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를 70%로, 스위스 식량 국민투표가 농지와 식탁을 함께 바꾼다

스위스가 9월 27일 순식량자급률을 최소 70%로 높이는 헌법 개정안을 표결한다. 목표 시한은 가결 뒤 10년이며, 더 많은 식물성 식품과 깨끗한 지하수까지 한 표에 묶였다.

스위스산 채소와 과일, 치즈를 진열한 농산물 판매대
사진 Sandstei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스위스 유권자는 2026년 9월 27일 ‘안전한 식량을 위한 국민발안’을 표결한다. 발안은 국내에서 소비하는 열량 가운데 수입 사료를 빼고 계산한 순식량자급률을 현재 45% 안팎에서 최소 70%로 높이도록 연방헌법에 적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사료보다 사람이 먹는 식물성 작물의 생산과 소비를 늘리고, 지하수·토양 비옥도·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질소와 인의 환경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한다. 찬성위원회는 수입이 끊기는 위기와 물 오염에 대비할 장치라고 설명한다. 연방정부와 의회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10년 안에 25%포인트를 올리려면 생산과 식습관을 강하게 통제하고 큰 재정이 들어간다며 반대한다. 가결에는 전국 유효표와 칸톤 투표를 모두 넘는 이중 다수결이 필요하다.

정부 반대와 9월 표결

스위스 연방정부는 8월 11일 베른에서 식량 발안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연방정부 설명서가 7월 말 공개된 데 이어 찬반 진영의 캠페인이 본격화했고, 9월 27일 투표일까지는 47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투표용지에 적힐 정식 이름은 ‘지속 가능한 국내 생산 강화, 더 많은 식물성 식품과 깨끗한 식수로 안전한 식량을’이라는 연방 국민발안이다. 단순히 채식 장려금을 만들자는 정책이 아니라 식량 공급과 환경 기준을 연방헌법에 새로 묶는 개정안이다.

발안은 2024년 8월 16일 필요한 서명을 갖춰 제출됐다. 연방정부가 2025년 8월 반대 의견을 냈고, 국민의회와 칸톤을 대표하는 전주의회가 2026년 3월 대안 없이 부결 권고를 확정하면서 최종 결정이 유권자에게 넘어왔다.

같은 날에는 스위스의 중립 원칙을 더 엄격하게 헌법에 적는 중립 발안도 함께 표결한다. 그러나 식량 발안은 외교 노선이 아니라 매일 먹는 고기와 곡물, 농가 보조금, 지하수 관리가 한 장의 투표용지에서 연결된다는 점에서 생활의 변화가 더 직접적이다.

기준선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45%, 목표와의 거리는 25%포인트다

연방정부 설명서가 제시한 순식량자급률은 2022년 46%, 2023년 46%, 2024년 42%다. 세 해 평균은 45%로, 발안이 요구하는 최소 70%까지는 25%포인트가 남는다. 날씨와 수확량에 따라 한 해 숫자가 움직이므로 단일 연도만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총자급률과 순자급률을 구분해야 숫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스위스 연방통계청의 2023년 자료에서 국내 농업이 공급한 식품 열량은 총기준 53.7%였지만, 수입 사료에 기대 생산한 축산물 몫을 빼면 순기준 46.1%로 내려간다.

이 지표는 국제 물류가 막혔을 때 국내 농업이 공급할 수 있는 열량을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비료와 종자, 농약 같은 생산 투입재도 해외에서 들어올 수 있고, 가격이 올라 사람들이 식품을 살 수 있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숫자가 커진다고 식량 안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방정부도 자급률을 높일 필요 자체는 인정하며 2050년까지 순자급률을 최소 50%로 끌어올리는 장기 방향을 제시했다. 찬반의 간격은 자급률을 올릴지 말지가 아니라 2036년 무렵 70%까지 갈지, 2050년 50%를 향해 점진적으로 갈지에 있다.

스위스 투르가우주 트리볼팅겐의 호숫가에 줄지어 조성된 상추밭
발안은 같은 경작지에서 사람에게 직접 공급하는 식물성 식품을 늘리려 한다. 다만 스위스 농지의 약 60%는 경작보다 풀을 먹이는 목축에 알맞다는 지형 조건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사진 JoachimKohler-HB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사료용 밭을 사람 먹을 작물로 돌리되 산지의 풀밭까지 없애자는 안은 아니다

식물성 식품이 중심에 들어간 까닭은 토지 효율이다. 곡물과 콩을 사람이 바로 먹으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열량을 공급할 수 있지만, 먼저 가축에게 먹여 고기와 달걀로 바꾸면 그 과정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량이 줄어든다.

찬성위원회는 경작지에서 사료용 옥수수 대신 사람이 먹는 작물을 더 재배하자고 주장한다. 위원회가 강조하는 것은 모든 축산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수입 사료에 기대는 축산 비중을 줄이고 국내 식물성 식품의 생산과 소비를 함께 키우는 전환이다.

스위스 지형은 이 계산을 단순하게 만들지 않는다. 농업용지의 약 60%는 밭농사에 적합하지 않아 소와 양, 염소가 풀을 먹는 방식으로만 식품 생산에 쓰기 쉽고, 산악 지역에는 이런 초지가 대부분이다. 반면 경작 가능한 땅의 절반 이상은 현재 가축 사료 생산에 쓰인다.

