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산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도심과 타이베이101
사진 毛貓大少爺 · CC BY-SA 2.0

타이베이 여행, 룽산사와 디화제에서 타이베이101까지

멍자와 다다오청의 오래된 상업거리에서 식민지기 도시계획과 전후 수도, 신이구의 초고층까지 이어진 도시. 룽산사와 디화제, 고궁박물원, 베이터우와 타이베이101이 서로 다른 시간을 보여 준다.

ABOUT 타이베이

타이베이는 강변 시장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커졌다

타이베이를 타이베이101과 야시장의 도시로만 보면 오래된 중심이 왜 서쪽에 몰려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도시가 들어선 타이베이 분지는 단수이강과 지룽강, 신뎬강이 만나는 넓은 저지대다. 평원과 강에는 한족 이주 이전부터 케타갈란계 사람들이 살았고, 강은 마을을 잇는 이동로이자 생계의 터전이었다. 타이베이라는 이름도 넓은 의미의 대만 북부를 가리키던 말에서 행정지명으로 굳어졌다. 지금의 반듯한 도로와 빽빽한 건물 아래에는 홍수와 습지, 나루를 기준으로 움직이던 분지의 지형이 먼저 놓여 있다.

18세기 푸젠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단수이강 가까운 멍자, 오늘의 완화에 정착하면서 상업도시의 윤곽이 생겼다. 배가 드나드는 나루 주변에는 시장과 창고, 신앙 공간이 모였다. 1738년 세워진 룽산사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사찰이면서 이주민 공동체가 소식을 나누고 분쟁을 조정하는 중심이었다. 사찰 주위에 약초상과 생활용품점, 수공업 골목이 자란 까닭이다. 화려한 지붕과 향 연기만 보면 종교 명소처럼 보이지만, 룽산사는 타이베이가 아직 성곽도시가 아니던 시절의 행정과 복지, 공동체 기능까지 품었다.

19세기 중반 멍자의 상인 집단이 충돌한 뒤 일부가 북쪽 다다오청으로 옮겨가면서 강변의 두 번째 중심이 성장했다. 1860년대 단수이항이 외국무역에 개방되고 차와 약재, 직물과 건어물이 거래되자 디화제에는 깊고 좁은 상가주택과 서양식 입면을 갖춘 점포가 늘었다. 대만 북부에서 생산한 우롱차는 다다오청의 정제·포장 과정을 거쳐 해외로 나갔다. 오늘 디화제의 건물마다 바로크풍 장식과 붉은 벽돌, 현대 간판이 뒤섞여 있는 것은 한 시대를 복원한 거리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상인이 같은 필지를 계속 사용해 온 결과다.

청 정부는 1875년 타이베이부를 설치하고 멍자와 다다오청 사이에 새로운 행정 중심을 계획했다. 성벽은 1884년에 완성됐고 관청과 학교, 사당이 그 안에 들어섰다. 강변 상권 가운데 비어 있던 땅에 정치의 중심을 놓은 셈이다. 성벽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베이먼을 비롯한 성문과 오늘의 중정구 도로망에서 그 위치를 읽을 수 있다. 타이베이가 하나의 옛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커진 도시가 아니라 멍자·다다오청·성 안이라는 서로 다른 생활권이 이어져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이때부터 선명해진다.

1895년부터 이어진 일본 통치기는 타이베이의 외형을 크게 바꿨다. 성벽을 철거한 자리에는 넓은 순환도로와 철도가 놓였고 총독부, 학교, 병원, 공원과 근대 상가가 들어섰다. 시먼딩은 일본인 거주자를 위한 극장과 오락가로 성장했고, 베이터우는 철도와 공중목욕 시설을 갖춘 온천 휴양지로 개발됐다. 보피랴오의 붉은 벽돌 아케이드와 시먼홍러우의 팔각 건물,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모두 식민지기 도시가 위생·교통·오락을 새 제도와 건축으로 재편한 흔적이다.

