.
빵과 감자는 치즈를 다르게 머금는다
퐁뒤에 가장 자주 곁들이는 것은 한입 크기로 자른 빵이다. 너무 갓 구워 말랑한 빵보다 하루쯤 지나 겉이 마른 빵이 포크에서 덜 찢어진다.
스위스 연방의 모아티에모아티에 레시피는 4인분에 빵 600~800그램을 준비하고 2~3센티미터 크기로 자른다. 너무 작은 조각은 치즈 속에서 빠지기 쉽고, 큰 조각은 한입에 넣기 어렵다.
빵 속의 큰 구멍에는 치즈가 두껍게 고인다. 촘촘한 부분에는 얇게 묻는다. 같은 조각에서도 구멍이 많은 쪽은 부드럽고 진하며, 껍질 쪽은 씹는 저항이 남는다.
사워도처럼 산미가 있는 빵은 짠 치즈 뒤에 새콤한 맛을 보탠다. 담백한 흰빵은 치즈 맛을 거의 가리지 않고, 곡물이 든 빵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삶은 감자를 찍으면 식감이 달라진다. 감자는 치즈를 표면에 얇게 묻히고, 안쪽은 포슬포슬한 채 남는다. 한입을 씹으면 짠 치즈 뒤로 감자의 담백한 맛이 이어진다.
작은 감자를 껍질째 삶아 내는 식탁도 있다. 얇은 껍질은 살짝 단단하고 속은 촉촉하다. 치즈가 매끈한 표면에서 흘러내리기 쉬워 포크를 천천히 들어야 한다.
피클과 작은 양파를 곁들이면 신맛과 아삭한 식감이 들어온다. 짠 치즈를 여러 입 먹은 뒤 피클을 깨물면 입안에 남은 지방 맛이 줄어든다.
화이트와인이나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는 모습도 흔하다. 차는 치즈 향을 더하지 않고 입안을 따뜻하게 유지하며, 와인은 냄비 안과 비슷한 산미를 이어 준다.
빵과 감자, 피클은 같은 치즈를 서로 다른 질감으로 느끼게 한다. 퐁뒤가 진해질수록 수분이 많은 감자와 신맛이 있는 피클의 차이가 더 또렷해진다.

불이 세면 치즈가 갈라진다
버너 불이 너무 세면 치즈 표면에 큰 거품이 올라온다. 잠시 뒤 투명한 기름이 가장자리에 모이고, 부드럽던 치즈는 작은 덩어리로 갈라진다.
갈라진 소스에서는 빵을 들 때 가는 실이 생기지 않는다. 무거운 치즈 덩어리가 포크에 붙고 기름은 냄비로 떨어진다. 혀에도 기름진 느낌이 오래 남는다.
반대로 불이 너무 약하면 치즈가 빠르게 식는다. 포크를 돌릴 때 소스 전체가 함께 움직일 만큼 끈적해지고, 빵에는 두꺼운 치즈 덩어리가 달라붙는다.
먹는 동안 농도가 진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빵이 치즈를 가져가고 수분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소스가 매끈한 채 천천히 되직해지는 모습은 기름과 덩어리로 나뉘는 것과 다르다.
냄비가 지나치게 되직해지면 와인을 조금 더 넣는 조리법이 있다. 산과 수분이 더해지면 굳은 치즈가 다시 부드럽게 풀린다. 전분을 소량 섞어 지방과 수분을 잇기도 한다.
팬 바닥을 세게 긁는 동작은 필요하지 않다. 빵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면 바닥에 붙기 시작한 치즈가 다시 섞인다. 포크를 세게 누르면 빵이 빠져 냄비 안에 남을 수 있다.
냄비 가운데와 가장자리의 온도도 다르다. 불 바로 위는 뜨겁고 손잡이 가까운 벽면은 조금 빨리 식는다. 여러 사람이 다른 방향에서 빵을 넣으면 묻어 나오는 치즈 두께도 조금씩 달라진다.
적당한 불에서는 치즈가 계속 흐르면서 바닥에 얇은 막을 만든다. 검게 타기 전 갈색으로 구워진 그 막이 퐁뒤의 마지막 한입이 된다.
바닥에 남는 레리죄즈
빵 바구니가 거의 비어 갈 무렵 카클롱 바닥에는 얇은 갈색 막이 남는다. 프랑스어권에서는 이를 라 를리지외즈, 한국어로는 레리죄즈에 가깝게 부른다.
뜻을 옮기면 ‘수녀’ 또는 ‘종교인’이다. 이름이 붙은 정확한 사연에는 여러 설명이 있지만, 스위스 연방 자료는 알맞은 온도에서 생기는 구운 치즈 껍질로 소개한다.
주걱이나 포크로 가장자리를 살짝 들면 둥근 조각이 떨어진다. 윗면은 윤기가 조금 남아 있고, 불에 닿은 아랫면은 옅은 갈색에서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다.
얇은 가장자리는 과자처럼 바삭하게 부서진다. 가운데의 두꺼운 부분은 살짝 질기고 쫀득하다. 한 조각 안에서도 바닥에 닿은 정도에 따라 식감이 다르다.
맛은 식사 초반보다 훨씬 짜고 진하다. 수분이 줄어 치즈 성분이 모였고, 갈색이 난 부분에서는 구운 우유와 견과류를 닮은 맛이 난다. 아주 짙은 점에는 약한 쓴맛도 있다.
와인 향은 거의 남지 않는다. 대신 마늘과 숙성 치즈, 냄비 바닥에서 구워진 냄새가 함께 난다. 빵에 묻던 부드러운 소스와는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얇은 막을 여러 사람이 나누면 한두 입 만에 사라진다. 빈 카클롱에는 번들거리는 지방 자국과 작은 빵 부스러기만 남는다.
첫 빵에서는 흘러내리던 치즈가 마지막에는 손으로 집을 수 있는 갈색 조각이 된다. 퐁뒤 냄비가 한 끼 동안 얼마나 오래 열을 받았는지 보여 주는 흔적이다.
더 확인하고 싶다면
1699년 취리히 조리 기록과 퐁뒤라는 이름의 변화는 스위스 연방 공식 소개를 따랐다. 전국 음식 이미지가 커진 과정은 스위스 국립박물관의 치즈연합 연구로 확인했고, 모아티에모아티에의 배합과 조리는 그뤼예르 생산자 단체와 스위스 관광청 자료를 대조했다. 레리죄즈의 이름 유래는 여러 설명이 있어 갈색 치즈막이라는 확인 가능한 범위만 적었다. 사진은 Wikimedia Commons에서 재사용 조건을 확인한 파일만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