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서 물개로 넘어간 H5, 호주 첫 포유류 감염이 비치포트에서 확인됐다

남호주 비치포트에서 죽은 채 발견된 긴코물개가 H5 조류인플루엔자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음 날 번식지 인근에서도 의심 개체가 나와 당국이 추가 검사를 시작했다.

서호주 인베스티게이터섬 바다에서 헤엄치는 긴코물개
사진 Peter Southwood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호주 당국은 2026년 8월 23일 남호주 비치포트에서 발견된 긴코물개 한 마리에서 H5 조류인플루엔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8월 19일 죽은 채 신고된 이 개체는 호주에서 공식 확인된 첫 포유류 감염이다. 감염된 새나 같은 해안 환경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물개끼리 바이러스가 옮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8월 24일에는 캥거루섬 앞 The Pages Conservation Park의 긴코물개 한 마리가 추가 의심 사례로 보고돼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가금류와 다른 가축에서는 감염이 발견되지 않았고 사람에 대한 위험도 낮게 평가되지만, 바닷새 집단 폐사 지역과 해양 포유류 번식지가 맞닿았다는 점 때문에 야생동물 감시의 기준이 달라졌다.

호주 첫 포유류 H5 확인

한 시민은 8월 19일 남호주 남동쪽 해안 도시 비치포트에서 상처 없이 죽어 있는 긴코물개를 발견하고 긴급동물질병 신고전화에 알렸다. 주 검사에서는 결과가 분명하지 않았지만, 질병 진단을 맡는 호주질병대비센터가 시료를 다시 분석해 H5 감염을 확정했다.

남호주 1차산업·지역부는 8월 23일 이 결과를 공개하면서 호주에서 포유류가 H5 양성 판정을 받은 첫 사례라고 밝혔다. 새에서만 이어지던 국내 감염 기록에 해양 포유류 한 종이 처음 들어온 날이다.

같은 발표에는 새로 확정된 사건 11건이 함께 담겼다. 긴코물개 외에 큰제비갈매기, 은갈매기, 검은얼굴가마우지, 쇠푸른펭귄이 포함됐고 남호주의 누적 확정 사건은 194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사건’은 한 마리가 아니라 같은 장소와 시점에 발견된 여러 동물을 묶을 수도 있는 보고 단위다.

하루 뒤에는 캥거루섬 앞 The Pages Conservation Park에서 또 다른 긴코물개가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시료는 정밀 검사를 위해 보내졌으나 8월 24일 현재 확진이 아니므로, 호주의 포유류 감염을 두 건으로 세면 안 된다.

H5N1 2.3.4.4b는 6월 바닷새에서 시작해 65일 만에 포유류까지 갔다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H5N1의 2.3.4.4b 계통이다. ‘고병원성’은 주로 닭 같은 가금류에서 심한 질병을 일으키는 성질을 가리키며, 그 표현만으로 사람 사이 전파가 잘된다는 뜻은 아니다.

호주에서 이 계통이 처음 확인된 시점은 6월 20일이다. 서호주 에스퍼런스 인근에서 발견된 갈색도둑갈매기 시료가 양성으로 나왔고, 세계동물보건기구는 호주가 오랫동안 피했던 전 세계 유행 계통의 유입을 공식 기록했다.

이후 감염은 이동성 바닷새에 머물지 않았다. 호주 안에서 사는 큰제비갈매기에서도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8월 초 남호주 앞바다 섬에서는 큰제비갈매기 집단 폐사가 국내 첫 H5 야생동물 대량 폐사 사건으로 확정됐다.

바이러스가 포유류 한 마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숙주 범위가 넓어졌음을 보여주지만, 사람에게 쉽게 옮는 형태로 변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종을 한 번 건넌 사실과 포유류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퍼지는 현상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비치포트에서는 새의 먹이터와 물개의 생활권이 한 해안을 쓴다

비치포트가 갑자기 지도에 등장한 장소는 아니다. 7월 말부터 이곳과 인근 라임스톤 코스트에서 큰제비갈매기 양성 사례가 반복됐고, 8월에는 여러 해변과 섬에서 죽은 바닷새 신고가 이어졌다.

연방 농업장관은 긴코물개가 감염된 새를 먹었거나 배설물과 사체가 남은 환경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긴코물개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포식자이면서 해변과 바위섬에서 바닷새와 공간을 공유하므로 접촉 경로가 한 가지로 제한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개체만으로 물개 사이 전파를 결론내릴 수는 없다. 발표 당시 주변에서 함께 아프거나 죽은 해양 포유류는 확인되지 않았고, 감염 방향을 밝히려면 다른 개체의 검사와 바이러스 유전체 비교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물개 유행이 시작됐다’가 아니라 감시 대상이 새에서 포유류로 넓어졌다는 데 있다. 바닷새 폐사 지역을 조사할 때 주변 물개와 바다사자까지 함께 살펴야 감염 고리를 놓치지 않는다.