1945년 이후 타이베이는 중화민국의 행정 중심이 됐고 1949년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오면서 임시수도의 기능을 맡았다. 본토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하며 인구가 빠르게 늘었고, 관청과 군인촌, 시장과 주택이 분지 곳곳으로 퍼졌다. 중정기념당의 거대한 축과 광장은 장제스와 국민당 정부가 국가의 기억을 건축으로 표현한 공간이지만, 오늘은 공연과 전시, 시민 집회가 열리는 공공장소이기도 하다. 권위주의 시대의 기념물이 민주화 이후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1967년 직할시가 되고 이듬해 주변 지역을 편입한 타이베이는 동쪽으로 빠르게 확장됐다. 철도 차량기지와 논밭이 있던 신이구에는 계획도로와 시청, 전시장, 백화점과 고층 업무지구가 들어섰다. 2004년 완공된 타이베이101은 이 동쪽 이동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건축이다. 샹산에서 바라보면 탑 하나만 솟은 것이 아니라 분지 가장자리의 산, 격자형 도로와 고층지구, 서쪽으로 이어지는 낮은 시가지가 한 화면에 겹친다. 룽산사에서 디화제와 성 안을 지나 신이구까지 보는 일은 관광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베이가 강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중심을 옮긴 과정을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TOP 9

타이베이 여행 코스 관광지 Top 9

강을 따라 성장한 완화와 다다오청의 상업 거리, 식민지기의 도시계획, 전후 수도의 기념건축과 동쪽 신이구의 스카이라인까지 타이베이의 여러 시대를 보여 주는 아홉 곳이다. 서쪽 구도심은 도보와 MRT로 잇기 쉽고, 고궁박물원과 베이터우는 각각 반나절로 나누면 여유가 생긴다.

지붕 장식과 붉은 기둥이 이어지는 타이베이 룽산사01
사진 Bernard Gagnon · CC BY-SA 3.0
찾아가는 길
MRT 반난선 룽산쓰역 1번 출구에서 약 250m · 도보 약 4분. 타이베이 메인역에서는 MRT로 2정거장이다.
운영시간
매일 06:00~22:00 · 마지막 입장 21:45
입장료
무료
꼭 볼 포인트
산촨먼의 지붕 장식과 본전의 관세음보살을 본 뒤 후전까지 들어가 여러 신앙이 한 경내에 공존하는 구조를 살펴본다.
자주 하는 실수
월하노인만 찾고 경내를 빠르게 돌거나 참배객 앞을 막고 촬영하기 쉽다. 향과 제물, 기도 순서를 구경거리로만 대하지 않고 중앙 통로와 제단 앞을 비워 둔다.

멍자 룽산사

룽산사는 1738년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세운 사찰이다. 당시 멍자라 불리던 완화는 단수이강으로 물자가 들어오는 타이베이 분지의 중요한 나루였고, 사찰은 낯선 땅에 정착한 사람들의 신앙과 회합, 분쟁 조정이 모이는 생활 중심이 됐다. 지진과 화재로 여러 차례 무너졌고 1945년 공습 때 본전이 크게 파괴됐지만 주민들의 모금으로 다시 세워졌다. 화려한 건물만큼이나 도시 공동체가 반복해서 복구한 역사가 중요한 곳이다.

산촨먼을 지나면 앞전·본전·후전이 세 겹의 마당을 감싼다. 관세음보살을 중심으로 불교와 도교, 민간신앙의 신들이 함께 모셔져 있어 한 종파의 조용한 사원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지붕 위 용과 봉황, 잘게 자른 도자기 조각으로 만든 전지 장식, 돌기둥의 용 조각을 차례로 보면 대만 사찰 장인의 기술이 선명하다. 후전에는 마조와 문창제군, 월하노인 등 생활의 여러 소원을 맡는 신들이 있어 참배객의 동선도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아침에는 향을 올리는 주민이 많고 저녁에는 붉은 등과 금빛 장식이 더 또렷해진다. 종교 공간이므로 중앙 통로를 막고 오래 촬영하기보다 참배 흐름을 살피는 편이 좋다. 사찰만 보고 역으로 돌아가기보다 광저우제의 불구점 거리와 약초골목, 보피랴오까지 이어 걸으면 멍자가 사찰 하나가 아니라 상업과 신앙이 맞물린 타이베이 최초의 생활 중심지였다는 사실이 보인다.