그래서 발안이 통과해도 초지를 상추밭으로 바꾸는 일은 해답이 될 수 없다. 경작지의 작물 구성과 축산 규모, 수입 사료, 소비자의 식단을 지역별로 다르게 조정해야 하고, 법률이 구체적인 생산량과 보조금 조건을 설계하게 된다.

투표용지에는 식단뿐 아니라 지하수와 질소·인, 종자 정책까지 들어갔다

헌법안은 깨끗한 식수를 식량 공급의 일부로 명시하고 지속적으로 물을 얻을 수 있도록 지하수 자원을 보호하라고 요구한다. 스위스 식수의 약 80%는 지하수와 샘물에서, 나머지 약 20%는 호수를 정화해 얻는다.

농업에서 흘러나온 비료와 농약 성분은 지하수에 남을 수 있다. 발안은 2008년 연방 농업·환경 당국이 정한 질소 화합물과 인의 환경 최대치를 넘기지 못하도록 헌법 조항에 연결하고, 토양 비옥도와 생물다양성 보전도 국가와 칸톤의 책무로 둔다.

자연적으로 번식 가능한 고정종 종자와 묘목을 지원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특정 종자 제품을 바로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지만, 보조금과 연구·교육·상담 같은 공공 지원이 새 헌법 목표와 어긋나지 않게 다시 정렬돼야 한다.

이 때문에 ‘고기를 덜 먹자는 투표’로만 요약하면 핵심을 놓친다. 가결되면 식품 생산량뿐 아니라 수질 기준, 영양분 배출, 종자 지원, 농업 연구와 보조금의 방향이 같은 10년 시간표에 놓인다.

스위스 순식량자급률의 현재 평균 45%, 발안 목표 2036년 70%, 연방정부 목표 2050년 50% 비교
두 안 모두 자급률을 높이지만 속도와 폭이 다르다. 발안은 가결 후 10년 안에 최소 70%를, 연방정부의 기존 농정 방향은 2050년 최소 50%를 제시한다.사진 요즘한장 편집부 · 스위스 연방정부 설명서 · 자체 제작 인포그래픽

찬성은 수입 중단에 버틸 체계를, 반대는 10년 전환의 비용을 앞세운다

찬성위원회는 현재 농업이 평상시 시장에는 맞춰져 있어 수입이 끊기는 위기에 국내 땅만으로 사람들을 먹일 구성이 아니라고 본다. 식물성 작물의 판로를 보장하면 농가가 무엇을 심을지 예측할 수 있고, 식량과 물을 동시에 지키는 안보 투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초지의 우유와 고기 생산은 유지하면서 경작지의 사료용 작물을 식용 작물로 바꾸겠다고 설명한다. 식물성 식품의 65%를 수입한다는 위원회 수치와 연간 36억 스위스프랑 규모 농업 지원의 방향도 캠페인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 수치는 찬성 진영의 주장임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와 의회는 목표의 일부에는 동의하지만 10년이 너무 짧다고 반박한다. 농가가 이미 투자한 축사와 가공업 설비의 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생산을 바꾸게 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전환하려면 연방 재정의 추가 지원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가 그대로인데 국내 축산만 줄면 고기와 유제품 수입이 늘어 환경 부담이 해외로 옮겨갈 수도 있다. 반대로 소비까지 바꾸려면 국가가 식품 생산과 판매, 식습관에 강하게 개입해야 한다. 찬반이 맞서는 지점은 70이라는 숫자보다 생산과 소비를 함께 움직일 정책의 강도다.

표결에 참여한 연방의원 238명이 모두 반대해도 마지막 결정은 이중 다수결이다

2026년 3월 최종 표결에서 국민의회는 참석한 194명 전원이 반대했고, 전주의회도 참석한 44명 전원이 반대했다. 의회는 별도의 맞대응 헌법안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발안은 의회의 부결 권고만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국민과 칸톤의 표를 받는다.

가결되려면 전국 유효표의 과반뿐 아니라 칸톤 과반도 동시에 찬성해야 한다. 각 칸톤의 주민 투표 결과가 그 칸톤의 한 표가 되고, 역사적으로 절반의 표를 갖는 6개 옛 반칸톤을 포함해 칸톤 다수를 계산한다. 전국 득표만 이겨서는 헌법이 바뀌지 않는다.

찬성이 이중 다수를 얻으면 연방정부와 칸톤은 5년 안에 집행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연방법은 10년 안에 새 기준을 달성할 수단과 순자급률 중간 목표를 정하고, 농업 생산의 변화가 사회적으로 감당 가능하도록 연방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부결되면 현재 농정이 그대로 멈추는 것은 아니다. 연방정부는 농업정책 2030+에서 국내 생산과 환경 부담을 함께 다루고 2050년 순자급률 50%를 목표로 한다. 9월 27일의 선택은 식량 안보를 추진할지 말지가 아니라, 70%와 10년이라는 강한 헌법 시간표를 국가에 부여할지에 관한 결정이다.

SOURCES

더 확인하고 싶다면

정책·표결·행정 절차는 시행 전에 달라질 수 있다. 아래 공식 문서에서 날짜와 적용 범위를 우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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