태즈메이니아 매리언베이 위를 날아가는 큰제비갈매기
남호주 해안에서 확진과 집단 폐사가 이어진 큰제비갈매기. 사진은 태즈메이니아 매리언베이에서 촬영됐다.사진 JJ Harris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두 번째 의심 신고가 번식지 The Pages에서 나와 긴장이 더 커졌다

The Pages는 캥거루섬 동쪽 바다의 작은 섬들로, 멸종위기 호주바다사자의 중요한 번식지다. 이곳에서 큰제비갈매기 집단 폐사 사건이 포착된 데 이어 8월 24일 긴코물개 의심 개체까지 나오면서 새와 물개, 바다사자가 가까운 범위 안에 놓였다.

긴코물개와 호주바다사자는 서로 다른 종이다. 현재 호주바다사자에서 H5가 확인된 것은 아니며, 의심 긴코물개의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번식지 전체가 감염됐다는 표현은 지금 단계의 자료를 넘어선다.

그럼에도 당국이 이 장소를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개체가 밀집하는 번식지의 특성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H5N1이 남미 바다사자와 남방코끼리물범 집단에서 큰 피해를 냈고, 호주 관할 허드섬에서도 해양 포유류 폐사가 관찰됐다.

남호주 정부는 항공 감시와 현장 시료 채취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같은 섬에서 추가 사체가 발견되는지, 긴코물개뿐 아니라 호주바다사자 시료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오는지가 집단 전파 여부를 가를 첫 단서다.

사람 위험은 낮지만 해변에서 손대지 않는 행동은 이미 필요하다

호주 질병통제센터는 일반인의 현재 감염 위험을 낮게 평가한다. H5 조류인플루엔자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으려면 대개 감염된 동물이나 오염된 환경과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고, 이번 호주 유행 계통이 사람 사이에서 더 잘 퍼지도록 변했다는 증거도 없다.

‘낮은 위험’은 죽은 동물을 만져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아프거나 죽은 새와 물개를 보면 거리를 두고 위치와 시간, 사진을 기록한 뒤 호주 긴급동물질병 신고전화 1800 675 888로 알려야 한다.

반려견은 사체 냄새를 맡거나 물 수 있으므로 해변에서 목줄을 유지하고, 고양이는 실내에 두라는 안내가 나왔다. 직접 접촉한 뒤 열, 기침, 눈 충혈 같은 증상이 10일 안에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야생동물 접촉 사실을 먼저 알려야 한다.

8월 24일 현재 남호주의 가금류와 다른 가축에서는 H5가 검출되지 않았다. 야생 긴코물개 한 마리의 확진을 닭고기·달걀 전체의 위험이나 사람 감염 확산으로 바로 연결하는 해석은 근거가 없다.

2026년 6월부터 8월까지 호주 H5 감염 범위가 바닷새에서 물개로 넓어진 과정을 정리한 시간표
첫 바닷새 확진 뒤 65일 동안 집단 폐사와 포유류 확진이 차례로 이어졌다. 8월 24일 The Pages 개체는 아직 의심 단계다.사진 요즘한장 · PIRSA·WOAH 자료 정리 · 요즘한장 자체 제작

다음 발표에서는 검사 결과보다 전파 방식이 더 중요하다

가장 가까운 확인 사항은 The Pages 긴코물개의 정밀 검사다. 양성이면 포유류 감염 지점이 비치포트 밖으로 늘어나지만, 음성이면 현장 증상만으로 H5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다.

두 번째는 주변 해양 포유류 조사다. 한 마리의 우연한 노출인지, 같은 시기 여러 개체가 감염됐는지는 사체 수색과 살아 있는 개체의 관찰 기록이 쌓여야 구분된다.

세 번째는 유전체 분석이다. 물개에서 나온 바이러스와 인근 큰제비갈매기 바이러스가 얼마나 가까운지 비교하면 새에서 물개로 건너간 경로를 좁힐 수 있고, 포유류 적응과 관련된 변화가 있는지도 살필 수 있다.

숫자를 읽을 때는 매일 바뀌는 ‘사건’과 실제 동물 수를 나눠야 한다. 이번 한 마리가 만든 변화는 통계 한 칸의 증가가 아니라, 호주가 해안 감시에서 새와 포유류를 동시에 추적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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