붉은 벽돌 아케이드가 남은 보피랴오 역사거리02
사진 lienyuan lee · CC BY 3.0
찾아가는 길
MRT 룽산쓰역 3번 출구에서 약 250m · 도보 약 3분. 룽산사 정문에서는 광저우제를 따라 약 450m다.
운영시간
야외 거리 화~일요일 09:00~21:00 · 실내 전시 09:00~18:00 · 월요일 휴관(공휴일 운영은 별도 공지)
입장료
무료
꼭 볼 포인트
붉은 벽 한 면만 보지 말고 목조 상가와 벽돌 아케이드, 넓어진 현대 도로가 만나는 지점까지 걸으며 거리 폭의 변화를 본다.
자주 하는 실수
야외 공간이어서 월요일에도 모든 구간이 열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공식 전시구역은 월요일에 쉬고, 상업 촬영과 삼각대 사용에는 별도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보피랴오 역사거리

보피랴오는 룽산사 동쪽에 남은 청대와 일본 통치기 상가거리다. 이름의 유래에는 푸저우에서 들어온 목재의 껍질을 벗기던 곳이라는 설, 목재를 실어 나르던 지명에서 왔다는 설이 함께 전한다. 18세기 말부터 멍자와 구팅을 잇는 길목으로 성장했고, 약재·차·석탄과 생활용품을 다루는 상점이 좁은 필지 안에 들어섰다. 타이베이성이 만들어지기 전 강변 마을의 도로 폭과 상업 건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드문 구간이다.

거리에는 낮은 목조 상가, 붉은 벽돌 아치가 이어지는 아케이드, 서양식 입면을 덧댄 2층 건물이 나란히 남아 있다. 한 시대의 전통마을을 재현한 세트가 아니라 청대 골목 위에 일본식 도시계획과 근대 학교가 겹친 결과다. 벽돌의 쌓기 방식과 창호, 간판 자리를 비교하면 건물이 같은 모양으로 통일되지 않은 이유가 보인다. 실내 전시는 완화의 교육·의료·상업과 영화 촬영 자료를 다루며, 골목 자체보다 도시가 이 장소를 어떻게 보존하게 됐는지 설명한다.

룽산사에서 불과 몇 분 거리라 두 곳을 함께 보기 좋다. 실외 거리만 걸으면 20~30분 정도로 짧게 볼 수 있고, 전시실과 골목 끝까지 살펴보면 한 시간가량 머물 수 있다. 붉은 벽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기보다 사거리 쪽에서 길의 폭과 아케이드가 이어지는 방향을 보면, 오늘의 넓은 캉딩루와 옛 상업 골목이 어떻게 맞붙어 있는지가 더 잘 드러난다.

자유광장 끝에 자리한 중정기념당03
사진 AngMoKio · CC BY-SA 3.0
찾아가는 길
MRT 단수이신이선·쑹산신뎬선 중정기념당역 5번 출구에서 자유광장까지 약 150m.
운영시간
기념당 09:00~18:00 · 공원 05:00~24:00 · 전시와 행사에 따라 일부 공간 변동
입장료
무료
꼭 볼 포인트
자유광장문에서 기념당까지 전체 축을 먼저 본 뒤 국가희극원·음악청의 처마, 기념당 아래층 현대사 전시를 함께 살펴본다.
자주 하는 실수
근위병 교대 시간만 보고 방문하거나 건축을 역사적 평가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의장행사 장소와 시간은 바뀔 수 있으므로 당일 공지를 확인한다.

중정기념당·자유광장

중정기념당은 장제스 사후 국가 기념사업으로 건설돼 1980년 문을 열었다. 25만㎡ 규모의 부지에 흰 대리석 기념당과 푸른 팔각지붕, 국가희극원과 국가음악청, 거대한 광장이 하나의 축을 이룬다. 팔각은 전통적으로 길상을 뜻하는 숫자 8을, 89개의 계단은 장제스가 세상을 떠난 나이를 상징하도록 설계됐다. 타이베이의 오래된 사찰과 상가가 주민 공동체에서 자랐다면 이곳은 전후 국가가 수도의 중심에 만든 정치적 기념공간이다.

광장 서쪽 자유광장문에서 들어가면 좌우의 공연장과 동쪽 기념당이 완벽한 대칭을 만든다. 기념당 내부에는 대형 동상과 현대사 전시실이 있고, 아래층 전시는 장제스 개인의 생애뿐 아니라 권위주의 통치와 계엄의 역사도 함께 살펴볼 단서가 된다. 건축의 웅장함과 인물에 대한 평가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이 장소를 이해하려면 계단 위 전망과 정원만 보지 않고 누가, 어떤 시대에, 무엇을 기념하기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는지 함께 보는 편이 좋다.

2007년 광장의 이름이 자유광장으로 바뀐 뒤에도 명칭과 전시, 의장 행사는 사회적 논쟁에 따라 계속 조정돼 왔다. 오늘 광장은 민주화 집회와 문화행사, 학생 공연과 주민 산책이 열리는 공공공간으로도 쓰인다. 연못과 정원을 돌아보면 기념당의 강한 축에서 벗어난 풍경을 볼 수 있고, 국가희극원·음악청의 붉은 기둥과 기와를 가까이 비교하면 전통 양식을 현대 공공건축에 옮긴 방식도 읽힌다.

바로크풍 상가주택이 이어지는 디화제04
사진 Supanut Arunoprayote · CC BY 4.0
찾아가는 길
MRT 베이먼역 3번 출구에서 디화제 남쪽까지 약 750m · 도보 약 10분. 다차오터우역 1번 출구에서는 북쪽 구간까지 약 700m.
운영시간
거리는 상시 개방 · 점포는 대체로 09:00~18:00 전후 · 샤하이성황묘 매일 07:00~19:00
입장료
거리·사원 무료 · 전시·구매 비용 별도
꼭 볼 포인트
용러시장 앞에서 상가 2층의 서로 다른 입면을 비교하고 샤하이성황묘를 지나 다다오청 부두까지 걸어 강과 상권의 연결을 본다.
자주 하는 실수
설 장보기 거리나 카페 거리로만 생각하기 쉽다. 상점마다 휴무와 영업시간이 다르고, 설 전 주말에는 보행통제와 극심한 혼잡이 생긴다.

디화제·다다오청

다다오청은 19세기 중반 멍자에서 충돌을 피해 북쪽으로 옮겨 온 상인들이 강변에 새 상권을 만들면서 성장했다. 1860년대 단수이항이 개항하고 우롱차 수출이 늘자 차를 가공하고 포장하는 상관, 약재와 건어물을 다루는 도매상이 디화제 주변에 밀집했다. 강변 부두에서 창고와 점포로 물건이 들어오고 다시 해외로 나가며, 다다오청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국제적인 상업지구가 됐다.

디화제의 상가주택은 길 쪽 폭이 좁고 안으로 길게 이어진다. 앞에는 상품을 진열하고 중간에는 창고와 작업실, 뒤에는 주거공간을 둔 구조다. 청대 민난식 지붕, 일본 통치기 바로크풍 입면, 붉은 벽돌과 세로로 긴 창이 한 거리에 섞여 있어 간판 위 2층을 올려다볼수록 건축 차이가 잘 보인다. 용러시장 주변의 원단점과 한약재·건어물 가게, 최근 들어온 디자인숍과 카페도 오래된 도매 기능을 완전히 지우지 않고 함께 자리한다.

샤하이성황묘는 1859년 세워진 작은 사원으로, 좁은 내부에 성황신과 월하노인을 비롯한 수많은 신상이 모셔져 있다. 음력 설 전에는 녠훠다제 장보기 인파가 거리를 가득 채우지만 평소 오전에는 상점의 실제 거래와 골목 구조를 차분히 보기 좋다. 서쪽으로 더 걸으면 다다오청 부두와 단수이강이 나타난다. 강에서 거리 쪽으로 돌아보면 이 상권이 관광용 옛길이 아니라 수운과 수출에서 생긴 도시였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녹색 기와와 황색 벽이 선명한 국립고궁박물원05
사진 CEphoto, Uwe Aranas · CC BY-SA 3.0
찾아가는 길
MRT 스린역 1번 출구 앞에서 홍30·255·304번 등 버스로 환승해 국립고궁박물원 정류장 하차 · 버스 약 15~20분.
운영시간
화~일요일 09:00~17:00 · 매표·교환 16:30까지 · 월요일 휴관(일부 공휴일 특별 개관)
입장료
일반 관람권 NT$350 · 단체·할인권은 자격과 구매 방식별 상이
꼭 볼 포인트
당일 전시 안내에서 서화·도자·청동기 가운데 관심 분야를 먼저 정하고, 유명 소장품의 현재 전시 위치를 확인한 뒤 층을 이동한다.
자주 하는 실수
취옥백채와 육형석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한 시간 안에 전관을 보려 하기 쉽다. 월요일 휴관과 도심에서의 버스 환승시간도 함께 계산한다.

국립고궁박물원

국립고궁박물원의 핵심은 궁궐 건물이 아니라 전쟁과 정권 이동을 거쳐 타이베이에 도착한 수장품이다. 베이징 자금성의 고궁박물원이 소장하던 서화·도자·청동기·옥기 가운데 일부는 중일전쟁을 피해 중국 내륙으로 옮겨졌고, 국공내전 말기인 1948~1949년 다시 대만으로 이송됐다. 1965년 스린 외곽 와이솽시에 현재의 본관이 문을 열면서 수장품은 새로운 국가 정체성과 문화정책의 중심이 됐다.

본관은 녹색 기와와 황색 벽을 사용해 중국 궁전 건축의 이미지를 현대 박물관에 옮겼다. 전시는 보통 청동기·도자기·서화·옥기와 황실 공예로 나뉘지만 수십만 점의 소장품을 한 번에 보여 주는 곳은 아니다. 전시 교체가 잦아 취옥백채와 육형석처럼 유명한 작품도 방문일에 다른 전시장이나 남부원구에 있을 수 있다. 입장 뒤 특정 작품부터 찾기보다 당일 전시 지도에서 관심 분야 두세 곳을 먼저 고르는 편이 박물관의 규모에 압도되지 않는다.

작품 하나의 유명세보다 시대별 재료와 쓰임을 비교할 때 관람이 더 흥미롭다. 상나라 청동기의 제사 기능, 송대 도자의 절제된 유약, 청대 공예의 정교함을 순서대로 보면 왕조마다 권력과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도심 MRT역에서 바로 닿지 않아 이동시간이 필요하고, 제대로 보면 두세 시간이 빠르게 지난다. 베이터우나 스린과 묶을 수 있지만 전시를 깊게 보고 싶다면 박물원 하나에 반나절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다.

신이구 도심 위로 솟은 타이베이10106
사진 AngMoKio · CC BY-SA 3.0
찾아가는 길
MRT 타이베이101/세계무역센터역 4번 출구에서 101 입구까지 약 200m. 샹산역 2번 출구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약 650m.
운영시간
전망대 매일 10:00~21:00 · 일반권 마지막 입장 20:15 전후 · 샹산 산책로 상시 개방
입장료
전망대 일반권 NT$600 · 101층 추가 NT$380 · 샹산 무료
꼭 볼 포인트
전망대에서는 도시 전망과 88층의 거대 감쇠기를 함께 보고, 외관과 스카이라인이 목적이라면 샹산 전망대를 고른다.
자주 하는 실수
전망대와 샹산을 같은 체험으로 생각하거나 비·안개 속에서도 둘 다 고집하기 쉽다. 샹산은 짧아 보여도 급경사 계단이 많고 일몰 시간에는 촬영 자리가 붐빈다.

타이베이101·샹산

타이베이101은 도심이 서쪽 구시가지에서 동쪽 신이구로 이동한 과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건물이다. 1999년 착공해 2004년 완공됐고, 높이 508m로 문을 열 당시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다. 여덟 마디로 쌓인 외관은 대나무와 보탑의 층을 연상시키며, 숫자 8의 길상 의미와 중국 전통 장식을 초고층 구조에 결합했다. 주변 백화점과 시청, 국제회의센터가 함께 들어선 신이계획구는 20세기 말 타이베이가 새 행정·금융 중심을 동쪽에 만든 결과다.

전망대는 89층과 88층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창밖의 도심만큼 중요한 것은 87~92층 사이에 매달린 660t급 튜닝 질량 감쇠기다. 강풍과 지진 때 건물의 흔들림을 줄이는 거대한 금빛 추를 공개한 공간으로, 타이베이가 태풍과 지진이 잦은 환경에서 초고층을 세운 방식을 보여 준다. 날씨가 맑으면 단수이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서쪽의 오래된 도심까지 보이지만 구름이 낮은 날에는 전망 범위가 크게 줄어든다.

건물 전체를 보고 싶다면 전망대보다 샹산이 잘 맞는다. MRT 샹산역에서 주택가를 지나 등산로 입구로 가면 급한 돌계단이 시작되고, 육거석과 전망대에서 타이베이101과 신이구가 한 화면에 들어온다. 짧은 포토스폿 산책으로 끝낼 수도 있고 능선을 더 이어 갈 수도 있다. 일몰 무렵에는 붐비고 계단이 어두워지므로 미끄럼이 적은 신발과 물, 조명을 준비하면 선택지가 넓어진다.

시먼역 앞 무지개 횡단보도와 시먼딩 거리07
사진 Volksabstimmung · CC BY-SA 2.0
찾아가는 길
MRT 반난선·쑹산신뎬선 시먼역 1번 출구 바로 앞이 시먼홍러우, 6번 출구 앞이 보행자거리 중심이다.
운영시간
시먼딩 거리 상시 개방 · 홍러우 화~목 11:00~20:00, 금 11:00~21:00, 토 11:00~22:00, 일 11:00~21:00 · 월요일 휴관
입장료
거리·홍러우 기본 관람 무료 · 공연·구매 비용 별도
꼭 볼 포인트
팔각루 정면만 보지 말고 십자형 시장동과 남쪽 광장까지 돌아본 뒤 어메이제의 극장가와 보행자거리를 잇는다.
자주 하는 실수
아침 일찍 가면 한산해서 좋지만 상점과 홍러우가 대부분 닫혀 있다. 쇼핑·거리 분위기가 목적이면 오후부터, 건축이 목적이면 개관 직후가 잘 맞는다.

시먼딩·시먼홍러우

시먼딩은 타이베이성 서문 밖에 일본 통치기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상업·오락지구다. 도쿄 아사쿠사를 본뜬 극장과 음식점, 영화관이 모였고, 1930년대에는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번화가가 됐다. ‘딩’이라는 이름도 당시 행정구역에서 왔다. 전후에는 극장가와 대중음악, 청소년 패션이 중심이 됐고 보행자전용구역이 조성되면서 오늘의 거리문화가 만들어졌다.

시먼역 1번 출구 앞 시먼홍러우는 1908년 일본인 건축가 곤도 주로가 설계한 공설시장이다. 입구의 팔각루와 뒤쪽 십자형 시장동을 합친 독특한 구조로, 시장에서 서점·극장·영화관을 거쳐 현재는 전시와 디자인숍, 공연 공간으로 쓰인다. 건물 남쪽 광장은 타이베이 LGBTQ+ 문화와 바들이 모인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한 건물이 시대에 따라 기능을 바꾸며 시먼딩의 성격을 받아들인 셈이다.

낮에는 홍러우의 벽돌 구조와 전시를 보기 좋고, 저녁에는 어메이제와 한중제의 간판·길거리 공연·영화관 불빛이 살아난다. 무지개 횡단보도만 찍고 떠나기보다 홍러우 뒤편과 오래된 영화관 골목, 타이베이 톈허우궁까지 한 바퀴 돌아보면 거리가 쇼핑몰 한곳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다만 주말 밤에는 보행자 밀도가 높고 인기 음식점의 대기가 길다.

목조 베란다와 붉은 벽돌이 남은 베이터우 온천박물관08
사진 Allervous · CC BY-SA 4.0
찾아가는 길
MRT 신베이터우역에서 온천박물관까지 약 450m · 도보 약 6분. 지열곡까지는 개울을 따라 추가 약 700m다.
운영시간
온천박물관 화~일요일 10:00~18:00 · 월요일 휴관 · 지열곡 화~일요일 09:00~17:00 · 월요일 휴장
입장료
온천박물관·지열곡 무료 · 실제 온천욕 시설은 별도 요금
꼭 볼 포인트
박물관의 다다미 휴게실과 대욕장을 본 뒤 도서관·온천 개울·지열곡 순으로 올라가 휴양지의 공간 구성을 살펴본다.
자주 하는 실수
온천박물관에서 입욕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지열곡을 족욕장으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 목욕시설은 수영복과 수건, 이용 회차 규정이 서로 다르다.

신베이터우 온천지구

베이터우의 온천은 유황 냄새가 나는 지열곡 주변에서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휴양지로 본격 개발된 것은 일본 통치기다. 1896년 민간 온천여관이 문을 연 뒤 철도와 공공목욕탕, 공원과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1913년 완공된 베이터우 공중욕장은 당시 동아시아에서도 큰 규모였고, 다다미 휴게실과 로마식 대욕장을 한 건물에 넣었다. 전후 쇠퇴해 방치됐지만 주민과 학생들의 보존운동으로 복원돼 1998년 온천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박물관에서는 신발을 벗고 목조 현관과 다다미방,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대욕장을 따라 이동한다. 지금 온천욕을 하는 시설은 아니지만 욕조의 깊이와 탈의·휴게 공간을 보면 근대 공공목욕 문화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구체적으로 읽힌다. 바로 옆 타이베이시립도서관 베이터우분관은 목조 외관과 넓은 발코니를 가진 친환경 건축이고, 개울을 따라 위쪽으로 걸으면 푸지사와 지열곡이 이어진다.

지열곡은 뜨거운 증기와 청록색 물이 보이는 온천 원류지만 입욕 공간이 아니다. 온천 체험을 원한다면 공공탕이나 호텔의 이용시간·수영복 규정·연령 제한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박물관과 지열곡만 잇는 산책은 두세 시간, 실제 온천이나 식사까지 더하면 반나절이 자연스럽다. 여름 한낮에는 증기와 습도가 강하고, 비가 오면 젖은 돌길이 미끄럽다.

츠유궁 앞에서 시작되는 라오허제 야시장 동쪽 입구09
사진 Fauzty · CC BY-SA 4.0
찾아가는 길
MRT 쑹산신뎬선 쑹산역 5번 출구에서 츠유궁·야시장 동쪽 입구까지 약 100m. TRA 쑹산역에서도 도보 약 3분.
운영시간
야시장 매일 17:00~24:00 · 점포별 개점·마감 차이 · 쑹산츠유궁 05:30~22:30
입장료
입장 무료 · 식비는 1인 NT$300~700 정도를 생각할 수 있으나 선택에 따라 차이 큼
꼭 볼 포인트
츠유궁의 다층 지붕과 조각을 먼저 본 뒤 동쪽 패루에서 서쪽 끝까지 한 번 훑고, 돌아오는 길에 먹을 곳을 고른다.
자주 하는 실수
입구의 유명 가게 한 곳에서 식사를 끝내거나 카드만 준비하기 쉽다. 소액 현금이 편한 점포가 많고, 주말에는 유모차와 큰 짐으로 통로를 지나기 어렵다.

라오허제 야시장·쑹산츠유궁

라오허제 야시장은 쑹산역과 단수이강 지류의 옛 나루 가까이에 있다. 이 일대의 옛 지명 시커우는 강을 따라 물자가 오가던 상업마을이었고, 1753년 세워진 쑹산츠유궁이 신앙의 중심이 됐다. 철도와 도로가 도시 구조를 바꾼 뒤 라오허제는 약 600m 길이의 관광야시장으로 정비돼 1987년 문을 열었다. 사원 정문과 화려한 야시장 패루가 맞붙은 풍경에는 오래된 마을 중심과 현대의 밤 상권이 함께 남아 있다.

쑹산역 쪽 동쪽 입구로 들어가면 후자오빙 화덕과 약선갈비, 굴국수·후추빵·튀김·과일주스 가게가 한 줄로 이어진다. 라오허제는 길이 곧고 양쪽 끝이 분명해 처음 가도 동선을 잃기 어렵다. 중간까지 걸으며 가격과 줄을 살핀 뒤 돌아오는 길에 음식을 고르면 입구에서 너무 빨리 배를 채우지 않는다. 츠유궁은 야시장보다 먼저 문을 열어 낮에도 지붕 장식과 마조 신앙을 볼 수 있다.

야시장 운영시간은 길지만 모든 가게가 오후 5시에 동시에 여는 것은 아니다. 너무 이르면 준비 중인 점포가 많고 금·토요일 저녁에는 좁은 통로가 크게 붐빈다. 좌석이 없는 음식이 많으므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기보다 먹을 곳을 먼저 보고 주문하는 편이 편하다. 서쪽 끝에서 끝내지 않고 단수이강 쪽 레인보우브리지까지 걸으면 시장의 소음 뒤로 쑹산의 강변 풍경이 이어진다.

COURSE OPTIONS

추천 코스

서쪽 구도심은 서로 가까워 한 흐름으로 걷기 좋지만 국립고궁박물원·베이터우·신이구는 이동 축이 다르다. 한 날에 아홉 곳을 모두 잇기보다 오래된 타이베이, 북쪽 문화지구, 현대 도심 가운데 관심 있는 축을 중심으로 고를 수 있다.

약 4시간

멍자와 시먼을 걷는 코스

룽산사보피랴오시먼홍러우시먼딩

룽산쓰역에서 시작해 청대 사찰과 상가거리, 일본 통치기의 시장과 현대 보행상권까지 대부분 걸어서 이어진다.

약 6시간

박물관과 온천마을 코스

국립고궁박물원스린역신베이터우온천박물관지열곡

오전에는 고궁박물원 전시를 보고 MRT로 베이터우에 이동한다. 실제 온천욕을 더한다면 저녁까지 반나절 이상 잡을 수 있다.

하루

옛 타이베이에서 신이구의 밤까지

룽산사보피랴오중정기념당디화제타이베이101샹산 또는 라오허제 야시장

오전에는 서쪽 구도심과 국가기념공간을 보고, 오후에 디화제를 거쳐 신이구로 이동한다. 저녁에는 전망을 원하면 샹산, 식사를 원하면 라오허제 야시장을 고르면 이동이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는다.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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